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증례
33세 여자가 명치 주변 복통 및 구토를 주소로 응급실에 방문하였다. 방문 9년 전 담낭 담석에 의한 급성 담낭염으로 담낭절제술을 시행 받은 환자였다. 흡연 및 음주는 하지 않았으며 평소 복용 중인 약물이나 가족력상 특이할 만한 점은 없었다. 식습관은 치즈 등 기름진 음식과 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하며 체중은 67.9 kg, 신장 159 cm, BMI는 26.86 kg/m2로 과체중이었다.
진단 단계
혈액 검사상 백혈구는 12,180개/µL, 혈색소가 13.7 g/dL, 혈소판은 419,000개/µL였다. Blood urea nitrogen과 creatinine은 각각 10.9 mg/dL, 0.6 mg/dL로 정상 범위였고 C-reactive protein도 0.19 mg/dL로 정상 범위였다. 혈청 아밀라아제(amylase) 및 리파아제(lipase)가 각각 543 IU/L, 864 IU/L로 상승되어 있었고, AST 및 ALT는 각각 5 IU/L 5 IU/L, 총 빌리루빈(total bilirubin)은 0.4 mg/dL로 정상 범위였다. 나트륨, 칼륨, chloride는 각각 130 mMol/L, 3.9 mMol/L, 94 mMol/L였다. 지질 검사(lipid profile)에서는 총 콜레스테롤(total cholesterol)이 603 mg/dL,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가 2,699 mg/dL로 상승되어 있었고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low-density lipoprotein-cholesterol)은 97 mg/dL로 정상 범위였으며, 고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high-density lipoprotein-cholesterol)은 14 mg/dL로 다소 떨어져 있었다. 복부 조영증강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는 중등도의 지방간이 보였고 췌장 주변의 지방 침윤이 관찰되며, 체액의 저류가 관찰되어 췌장염 영상 검사 평가상 CT grade C로 평가되었다(Fig. 1). 복부 초음파 및 CT 검사에 담석이나 슬러지 등 담도계에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최종 진단 및 치료 경과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급성 췌장염(hypertriglyceridemia induced acute pancreatitis)으로 진단 하에 입원 후 금식 및 수액을 하루 3 L 이상 공급하였고 발열도 동반되어 항생제(piperacillin/tazobactam)도 투약하였다. 이후 임상 증상 및 혈액 검사 수치 등이 호전되어 식습관 및 체중 조절이 필요한 점을 설명하고 퇴원하였으며, 이후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지 않아 더 이상 추적 관찰되지 않았다.
3년 후 환자는 동일한 증상으로 응급실로 다시 내원하였다. 그동안 식습관 교정이 되지 않은 상태로 총 콜레스테롤(total cholesterol) 603 mg/dL,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는 2,699 mg/dL로 상승되어 있었다.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췌장염의 재발로 진단하고 금식 및 수액 공급 후 증상은 호전되었다. 저지방식이 및 철저한 체중 조절의 필요성 교육 후 fibrate 및 오메가-3 지방산 처방 후 퇴원하였으나 퇴원 후 환자가 재차 임의로 약물 복용하지 않고 식이 조절도 하지 않아 증상 재발하여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였다. 경과 관찰 중 8년째에는 당뇨병도 발생하여 외래에서 경구 혈당 강하제를 투여하며 경과 추적 관찰 중이다.
서 론
급성 췌장염은 전형적인 복통과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의 췌장 효소의 증가 그리고 영상 검사에 특징적인 변화로 진단할 수 있는 췌장의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1]. 대부분은 다른 장기에 미치는 손상이나 영향이 심하지 않아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합병증 없이 완전히 회복하는 질환이지만 5% 정도에서는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2]. 특히 감염을 동반한 괴사가 발생한 환자의 경우는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3].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음주 및 담석[2]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고중성지방혈증(hypertrigliceridemia) 역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4-6]. 임상적으로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췌장염을 조기에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질병의 악화를 예방하고 예후를 호전시키는 데 중요하다[4,5,7-9]. 본고에서는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췌장염의 임상적인 특징과 치료에 관해 간략히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본 론
유병률, 위험인자 및 병태생리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급성 췌장염은 전체 급성 췌장염의 1-14% 정도를 차지하고 임신 중에 발생하는 급성 췌장염의 56% 이상의 원인을 차지한다[4,6-8]. 400건 이상의 급성 췌장염 사례에 대한 연구에서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췌장염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서 더 많이 발생하였다. 또한 남자 환자가 더 많았고 비만, 당뇨병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하였다. 특히 혈당 조절이 불량한 당뇨 환자에서 중성지방의 혈중 농도가 상승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0,11]. 타 연구에서는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급성 췌장염 환자에서 당뇨병의 유병률이 42.3-72%로 보고되었다[4,12].
음주 또한 위험인자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음주는 혈 중 중성지방 농도를 상승시키게 되는데, 이는 알코올 섭취량과 연관이 있다[13]. 또한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상승시키는 약물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경구 피임약이나 tamoxifen 등의 약물을 복용하거나 임신 시에는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상승하게 되는데, 에스트로겐은 간에서 초저밀도 지질단백질(very-low-density lipoprotein, VLDL) 생성을 촉진하여 고중성 지방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9].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과도한 중성지방이 유리지방산을 만들고 그 대사 산물들이 췌장의 허혈을 유발하여 췌장염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4].
임상 증상 및 진단
치료
급성 췌장염의 치료는 충분한 수액 공급 및 통증 조절, 영양공급 등이 기본적인 치료이다. 그와 더불어 인슐린(insulin) 투여 혹은 혈장교환술(plasmapheresis) 등이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췌장염의 치료 시 효과적일 것이라 보고[19-22]되고 있으나 아직 증례보고 수준으로, 잘 계획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
급성기 치료
수액요법
증상 발생 초기에 수액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췌장괴사를 유발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예후가 매우 불량해진다[23-26]. 따라서 유효 순환량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수액 공급을 할 필요가 있다. 수액을 선택함에 있어 lactated Ringer’s solution과 생리식염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2013년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ancreatology/American Pancreatic Association, 2018년 미국 소화기학회 등 대부분의 지침에서 비교우위가 확실한 수액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27].
영양공급
전통적으로는 경장 영양을 할 경우 급성 췌장염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금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경장 영양을 빨리 시작할 때 사망률이나 다발성 장기부전, 감염 등의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31]가 나오면서 2018년 미국 소화기학회 지침에서는 입원 24시간 이내에 경구 식이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장기 치료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췌장염은 급성기 치료뿐 아니라 장기 치료 및 관리도 중요한 질환이다.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조절이 잘 되는 경우에는 재발 없이 지낼 수 있지만 본 증례에서와 같이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조기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질환이다.
약물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500 mg/dL 미만으로 낮출 경우 임상적으로 재발률이나 기타 합병증의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5,32]. 1차적으로 추천되는 약제는 지질 강하제 중에서도 fibrate 제제이다. Fibrate는 중성지방의 이화작용을 촉진하고 VLDL 분비 및 혈중중성지방을 40-60% 낮추고 고밀도 지방단백(HDL cholesterol) 수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Statin은 단독으로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에(10-18%) 단독요법으로는 추천되지 않는다. 하지만 fibrate 단독요법으로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statin 병행 요법을 고려한다[33].
결 론
고중성지방혈증으로 인한 췌장염은 급성 췌장염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이 질환은 다른 원인에 의한 췌장염과 증상은 유사하나 임상 경과가 재발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진단해야 하고, 그에 따라서 치료 및 생활 습관 개선이나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급성기 치료로는 일 반적인 췌장염에 대한 치료와 함께 인슐린(insulin) 투여, 혈장교환술(plasmapheresis) 등을 병행해 볼 수 있다. 약물 치료로는 fibrate 투여가 추천된다. 또한 급성기 치료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지질 강하제 복용, 생활 습관 개선 등 평소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