서 론
성인에서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 GH) 결핍증은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 증가와 근육량 감소와 같은 체성분 변화, 골다공증, 이상지질혈증, 인슐린 저항성 등과 관련되면서 심혈관 질환 및 골절 위험을 높인다[1-3]. 또한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는 쇠약감, 피곤함, 불안, 우울증, 수면장애, 체지방 증가, 근육량 감소,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은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에서 이러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정확히 진단하여 성장호르몬 분비능이 정상인 환자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고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는 환자에서 적절한 요법으로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임상 양상이 비특이적이고 성장호르몬 투약 후 증상 호전 여부도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서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성장호르몬 결핍증 관련 국내외 가이드라인이 발표됨에 따라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4-7].
본 론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원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소아기 발병과 성인기 발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선천적인 원인이 대부분이고 성장호르몬 합성 및 성장호르몬 수용체와 관련된 유전자의 돌연변이 및 뇌의 발달 구조적 장애와 같은 선천적인 원인이 많으며, 후천적이거나 특발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후천적인 경우가 많으며 그 원인으로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의 종양이나 이에 대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침윤성 질환, 혈관 손상, 감염 등이 있다(Table 1) [4,7,8].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시상하부-뇌하수체 종양 자체 또는 종양 치료를 위한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이다. 뇌하수체 미세선종이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을 나타내는 경우는 드물지만, 뇌하수체 거대선종은 약 30-60%에서 적어도 하나의 뇌하수체 호르몬 결핍증을 나타내는데, 호르몬 결핍증의 주요 기전은 뇌하수체 줄기의 문맥에 대한 압력으로 인한 혈행장애이다[9].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한 후에도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수술을 통해 종양 유발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이 50%에서 회복할 수 있다[10]. 그러나 성장호르몬은 가장 회복이 잘 안 되는 뇌하수체 호르몬이다. 방사선 치료 또한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유발하며 두개내 방사선 후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위험은 젊은 환자에서 더 높으며 방사선 치료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고 방사선량이 40 Gy 이상이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확률이 50%에 달한다[11].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두부 손상 또는 지주막하 출혈 환자의 25%에서 발생하며 일부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악화되는 환자도 있다[12]. 따라서 이러한 환자의 뇌하수체 호르몬 상태는 입원 시와 이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진단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대부분 기질적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원인 질환이 있으므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유발할 만한 원인 병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저 질환이 있고 임상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의심하고 성장호르몬 결핍증에 대한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검사하기 전에 다른 결핍증 호르몬을 보충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박동성으로 분비되기 때문에 임의로 측정한 성장호르몬 수치는 진단적이지 않으며 혈청 인슐린양성장인자(insulin-like growth factor-1, IGF-1)가 정상인 경우에도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배제할 수 없다[13]. 이에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반드시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하나, 기질적 혹은 유전적인 시상하부-뇌하수체 질환이 있거나 구조적 병변이 있는 경우 3개 이상의 뇌하수체 호르몬 결핍증이 있고 IGF-1 수치가 낮다면(정상보다 최소 2.0 표준편차 이상)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를 생략할 수 있다[4,7,13].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한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성인이 되어서도 개선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환자에서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특발성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는 성인기에 재평가될 때 대부분의 성장호르몬 분비는 정상이므로 성인이 되면 재평가가 필요하다[14].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로는 인슐린 내성 검사(insulin tolerance test), 성장호르몬방출호르몬(growth hormone-releasing hormone, GHRH)-아르기닌(arginine), 글루카곤(glucagon), 레보도파(levodopa), 클로니딘(clonidine) 자극 검사 등이 있다. GHRH는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의 기본 원리는 성장호르몬을 빠르게 자극하는 약물을 투여한 후 혈중 성장호르몬 수치를 연속적으로 측정한 결과 중 가장 높은 성장호르몬 수치가 환자의 성장호르몬 반응으로 해석된다. 표 2는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의 방법, 기준 및 부작용/금기사항을 요약한 것이다.
인슐린 내성 검사
인슐린 내성 검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을 위한 표준 검사로 권장되지만, 저혈당을 유발하므로 검사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의사의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고령자 및 경련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금기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비만 환자의 경우 더 많은 양의 인슐린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지연된 저혈당의 위험이 증가한다. 인슐린에 대한 반응은 건강한 개인조차도 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재현성이 낮으며, 여성은 월경 주기에 따라서도 반응이 다르다.
글루카곤 자극 검사
글루카곤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여 간접적으로 성장호르몬을 자극한다. 글루카곤에 대한 성장호르몬 반응은 천천히 일어나므로 글루카곤 자극 검사를 완료하는 데 최소 3시간이 필요하며 지연된 저혈당의 위험이 있다. 이 검사에서는 정맥 주사보다 근육 주사 또는 피하 주사가 더 효과적이다. 진단을 위한 성장호르몬 기준치는 3 μg/L가 적당하지만, 비만 환자(BMI > 25 kg/m2)에서는 성장호르몬 반응이 둔화되므로 성장호르몬 기준치는 1 μg/L로 적용한다[15]. 혈당치가 높을수록 성장호르몬 반응이 약해지기는 하지만 혈당 수치에 따라 다른 진단 기준치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및 두통이 있고 노인에서 심한 저혈압, 저혈당 및 경련이 보고되었다.
Macimorelin 자극 검사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된 경구용 성장호르몬 분비촉진 수용체-1a 작용제인 macimorelin은 인슐린 내성 검사와 유사한 민감도(92%) 및 특이성(96%)으로 성장호르몬 방출을 자극하고 부작용이 적다[16]. 일반적인 부작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되는 약간의 미각장애이지만 심전도에서 보고된 심각한 부작용은 QT 연장이다. Macimorelin은 아직 국내 도입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도 이미 고가의 약제로 알려져 있다.
GHRH-아르기닌 자극 검사
GHRH는 시상하부 소마토스타틴의 분비를 억제하는 아르기닌과 함께 투약 시 강력하고 안전한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가 된다[12]. Biller 등[17]은 성장호르몬 기준치 5.1 μg/L에서 인슐린 내성 검사는 민감도 96%, 특이도 92%를 보였고, GHRH-아르기닌 검사는 성장호르몬 기준치 4.1 μg/L에서 민감도 95%, 특이도 91%로 유사한 진단 타당성을 보였다. 그러나 GHRH는 뇌하수체를 직접 자극하므로 시상하부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정상적으로 반응하여 위음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성장호르몬 진단 기준치는 비만 환자에서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18]. 아르기닌만을 사용한 검사에서는 0.4 μg/L로 기준치가 제시되었으나 값이 낮아서 진단 정확도가 낮아 단독 아르기닌 자극검사는 권장되지 않는다.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치료
금기 사항이 없는 한,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를 통해 진단된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 대체요법이 권장된다.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체액 저류, 관절통, 근육통, 감각장애, 손목 터널증후군, 수면무호흡증, 수면장애 및 호흡곤란이 있다. 성장호르몬 부작용의 대부분은 약 20%의 환자에서 용량 의존적으로 발생하므로 저용량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용량을 낮추면 사라진다[19]. 성인에서 성장호르몬 용량은 초기에 소아 권장 용량의 체중을 기반으로 설정되었으나 체중 기반에서 개별 고정 용량으로 변경되면서 부작용은 절반으로 감소하였다[20].
성장호르몬 분비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고 성장호르몬의 부작용은 노인 환자에서 더 흔하다. 따라서 성장호르몬의 목표 수치는 노인에서 더 낮고 젊은 사람들에서 더 높다. 30세에서 60세 사이의 개인의 경우 적절한 시작 용량은 0.2-0.3 mg/day (0.6-0.9 IU/day)이다. 30세 미만의 경우 0.4-0.5 mg/day (1.2-1.5 IU/day)의 더 높은 용량이 가능하며, 60세 이상의 개인의 경우 시작 용량은 0.1-0.2 mg/day (0.3-0.6 IU/day) 이후 서서히 증량한다(Fig. 1). 1-2개월 간격으로 0.1-0.2 mg/day (0.3-0.6 IU/day)씩 증량하고 환자의 임상 반응, 부작용, 연령별 IGF-1의 정상범위 등을 평가하여 유지 용량을 결정한다[4]. 유지 용량이 결정되면 6개월마다 IGF-1 수치를 확인한다. 매년 허리둘레, 혈압, 맥박, 혈중 지질 및 혈당, 삶의 질을 검사하고 초기 골밀도가 비정상인 경우 1.5-2년마다 골밀도를 재평가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을 언제까지 투여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소 12-18개월 후에도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에 대한 명확한 임상 반응이 없으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7].
성장호르몬 치료 시 고려사항
여성은 일반적으로 더 높은 성장호르몬 저항성을 나타내므로 더 높은 시작 및 유지 용량이 필요하다[21]. 에스트로겐은 혈청 IGF-1의 85%가 기원하는 간에서 성장호르몬의 특정 비경쟁적 억제제인 사이토카인 신호전달 2 억제제(suppressor of cytokine signaling 2)를 자극한다[22]. 경구 에스트로겐은 IGF-1을 억제하기 때문에 여성에서 동일한 IGF-1 수치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양의 성장호르몬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구 에스트로겐을 경피 에스트로겐으로 변경하면 성장호르몬 요구량은 감소한다[22].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는 환자에서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의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초기에는 정상이더라도 갑상선 및 부신 기능은 성장호르몬 치료 중 모니터링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유리 T4 수치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치료 중 갑상선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 이전 연구에서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 중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환자의 36-47%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되었고,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16-18%에서 성장호르몬 치료 후 3-6개월 이내에 갑상선호르몬 용량 증량이 필요하다고 보고하였다[23].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거나 용량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6주 후에 중추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성장호르몬 치료 전후에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11β-hydroxysteroid dehydrogenase type 1 효소를 억제하여 코르티솔(cortisol)에서 코르티손(cortisone)으로 대사를 촉진시킨다[24]. 따라서 정상 부신 기능처럼 보이는 환자에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경우 부신 기능저하증이 나타나거나, 이미 복용 중인 경우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25].
지속형 성장호르몬 제제
최근 개발된 지속형 성장호르몬은 매일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주 1회 혹은 월 1회 투약하는 제제로, 매일 투약하는 성장호르몬 주사의 불편함과 불편함을 줄여 순응도를 높이므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지속형 성장호르몬과 매일 투약하는 성장호르몬이 유사한 효능 및 안전성을 갖는 것으로 보고하였다[26]. 그러나 IGF-1 수치는 지속형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소아에서 유의하게 상승하였다. 따라서 향후에는 지속형 성장호르몬 투약 시 성장호르몬 및 IGF-1의 최고 및 최저 수준이 효능 및 안전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용량 조절 방법, IGF-1 수치 모니터링 시기, 장기간 비용-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복부 비만, 인슐린 저항성 및 이상지질혈증, 염증 마커 증가를 통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27].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또한 좌심실의 두께 감소, 박출률장애, 좌심실 이완기 충만을 유발하여 심장 기능 및 죽상동맥경화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8]. 또한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에서 심혈관 사망률이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없는 환자보다 2배 높다고 보고하였다[29]. 이에 성장호르몬 치료는 체지방 감소, 특히 내장지방 감소와 및 근육량 증가를 포함하여 체성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일관되게 보고되고,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30-32]. 또한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환자에서 성장호르몬 보충요법 시 치명적인 심근경색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춘다고 보고하였다[33,34]. 다만, 여성의 사망률 개선은 남성보다 낮으며,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이 심혈관 위험인자를 완전히 회복시킬지는 아직 불분명하여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의 심혈관 사망률 개선에 대한 대규모 종단적 연구가 필요하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장기 부작용
이론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로 인한 IGF-1 활성 증가는 악성 종양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 활동성 악성 종양이 있는 환자에서 성장호르몬 치료는 금기이다[39]. 일부 연구에서는 이전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소아암 환자에서 2차 종양 형성 위험이 약간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지만[40],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와 악성 종양의 재발 또는 이차 종양 형성 사이에 연관성이 없음을 발견하였다[41]. 이러한 결과는 두개내 잔류 양성 종양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이라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금지할 필요는 없으며, 성장호르몬 치료는 악성 종양 병력이 있는 환자가 1년 이상 재발 없이 관해 상태를 유지한 경우 투여할 수 있다[42].
성장호르몬과 IGF-1은 췌장 β 세포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 분비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43]. 성장호르몬 및 IGF-1 수치의 증가 및 감소는 모두 혈당 수치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인슐린 저항성 및 제2형 당뇨병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 바가 있다[44]. 성장호르몬 치료 시작 첫 해에 발생하는 당뇨병 전 단계 혹은 당뇨병과 연관되며, 이런 경우 성장호르몬 용량을 감량하거나, 당뇨병 약제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활동성 증식성 혹은 중증 비증식성 당뇨병망막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치료는 금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