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ST-segmen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STEMI)은 관상동맥내 불안정형 죽상반이 성장하면서 파열되어, 그 결과 발생한 혈전이 혈류를 차단하여 전층 허혈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의 치료에 있어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은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1,
2]. 최근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사망률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68%가 감소하였다. 이는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이 11.9%에서 60.8%로 크게 상승하였고 여러 약물적 치료들이 알려졌으며, 환자들의 위험인자들에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전히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들에게서 표준화된 사망률은 4.4%으로 높다[
3].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심실성 부정맥이 있는데 이런 심실성 부정맥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이 5배나 증가한다[
4]. 심실성 부정맥은 심전도상 QT 간격 최대값과 최저값의 차이(QT dispersion)의 연장, 신호평균화 심전도(signal-averaged electrocardiography, SAECG)상에서 지연전위 소견시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심실 회복시간의 비균일성이 부정맥을 일으키는 주기전이기 때문이다[
5].
최근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할 경우 혈전흡인술을 같이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혈전흡인술이 혈관내 혈전이 일부가 떨어져 나가 생길 수 있는 원위부색전증의 위험도를 감소시키며 미세혈관 재관류를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혈전흡인술이 미세혈관 재관류를 개선시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후 심근의 전기생리학적 불안정을 줄여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6-
8].
이 연구에서는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할 때 혈전흡인술이 심근의 전기생리학적 불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SAECG 분석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2009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대구파티마병원에 내원한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중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한 17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는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시 혈전흡인술을 시행한 90명과 혈전흡인술을 시행하지 않은 80명으로 나누어 퇴원 전 SAECG를 비교하였다. 시술 후 심전도상 atrial fibrillation, bundle branch block, hemiblock, intraventricular conduction defect가 있는 환자는 연구에서 제외하였다.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의 진단은 30분 이상의 전형적인 흉통, 심전도에서 인접한 두 개 이상의 분절에서 1 mm 이상의 ST 분절의 지속적인 상승과 혈청검사에서 troponin-I가 양성인 경우를 만족할 때로 정의하였다.
Troponin I는 unicel dxl (Beckman Coulter, Brea, CA, USA)을 이용하여 입원 당시에 측정하였고, troponin I의 기준치는 0.1 ng/mL로 설정하였다. ProBNP는 elecsys E170 (Roche Diagnostics, Mannheim, Germany)을 이용하여 전기화학발광면역측정법(electrochemiluminescence sandwich immunoassay)으로 증상 발생 24시간 이내에 측정하였고, 측정범위는 5-35,000 pg/mL이다.
관상동맥 조영술은 aspirin 500 mg, clopidogrel 600 mg을 복용 후 대퇴동맥 혹은 요골동맥을 통해 시행하였으며, 병변 혈관의 위치를 나누어서 분석하였다. 양 군 환자는 모두 응급실 내원 후 90분 이내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하였다. 혈전흡인술은 관상동맥조영술 후 aspiration catheter를 병변 근위부에 위치시킨 후 aspiration catheter를 통하여 혈전을 흡인하였다.
SAECG는 퇴원 전에 시행하였으며 XYZ 유도로 측정된 표면심전도상 250 심박수를 평균하여 지연전위는 40 Hz high pass filter로 여과하였고 잡음은 0.7 μV 이하로 하였다. 여과된 QRS군의 기간(duration of QRS complex, QRSD), 지연전위의 에너지 양(root mean square voltage of terminal 40 ms of QRS complex, RMS40), 지연전위의 기간(duration of the low amplitude signals less than 40 μV, LAS40)을 통해 양 군 간을 비교하였다. SAECG의 양성소견은 QRSD가 114 ms 이상, LAS40은 38 μV 이상 그리고 RMS40은 20 μV 이하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9].
통계분석은 SPSS version 20 (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연속형 변수는 평균 ± 표준편차로, 범주형 변수는 빈도 및 백분율로 나타내었다. 군 간의 비교는 unpaired t-test와 Chisquare test, Fisher’s exact test로 검증하였다. p value가 0.05 미만인 경우 통계학적으로 유의하다고 평가하였다.
결 과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3세 정도 낮았고 성비에 있어서는 양 군 모두 남자가 많았으나 통계상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75% vs. 78%,
p = 0.587) (
Table 1). 그 외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가족력, 관상동맥질환의 과거력 등에서도 두 군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고, 기본 혈액학적 검사상에서도 양 군 간 차이가 없었다(
Table 2).
그중 흡연자는 통계적 유의성은 없으나,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다소 높은 결과를 보였다(39 vs. 57, p = 0.064). Pro-BNP는 혈전흡인술 미시행군에서 다소 높은 결과를 보였지만(p = 0.058), 미시행군에서 폐색병변이 left anterior descending artery (LAD)인 경우가 많거나, 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이 낮지는 않았다.
관상동맥조영술상 경색 관련 동맥이 좌전하행지, 좌회선지인 경우는 혈전흡인술 미시행군에서 더 높았다(61.3% vs. 51.1%,
p = 0.217 and 6.3% vs. 3.3%,
p = 0.477). 우관상지인 경우는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높았으나, 세 혈관 모두 통계상 유의성은 없었다(32.5% vs. 45.6%,
p = 0.087) (
Table 2).
처음 관상동맥조영술시 thrombolysis in myocardial infarction (TIMI) flow 등급 0을 보이는 경우는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많았다(60% vs. 66.7%,
p = 0.426). 시술시 사용한 stent diameter는 혈전흡인술 미시행군에서 0.17 mm 정도 작았고(
p = 0.008), length에서는 양 군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p = 0.724). 시술 후 TIMI flow 등급 3을 보이는 경우는 혈전흡인술 미시행군에서 다소 많았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98.8% vs. 93.3%,
p = 0.122) (
Table 2).
QRSD의 경우 혈전흡인술 미시행군에서 길게 나타났지만, 두 군 간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104.6 ± 16.8 ms vs. 100.4 ± 13.8 ms,
p = 0.076). RMS40의 경우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높게(42.5 ± 31.9 μV vs. 47.4 ± 30.6 μV,
p = 0.308) LAS40는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낮게 측정되었으나(29.0 ± 13.5 ms vs. 26.3 ± 10.8 ms,
p = 0.150) 이 역시 유의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SAECG의 양성 parameter를 비교하였을 때 QRSD가 114 ms 이상, RMS40가 20 μV 이하, LAS40가 38 ms 이상 나온 경우 모두 혈전흡인술군에서 적게 나왔다(19 vs. 8,
p = 0.011, and 16 vs. 8,
p = 0.047, and 18 vs. 8,
p = 0.018). SAECG 상 3가지 parameter가 모두 양성으로 나온 환자수는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적게 나왔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9 vs. 3,
p = 0.069) (
Table 3).
전체 환자 중 심근경색이 발생한 동맥에 따라 LAD 그룹과 non-LAD 그룹으로 나누어서 SAECG 분석을 하였고 QRSD, RMS40, LAS40의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102.2 ± 14.0 vs. 102.5 ± 16.5,
p = 0.919, and 46.1 ± 32.5 vs. 44.2 ± 30.2,
p = 0.685 and 28.4 ± 12.1 vs. 26.9 ± 12.3,
p = 0.434) (
Table 4).
고 찰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에서 경색 유발 혈관의 조기 재관류는 좌심실의 기능을 보존하고 심근괴사를 줄여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치료법이다.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치료에는 혈전용해제 투여,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관상동맥우회술 등이 있다. 혈전용해제 투여는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고 경색혈관을 재관류시켜 급사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90분 후 경색혈관의 재개통률이 60%로 비교적 낮고 뇌출혈 등의 합병증 위험이 있다.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은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전문시술 기관으로 접근성을 높여 현재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표준 치료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망률을 낮추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10,
11]. 하지만 최근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은 혈전이나 파열된 동맥 경화반의 잔여물질에 의한 원위부 색전증의 위험도가 증가하고 slow/no reflow로 인해 경색부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12].
이에 대규모의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재관류 측면에서 기존의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단독 치료에 혈전흡인술을 추가하는 치료가 좋을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되었고[
13], 현재까지 표준 치료로서 선택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여러 연구들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Vlaar 등[
14]의 연구에서 혈전흡인술 그룹과 전통적인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그룹을 비교할 때 심장 관련 1년 사망률은 혈전흡인술 그룹에서 3.1% 낮았으며, 재협착률도 혈전흡인술 그룹에서 4.3% 낮았다. 주요 심장사건도 역시 혈전흡인술 그룹에서 3.7% 낮아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전 혈전흡인술은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1년 임상결과를 상승시킨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국내 연구에서는 더 나아가 혈전흡인술을 이용하여 비교적 큰 혈전이나 동맥경화반의 잔여물을 제거할 수 있지만 크기가 미세한 혈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차후 이러한 혈전들에 의한 원위부 색전증을 방지하기 위하여 혈전흡인술에 추가적으로 glycoprotein IIb/IIIa 길항제를 병행하여 치료하였을 때 index of microcirculatory resistance, microvascular obstruction가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15].
하지만 최근 한 메타분석에서는 혈전흡인술을 했을 때 stroke 빈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부정적인 보고도 있고[
16], 30일 사망률 비교에 있어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단독 그룹과 혈전흡인술을 시행한 그룹이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뒤바뀐 보고도 하고 있다[
17].
이처럼 혈전흡인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사망률이 아닌 혈전흡인술과 심실부정맥 발생 사이에 연관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는 많지 않다. 과거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치료로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였을 때 QT dispersion이 감소하고 SAECG 상 지연전위 발생빈도를 줄임으로써 심실성 부정맥의 발생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경색 부위의 재관류 상태와 관련이 있고, 개폐여부가 심근의 전기생리학적 안정(electrical stabilities)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18,
19].
최근 혈전흡인술 또한 혈전이나 파열된 동맥 경화반의 잔여물질에 의한 원위부 색전을 개존시켜 심근의 전기생리학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일부 연구에서 혈전흡인술이 혈관내 thrombus burden을 줄여 심실 재분극의 다양성을 줄이고 QT dispersion을 감소시킴으로써 심실성 부정맥 발생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
이 연구에서는 ST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 있어서 혈전흡인술이 심근의 전기생리학적 불안정성을 향상시켜 주는지 SAECG상 지연전위 분석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에서 혈전흡인술을 시행한 군과 하지 않은 군에서 평균 연령, 성비 등의 기본 특성상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또한 위험인자, 기본 혈액학적 검사에서도 통계차이를 보이지 않아 양 군 간 기본 특성이 동등한 조건에서 연구가 시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SAECG 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QRSD (ms)의 경우 작아지는 결과를 보였다(p = 0.076). 또한 QRSD가 114 ms 이상 나온 경우는 혈전흡인술을 시행한 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적었으며(19 vs. 8, p = 0.011), RMS40가 20 μV 이하인 경우도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적었다(16 vs. 8, p = 0.047). 또한 LAS40가 38 ms 이상인 경우도 혈전흡인술 시행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적어(18 vs. 8, p = 0.018), 혈전흡인술군에서 SAECG상 지연전위 양성소견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적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혈전흡인술이 SAECG상의 지연전위와 관련된 parameter의 호전을 보이게 하여 심실부정맥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연구는 단일기관에서 진행되었으며 대상 환자의 수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시행 환자들에 대한 추적관찰이 없어 SAECG 분석 이외의 추가적으로 생존율과 주요 심장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 없었다. 이에 앞으로 더 많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통적인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과 추가적 혈전흡인술을 시행하는 것을 비교하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