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에서 ‘비에이즈 합병증(non-AIDS morbidity)’은 치료의 진보로 인한 환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그 중요성이 증가되고 있다[1-3]. HIV 감염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질환(기회 감염, 에이즈 지칭 종양, HIV의 중추신경계 감염 및 HIV 쇠약증후군, C형 및 B형 간염의 동시 감염 등) 외에 HIV 환자들에게서 증가하는 질환으로 임상에서 치료시 관심을 두고 같이 치료해야 하는 질환들을 ‘비에이즈 합병증’으로 말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임상에서의 중요한 부분을 기술하고자 한다. 이 질환들의 대표적인 예로 심혈관계 질환, 지방이영양증(lipodystrophy), 당뇨, 골(뼈) 질환, 신 질환, 간 질환, 정신 질환 및 에이즈 지칭 질환 외의 악성 종양, 성기능 장애 등이 있다(Table 1) [1,4,5]. HIV 감염자의 비감염성 질환이 2010년에는 29%에서 2030년에는 84%로 예측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6]. 또한 HIV 환자의 사망에 에이즈 연관 사망은 감소하고 있고 비에이즈 질환에 의한 사망은 증가하고 있다[7]. 이는 HIV 감염 외에 비에이즈 합병증 및 동반 질환의 치료 중요성을 잘 말해 준다. 이런 동반 질환의 증가로 HIV 환자 진료시 감염 치료뿐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내과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다른 전문가와의 협의 진료가 더 필요해지고 있다.
자연적인 고령화에 더하여 약제의 독성, 기존의 가지고 있는 위험 인자 및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염증(inflammation) 등이 비에이즈 합병증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Fig. 1) [3,8]. 고령화와 더불어 염증이 지속하는 상태를 ‘inflammaging’이란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Fig. 1) [9]. HIV 감염시 치료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는 비에이즈 합병증의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10]. 최근 치료의 경향은 면역이 나빠지기 전에 빠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하는 것인데 이는 에이즈 연관 사망률의 감소와 주변인에 대한 감염 위험의 감소 외에도 비에이즈 합병증의 감소에도 기여한다고 판단된다[3]. 최근 START 연구에서는 CD4+ 500/μL 초과에서의 빠른 치료가 350/μL까지 기다린 후 치료하는 것에 비해 에이즈 연관 사건(event)은 0.28배 에이즈 비연관 사건은 0.61배 감소시킨 것을 보였다[11].
심혈관계 질환 및 지질이상
HIV 환자는 심근경색증, 고혈압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의 빈도가 비감염인에 비해 높다[1,12]. 또한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후 사망률이 HIV 감염자에서 더 높다고 보고된다[13]. 낮은 CD4+ 수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다[12,14]. HIV 감염자의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위험 증가에는 지속하는 염증 반응이 혈관의 동맥경화의 증가 및 plague의 파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15]. 그러므로 이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는 HIV 치료는 심혈관계 질환의 감소를 가져온다. Abacavir 치료는 D:A:D (Data Collection on Adverse Events of Anti-HIV Drugs) 연구 등에서 급성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고[7], 단백분해효소억제제(protease inhibitor, PI)도 이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된다[7]. HIV 환자에서도 일반인과 같이 심혈관계 위험을 예측하는 도구를 사용해서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흔히 Framingham 점수 체계를 많이 사용하며[16], 그 외 HIV 환자에 대한 전용 예측 점수체계도 있다[17].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요소에 따른 비약물적 방법의 동원 및 위험 약제의 회피 및 교체를 환자 진료시 고려해야 한다[16]. 그러나 HIV 감염자에 대한 aspirin 등이 약물 처방은 같은 위험에 있는 일반인에 비해 적게 처방되는 것으로 보고되고[18] 국내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노력 중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것은 HIV 환자에서도 금연이다[19].
고지질혈증의 동반시 HIV 환자에서도 비감염자에서와 같이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Table 2) [20,21]. 사용되는 약제로는 statin 계열이 우선 선택된다[21]. 저밀도 지질단백질(low-density lipoprotein)을 기준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pravastatin (20-40 mg 하루 한 번, 시작 용량) 또는 atorvastatin (10 mg 하루 한 번, 시작 용량) 등이 우선 사용되며 simvastatin과 lovastatin은 금기이다[21]. 지질강하제의 선택시 약물 상호작용을 반드시 검토하여야 하며 PI가 특히 statin 계열과 약물상호작용이 크다[21]. 중성지방이 500 mg/dL 이상일 경우 지질강하제는 fibrate 계열이 우선 선택된다[21]. 고지질혈증을 유도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PI가 가장 중요하며(lopinavir/ritonavir > darunavir/ritonavir 및 atazanavir/ritonavir), non-nucleoside reverse transcriptase inhibitor 중에서는 efavirenz가 주요 위험 인자이다. Nucleotide reverse-transcriptase inhibitor (NRTI) (stavudine > zidovudine > abacavir)들도 고지혈증의 위험 인자이다[22]. 혈청지질 검사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전 반드시 필요하며 6-12개월 간격으로 측정이 권유된다[21]. 지질강하제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약물변경을 고려하여야 한다[21]. 지질강하제의 추가 사용과 약제의 변경(switch) 중 어떤 선택이 더 좋은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방이영양증(lipodystrophy)
지방이영양증은 NRTI와 PI가 많이 연관된다[23]. 지방이영양증은 심혈관계 질환, 고질혈증과 연관되며 항레르토바이러스제 사용의 기간이 길수록 잘 발생한다[23,24]. 지방이영양증은 주로 얼굴과 사지의 지방위축(lipoatrophy)이 주된 문제로 나타나고 일부에서는 몸통과 목덜미 부분에 지방비대(lipohypertrophy)로 나타나기도 한다[24]. 이는 삶의 질(quality of life)의 저하 및 약제 순응도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환자의 우울 등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24]. 환자가 스스로 의학적 지식이 없어 인식하지 못할 수 있고 통증을 느끼지 않으므로 진료하는 의사가 이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초기에는 잘 모를 수 있다. 지방이영양증은 정도를 1-4기(grade)로 나눈다[25]. 내과적인 치료는 효과적이지 않고 충전제(filler)의 사용이 미용적 목적과 심리적 장애를 줄이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본인의 피하지방이나 poly-L-lactic acid 등이 충전제로 사용되나 어떤 충전제가 효과적인지 잘 수행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4,26]. 지방이영양증이 많이 진행한 상태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변경은 효과가 적다고 생각된다. 1-2기에서 원인되는 약제의 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이영양증의 원인이 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zidivudine과 stavudine이 중요하였으나[4] 요즈음은 그 사용이 매우 줄었다. Abacavir도 연관되는 것으로 보이며 PI도 위험 약제이다[4]. 약제들은 지방세포에 대한 미토콘드리아 독성과 연관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방이영양증의 발생기전은 복잡하면서 다양한 인자가 관여되는 듯하다[26,27]. 최근의 약제들은 지방이영양증의 위험이 많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NRTI에 의한 지방이영양증이 지속하는 경우 NRTI 제외 조합(NRTI sparing regimen)의 복합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당뇨 및 인슐린 저항성
당뇨가 있는 HIV 환자는 당뇨를 악화시킬 수 있는 HIV 약물의 회피가 필요하며 PI의 회피가 필요하다[28]. 이는 PI가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하고 인슐린 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28]. 당뇨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신기능 장애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 tenofovir 사용 환자에서 신기능의 장애가 더 잘 발생할 수 있다. Tenofovir 또는 이 성분이 포함된 복합제를 다른 약제로 교체해야 하는지를 추적 진료시 신사구체 여과율의 변화를 보면서 판단하여야 한다. 당뇨 교육 및 혈당 측정, 운동 요법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골 질환
HIV 환자의 골밀도는 비감염자에 비해 6.4배 감소되어 있고 골다공증은 3.7배 흔하다는 메타분석이 있다[29]. 골절도 60% 더 흔하다고 보고된다[30]. 비감염자에서 고려되는 골감소 및 골다공증의 위험 요소들 외에 HIV 치료제와 연관된 골감소의 위험도 생각해야 하며, 그 제제로는 PI와 tenofovir가 관계된다[29,31]. 50세 이상, 폐경 및 과거 골절(fragility fracture)의 병력이 있는 경우 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 (DXA) 골밀도 검사의 시행이 권유된다[32]. T 점수가 2.5 이하이거나 골절이 있는 경우 bisphosphate계 및 다른 골다공증 약물의 처방이 필요하다. 그 외 모든 HIV 감염자에서 골다공증의 위험 요소를 줄이는 금연, 운동 등의 요법도 교육이 권장된다[32]. 골절의 위험이 있는 경우 tenofovir와 PI를 피하는 것이 권유된다[32]. 골밀도 검사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 FRAX 점수(https://www.shef.ac.uk/FRAX/tool.jsp)를 사용하여 10년내 골절 위험도를 측정해볼 수 있다. 한국인에 대한 항목도 있다. 그러나 이 점수체계는 제한된 유용성을 가진다고 생각되며[33] 국내의 경우 DXA 골밀도 검사를 직접 하는 것이 좋겠다. 골절 위험이 있는 환자(특히 고령자)에게는 낙상예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32].
신 질환
신 질환은 HIV 감염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예, HIV nephropathy) 또한 바이러스 간염과도 연관될 수 있지만 이는 드물다. 신기능 장애와 연관된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tenofovir disoproxil fumarate (TDF), atazanavir/ritonavir, indinavir 등이다[22,34]. 임상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신기능의 장애는 TDF의 사용과 더불어 발생하는 신기능의 이상이다[35,36]. 이는 TDF/emtricitabine 복합제가 가장 우선 추천되는 backbone 약제로 최근 수년 이상 사용되어 왔고 아직 추천 약제이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에서 허가된 tenofovir alafenamide (TAF)는 TDF의 신기능 및 골 감소를 많이 줄이는 것이 명확히 보고되어 있다[37]. 국내에서도 조만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TDF의 대부분이 TAF로 치환될 것으로 기대한다[38]. 최근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booster로 사용되는 cobicistat는 혈청 크레아티닌의 증가가 관찰되지만 신독성은 아니며 신장에서 크레아티닌 배설에 필요한 MATE1 효소의 억제로 인한 검사실적 이상이다[22]. 약제 외에 일반인보다 흔한 빈도의 당뇨, 고혈압 등도 신기능의 저하에 매우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이해와 치료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 전 요 검사 및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 후 최소 1년에 2회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34]. 단백뇨가 1+ 나오거나 사구체여과율이 60 mL/min 미만인 경우 추가적인 조사가 권장된다[34].
간 질환
HIV 환자는 간 기능 이상의 동반이 흔하고 이로 인한 사망도 비감염인에 비해 흔하다[12,39]. 이는 낮은 CD4+ 수일수록 흔하며 HIV 치료의 기간과는 관계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39]. 바이러스 간염, 알코올의존 등이 치료되거나 조절되는 것이 필요하며 간염의 발생을 우려해서 약제의 사용을 늦추면 안 된다. 도리어 빠른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39]. HCV 감염의 동반은 사망률을 증가시킨다[40]. 특히 HIV 감염이 잘 치료되어 바이러스혈증이 조절되는 상황에서는 HCV 동반 감염이 비에이즈 합병증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 보고된다[41]. 최근 HCV에 대한 direct acting antiviral drug의 임상에서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HCV를 가진 HIV 환자에서의 치료 반응은 HIV 비감염자에 비해 못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 치료를 환자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40].
정신 질환
HIV 환자들은 흔히 심리적인 ‘stigma(오명)’를 가지며 한국은 그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심하다. 낮은 사회경제적 상황(low socioeconomic state)이 흔하며 알코올중독이 흔하다. 알코올중독 및 정신 질환은 낮은 순응도의 위험이 된다. 우울(depression)과 불안 장애(anxiety)가 또한 흔하다. 우울에 대한 간이 선별 검사가 모든 환자에게 필요하고[42], 우울이 있는 경우 치료가 필요하며 이는 순응도 향상에 중요하다[43]. 약물의 부작용과 관련하여 efavirenz 사용시 수면 장애를 비롯한 정신적인 문제를 흔히 일으킨다[4,22]. HIV 연관 신경인지 장애(HIV-associated neurocognitive disorders)에 대한 스크리닝과 교정 가능한 요소의 발견이 환자의 순응도 향상을 위해 요구된다[44,45].
결 론
심혈관계 질환, 지방이영양증, 당뇨, 골 질환, 신 질환, 간 질환, 정신 질환 및 에이즈 지칭 질환 외의 악성 종양, 성 기능 장애 등의 비에이즈 합병증은 HIV 환자의 사망에 에이즈 연관 사망보다 약 4배 정도 흔하다. 최근의 빠른 치료는 HIV 감염 자체와 주변인에 대한 예방 효과 외에도 비에이즈 합병증도 줄여준다. 비에이즈 합병증은 금연, 운동 등과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용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각 비에이즈 합병증에 대한 위험요소가 되는 항레트로바이러스를 알고 필요시 약제의 변경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개발되어 사용되는 약제들은 비에이즈 합병증의 빈도는 줄어든 것이 많으나 그 관찰 기간이 짧아 장기 자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HIV 환자의 비에이즈 합병증은 치료의 발전과 고령화와 더불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