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은 위염, 소화성 궤양, MALT 림프종, 위암 등 다양한 상부위장관 질환의 중요한 원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2005년 실시된 국내 역학 조사에 따르면 16세 이상 헬리코박터 감염 유병률이 1995년도의 66.9%에서 59.6%로 의미 있는 감소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감소는 주로 10-40대의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고 있어 출생 코호트 효과(birth cohort effect)를 고려할 때 이러한 헬리코박터 감염률의 감소 추세가 향후에도 급격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서 위암은 가장 흔한 암종 중 하나이며 소화성 궤양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질환이어서, 이들 질환의 중요한 원인인 헬리코박터 감염은 여전히 보건학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 헬리코박터 유병률의 변화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 유병률은 사회경제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미국 및 유럽을 중심으로 헬리코박터 유병률의 감소와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흔히 감염이 많으면 천식 발생이 적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 및 장내 미생물 가설(disappearing microbiota hypothesis)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연관 관계인지 아니면 인과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연구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의 치료에서 일부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어 왔다. 이에 이 글에서는 최근까지 보고된 근거를 중심으로 천식, 아토피, 특발성 두드러기와 같은 알레르기 질환과 헬리코박터 감염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본 론
헬리코박터 감염과 천식 및 아토피 질환
역학적 근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은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여 왔다. 헬리코박터 균은 생애 초기에 사람의 위 내에 집락화(colonization)한 후 수십 년에서 거의 평생에 걸쳐 장기간 면역 및 염증 반응을 유발하게 된다[2,3]. 하지만 최근 산업화 과정에서 미국 및 서구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특히 유년기의 헬리코박터 균 감염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4].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위생 상태의 개선, 가족 크기의 감소로 인한 가족 내 감염의 감소, 깨끗한 식수 공급,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음식을 씹어서 아이에게 먹여주는 관습이 사라짐으로써 생기는 유년기 헬리코박터 균 감염의 감소 등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소아에서의 광범위 항생제의 사용은 특히 유년기 헬리코박터 유병률을 낮추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한다[5].
주로 단면 연구(cross-sectional study) 결과를 중심으로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과 헬리코박터 균 감염 사이에 역의 상관 관계가 보고되었다[6]. 스웨덴,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지역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 결과를 보면 혈청 항 H. pylori 항체 양성과 천식 및 건초열(hay fever) 유병률 사이에 유의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7]. Chen 등[8]은 미국의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III (NHANES III) 자료를 분석하여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유병률 사이에 유의한 역의 상관 관계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특히 CagA 양성 균주의 경우 알레르기 천식과 더 강한 역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균 감염과 천식 사이에 유의하지 않거나 약한 상관 관계만을 보고한 연구 결과도 많이 있다[9-13]. 흥미로운 것은 헬리코박터 감염과 천식 사이의 역의 상관 관계가 주로 젊은 연령 및 소아 천식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NHANES III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소집단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집단의 중위수(median)에 해당되는 43세 미만에서 더 강한 역의 상관 관계가 나타난 반면(odds ratio [OR] = 0.63, 95% confidence interval [CI] 0.43-0.93), 43세 이상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15세 이전에 천식으로 진단된 환자에서는 유의한 상관 관계가 나타났지만(OR = 0.63, 95% CI 0.43-0.93), 성인 천식 환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 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후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소아 천식에서 좀더 유의한 결과를 보고하였다[14,15]. 최근의 한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에서는 혈청 항 H. pylori 항체 양성은 천명음(wheezing)으로 진단한 천식과 통계적으로 약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반면(p= 0.05) 알레르기성 비염 및 아토피성 피부염과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16]. 이전 연구들에 대한 가장 최근의 메타 분석 결과를 정리하였을 때 헬리코박터 감염은 천식과 약한 음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며, 성인보다는 소아에서 더 유의한 상관 관계를 보여주었다[17,18].
사실 소아 연령에서 발병한 천식과 성인 연령에서 발병한 천식은 병인론적 측면에서 서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아 천식의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고(allergic march) 알레르겐 감작과 이로 인한 IgE 매개 및 Th2 염증이 주로 관련된다. 반면 성인 천식의 경우 알레르겐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원인, 예를 들어 흡연, 대기 오염, 특정 직업 등이 발병요인에 관여하며 헬리코박터 감염은 전체 병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인 천식 환자 중에는 성인에 처음 발병한 경우뿐 아니라 소아 천식이 성인까지 지속되는 경우, 소아 천식이 호전되었다가 다시 악화되는 경우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해석이 더욱 복잡하다. 또한 이전 연구 결과의 해석에서 유의해야 할 점으로는 우선 일부 유의하지 않은 결과를 보인 연구의 경우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피험자 수가 충분치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방법론적 측면에서 천식의 진단, 특히 유아 및 소아 천식의 경우 진단이 쉽지 않고 주로 천명음의 유무에 따라 진단하게 되므로 이 경우 오분류(misclassification)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19]. 또한 거의 모든 역학 연구가 헬리코박터 균 감염의 증거로 혈청 H. pylori 항체 검사를 이용하였는데, 혈청 검사의 경우 현재 감염과 과거 감염을 구분할 수 없고, 한편으로는 과거 감염자 중 일부는 혈청 항체 역가가 서서히 감소하게 되어 일부 환자에서 혈청 검사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혈청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의 경우 결과 해석에 유의가 필요하다[20].
이론적 근거
전술한 역학 연구에 기반한 관찰은 헬리코박터 감염과 천식 사이의 연관성만을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헬리코박터 감염이 천식에 보호 효과를 보이는 기전에 관한 기초 연구는 부족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몇 가지 기전이 제시되고 있다.
천식의 병인론
우선 천식의 병인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면 천식은 임상적으로 반복적인 호흡곤란 및 천명음, 기침이 나타나며 생리적으로는 기도과민성(airway hyperresponsiveness, AHR)과 가역적인 기도 폐색을 특징으로 하며, 병리적으로는 기도의 만성적인 알레르기 염증을 보이는 질환으로 정의된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 등의 숙주 인자와 각종 알레르겐(allergen), 감염, 직업성 폭로, 흡연, 대기오염, 음식 등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다양한 임상 양상(phenotypes)을 보인다. 비록 임상 양상에 따른 면역병리학적 차이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객담 검사에서 호산구(eosinophil)가 주로 관찰되는 환자의 경우 호중구(neutrophil)가 주로 관찰되는 환자에 비하여 흡입성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좋고 예후도 더 좋다[21]. 또한 IL-4, IL-13 등 Th2 사이토카인에 의해 유도되는 유전자(e.g. periostin)의 발현이 증가하는 “Th2-high” 환자에서 이러한 유전자의 발현이 관찰되지 않는 “Th2-low” 환자에 비해 흡입성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2].
알레르기성 기도 질환 동물 모델(allergic airway disease animal model) 연구를 통해 천식의 발생 기전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Th2 세포 및 IL-4, IL-5, IL-13과 같은 Th2 사이토카인이 특정 알레르겐에 의한 기도과민성의 발생에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며[6], 최근에는 Th17 세포에 의해 분비되는 IL-17이 기도 평활근에 직접 작용함으로써 기도과민성에 기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23]. 알레르겐에 기관지점막이 노출되어 폐 내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가 알레르겐과 접촉하게 되면 주변 림프절(regional lymph nodes)로 이동하여 특정 흡입 알레르겐에 대한 감작(sensitization) 및 염증 세포의 동원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24]. 감작과정에서 생산되는 IL-4는 림프절 내 Th2 세포 비율을 증가시키고, 기도 내의 Th2 세포는 IL-4, IL-5, IL-13을 분비한다. 이 중 IL-5는 호산구의 생존에 중요하며 IL-13은 직접 상피세포에 작용하여 점액과 케모카인(chemokine)을 분비하도록 하고 대식세포의 활성화 및 평활근에 작용함으로써 기도과민성을 유발하게 된다[25]. 반면 바이러스감염, 흡연, 대기오염 등 다양한 환경인자들에 의해 기관지 상피 세포가 자극 및 손상이 되면 IL-25, IL-33, thymic stromal lymphopoietin과 같은 사이토카인이 유리되며 이들 사이토카인은 수지상세포의 활성화와 이동에 중요하게 작용한다[26]. 특히 IL-33은 비만세포(mast cell)와 호염기구(basophil)을 활성화시키며, IL-25와 함께 작용하여 점막 선천성 림프조직 세포(innate lymphoid cells, ILCs)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활성화된 ILC는 Th2 사이토카인인 IL-5와 IL-13을 분비하여 기관지 내 알레르기 염증반응의 유도에 관여한다.
위생 가설 및 장내 미생물 가설(Hygiene hypothesis and decreasing microbiota hypothesis)
최근 서구 및 선진국을 중심으로 알레르기 질환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유전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며 대기 오염이나 흡연과 같은 외부 요인이 기여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6]. 또한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 이 있는데 이는 산업화로 인한 환경 변화로 인하여 유년기에 음식, 공기, 토양이나 물을 통해 미생물 항원에 노출되는 빈도 및 강도가 감소하게 되면서 알레르기성 질환이 증가하였다는 가설이다[27]. 실제로 천식과 A형 간염, Toxoplasma gondii 감염, 제 1형 헤르페스 감염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들이 있으며[28], 남부 독일 지역 소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천식과 농촌 지역 거주 사이에 역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었는데 특히 이는 농촌 지역에서 더 많고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29]. 하지만 위생 가설은 주로 소아 천식 및 아토피 질환에서 더 잘 설명되는 반면, 성인 천식의 경우에는 전술한 바와 같이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므로 위생 가설만으로 천식의 병인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편으로는 장내 미생물 가설(decreasing microbiota hypothesis)이 있는데, 태아는 무균 상태이지만 출생 후부터 피부 및 구강, 질, 장 점막 표면에 미생물총이 군집하게 되는데 이처럼 다양한 미생물총은 생후 면역 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30]. 장내 미생물총은 숙주 인자뿐 아니라 분만 방식, 수유 등 생애 초기 환경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동물 실험 및 임상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총과 아토피 질환과의 연관성을 보고한 바 있다[31]. 장내 미생물총이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은 아직 잘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장내 상재균(commensal bacteria)이 Th1/Th2 균형을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미생물 군집이 없는 경우 Th2 반응이 강화되는 반면, 장내 미생물 항원은 Th1 반응을 촉진시켜 Th2 세포에 의한 아토피 및 천식에 대한 보호 효과를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32]. 또한 장내 미생물총은 T 세포를 IL-10, TGF-β와 같은 항염증작용을 하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조절 T 세포(Treg)로 분화하도록 한다[30]. 장 점막의 수지상세포는 항원을 미성숙한(naïve) T 세포에 전달하여 작용(effect) T 세포 혹은 Treg로 분화하도록 유도한다. 아마도 점막 내 수지상세포가 Toll 유사 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 반응을 선택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상재 미생물에 대한 불필요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면역 관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수지상 세포 및 거대세포(macrophage)는 IL-10, TGF-β, retinoic acid 분비를 통해 미성숙한 T 세포가 CD4+FoxP3+ Treg로 분화하도록 한다[33]. 최근 연구에 따르면 무균 쥐(germ-free mouse)의 장과 폐 점막에서 자연 살생 T 세포(natural killer T cell) 다양성이 소실되면서 염증성 장 질환과 알레르기성 기도 질환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하였으며[34], 항생제 치료 후 상재 세균총의 변화는 혈청 IgE 농도를 상승시키며 혈중 호염기구의 수를 증가시키고, 과장된 호염기구 매개 Th2 세포 반응 및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보여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였다[35].
헬리코박터의 천식에 대한 보호 효과
알레르기성 천식은 Th2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면서 Th1 반응을 억제하는 T 세포에 의해 유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위 내 헬리코박터 감염은 Th1 면역 반응을 촉진시켜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감염이 Th1 점막 면역 반응을 활성화시키는데 있어서 H. pylori neutrophil-activating protein (HPNAP)이 중요한 조절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36,37]. 이들 연구에 따르면 HP-NAP는 알레르기성 천식 쥐 모델에서 ovalbumin에 의해 천식을 유도하였을 때 폐포 내 호산구 축적 및 혈청 IgE 증가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36]. 이러한 특성 때문에 HP-NAP은 헬리코박터 균이 천식에 대한 보호 작용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37].
또한 알레르기성 기도 질환 마우스 모델을 이용하여 신생아 쥐와 성인 쥐에서 헬리코박터 균을 감염시킨 후 ovalbumin으로 감작시켰을 때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쥐에서 기도과민성이 현저하게 감소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기관지폐포 내 염증 감소 및 호산구 침윤 감소, IL-5, IL-13의 분비를 감소시켰다. 또한 폐 내 IL-5 및 IL-17A를 분비하는 작용 T 세포를 감소시켰다[38]. 이러한 효과는 신생아 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감염된 성인 쥐에서는 기도 염증 및 기도과민성의 감소가 미미하였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균은 위 점막의 수지상 세포에 직접 작용하여 면역 관용을 유도함으로써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T 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함을 보여주었다[39]. 헬리코박터 균에 노출된 수지상 세포는 위 구역 림프절로 이동하여 TGF-β 의존성 FoxP3+ Treg로의 분화를 유도하게 되며, Treg는 H. pylori-specific Th1/Th17 면역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위 점막에서 헬리코박터 감염에 의해 과도한 염증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Treg는 혈액을 통해 폐로 이동하여 폐 수지상 세포의 면역 관용을 유도하거나 IL-10과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천식 병리 중요한 특정 알레르겐에 의한 Th2/Th17 반응을 억제한다(Fig. 1) [40]. 이러한 과정은 VagA, CagA 와 같은 헬리코박터 균의 독성 인자와는 무관하며, TGF-β와 IL-10과 같은 사이토카인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41].
임상적 의의
비록 여러 역학 연구에서 헬리코박터 감염과 천식을 포함하는 알레르기 질환 사이에 의미 있는 역의 상관관계를 관찰하였으나, 그 기전에 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 중요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천식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6]. 헬리코박터 균이 사람에서 면역 관용을 유도하게 하는 물질을 규명하게 되면 이를 백신이나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 병독성이 낮은 헬리코박터 균을 주입하는 것도 일부 천식 환자에서 치료 방법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주로 소아 및 청소년을 중심으로 헬리코박터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이며, 반대로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향후 이 주제에 관하여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 연구가 필요하다.
특발성 두드러기와 헬리코박터 감염
특발성 두드러기(idiopathic urticarial)는 특정한 물리적인 자극이나 질병이 없이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팽진과 발적이 6주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정의된다[42]. 가장 최근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진정 부작용이 적은 항히스타민제의 투여가 1차 치료가 되며, 이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약제를 증량하거나 류토크리엔 수용체 길항제(leukotriene antagonist) 혹은 다른 계열의 항히스타민제로 바꾸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43].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일부 환자들은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며 이러한 환자에서 정해진 치료 방침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44].
이러한 피부 질환과 헬리코박터 감염과의 관련성에 관해서는 이전부터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그 이론적 근거로는 특발성 두드러기의 발병 기전에 자가 면역 기전이 관여한다는 연구가 있으며, 특정 자가 항체가 히스타민의 분비를 유발하거나 IgE의 항체 결합부위(epitopes) 혹은 FcεRI의 α-chain과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43,44]. 이러한 근거로 일부 연구자들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일부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전 연구를 보면 헬리코박터 감염과 만성 두드러기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일부 연구에서는 제균 치료 후 만성 두드러기의 호전을 보였다고 보고하였으나, 그렇지 않다는 보고도 있어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근 GRADE (Grade of Recommendations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 접근에 의한 기존의 논문 비평(critical appraisal)에 의하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만성 두드러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미약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하였다[45]. 국내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서도 특발성 두드러기와 혈청 항 H. pylori 항체 양성 사이에 유의한 상관 관계가 없음을 보고하였다[46]. 하지만 항히스타민제에 반응이 없는 일부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의 경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47].
결 론
헬리코박터 감염과 천식 및 알레르기와의 역의 상관 관계는 주로 헬리코박터 유병률이 최근 수십 년에 걸쳐 급격히 감소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시행된 역학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감염과 천식과의 상관성은 주로 소아 천식에서 더 두드러지며, 이는 소아 천식과 성인 천식이 병태생리학적으로 차이를 보이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최근 천식 동물 모델을 이용한 연구 결과를 통해 헬리코박터 감염이 면역학적으로 알레르겐에 의한 기도과민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이론적인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발성 두드러기는 다양한 병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헬리코박터 감염과의 관련성 및 제균 치료 후 특발성 두드러기의 호전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제균 치료가 특발성 두드러기의 유의한 호전을 보이지 않은 연구 결과도 있어 현재로서는 헬리코박터 검사와 제균 치료가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일차적으로 권장되지는 않으며,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