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Langerhans-cell histiocytosis)은 비교적 드문 클론증식병으로, 단일 혹은 다기관을 침윤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병인은 명확하지 않으며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1-3세의 소아에서 가장 호발한다. 발생 빈도는 소아에서 100만 명당 3-5명 꼴로 발생하며[1] 성인에서는 100만 명당 1-2명으로 더 드물게 발생한다[2]. 발생부위는 주로 뼈, 피부, 림프절, 폐, 흉선, 간, 비장, 골수, 뇌하수체, 시상하부 및 위장관 등으로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 가능하나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위장관 침범은 드물게 발생하며, 성인에서 대장에만 국한되어 발생한 경우는 더욱 드물다[3-5]. 저자들은 최근에 대장에만 국한되어 발생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 1예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환 자: 56세, 남자
주소 및 현병력: 내원 4년 전 건강검진을 위해 시행한 대장내시경에서 6개의 무경성 용종이 발견되어 조직 생검으로 제거 후 조직검사상 관상선종으로 진단받은 56세 남자 환자가 검진 목적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받기 위해 소화기내과를 방문하였다.
과거력: 고혈압으로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이학적 소견: 내원 시 혈압 110/80 mmHg, 분당 맥박수 68회, 분당 호흡수 18회, 체온은 36.2℃였다. 복부 이학적 소견을 포함하여 신체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6,800/mm3, 혈색소 13.0 g/dL, 혈소판 221,000/mm3이었고, 혈청생화학 검사에서 BUN 10.3 mg/dL, 크레아티닌 0.8 mg/dL, 총 단백 7.1 g/dL, 알부민 4.3 g/dL, 총 콜레스테롤 162 mg/dL, AST 21 IU/L, ALT 7 IU/L, ALP 245 IU/L, r-GT 91 IU/L, 총 빌리루빈 0.8 mg/dL이었다.
내시경 및 조직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5개의 무경성 용종이 발견되어 4개는 조직 생검으로 제거하였고 하행결장에 중심부 미란을 동반한 8 mm 크기의 용종은 올가미를 사용하여 용종 절제술을 시행하였다(Fig. 1). 조직 검사에서 조직 생검으로 제거한 용종은 모두 관상 선종으로 진단되었으나, 하행결장의 병변은 H&E 염색에서 점막하층에 랑게르한스 세포와 호산구의 침윤이 관찰되었고(Fig. 2A and 2B), 면역 화학 염색에서 S-100 protein과 CD1a 항원 양성 소견을 보여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으로 진단하였다(Fig. 3A and 3B).
방사선학적 소견 및 기타 검사: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타장기 침범 여부 확인을 위해 복부 및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 전신 골주사 검사를 시행하였다. 복부 및 흉부 전산화단층 촬영, 전신 골주사 검사에서 타장기 침범을 의심할 만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임상경과: 환자는 특이 증상이 없었으며 추가 검사에서 타장기 침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아 경과관찰하며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은 높은 빈도의 자연 관해율과 조직학적 특징 때문에 반응성 질환으로 생각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클론의 증식에 의한 종양성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6].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 환자 1,741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55%의 환자에서는 단일 기관을 침범하였으며 나머지는 다기관을 침범하였다. 또한 각각의 침범 부위별 빈도는 뼈 77%, 피부 39%, 림프절 19%, 간 16%, 비장 13%, 구강 점막 13%, 폐 10%, 중추신경계 6%, 위장관 4% 순이었다[7].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위장관 침범은 드물게 발생하며 위, 소장, 대장 각각의 장기에 국한되어 발생한 경우는 더욱 드물다. 위에 국한되어 발생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은 30-40대 성인 6명에서 보고되었고 소장에 국한되어 발생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은 소아에서 3명, 성인에서는 1명의 증례만이 보고되었다[5]. 본 증례처럼 성인에서 대장에만 국한되어 발생한 경우는 최근까지 세 증례만이 보고되었으며[3-5]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진단은 병리학적 검사로 하게 되며 비전형적인 랑게르한스 세포가 증식하여 임파구, 다핵구, 호산구 등과 함께 육아종을 형성하고 면역 화학 염색에서 S-100 protein과 CD1a 항원이 양성이면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전자현미경에서 이들 세포 내에 특징적인 라켓 모양의 Birbeck granule이 보이면 확진이 가능하다[8]. 본 증례에서도 대장 용종에 대한 조직 검사 결과 H&E 염색에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의 침윤이 관찰되었고, 면역 화학 염색에서 S-100 protein과 CD1a 항원 양성 소견이 보여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으로 확진할 수 있었다.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대장 침범 시 나타나는 증상은 22명의 소아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13명(59%)에서 혈변, 4명(18%)에서 혈변을 동반하지 않은 설사, 1명(4%)에서 항문 주위의 치루, 2명(9%)에서 변비 증상이 있었으며, 17명(77%)에서는 저단백혈증이 있었다[9]. 하지만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며 저단백혈증과 같은 혈액학적 이상 소견도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보고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대장내시경 소견은 발적과 부종, 중심부 미란을 동반한 결절 등 비특이적 소견을 보였다[6]. 하지만 성인에서 대장에 국한되어 발생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은 본 증례를 포함하여 대개 무경성 용종의 형태를 보였다. 최근 건강검진을 위해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대장내시경 시행 중 용종의 발견 및 용종 절제술을 시행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대장 용종의 드문 원인으로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대장 침범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의 치료는 단일 기관을 침범한 경우 prednisone 단독 또는 vinblastine과 prednisone의 병합 요법을 사용해 볼 수 있으며, 단일 병변에 대한 수술적 절제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국소 치료를 시행해 볼 수도 있다. 다기관을 침범한 경우에는 전신적인 항암 치료가 필요하며 소아에서는 vinblastine 또는 etoposide를 권고하고 있으나 성인에서는 기준 치료 요법이 없어 소아의 항암 치료를 따르고 있다[10]. 본 증례에서는 단일 병변에 대해 용종 절제술을 시행하였으며 타장기 침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아 추적관찰을 시행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