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 Med > Volume 94(6); 2019 > Article
의사 입장에서 본 의료 분쟁

서 론

2018년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발간한 『2017년도 의료 분쟁 조정-중재 통계 연보』에 따르면 의료 분쟁은 최근 5년간 누적 22만 건을 실시하여 연평균 11.1% 증가하였고, 2016년은 전년 대비 17.4%, 2017년은 17.5%가 증가하여 2년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1]. 의료 분쟁의 조정 신청도 연평균 14.7% 증가하여 최근 5년간 누적 9,311건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017년은 전년 대비 26.9%의 증가율을 보였고, 2018년 조정 신청 추이로 볼 때 그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 신청의 비율이나 증가 폭에서 상급 종합병원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되어 2013년 23.7%에서 2017년 65.3%로 급증한 것을 볼 수 있으며, 의료 행위 유형으로는 수술 40.8%, 처치 21.6%, 내시경 1.2%로서 역행성담췌관조영내시경수술(ERCP)과 위내시경하 점막하박리절제술(ESD) 등의 치료내시경은 통계에서 수술이나 처치로 분류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2,3].
이와 같이 의료 분쟁의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형사 소송에 의하여 구속 등의 인신 구속의 처벌을 받는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에게 있어 민사 소송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본고에서는 의사 입장에서 경험하는 의료 분쟁에 대한 두려움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본 론

사례 1. 인과관계의 근거가 없어도 여론 재판으로 구속될 수 있다

2017년 12월 모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신생아 연쇄 사망과 관련하여 검찰과 법원은 담당 교수 등 3명의 의료진을 수사 단계에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하였다. 재판도 하기 전에 의료진을 구속시킨 이 사건은 의료진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더군다나 신생아 중환자실의 담당 교수는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었으며, 당시 병원의 소아과 전공의 일부의 공백 상태로 인해서 전공의들은 며칠씩 연속으로 낮과 밤에 근무를 지속하고 있었으며, 교수들 또한 외래와 일반 병동, 신생아 중환자실 업무를 동시에 하느라 번아웃되는 상황이었다.
이 사태를 지켜본 많은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려고 통상적인 상황보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여 진료 강도를 높이거나, 더 오래 환자를 진료하느라 퇴근을 못하고 밤을 새우고 연속 진료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질병 등의 개인 사정으로 죽음을 직면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리려고 진료를 지속하는 의료인의 소명감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민, 경찰, 검찰, 심지어 법원에서도 정상이 참작되기보다는 의료사고의 원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조차 감옥에 갇히고 여론에 의하여 마녀사냥되어 대중 앞에 벌거벗겨진다는 사실을 목도하였다.

사례 2. 복불복(福不福), 감정 의사 3명 중 1명만 잘못 만나도 실형

2018년 10월 2일 경기도의 모 지원에서 횡격막탈장을 원인으로 숨진 8세 피해자에게 오진을 한 의사 3명 모두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되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금고 1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본고에서 실제로 응급 상황이었냐, 오진이냐 아니냐 등을 다루기는 어렵지만 8세 어린이에게 선천적 횡격막탈장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희귀하며, 탈장이 유발되도록 횡격막이 완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수년간 있어온 상태이다. 또한 당시에 병원에 내원하고 이후 외래에 찾아가기까지 탈장은 양화와 악화를 반복하였을 것이며, 증상이 간헐적 복통이므로 진단이 아주 어렵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의료인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3명의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 중 1명의 전문의만이 주장한 ‘말도 안 되는 오진’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법정구속이란 실형을 선고하였다. 하지만, 환자의 흉부 단순 X선 사진은 횡격막이 약간 올라가 있는 소견을 보일 뿐 탈장을 의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학병원의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는 대부분의 경우 1, 2차 의료기관에서 병이 진단되고나서 치료를 목적으로 특정한 진료만 전공한 교수에게 의뢰된다. 따라서 야전병원과 같은 응급실이나 청진기 하나만 들고 처음 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1차 의료기관의 통상적인 현실과는 너무도 다르다. 이러한 현실은 무시하고, 대학병원의 외래 진료를 기준으로 동네의원이나 응급실의 진료 수준을 판단(judge)해 버리면 큰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진료하는 환자의 군이 다르고, 진료하는 의사의 전공이 다르며, 진료하는 데 투여되는 물적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팬텀기로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명중시키지 못한 비행사에게 F35 비행사가 ‘나라면 성공했다’며 군법재판에서 처벌을 주장하는 것에 비유될 만하다.
이 재판을 통하여 기존의 의료 감정이 의사에게 유리하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보다는 오히려 의사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의료 감정은 법관이 재판을 진행할 때 판단에 도움을 받기 위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증거 수집 방법이다. 감정은 법원 직권으로도 할 수 있으며, 소송 당사자인 피고나 원고가 감정을 신청을 할 수도 있다. 감정이 진행되면 법원은 감정 촉탁 기관에 소송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 중 감정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다. 법원은 의료 감정의 경우, 등록된 감정 의사에게 감정을 의뢰하거나 대한의사협회, 학회, 의학회 등에 의뢰하는 절차를 거친다[4].
의료 소송에 있어 반드시 진료 기록 감정 절차가 요구되지는 않지만 의료 분야가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전문가인 의사 등의 의견을 참고하지 않고 재판을 종결하는 데 많은 부담이 있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많은 소송에서 진료 기록 감정 절차를 거치며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본 사례처럼 3명의 감정인 중에 1명만 피고에게 불리한 감정 의견에 따라 구속까지 되는 사례를 보면 그 중요성을 더욱 크게 인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공정한 감정 기관 또는 감정 절차가 요구된다[5].

사례 3. 태반조기박리 출혈에 의한 사망에서 실형으로 법정 구속된 산부인과 의사

2019년 6월 27일 사산아 분만 중 의료진의 부주의로 갑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인지하지 못하여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개월 실형선고 및 법정 구속되고, 분담 담당 간호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 등의 단체는 “태반조기박리는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면서 “태반과 자궁벽 사이에 피가 고이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피고인이나 분만 경험이 많은 의사도 진단하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법원은 의사가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죽음에 이르는 산모를 살려내지 못한 것을 감옥에 갈 사유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의사는 “언제든지 구속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며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고 항변하였다.

결 론

형사 소송으로 인하여 실형이 선고되어 구속되는 경우에 의료진은 민사 소송에 패소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첫째, 실형으로 인하여 본인이 운영하던 의료기관의 폐업을 초계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벌금이나 합의금, 민사 소송의 비용도 구할 방법이 없게 되며, 대부분 막대한 대출을 가지고 개원하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편의 개인 의원으로서는 막대한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한다. 둘째, 대부분의 의사들은 파출소나 경찰서를 다녀본 경험도 없는 지극히 일반적인 생활을 해왔으며, 의과대학의 진학이나 전문의를 마치는 기간 동안에 이런 경험이 있기가 힘들다. 따라서 각종 강력 범죄로 인하여 구속되거나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과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큰 정신적 충격일 수밖에 없다. 셋째, 어떤 원한이나 정신적 문제로 특정 환자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는 한, 의료인은 평생을 환자를 살리는 방법을 교육받았고 그러기로 선서를 하고 의업을 해온 사람이다. 이런 소명을 이어온 사람으로서 구속되어 구치소나 감옥에 인신이 구속되어 있게 되면 당연히 이제까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택하고 유지해온 의료인으로서의 직업적 소명에 회의를 가지게 된다. 이는 직업인으로서 소명만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소명 또한 꺼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6].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에도 의사는 고위험도의 시술을 지속할 수 없는 큰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 소송이 발생하는 상황이 고난이도의 수술이나 중증 응급환자의 치료 중 발생한다. 따라서 중증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이 다시 소송에 휘말리면 유예된 형이 집행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또 소송이 걸려서 ‘초범이 아니므로’ 정상 참작도 되지 않고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으로 크게 진료에서 위축되게 된다. 또한 공립병원이나 국립대학교병원, 사립대학교병원은 모두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가 되어도)이 확정되면 자동적으로 해임 또는 파면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평생을 교수로서 의과대학 학생을 교육하고 전공의를 수련시키던 의과대학 교수는 대부분 소명 의식을 가지고 택한 직업이며, 특히 중증 환자 진료 분야를 선택한 의사들의 소명 의식과 책임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의사들 대부분의 경력을 단절시키고, 중증 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하며, 기피할 의사조차도 없도록 지원할 후학도 없애버리는 것이 의료 분쟁에서 실형이 만드는 큰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료 분쟁의 형사 처벌의 큰 부작용을 피하여 의료인도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도 보호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기적인 거대담론으로는 첫째, 자동차보험과 사고에서 적용되는 형사 특례 제도를 의료 분쟁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의료분쟁중재원의 활성화를 위하여 일부 도입이 되었지만, 그 범위가 경미한 의료 과실에 한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로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의료 감정의 전문성 강화이다. 의료분쟁중재원에서 감정단을 확대하고 조금씩 교육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의사협회에서 자체적인 감정원을 설립하려고 하지만 이 또한 재원과 인력 풀 등의 여러 넘어야 할 문제점이 있다. 특히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신뢰할 감정 기구가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여러 거대담론이 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임상 진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거대담론보다는 당장 진료 중에 의료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의료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숙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조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형사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 꼭 변호사 또는 법무 담당자와 충분한 협의를 하기를 권고한다. 특히 한 명의 변호사와만 상담하지 말고, 선임 전 단계라도 2-3명의 변호사와 상담하고, 이 중에 의사 출신 변호사 1인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소송이란 사건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 너무도 다른 과정과 결과를 거치므로 임상의사로서는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 법률 전문가의 시선에서는 보인다. 둘째, 경찰 및 검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사가 동행해야 할지는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를 해서 결정해야 한다. 항상 동행 또는 부동행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내용에 따른 판단이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사건일수록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를 하고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나중에 수천, 수억을 들여서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1차 경찰 조사부터 철저히 준비하기를 바란다.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 고소장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를 해서 먼저 변호사와 상의하고 출석 날짜를 잡아야 한다. 셋째, 봉직의 또는 전공의의 경우에는 병원 경영진과 소송에서 입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준비하기 바란다. 병원 경영진은 민사 소송만 책임을 지지만, 의사 개인은 형사 소송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병원 시스템의 오류나 보조 인력의 과실의 경우에 민사 소송에서 병원의 배상 책임을 피하려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모두 봉직의에게 책임이 전가된다. 이는 변호인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형사 합의에 대한 부분도 무죄 주장을 철회하는 것이 아닌, 형사 소송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여러 명의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여러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 특히나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전문의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느라 사회와 법정에서의 시각은 무시하는 경향을 버리고, 질병에서 의사가 전문가이듯 법률에서의 전문가는 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의료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

REFERENCES

1. Lee DP. Current status of medical disputes, prospects and cautions. Korean J Med 2019;94:231–236.
crossref

2. Korea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AgencyM.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statistical year-book 2018 [Internet]. Seoul (KR): Korea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Agency, c2019. [cited 2019 Apr 5]. Available from: https://www.k-medi.or.kr//lay1/bbs/S1T27C96/A/25/view.do?article_seq=4461&cpage=&rows=&condition=&keyword=


3. Lim S. An increased case for doctor's arrest. 20 large hospitals in the Seoul spend an additional 10 billion won on medical disputes [Internet]. Medigate News: Korea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Agency, c2019. [cited 2019 Jun 12]. Available from: http://www.medigatenews.com/news/2121977470


4. Kim HN. Current status of medical interpretation and direction for improvement. Report of KMA Research Institute for Healthcare Policy 2014;12:96–103.


5. Yang HJ. How to improve expert witness in medical malpractice litigation. The Korean Society of Law And Medicine 2008;9:311–338.


6. Kim NK. Medical accidents and medical disputes. Seoul: Communication Books, 2016.


TOOLS
METRICS Graph View
  • 0 Crossref
  •  0 Scopus
  • 2,649 View
  • 201 Download

Editorial Office
101-2501, Lotte Castle President, 109 Mapo-daero, Mapo-gu, Seoul 04146, Korea
Tel: +82-2-2271-6791    Fax: +82-2-790-0993    E-mail: kaim@kams.or.kr                

Copyright © 2024 by The Korean Association of Internal Medicine.

Developed in M2PI

Close layer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