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대장게실(colon diverticulum)은 대장벽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탈출된 소낭이고 게실증(diverticulosis)은 염증이나 출혈의 합병증이 없는 상태이며 합병증이나 통증이 동반되면 게실질환(diverticular disease)이라 한다. 서구의 경우 대장게실증의 25%에서 게실 질환으로 진행한다고 하였고 이중 3/4은 게실염, 1/4은 게실 출혈이었다[1]. 서구의 경우 대부분은 좌측 대장게실염이고[2] 동양인의 경우 55-75%가 우측 대장게실염인데, 우측 대장게실염은 남자에서 더 흔하고 좌측 대장게실염에 비해 더 젊은 연령에서 발병한다[3-5]. 대장게실염의 임상양상은 다양한데, 경도의 복통 및 열부터 15-20%는 농양, 누공, 폐색, 천공으로 진행할 수 있고 천공으로 진단된 게실염 환자의 12-36%는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6]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7].
대다수의 대장게실염 환자들은 응급실을 방문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복부 전산화단층촬영(abdominal computed tomography, CT)을 통하여 진단을 내리게 되며 입원 또는 외래 치료를 받게 된다. 최근 유럽에서 시행된 전향적 대조군 연구에 의하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중 퇴원시켜 치료를 시도한 외래 치료군과 입원 치료군 사이에 치료실패율 및 삶의 질은 비슷하였으나 입원 치료군에서 의료비 지출이 3배로 증가하였기에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좌측 대장게실염이라면 외래치료를 해도 안전하고 비용효과적 일수 있다 하였다[8]. 대장게실염 진단 방법 선택 및 치료 결과를 알기 위한 미국의 연구를 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게실염 진단코드를 이용하여 시행되었는데 게실염 환자 중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는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고 외래에서 치료받았던 환자에 비해서 응급 복부 CT를 더 많이 시행받았고(85% vs. 14%), 백혈구 증가증(69% vs. 35%), 24시간 내 조기 입원(30% vs. 3.5%) 및 대장절제술(1.2% vs. 0.4%) 비율이 더 높았다[9].
본 론
진단
증상
좌측 대장게실염의 경우, 좌 하복부에 국한된 통증이 특징이고 통증과 함께 가스로 인한 복부팽만이 동반되고 통증은 식사에 의해 악화되며 가스 배출이나 배변에 의해 완화된다. 우측 대장게실염 중에서 맹장 게실염은 급성 충수염과의 감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우측 대장게실염은 급성 충수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의 우 하복부 통증이 있고 통증의 이동(migration), 오심, 구토, 전신염증도 더 드물다[11-13]. 중증 대장게실염의 경우 남성에서 더 흔하고 하복부에만 국한되지 않는 통증, 변비, 열, 백혈구 증가증 등이 더 많이 동반되어 있다[14].
영상의학 검사
1978년 보고한 Hinchey분류는 임상 및 수술적 소견을 근거로 한 반면 1980년대부터는 CT 검사를 통하여 표 2와 같이 다양한 분류법들을 제시하였다(Table 2) [15-17]. 현재 임상에서 급성 대장게실질환의 진단에 있어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검사법은 CT이고 임부 및 가임기 여성 등 일부에서는 초음파 검사가 방사선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복부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이 시행되고 있다. 하복부 통증이 있을 때 복부 CT검사의 장점은 대장게실염의 확진, 중증 및 질환의 범위 평가, 합병증이 동반된 게실염의 치료 계획 수립 및 게실염과 유사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의 감별에 있다[17-20]. 대장게실염 진단에 있어서 초음파 검사의 민감도는 77-98%, 특이도는 80-99%로 우수한 성적을 보고하고 있고[21,22] 비침습적이며 쉽게 이용 가능하지만 시술자 의존성이 크고 다른 의사에 의해서는 판독이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23]. CT 조영제는 구강, 직장관장, 정맥으로 투여할 수 있는데 특별한 조영제 금기증만 없다면 정맥으로 투여하게 된다. 조영제를 이용한 복부 CT 검사는 대장게실염의 진단에 있어서 높은 민감도 및 100%에 가까운 특이도를 보이기 때문에 과거 사용하던 대장조영술을 대체하게 되었다[20,24]. 특징적인 소견으로 대장벽의 비후(96%) 및 결장주위 지방 침윤(pericolic fat stranding, 95%) 등이 있고[25] CT에 따른 중증도 분류에서 보면 구불창자 벽의 두께가 5 mm 미만, 결장주위 지방 침윤소견만 있으면 중등도 게실염, 농양, 관강 외 공기음영(extraluminal air) 및 관강 외 조영제 소견이 관찰되면 중증 게실염이라 할 수 있다[26]. MRI 검사는 대장게실염을 진단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좌측 대장게실염에 대한 검사 민감도는 86-94%, 특이도는 88-92%로 알려져 있고[27,28] 특징적인 소견은 CT 검사와 동일하다[29]. 최근 보고에 의하면 복부 MRI의 경우 CT에 비해서 게실염 환자에서 동반된 대장암의 진단에 있어서 더 우월함을 보고하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30]. CT검사를 통해 대장게실염과 다른 질환을 감별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데, 감별이 필요한 질환으로는 대장암, 충수돌기염, 복막수염(epiploic appendagitis), 허혈성 대장염, 염증성 장질환 등이 있다.
대장내시경
복부 CT로 진단받은 좌측 대장게실염 환자에서 치료 후 대장내시경 검사는 직장출혈, 체중감소,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하여야 하고[31] 우측 대장게실염의 경우 근거 자료가 부족하지만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여 염증이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소적 대장벽 비후(local wall thickening)가 지속적으로 관찰될 때는 대장내시경검사를 고려해 보아야 하며 시행시기는 게실염을 치료하고 6주 경과한 다음이다[32-34]. 이러한 일반적인 원칙에 벗어나 입원 1주일 이내에 조기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로는 복부 CT에서 대장벽의 두께가 6 mm 이상이거나 농양, 폐색, 림프림이 관찰될 때이다[35]. 호주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보면 좌측 대장게실염을 가진 환자에서 추적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거나 또는 지속적으로 관찰하였을 때 2.1%에서 대장암이 발견되었는데 복부 CT검사에서 농양, 국소적 천공, 누공이 있는 경우에는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게실염에 비해 각각 6.7배, 4배, 18배 대장암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보고를 하고 있어[36] 최근에 대장내시경을 시행받지 않은 좌측 게실염 환자들은 추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였다.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때 진통제 및 수면유도제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에서 여성 게실염 환자의 경우 반드시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고 남자 환자의 경우 여러 개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40세 이하, 과거에 복부수술 경험이 있는 경우, 이전에 시행한 대장내시경에서 복부통증이 있었던 경우, 과거의 게실염 병력)에는 수면유도제를 사용할 것을 권유하였다[37]. 이처럼 조기 대장내시경이 게실염 환자에서 대장암의 동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검사이지만 좌측 게실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비교적 낮은 맹장 삽관율 및 천공을 문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38]. 우측 대장게실염의 경우 이론적으로 좌측 대장게실염에 비해 더 높은 맹장 삽관율 및 낮은 천공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지만 향후 전향적 다기관 연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치료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게실염(Uncomplicated diverticulitis)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대장게실염은 75%로 알려져 있으며[39,40] 전형적인 증상은 하복부 통증, 고열, 백혈구 증가증이고 진단은 복부 CT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주된 치료는 항생제 사용, 장 휴식(bowel rest), 복통 조절이다. 항생제 치료는 그람 음성 및 혐기성 균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조합이 필요한데, 외래 환자들의 경우 ciprofloxacin과 metronidazole 또는 amoxicillin/clavulanate를 사용한다. 입원 환자들의 경우는 정주용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ceftriaxone과 metronidazole, 단일 제제로는 beta-lactam/beta-lactamase 억제제(piperacillin/tazobactam) 또는 meropenem을 사용하며[41,42] 사용 기간은 7-10일이다. 입원 기간 동안에 복통 없이 압통(tenderness)만 있는 경우 물을 마실 수 있고 음식을 섭취한 후에도 증상의 악화가 없다면 퇴원 가능하며 퇴원 후 외래에서 환자가 복통이 남아있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경구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다. 환자를 입원시킬 것인지는 입원 당시의 환자의 임상양상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고열이 없거나 현저한 진단검사의학 또는 영상의학적 이상 소견이 없다면 입원이 필요치 않다. 이러한 환자들은 집에서 보존적인 치료로 잘 호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임상양상이 악화되는 경우 입원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면역이 억제된 환자의 경우는 발현 양상이 가볍다 하더라도 애매모호한 증후를 보일 수 있고 또한 일반적인 내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입원이 필요하다[43].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게실염의 경우 2-3일 경과한 후에 증상의 호전을 보이면 서서히 식이를 진행할 수 있다. 증상의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합병증 발생여부를 알아보기 위하여 영상 촬영을 시행하고 필요할 때는 외과에 협진을 요청해야 하는데[44] 결국 25%의 환자에서는 게실염의 호전이 없어 수술을 받게 된다[45].
환자의 1/3에서 재발성 게실염을 경험하게 되는데 과거에는 재발할수록 심한 경과를 보인다는 주장이 있어서 두 번째 재발 시에 예방적 수술을 권장하였지만[7,44,46,47] 최근에는 재발 시 항상 더 심한 경과를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보고가 있어[48-51] 재발의 횟수 및 심한 정도뿐만 아니라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을 고려하여 환자 개개인에 맞게(case-by-case)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6,52,53].
50세 이하의 젊은 나이에 발생한 게실염 환자에 대한 치료 전략은 아직은 분명하지 않고 미국 대장직장외과 학회에서는 환자 개개인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44,52]. 문헌고찰을 통해 살펴보더라도 젊은 나이의 게실염은 더 이상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이는 위험인자가 아니라는 보고부터[54,55] 더 좋지 않은 경과 및 재발의 위험성이 더 높다는 상반된 보고[56,57]들이 혼재되어 있다. 미국 보고에 의하면 1998-2005년 사이에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게실염의 내과적인 치료 후 선택적 수술(elective surgery)은 38% 증가하였는데, 44세 이하의 젊은 환자에서 특히 더 증가하였고(73%), 이러한 치료방침으로 인해 수술 사망률의 감소(1.6% vs. 1.0%), 입원 기간의 감소(5.9일 vs. 5.3일)를 보였다[58].
합병증이 동반된 게실염
급성 좌측 대장게실염의 25%에서 농양, 누공, 협착/폐색, 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다[61]. 작은 농양은 항생제 단독 치료를 시행하나 4-5 cm 이상의 큰 농양에 대해서는 CT 유도하 농양 배액을 시행하여 호전시키거나 수술 전에 가교적(bridge) 목적으로 시행한다[62,63]. 대장게실 천공에 의한 누공의 형성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가장 흔한 부위는 대장방광(colovesicular)과 대장질(colovaginal)이다[64]. 반복적인 재발에 의한 섬유화 및 대장 협착이 발생한 경우 대장암과의 감별이 중요하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1단계(single stage) 선택적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 수술 전 대장 스텐트를 삽입할 수 있다[65,66]. 게실 천공에 의한 복막염은 흔하지 않은 합병증이지만 사망률이 높아 즉각적인 항생제 사용 및 수술만이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67]. 최근 보고에 의하면 일차적 문합술이 Hartmann 수술방법을 먼저 시행한 후 수개월 후에 대장루 복원술을 시행하는 수술법에 비해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고 이환율 감소에 의해 의료비용 및 재원 기간 단축을 가져온다고 하였다[68-70].
우측 게실염의 합병증에 대한 수술 방법으로 회맹장절제술(ileocecectomy), 우반결장절제술(right hemicolectomy) 방법이 있는데, 이러한 수술들은 각각 재발을 방지하거나 암과 구별이 되지 않을 때 시행할 수 있으며[71] 단점으로는 이환율 및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보고에 의하면 회맹장절제술(ileocecectomy) 방법이 낮은 단계의 합병증을 동반하고 재발인 경우에 우반결장절제술(right hemicolie ctomy)에 비해 수술 합병증도 덜하고 더 선호되는 반면[72,73] 합병증이 동반된 게실염과 대장암이 배제되지 않을 때는 우반결장절제술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방식 변경 및 약제사용
전통적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이는 재발성 급성 대장게실염의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52,74] 최근에 효과적인지 않다는 상반된 최근 보고도 있어[75] 예전처럼 중요성은 감소하였지만 많은 양의 식이섬유가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이점 때문에 미국에서는 예방적 측면에서 권장하고 있다[52].
비만과 흡연은 게실염의 합병증을 발생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로 작용하므로[76,77] 체중 감량과 금연을 환자들에게 권고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항생제, 항염증제, 유산균약제가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게실염 치료 후 rifaximin을 간헐적으로 투여하면 재입원율을 50%, 재발성 게실염을 73%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78]. 이러한 효과는 병합요법에 의해서 항진되는데, 5-aminosalicylic acid (메살라진)과 rifaximin을 같이 사용하면 rifaximin단독보다 효과적이고[79,80] 유산균제와 5-aminoslicylic acid를 같이 사용하면 유산균 단독보다 효과적이었다[81].
요약하면 풍부한 식이섬유 섭취, 체중 감량, 금연, 항생제, 유산균제제 및 항염증제가 재발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향후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향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결 론
대장게실염, 특히 우측 대장게실염은 한국인에서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치료 전 정확한 진단은 올바른 치료 방법 선택 및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많은 수의 환자들이 응급실로 내원하는데, 대부분 복부 CT 검사를 통하여 진단할 수 있고 급성기에 대장내시경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대장게실염의 경우 항생제 정주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시행할 수 있으며 외래에서 증상 평가 및 염증 지표(예: 백혈구, C-reactive protein)검사를 통해 경구 항생제 투여를 지속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심한 합병증이 동반 되었을 때 그리고 대장암과의 감별이 되지 않을 때는 수술을 고려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장게실염의 수술에 따른 합병증도 항상 고려해야 하므로 수술 전 정확한 진단 및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내과, 영상의학과, 외과의 상호 토의에 의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좋은 예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일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