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진입, 질병구조 변화 및 생활습관의 서구화 등으로 뇌졸중 및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대표되는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전체 사망 원인의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암(144.4명/10만 명당, 28.3%)이지만 뇌혈관 질환과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각각 인구 10만 명당 50.7명과 49.8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의 2, 3위에 해당하여 두 질병 사망률을 합하면 암 사망자에 육박하는 수치이다[1].
심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와 수도권인 경기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심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1,2]. 심뇌혈관 질환의 사망률을 낮추고 전문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병원 도착 전부터 도착 후까지의 전문적인 치료가 중요한데 특히 질병 발생 초기치료가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의료 기관의 40% 이상이 서울 · 경기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인프라의 수도권 편중에 따른 의료수급 불균형과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없애고 심뇌혈관질환자 발생 시 조기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국가적인 요구에 맞추어 2008년도에 보건복지부 주도 하에 ‘심뇌혈관질환센터 설치 및 운영계획’이 수립되어 1년에 3개의 권역이 지정되어서 3년 동안 수도권을 제외한 9개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지정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의 핵심은 심뇌혈관질환자 발생 시 3시간 이내 전문적인 진료 및 치료를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여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하여서 이들을 조기에 사회에 환원시킴으로써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의료적, 사회적인 비용을 감소시키고자 함이다[3].
Lee 등[4]은 부산·울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의 초기경험을 보고하였다. 2009년 6월 1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 일차적 관동맥 중재술을 시행한 총 132명의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 환자를 분석하였는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 시작 후 평균 응급실도착-재관류 시간은 72 ± 30분에서 59 ± 22분으로 평균 13 ± 5분 단축되었으며(p = 0.011) 응급실도착-재관류 시간이 90분 미만인 환자의 비율 역시 83%에서 97%로 의미 있게 증가하였다(p = 0.005). 우리나라 건강 보험심사평가원에서 조사한 심근경색증 가감사업 결과는 어떨까? 2008년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210개 기관에서 응급실도착-일차적 관동맥 중재술 시 재관류 시간이 120분 미만인 경우는 85.9%에서 2010년 90분 이내 재관류율은 91%, 2011년 95.7%이다[5]. 부산·울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사업 이후 재관류 시간의 유의한 감소와 90분 이내 재관류율이 97%로 상승한 것은 건강심사평가원 급성 심근경색 증 가감지급사업과 더불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사업의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된 상급종합병원의 재관류 시간 감소가 우리나라 전체적인 상급종합병원의 재관류 시간을 줄이는데 기여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급성 심근경색증 입원 30일내 사망률은 전국에서 2007년 7.9%, 2010년 7.7%, 2011년 7.9%로 건강심사평가원의 심근경색증 가감사업 실시 이후 재관류율은 상당히 호전되었지만 사망률의 차이는 없다. 응급실도착-재관류 시간이 짧아지고 90분 이내 재관류율이 호전된 것은 결국 사망률 감소로 이어져야 하지만 아직까지 사망률의 감소가 유의하게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심근경색증 증상발생-응급실 도착까지의 시간 지연이 여전히 길다는 점이다. 건강심사평가원의 심근경색증 가감사업은 병원을 압박하여 병원도착-재관류 시간을 현격히 줄이는데 일조하였지만 심근경색증 증상발생-응급실 도착까지 2008년 156분, 2009년 164분, 2010년 156분으로 전혀 병원 도착 전 시간 지연을 줄이지는 못하였다. 부산·울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 시작 전 후에도 심근경색증병원 도착 전 시간 지연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 도착 전 시간 지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과연 권역심뇌혈관센터사업이 병원 도착 전 시간 지연을 줄일 수 있을까? 다른 사업보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이 병원 도착 전 시간 지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이 사업이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 전문 진료체계 운영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조기 응급증상 및 대처방법에 대한 지역주민 대상 인지도 개선사업, 심뇌혈관 질환 치료 및 예방에 대한 환자교육사업 등 예방관리사업 추진을 지속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에서 시행한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증 증상 인지도 조사 결과 가장 많이 인지하고 있는 증상은 ‘가슴통증과 불편감’ 증상으로 79.1%가 인지하고 있었고 다음으로 ‘호흡곤란’ 70.2%, ‘무기력, 어지러움’ 49.4%, ‘턱, 목, 등 쪽의 통증’ 34.8%, ‘팔 또는 어깨통증’ 32.9% 순으로 인지하고 있었다[6]. 이 5개 증상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10.9%였고 1개 이상의 증상에 대한 인지율은 88.7%로 뇌졸중 증상의 인지율에 비해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2013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 실시한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공익광고나 홍보물에 대한 접촉 비율은 전년 조사에 비해 뇌졸중은 22.1%에서 29.5%로, 급성 심근경색증은 20.1%에서 26.7%로 소폭 상승하였다고 한다[6]. 홍보 접촉률 6-7%가 상승하는 데 1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홍보에 대한 접촉이 뇌졸중 및 급성 심근경색증상 지식 정도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너무 짧은 시간에 이런 사업 등의 성과를 판단하기보다 5년 10년 중장기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홍보 활동이 심뇌혈관 조기 증상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조기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심뇌혈관 질환 증상에 대한 교육 및 홍보사업의 필요성이 보다 절실하다.
심근경색증의 초기 사망률은 심정지 생존율과도 관련이 있다. 급성 심장 정지 생존 퇴원율은 심장의 정상 순환이 멈춰 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된 환자 가운데 살아서 퇴원한 비율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급성 심정지 생존 퇴원율은 2012년 기준 평균 4.4%로 미국 등 선진국의 생존 퇴원율인 9.6%보다 낮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 역시 지역적인 편차가 그대로 나타나서 ‘2011-2012년 급성 심장정지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급성 심장정지 환자 생존 퇴원율은 작년 기준 8.7%로 가장 높았고 경북이 1.4%로 가장 낮은 수치에 머물러 최대 6.2배의 격차를 드러냈다[7]. 지역별 생존 퇴원율 격차는 큰 편이지만 급성 심정지 생존 퇴원율이 2% 미만인 지역이 2010년에는 51.2%, 2012년 37.5%로 줄어서 취약지역에 대한 응급의료기관 투자가 늘어나면서 지역간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심정지의 상당수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응급의료와 권역심뇌혈관센터사업이 연계한 심뇌혈관 질환 및 심폐소생술 교육과 홍보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결론적으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응급실 도착 후 재관류까지의 시간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병원 도착 전 시간 지연을 줄이기 위한 질병의 인식을 높이고 증상이 시작되면 곧바로 응급실로 119 구급차를 이용하여 방문하도록 하는 홍보 및 예방 교육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중·장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심정지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응급의료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잘 연계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활성화가 결국 급성 심근경색증의 치료 성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