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미래를 위한 정책 설계
Strategic Policy Framework for Ensuring the Sustainability of Essential Healthcare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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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South Korea’s rapid economic growth over the past 50 years has significantly improved healthcare outcomes, with life expectancy rising from 62.3 years in the 1970s to 82.7 years in 2022. However, the sustainability of its high-performing healthcare system is increasingly uncertain. Healthcare expenditure as a percentage of GDP reached 9.7% in 2022, surpassing the OECD average, while the fertility rate dropped to 0.72, undermining the system’s demographic foundation. Challenges include freezing health insurance premiums despite rising costs, short-term fiscal injections without thorough evaluation, and expanding the physician workforce without accounting for demographic changes. These policies risk overburdening future generations and escalating systemic financial pressures. To ensure sustainability, a shift in healthcare policy is necessary; from expanding services to managing limited resources and controlling demand. South Korea must adopt a strategic, long-term framework that balances current needs with future sustainability, ensuring its healthcare system remains equitable and resilient.
대한민국은 최근까지 가장 급격한 경제 성장을 달성한 국가이다. 1인당 gross domestic product (GDP)는 2023년 기준 35,000달러를 넘겼으며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성장은 보건의료의 성과로 전환되어 왔다. 1970년대 62.3세이던 기대 수명은 2022년 82.7세로 약 20년이 늘어났다[1].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국가 간 비교에서도 대한민국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가장 강건한 지표 중 하나인 기대 수명은 전세계 주요 국가 중 3위이며 회피 가능 사망률 또한 4위에 위치하고 있다[2]. 놀랍게도 이러한 성과는 2020년까지는 OECD 주요 국가의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GDP 대비 의료 비용 지출로 달성되었다. 즉 우리나라는 적정 부담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 체계가 오랫동안 지속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다음 몇 가지 지표로 구체화된다. 2022년 GDP 대비 의료 비용 지출은 9.7%로 사상 처음으로 OECD 국가의 평균을 넘어섰으며 이는 지난 20년간 높은 증가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부양을 위한 기초적 인구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3]. 즉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체계가 높은 성과를 달성해 왔지만 이는 경제 성장을 통한 재정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며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인구 구조 개선 없이는 거시적 환경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두 가지 축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과 의료 비용을 책임지는 건강보험이다. 하지만 두 사회보장제도 모두 장기적 재정 전망은 충격적이다. 2024년 KDI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모수 개혁이 없을 경우 2054년경 소진되며 이를 보험료 조정만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35% 내외까지 보험료율 수준을 올려야 한다[4]. 또한 현재의 건강보험료 증가 추세와 국민 의료비의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해당 시점의 건강보험료율 또한 15% 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non-published data). 즉 2055년경의 부양 인구는 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전체 소득의 약 50%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어떠한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필수의료의 미래도 앞서 언급한 국가의 거시적 환경 변화에 맞춰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보건의료 정책은 단기적 목표보다는 장기적 적용 시점을 바라보아야 하며 방향성과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은 우려스럽다.
첫 번째 문제는 건강보험의 장기 재정 악화다. 2024년 건강보험료율은 직장인 기준 7.09%로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동결되었다[5]. 건강보험제도가 성립한 이래 역대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감당 가능한 선에서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아직 인구 구조와 잠재 성장 측면에서 여유가 있을 때 건강보험 재정은 더욱더 확보되어야 한다. 건강보험료 동결은 코로나 19 판데믹, 미국발 경제 위기 등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만 있었다. 그러나 현재 정책 상황이 그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올해 정부는 지역 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사실상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자동차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폐지와 재산 공제액 인상으로 지역 가입자의 징수액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결정은 직장 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의 장기적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며 재정 수지를 악화시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고 필수의료의 재정적 뒷받침을 어렵게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단기적 재정 투입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다. 의정 갈등 이후 정부는 다양한 보완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수의료 공정 보상 체계 등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상급 종합병원 구조 개선, 국립대학교 병원 재정 투자 등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필수의료 종사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질 수 있으나 해당 정책들의 장기적 재정 영향은 면밀하게 평가되고 있지 못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 구조 개선 사업에 연간 3.3조 원 이상이 소요되며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국립대학교 병원 재정 투자 등에도 추가적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6]. 정부는 현재 건강보험료 수입이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하나 현재 건강보험 지출은 아직 완전히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며 수입 측면에서 노동인구의 비율은 가장 높은 구간을 지나고 있어 재정적 여건이 좋을 수밖에 없다. 만약 위 정책이 정착되어 지속적으로 재원의 추가적인 소모가 발생한다면 중장기적 재정 영향은 더욱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의사 인력 정책이다. 현재의 정책은 의과대학 증원으로 미래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의사 인건비의 상승을 억제하며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한다는 정책으로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래 인구 구조 변화와 부양 인구의 감소, 의료계의 복잡한 직역, 세대 간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부작용은 이익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의 의료 수요 증가에 전면적으로 대응한다는 관점은 그 자체로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지난 20년간 건강보험 영역으로만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매년 10% 넘게 진료비 총액이 증가하여 왔다. 이러한 시장 성장 속도는 고성장, 저부양 환경에서는 성립 가능하지만 저성장, 고부양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다. 지금처럼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국민의 의료 수요에 대한 한없는 의료 공급은 지속 불가능 지점을 앞당길 뿐이다. 의료 관련 인건비, 비용의 증가는 의료 인력의 공급 증가보다 수요 억제가 더욱더 직접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또 학령기 인구는 2016년생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향후 15년 뒤에는 대입 인구수가 30만 명 미만으로 감소하게 된다. 의사 인력의 계획은 전체 인구 대비 의사의 수만큼 해당 연령 구간에서의 인력비의 관점에서도 수립되어야 한다. 분모에 해당하는 학령기 인구의 감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율의 인력이 이공계에서 유출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공급자와 소비자, 관리자가 분리된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고도 성장기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정부는 최소한의 초기 투자로 의료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으며 의료계는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회전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국민들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는 높은 경제 성장률과 유리한 인구 구조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의 인구 구조는 이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의료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의료계는 내부적 갈등과 필수의료 종사자의 사회 경제적 처우, 의료 소송의 위험 등으로 지속적인 인력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현재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치중하여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계속해서 수용하겠다는 낙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사 인력 확대와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왜 필수의료 현장에서 과도한 노동 강도를 감내하며 비필수의료와의 경제적 격차를 받아들이고 있는 의료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의료 정책은 이제 보장성 확대라는 기존의 방향에서 벗어나 한정된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수의료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무제한적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수요 자체를 조절하여 후속 세대가 지속 가능한 체계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은퇴 세대와 건강 취약계층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의료계에는 시장 성장의 둔화를 의미할 수 있다. 이는 현 세대 누구에게도 환영받기 어려운 정책이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나 대규모 재정 투자와 같은 손쉬운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미룬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AUTHOR CONTRIBUTIONS
Jaehun Jung confirms sole responsibility for the following: manuscript preparation and editing.
Acknowledgements
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