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
50세 남자가 건강 검진에서 발견된 말초혈액 호산구증가와 가슴 X선 이상으로 방문하였다. 비흡연자로 3주 전부터 시작된 마른 기침 이외에는 발열, 호흡곤란, 객담, 체중감소 등은 호소하지 않았다.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7,010/μL 중, 호산구 13.1% (절대 호산구 수 918/μL), 혈색소 14.8 g/dL, 혈소판 244,000/μL였다. 가슴 X선에서 우측 상엽에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둥근 음영증가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1). 신체 진찰에서 호흡음은 정상이었다.
일차 단계 이후 임상 경과
삼년 전부터 고혈압으로 복용하는 암로디핀(amlodipine) 일일 5 mg 이외에 한약, 건강보조식품 등을 포함한 투약력은 부인하였다. 최근 여행한 적도 없다고 하였다. 20대부터 환절기에 비염증상이 있었으나, 천식, 음식물, 약물 알레르기의 과거력은 없었다. 간헐적으로 육회, 간/천엽 등 생식은 한다고 하였다. 말초혈액 펴바른 검사에서 백혈구 8,690/μL 중 호산구 29% (절대 호산구 수 2,520/μL), 혈색소 14.6 g/dL, 혈소판 215,000/μL였으며 혈구세포의 형태학적 이상은 동반되지 않았다. 대변 기생충 검사와 기생충 특이 항체검사(스파르가눔[sparganum], 폐흡충[Paragonimus], 간흡충[Clonorchis])에 대한 IgG 항체 검사는 음성이었으나, 개회충(toxocariasis) 특이 IgG는 양성이었다. 총 IgE 1,073 IU/mL (참고치 < 100)였고, 나무, 잡초,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특이 IgE가 양성이었다. 가슴 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우측 상엽에 경계가 불규칙하고 주변에 젖빛유리모양음영으로 둘러싸인 약 3 cm 크기의 종괴와 약 1.3 c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되었다(Fig. 2A). 간 기능 검사, troponin I, 비타민 B12, 심전도, 폐 기능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는 정상이었다.
고 찰
진료실에서 장기 침범 동반 유무와 상관없이 말초혈액 검사에서 호산구 증가가 발견된 환자를 흔히 접하게 된다. 호산구증가증은 절대 호산구 수에 따라 경증(600-1,500 cells/μL), 중등증(1,500-5,000 cells/μL), 중증(> 5,000 cells/μL)으로 분류할 수 있다[1]. 중등증 이상의 호산구증가증은 호산구 침윤에 의한 조직 손상과 장기 부전이 발생할 수 있어 적극적인 평가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말초혈액 호산구증가증의 진단적 접근에 대한 국내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본 저자들은 환자의 증상과 호산구증가증의 중증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Fig. 3). 호산구증가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레르기 질환, 기생충 감염, 약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가 진단에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이 밖에 독소, 내분비, 자가면역 질환, 악성 종양에서도 호산구증가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기저질환과 동반증상 등을 확인한다[2]. 기본 검사로 절대 호산구 수를 포함한 일반 혈액 검사와 기생충 대변 검사 및 혈청 검사를 시행하며 개회충 ELISA 검사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다. 이 밖에 총 IgE, 간 기능 검사, 신 기능 검사와 가슴 흉부 X선 촬영을 시행한다. 만약, 중등증 이상의 호산구증가증이 지속되거나, 장기 또는 조직에 호산구 침윤이 발견된다면 과호산구증가증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호산구 관련 질환의 정의와 분류에 따르면 호산구 수 1,500/μL 이상의 호산구증가증이 4주 간격으로 2회 이상 확인된 경우를 과호산구증가증(hypereosinophilia, HE)으로, 과호산구증가증이 있으면서 장기 손상과 기능 저하가 동반된 경우에는 과호산구증가증후군(hypereosinophilic syndrome, HES)으로 정의한다[3]. 전통적인 과호산구증가증후군의 기준은 Chusid 등[4]에 의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1,500/μL의 중등도 과호산구증가증과 장기 침범이 있는 경우이나 최근에는 6개월이 지속되지 않더라도 장기 손상의 증거가 있으면 과호산구증가증후군으로 진단이 가능하다[5]. 따라서 과호산구증가증에 해당한다면 주요 장기 침범 유무를 평가하기 위해 복부 초음파(또는 컴퓨터단층촬영), troponin I, 심전도, 심초음파, 폐 기능 등을 포함하고 장기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검사를 시행하도록 한다. 한편 이차성 원인이 배제된 과호산구증가증의 경우에는 말초혈액 펴바름 검사, 비타민 B12, 트립타아제(tryptase), 인터루킨(interleukin)-5, fip 1 like 1-platelet driven growth factor receptor alpha (FIP1L1-PDGFRA) 검사를 시행한다. 빈혈, 혈소판감소증, 비만세포증, 단핵구증이 동반되거나, 미성숙과립백혈구증과 백혈구 모세포가 발견되면 초기에 골수 검사와 유전형 검사를 고려한다. 이차적 원인에 의한 과호산구증가증 또는 과호산구증가증후군의 치료는 기저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심장이나 신경계 증상이나 중증 호산구증가증이 이는 경우에는 응급 치료를 고려하여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호산구증가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개회충증으로 보고자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호산구증가증 환자의 61-84%에서 혈청 개회충 항체 양성이 확인되었다[6,7]. 대부분은 무증상이지만, 유충 이행증(larva migrans)으로 인한 장기 침범이 가능하며 특히, 폐와 간이 가장 흔한 장기로 알려져 있다. 개회충증에 의한 폐침범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본 증례와 같이 경계가 불분명한 단일 또는 다발성 결절 또는 젖빛유리모양음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소실되거나 이동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8,9]. 개회충에 의한 과호산구증가증후군의 치료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으나, 최근의 연구에서 스테로이드 병합 치료와 상관없이 알벤다졸이 호산구증가증과 간침윤의 호전에 의미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6,10,11]. 따라서, 중등증 이상의 호산구증가증, 총 IgE 증가, 장기 침범이 있는 경우에는 알벤다졸 치료가 추천된다.
말초혈액 호산구증가는 혈액 검사에서 발견되는 흔한 이상 소견 중 하나이며 앞서 서술한 대로 다양한 원인이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청취가 가장 중요하며, 환자의 증상과 호산구증가증의 중증도에 따라 단계적인 감별진단을 시행하도록 한다. 저자들은 건강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말초혈액 호산구증가증과 폐 음영증가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단계적인 진단 절차를 통해 개회충증에 의한 이차성 과호산구증가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