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수술적 절제이지만 실제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절제율은 20% 이하이다. 따라서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이하로서 우리나라 10대 암 중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췌장암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조기 발견을 통한 수술적 절제가 필수적이다. 현 시점에서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조기 발견, 즉 췌장암이 완치될 정도로 작을 때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암, 대장암 같은 다른 소화기암과는 달리 췌장암은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건강한 일반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검진 프로그램은 비용-효과적이지 않으며 생존율이 향상된다는 증거가 없어서 추천되지 않기 때문에 췌장암의 고위험군에서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췌장암의 고위험군으로 고령, 흡연, 유전성 췌장염을 포함한 만성 췌장염, 당뇨병 등이 알려져 있으며 5-10%는 유전적 소인이 관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과의 연관성은 많은 역학 연구에서 규명되어 왔는데 두 질환은 빈번하게 같이 존재한다[1-3]. 2년 이상 추적관찰한 경우 췌장암의 위험도는 16-26배, 5년 이상 추적관찰한 경우 13-14배이며, 10년마다 약 2%의 누적 위험도로 보고되며 20년간 4-5%의 보고도 있다[4]. 전체 만성 췌장염의 약 3-5%에서만 췌장암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813명의 만성 췌장염 환자 중 25명에서 췌장암이 발생하여 3.1%의 발생률을 보고한 바 있다[5].
일반적으로 만성 췌장염이 췌장암의 전암병소로 간주되는 이유로 첫째, 만성적인 췌장의 염증으로 인해 췌세포의 손상 및 증식이 반복됨으로써 비정상적인 췌세포 증식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Barrett식도, 궤양성대장염 등에서의 발암기전과 동일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둘째, 만성 췌장염의 발생빈도와 췌장암의 발생빈도가 서로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점 셋째, 췌장암의 호발 연령대가 만성 췌장염에 비해 10-20년 후라는 점 넷째, 췌장의 국소 특히 두부에서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이 공존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근거들을 들 수 있다[6]. 그러나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발생하는 췌장암의 임상적 특징에 관하여는 잘 알려진 연구가 없었다.
최근 최 등[7]은 단일 기관에서 20년간 경험한 38명의 만성 췌장염에서 발생한 췌장암 환자를 대조군과 비교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췌장암 진단 당시의 나이는 만성 췌장염군에서 57.42 ± 11.55세, 만성 췌장염이 없는 군에서는 63.94 ± 11.42세(p= 0.01)로 만성 췌장염군이 더 어렸으며 흡연비율은 만성 췌장염군이(71.1% vs. 50.0%, p= 0.047) 더 높았다. 췌장암 진단 당시의 임상 증상은 두 군 간에 차이가 없었으며, 근치적 수술이 가능했던 경우도 만성 췌장염군이 10명(26.3%), 만성 췌장염이 없는 군은 7명(14.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 0.147). 진단 당시 전산화 단층 촬영 소견은 만성 췌장염군에서 종괴 없이 췌관 확장만 존재하는 경우(15.8% vs. 2.0%, p= 0.018)가 유의하게 많았다. 만성 췌장염군에서 발병 연령이 57세로 유의하게 낮았다는 점은 이전의 국내 연구에서 발표한 59세와 유사하며[5], 이는 만성 췌장염이 췌장암의 고위험군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러나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증례수가 적은 후향적인 연구였다는 점, 대조군도 불과 50명으로 너무 적었다는 점, 그리고 선별검사를 위한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점 등이다. 아마도 만성 췌장염군에서 정기적인 선별검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므로 근치적 수술 절제율이 차이가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물론 아직까지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췌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검사의 방법 및 주기에 관한 원칙은 정립된 바 없으며, 또한 선별검사가 예후를 증가시킨다는 실제적 연구 결과도 없다.
췌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검사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225명의 무증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42%에서 췌장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는데, 대부분 전암성 병변인 췌관 내 유두상점액종양이었다[8]. 발생률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여 50세 미만에서는 14%인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53%였다. 전산화 단층 촬영, 자기공명영상, 내시경초음파 세 가지 방법을 비교하였을 때 자기공명영상과 내시경초음파가 전산화단층촬영보다 우수하다고 하였다. 고위험군에서 선별검사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별검사를 시작해야 하는 나이, 검사 방법 및 검사 주기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내시경초음파는 췌장의 석회화 및 췌관결석이 있는 경우 작은 종양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선별검사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만성 췌장염 환자를 추적관찰할 때 증상의 변화가 있든지, 전산화 단층 촬영 소견에서 췌장암의 전형적인 소견이 없더라도 이전과 비교해서 변화가 있다면 췌장암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