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사태 이후 의학교육 현장에서 떠오른 질문

Questions Emerging from Medical Education in the Aftermath of the 2024 Medical Conflict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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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2026;101(2):57-6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6 April 1
doi : https://doi.org/10.3904/kjm.2026.101.2.57
Division of Cardiology,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Hally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huncheon, Korea
홍경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순환기내과
Correspondence to: Kyung-Soon Hong, M.D., Ph.D. Division of Cardiology,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Hally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1 Hallymdaehak-gil, Chuncheon 24252, Korea Tel: +82-33-240-5275, Fax: +82-33-240-5814, E-mail: kshong@hallym.or.kr
Received 2026 January 8; Revised 2026 January 29; Accepted 2026 February 4.

Trans Abstract

The 2024 medical conflict in Korea, often summarized as a ‘medical crisis’, exposed not only the fragility of the healthcare delivery system, but also the vulnerable foundations of undergraduate and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The abrupt withdrawal of residents and the prolonged disruption of clinical teaching did not merely create a temporary gap in the curriculum, it left a deep fissure in the development of an entire generation of physicians and medical professionals. As a clinician-educator in internal medicine, the author came to regard this crisis less as a political dispute and more as an invitation to revisit three fundamental questions about medical education: what we have been teaching, for whom we have been teaching, and how we can teach together. This article reflects on these three questions from the perspective of the educational field after the crisis and explores the internal limitations of current medical education, which centers on knowledge transmission, examination performance, and short-term workforce needs. Based on this reflection, three directions are proposed for rebuilding medical education after the crisis: healing students’ trauma and restoring a psychologically safe learning environment; restructuring curricula around core professional and civic competencies; and redefining educational governance through the stable participation of all stakeholders. Drawing on these proposals, this article argues that medical education in Korea should become a central arena for recovering public trust and re-articulating the social meaning of being a physician.

서 론

2024년 의정 사태는 의료 제공 체계의 위기를 넘어 한국 의학교육의 취약한 기반을 드러낸 사건이었다[1]. 전공의 이탈과 학생 교육 중단은 단기간의 혼란을 넘어 한 세대의 의사 양성과 전문직 정체성 형성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임상 현장의 교수자로서 필자는 이를 정책 갈등으로 인식하기보다 ‘지금까지 어떻게 의사를 양성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라는, 보다 근본적 질문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학부 의학교육 현장에서의 경험과 성찰을 중심으로 기술하되 수련교육(전공의 과정)과의 연속성을 함께 고려하고자 한다. 의학교육의 수준과 전문직의 정체성은 학부에서의 기초적 교육이 수련 과정을 통해 심화되는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정 사태 이후 의학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세 가지 질문, 즉 무엇을,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중심으로 의학교육의 내적 한계를 성찰하고 향후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본 문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 왔는가?

의정 사태로 강의와 실습이 중단되자 교육 현장에서는 온라인 강의와 대체 평가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방법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였지만 과정을 지켜보며 필자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우리가 가르쳐 온 것은 결국 온라인으로도 가능한 지식과 시험 준비에 국한된 것이었는가?

임상 현장에서 의학교육은 기본적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곁에서 관찰하고, 그 자료를 모아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과 거기서 나온 가설과 추론을 개별 환자에게 적용해 보는 경험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교수, 전공의, 학생이 함께 병실 앞 복도에 서서 의료 지식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짧은 시간들 속에 전문인으로서 경험이 축적되고 정체성이 형성되며 성숙해 간다. 그럼에도 교육의 중심은 측정 가능한 영역에 머물렀고, 이른바 ‘측정하기 어려운 교육’은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다. 의정 사태는 이 보이지 않는 교육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그동안 지식 전달과 시험성과 중심의 교육이 전문직의 정체성, 윤리적 성찰, 사회적 책임과 같은 영역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는 기존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한 교육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환자 안전 시뮬레이션을 포함하는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 팀 기반 학습(team-based learning), 다양한 형식의 비대면 수업, 포트폴리오 평가 등은 단순한 대체 수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교육의 요소를 구조화하고 포괄적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의정 사태 공론의 장에 자주 등장한 질문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였다. 이에 비해 교육 현장의 필자가 던진 질문은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였다[2]. 학생들이 의사가 되기 위하여 거치는 준비 과정은 개인의 성장인 동시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인을 길러 내는 과정이므로 궁극적으로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국민 건강과 안녕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의학교육은 오랫동안 학생과 수련병원의 필요에 맞춘 효율적 인력 양성 체계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고 교육의 핵심 이해당사자이자 미래의 의사로서 교육의 주체인 학생은 정작 교육 논의에서 주변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다. 의정 사태 이후 의사 집단을 향한 사회적 불신과 분노는 안타깝게도 학생들에게까지 향하였고 취약한 위치에 선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고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학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단순한 전문 인력 양성을 넘어, 원칙을 지키는 소신과 함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문직을 길러내는 일이다.

그러나 학생을 오로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본다면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의 역할과 책임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의정 사태를 겪으며 경험한 혼란과 상처를 토대로 의학 교육의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설계해야 할 핵심 주체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진로를 성찰하며 포트폴리오를 직접 설계하고, 학생 대표가 커리큘럼 위원회, 교육평가위원회 등에 참여하여 교육 과정을 함께 논의 및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소그룹 토론, 윤리 세미나, 멘토링 및 상담 체계를 통하여 학생들이 의정 사태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동시에 책임 있는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며 미래의 의사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추구하는 교육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 현재 의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함께 가르칠 것인가?

역설적으로 의정 사태는 의학교육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협력과 도움으로 유지되어 왔는지를 드러내 보였다. 전임의와 전공의, 간호사, 그 외 여러 직역의 의료인이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교수 단독의 교육과 진료는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그동안의 의학교육은 다양한 직역의 협업으로 이루어져 왔음에도 제도와 담론 속에서는 주로 교수-학생의 이분법적 관계로만 묘사되어 왔다.

“어떻게 함께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은 교육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교수와 학생, 전공의를 포함한 여러 직역의 의료인, 사회 전체가 부정적 현실 인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통합된 관점에서 의학의 본질과 의사의 사회에 대한 역할과 소명 그리고 그 과정의 어려움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현 시점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동시에 교육자로서 감당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 공동체 재구성은 추상적인 구호에 그쳐서는 안되며 실제 교육 설계와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의대생, 전공의, 간호사, 약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환자 안전 시뮬레이션 교육, 여러 직역이 팀을 이루어 환자를 평가, 논의하는 다학제 팀 진료,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모의 의료윤리위원회 활동 등은 다직종 협업과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실제적인 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하여 학생들은 의료가 본질적으로 협업에 기반한 행위임을 체득해야 한다.

앞으로의 해결책과 방향

첫째, 트라우마를 입은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 이상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않고, 자존감과 정체성을 회복하도록 돕고 안전하고 적절한 교육 환경을 마련하여 그들의 잠재력을 다시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3]. 안전하고 적절한 교육 환경은 학습권의 침해 우려 없이 교육이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상담 및 멘토링의 체계적 지원, 동료들의 지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하여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며 정당한 평가와 피드백 및 지원 체계를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교육 거버넌스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의학교육에 관한 중대한 정책 결정이 더 이상 교육 현장의 목소리와 분리되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정부, 의과대학, 수련병원, 학생과 전공의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 이 협의체는 자문 기구를 넘어 교육의 질과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약속을 만드는 장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위기 상황에서 교육 중단과 축소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리 논의하고 교육의 최소 기준을 설정하며 학생 및 전공의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평가와 인증 또한 규제 수단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최소 기준을 제시하는 공적 장치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의 가치를 회복하고 강화해야 한다. 교수자의 교육 활동이 저평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고 모든 구성원의 기여가 공정하게 인정되고 평가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과 전공의, 여러 직역의 의료인이 교육의 설계와 평가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함께 가르치고 함께 배우는 협력적이고 지속적인 의학교육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의정 사태로 손상된 내부와 외부의 신뢰를 동시에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결 론

의정 사태 이후 현장에서 던져진 세 가지 질문은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이 사회에 어떤 의사를 보내고 싶은가. 의정 사태는 정부, 의료계, 환자와 시민, 학생들까지 서로를 불신하고 상처를 입은 채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낳았다. 이제 이러한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과 의료 현장 그리고 교육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동일한 목표를 향해 조율되어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묵묵히 학생을 마주하고 있는 교육자의 작은 성찰과 상처를 입은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아픔을 인정하고 새로운 신뢰 관계를 다시 맺으려는 노력에서 출발할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AUTHOR CONTRIBUTIONS

Kyung-Soon Hong wrote the manuscript and conducted the overall writing of the paper.

ACKNOWLEDGEMENTS

None.

References

1. Park HW. The 2024 medical crisis: challenges for medical education. Korean Med Educ Rev 2024;26:118–121.
2. Kang Y. A medical student’s view of the conflict between physicians and the government in 2024. Korean Med Educ Rev 2024;26:135–139.
3. Jeon WT. After the conflict between physicians and the government: how will educate our students? Korean Med Educ Rev 2024;26:13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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