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 Med > Volume 92(5); 2017 > Article
현 건강보험 체계에서 적정 진료를 위한 대한내과학회의 대처 방안

서 론

지난 몇 년간은 대한내과학회가 1945년 창립된 후 70년 만에 가장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내과의 위기라는 의료 환경의 변화는 일부 진료과목에 국한되지 않고 필수 의료의 기반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명하였고 대한내과학회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과 변화의 시도들을 유발하였다. 겉으로 들어난 위기는 전공의 선발 미달 사태라는 모습으로 표면화되었고 이미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보면 휴화산일 뿐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인지하게 된다. 위기가 초래된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건강보험 정책의 관점에서 몇 가지 고민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진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위(서비스)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가격이다. 따라서 의료행위 수가는 의료행위의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간접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현 국민건강 보험 체계에서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기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이다. 건정심은 의료수가 및 보험재정에 관한 최종 의결 기구이다. 건정심의 구성을 살펴보면 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이고, 가입자/공급자/공익을 대표하여 각각 8인씩 참여하여 총 25인으로 구성되어 있다(Table 1). 공급자는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제약회사를 포함하여 대한병원협회 1인과 대한의사협회 2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의료수요의 대부분을 감당하는 의료 공급자인 의사는 건정심에서 3/25의 발언권과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면 의료계 즉 의사들은 정부와 시민단체, 약사, 간호사, 한의사, 치과의사들까지 모두 설득할 수 없으면 건정심 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수이며, 약자이다.
건강보험 급여와 관련하여 수도 없이 의료계와 갈등과 이해상충을 유발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도 전문가로 인정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시민단체를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Table 1).
국민건강보험 지불 체계는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 FFS)이며, 의료행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상대가치(relative value, RV)이다. 의사 행위의 상대가치는 대한의사협회 상대가치위원회에서 의결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대가치개발부에 전달한다. 대한의사협회 상대가치위원회의 구성은 26개 법정 전문 과목으로 구성된다. 내과는 결핵-호흡기학회가 별도 법정 과목이어서 2개의 의사 결정권이 부여되어 있다. 십여 년 전 학회 보험업무를 담당하시던 분들의 노력으로 3개 세부분과(소화기, 심장, 기타 세부 분야)의 추가적인 참여가 허용되어 5/26의 참여 지분을 확보하였다. 내과는 의료현장에서 입원 환자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필수 의료분야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10여 개의 전문 세부분야 별 의견개진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여러 **외과들의 의사 결정에 의해서 상대가치/지불수가가 결정되고 있다. 따라서 대한내과학회를 구심점으로 10여 개 연관 세부분과학회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항상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Table 2).

지금까지의 대한내과학회 내부 모습

전통적으로 전문 분야별 학회의 활동은 학술과 간행이 주요 분야이며, 대한내과학회의 경우는 전공의 수련과 더불어 9개 세부분과 전문의 관리가 추가적인 활동 분야이다. 다양한 노력의 결실로 대한내과학회 학술대회 참가 인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세계내과학회를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영문학술지가 SCIE에 등재되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는 학회 예산의 상당 부분을 매년 집중 투자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한내과학회의 72년 역사 중 보험이사가 별도로 구성된 것은 타 학회에 비해서 비교적 이른 1984년부터이며, 2007년부터는 대한개원내과의사회의 추천을 받아 2인의 보험 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학회에 보험이사가 구성된 후 30년이 경과한 시점에 보험위원회에 할당된 연간 예산은 700만원이었으며 이마저도 일부만 집행되고 있었다. 진료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을 시작한 여러 세부분과 연관 학회 입장에서는 대한내과학회가 대관 업무의 중간 경유지로서 시간만 소모하고 중심축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여 차라리 보건복지부, 국립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직접 상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보장성 강화라는 대명제에 입각하여 선택진료비 개편(폐지)이라는 1조 5억 규모의 건강보험재정 개편을 유발하는 큰 변화의 흐름에 내과학회가 소외되고 말았다. 그 결과 내과의사의 의료행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로 책정됨으로 인하여 내과 전공의 지원미달 및 추가 모집이라는 현실을 학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발전적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제언

대한내과학회를 포함하여 대다수 전문 학회들은 대관 업무나 보험 정책 관련 분야를 학회의 주요 활동이나 업무로 인지하고 있지 않다. 또한 보험 정책 관련 분야 일을 시행함에 있어서 관련 임상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입장이나 견해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보험 관련 회의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즉 회의에서 논의되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는데 상당 시간이 필요하며, 논의되는 주제에 대해서 적절한 의견을 개진하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더욱이 회의에 함께 참여한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비단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학회 보험 관련 일들을 수행하는 학회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한계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들을 마련하지 못하면 보험 정책 관련하여 진료 환경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를 위하여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보험 정책 관련 회의나 자문기구, 협의체에 학회 대표를 추천할 때는 추천위원이 학회를 대표하여 정해진 임기 동안 충분히 의견개진을 할 만한 준비와 역량이 되는지를 숙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단순히 밀려오는 수많은 보험 대관 업무의 일부를 덜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할당한다는 생각으로 위원 추천을 하게 되면 그 분야 관련 논의의 장에서는 학회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둘째, 일단 위원이 추천되어 학회를 대표하여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회의 결과를 공유하는 피드백을 구조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수년 전 대한의사협회 주관 용역사업의 일환으로 국외 시찰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 학회는 참여 경비뿐 아니라 일일 활동비를 추가로 지원하고 활동 결과를 보고서로 취합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또 다른 학회에서는 통상적인 보험 관련 회의 참석 후 회의록을 제출하고 회의 참석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다.
셋째, 회의 참석 전에 논의되고 결정될 사안에 대한 사전 검토와 대응 전략이 미리 수립되어야 하며 회의 참석 구성원들에 대한 사전 검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병원협회 및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하여 보험 정책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모든 학회들은 사전 대책 회의가 정례화되어 있다.
넷째, 학회가 의료계 전문가 집단의 대표로서 의료 공급자(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넘어서 환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적정 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단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전문 학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반인들에게 수용되지 않으면 전문 학회의 고심 어린 보험 정책 관련 주장들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개원의협의회 등 수많은 의사 단체가 이익단체들로 치부되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공익적인 시각으로 주장이나 견해를 펼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향후 전문 학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상충을 주장하는 차원을 넘어서 다수의 논의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동력을 국민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시각에서 출발하여야 한다(Fig. 1).
다섯째, 말로 하는 설득보다는 자료로 입증된 주장을 하여야 현실화시킬 수 있다. 최근 내과 관련 보험 현안들 중 비교적 합리적으로 마무리된 것이 초음파 급여화 작업과 내시경 소독수가 결정 과정이다. 전자의 경우는 보장성 강화를 전제로 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과정에서 항상 문제가 되었던 관행수가 파악에서 학회를 포함한 여러 의사 단체들이 제시한 정확한 자료들이 반영된 결과이다. 후자의 경우도 공단병원에서 선제적으로 파악된 원가 자료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물론 보험 재정 흑자 기조와 메르스 사태 등 감염 관련 이슈화 등으로 동력을 얻었지만 정확히 제시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마련하고 있지 않았다면 관행대로 일방적인 결정에 의료계가 끌려갈 수 밖에 없다. 수십 년간 저수가 문제를 의료계가 주장하여도 스스로 원가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적절치 못하게 생성된 근거에 기반하여 보험재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집행하여도 아무런 반론도 할 수 없고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게 된다. 따라서 향후 전문 학회들은 시간과 재정을 투입하여 보험 관련 정책 연구를 시행하여야 하며 관련 자료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가 극복되어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구성원들이 위기를 인식하고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구성원들이 공유하여야 한다.

맺는 말

2017년 초 연간 학회들의 동의와 기금출연에 근거하여 대한내과학회에 ‘건강보험정책단’이 구성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의 출발점이다. 연관 10여 개 분과학회와 개원내과의사회가 각개 약진할 때는 무력하고 비효율적이었지만 대한내과학회를 중심으로 적절히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서 대한내과학회가 보험 및 대관 업무의 병목 지점에서 중심축으로 거듭나서 각종 의료현안에 준비되고 적절한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 집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향후 정책단 운영의 결과물을 얻으려면 위기감의 공유에서 출발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전문 학회는 관련 진료 환경을 적절히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보험 정책이 학회의 중요 활동 분야가 되어야 한다. 또한 노력의 현실적인 결과물을 내려면 학술연구 논문이나 전문의 수련처럼 지속적인 투자와 숙성시간이 필요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학술 및 간행 분야의 활발한 활동과 발전이 결실을 맺는 시기에 역설적으로 내과의 위기가 나타났다는 현실은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학회 구성원들은 학회의 어떤 모습을 원할까(Fig. 2)”, “70년을 넘어 100주년을 맞이할 미래의 대한내과학회는 학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며, 한 걸음 더 나가서 국민들은 내과의사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길 원할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The diverse stakeholders of health and medical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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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The components of Korean Society of Internal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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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Table 1.
Health Insurance Policy Deliberative Committee
위원장(복지부 차관)
가입자 대표(8)
근로자 단체(2), 사용자 단체(2), 시민단체(1), 소비자단체(1), 농어업인단체(1), 자영업자단체(1)
공급자 대표(8)
의료계(의협 2, 병협 1, 치협 1, 한의협 1, 간협 1, 약사 1, 제약 1)
공익대표(8)
정부 2 (복지부, 기획재정부), 공단 1, 심평원 1
전문가 4 (서울대, 연대, 보건사회연구원, 조세재정 연구원)
Table 2.
Relative Value Committee of Korean Medical Association
위원장 – 의협회장 임명(통상 상대가치연구단에서 지명)
26개 법정 전문 학회 대표 1인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피부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재활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작업환경의학과, 핵의학과, 응급의학과, 예방의학과, 가정의학과, 내과, 결핵-호흡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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