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대변 미생물총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은 건강한 기증자의 장내 미생물총을 환자의 소화관 내에 주입하는 기술로서,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lostridioides difficile infection, CDI)의 효과적인 치료법이다[1-3]. 국내에서도 2016년 6월에 재발성 또는 기존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CDI 환자의 치료를 위한 신 의료기술로 인정되었다.
FMT는 CDI의 치료를 넘어서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과민성 장증후군, 서행성 변비, 장내 이식편대숙주병 등 다양한 소화기 질환의 치료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4-9], 대사 증후군이나 자폐증 등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시도되고 있다[10,11].
이와 같이 FMT가 폭넓게 활용됨에 따라 이식에 적절한 기증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아직 이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동일한 기증자의 대변을 이식받은 2명의 면역 저하 환자에서 extended-spectrum beta-lactamase 생성 대장균(Escherichia coli, E. coli)에 의한 균혈증이 발생하였고, 이 중 한 명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어 FMT의 안전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된 바 있다[12]. FMT 초기에는 환자의 가족이나 친지 중 건강한 성인을 선별하여 대변을 기증받고, 이를 의료진이 직접 분쇄 및 여과하여 현탁액을 만들어 주입하였다. 최근에는 미국의 OpenBiome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대변 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건강한 대변을 기증받아 냉동 보관하였다가 필요한 환자에게 신속히 주입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FMT의 기증자 선택은 전염성 미생물 선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2011년 미국 소화기학회의 기증자 선택 기준, 2017년 유럽 지침 등이 발표되었으나 아직은 근거가 부족하고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13,14]. 본고에서는 FMT의 적절한 기증자를 선택하기 위한 선별 검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기증자의 선택과 대변 은행
이식 대변의 선택에는 환자가 선택하는(patient-directed) 방법과 만능(universal) 기증자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환자가 선택하는 기증자로는 주로 환자의 배우자나 가족, 친지 등이 해당되며, 일부 환자에서 본인이 선택한 이식 대변에 대해 큰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증자의 식이 습관이 중요한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증자 선택과 선별 검사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시간 및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선별 검사 시 기증자가 원하지 않는 본인의 건강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윤리적인 문제점이 있다. 만능 기증자는 환자와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건강 자원자를 말한다.
FMT 초기에는 환자 선택 기증자가 환자와 비슷한 생활 환경을 공유하고 감염원을 전달할 위험이 낮을 것으로 생각되어 더 선호되었다[15-17]. 그러나 이후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기증자 선택에 따른 FMT 결과의 차이는 없으며, 재발성 CDI에서 FMT를 시행한 여러 전향적 무작위 배정 연구에서도 기증자 분류에 관계없이 모두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 바 있다[1,18-20].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두 기증자 분류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 배정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최근 FMT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변 은행의 설립이 증가하고 있다[21,22]. 대변 은행은 대부분 건강한 만능 기증자가 기증한 대변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23]. 대변 은행을 통해 FMT를 시행할 경우 미리 냉동 보관되어 있던 대변을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상자를 선별하여 적합한 기증자를 선정하는 데 보통 수주가 걸리는데, 대변 은행을 이용하게 되면 이러한 선별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줄일 수 있다[1]. 반면, 1명 이상에게 감염이 전파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대변 기증자의 개인 정보나 냉동 대변의 소유권과 같은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24,25].
최근 대변 은행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국제 권고안이 발표되었고, 이 권고안에서는 기증자의 선별 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26]. 대변의 기증은 반드시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대상자는 기증의 득과 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자필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대변 은행은 전담 직원 등을 통해 기증자의 모집과 선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문진
문진의 목적은 대변 기증 후보자의 건강 상태가 적절한지, 대변을 통해 전달되는 감염병의 위험은 없는지, 또한 이식 과정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혈액이나 분변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실험실 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운 질환이나, 검사가 있더라도 민감도가 떨어지거나 감염 초기 및 이행 기간(window period)에 진단하기 어려운 감염성 질환들은 반드시 문진을 통해 선별할 수 있어야한다. 감염성 질환이 아니더라도 장내 미생물이 질환의 병태 생리에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과민성 장증후군, 대사 증후군, 비만, 만성피로 증후군과 같은 질환도 문진에 포함될 수 있다[27].
2017년 유럽 권고에서는 문진을 통한 기증자 선별 기준을 1) 감염성 질환, 2) 위장관, 대사성 및 신경학적 질환, 3)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약제의 3가지 분류로 정리하였다(Table 1) [14]. 이러한 제외 기준을 만족한 기증자에게서 시행된 FMT의 경우,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음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4,5,10,19,20,28,29]. 2019년 대변 은행에 대한 국제 권고안에서도 기증자 문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26]. 이전 기준과 비교하였을 때 큰 차이는 없으나 12개월 내에 수혈을 받은 경우, 열대 지방이나 여행자 설사 고위험 지역에 다녀온 경우, 의료기관 종사자, 동물 관련 종사자 등의 항목은 삭제되었고, 생백신 접종력도 최근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되는 등 선별 검사의 낮은 통과율을 고려하여 다소 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일차 문진에서 적합하지 않은 대상자를 선별해냈다 할지라도, 대변을 기증하는 당일에 추가 문진을 시행하도록 권고되고 있다[14,26]. 일차 선별 문진과 혈액, 분변 검사와 같은 실험실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이후부터 기증하는 날 사이에 새로운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증 당일에 확인해야 할 사항으로는 1) 설사, 구역, 구토, 복통, 황달과 같은 소화기 증상이 새롭게 발생하였는지, 2) 열, 인 후통, 림프절 종대와 같은 징후가 있는지, 3) 최근에 항생제나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주는 약제를 복용하였는지, 새로운 성(性)적 관계를 갖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은 없는지, 4) 수여자에 해가 될만한 물질을 섭취한 적이 있는지, 5) 열대 지방으로의 여행이나 피부의 상처나 피어싱, 문신 같은 것은 없는지, 6) 기증 4주 이내에 소아를 포함한 가족 중에 심한 설사는 없었는지 등이 있다.
혈액 및 분변 검사
혈액 및 분변 검사를 통해 수여자에게 전염될 수 있는 감염성 질환을 확인해야 한다. 2017년 유럽 권고에서는 가능한 한 기증 4주 전에 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Table 2) [14]. 혈액 검사로는 기본적인 전혈구(complete blood cell count), 생화학(blood chemistry) 검사,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 및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외에 여러 감염성 질환에 대한 항체 유무를 검사하도록 되어 있다. 분변 검사에서도 장염을 일으키는 주요 세균, 바이러스 및 기생충에 대한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일부 검사들은 지역적 특성, 수여자의 상태, 기증자의 기저 질환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기증자 검사의 비용 대비 효과에 관해서는, 아직은 FMT의 임상 결과의 축적이 많지 않고 부작용이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human T-lymphotropic virus의 경우, 아직까지 FMT로 전파되었다는 보고가 없지만 잠재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선별 검사에 포함된 경우이다.
2019년 국제 권고안에서는 앞서 문진 항목과 마찬가지로 선별 검사의 낮은 통과율을 고려하여 다소 간소화된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26]. Cytomegalovirus와 Epstein-Barr virus의 경우 2017년 권고안에서는 선별 대상이었으나,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에서 항체 양성이며, FMT 후 이들 바이러스와 관련된 질환의 보고가 면역 저하자의 경우에도 보고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번 권고안에서는 제외되었다.
기증자 선별의 실제
FMT를 시행한 168개 연구의 1,513명의 대변 기증자의 특성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 따르면 기증자는 남자인 경우가 다소 많았고, 평균 나이는 34세, 평균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는 21.55로 나타났다[32]. 여성의 경우, 과민성 장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장질환의 빈도가 높고, 고령의 대상자는 기저 질환이 많고 다양한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선별 검사에서 제외되기 쉽다[33].
문진과 혈액 및 분변 검사의 항목은 연구들마다 매우 이질적이며, 불완전한 경우도 절반 이상이었다[32]. 또한 연구가 수행된 대륙별, 국가별 특성에 따라 강조되는 병원체의 항목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나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VRE) 같은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선별 검사를 시행한 경우는 전체 연구의 1/3 미만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같은 선별 과정 후에 시행된 FMT로 발생한 합병증이 드물고 대부분 경미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수행된 FMT의 전향적 무작위 배정 연구에서 주요 감염 합병증이 보고된 사례는 없다[32].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기증자의 분변을 통한 항생제 내성균의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12,34]. 미국소화기학회에서는 FMT의 장기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천 명의 환자가 등록된 최초의 대규모 FMT 레지스트리를 구성하여 추적하고 있어 향후 결과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35].
결 론
FMT는 재발성 CDI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러한 수요의 증가에 발맞추어 대변 기증자 선별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현재의 권고안들은 감염성 질환 및 수여자에 영향을 미치는 기저 질환들을 배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같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선별 전략은 약 2.5-10% 정도의 매우 낮은 통과율을 보이고 있어, 선별의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36-38].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감염성 질환 및 기타 대사성 질환 등의 합병증 발생에 대한 데이터가 더 축적되어야 하겠고, 이를 통해 현재의 기증자 선별 검사의 효율성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FMT를 시행하는 적응증이나 시행되는 지역, 환자의 면역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선별 검사의 전략도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리라 예상된다. 이처럼 적절한 기증자 선별 검사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FMT가 임상에서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확대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향후에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