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Enterococcus hirae (
E. hirae)는 1985년 처음 보고된 장구균의 일종으로 주로 닭, 쥐, 고양이, 개 등의 동물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인체 감염 사례는 1998년 Gilad 등[
2]이 처음으로 보고하였는데 혈액 투석을 받는 말기 신질환 환자에게 발생한 균혈증 사례였다. 국내에서는 2000년에 Park 등[
3]이 급성 신우신염을 동반한
E. hirae 균혈증 사례를 처음으로 보고하였다. 이후 2009년 Kim 등[
4]과 2017년 Lee 등[
5]에 의한 증례 보고가 있었다. 저자들은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여성에게 발생한 요로 감염으로 인한
E. hirae 균혈증을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또한 국내외 문헌 고찰과 지난 20년간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에서 발생한
E. hirae 균혈증 사례를 추가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지샘병원(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No. 2024002)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IRB No. B-2403-891-105)에서 IRB 승인을 받았다.
증 례
환 자: 38세 여자
주 소: 3일 전부터 시작된 발열, 오심, 구토, 빈뇨
현병력: 환자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23.64로 과체중이었으나 기저질환은 없었다. 내원 전 국내외 여행력은 없었고 키우는 반려동물은 없었으며 도심지에 거주하는 가정주부로 동물 접촉력도 없었다.
신체 진찰: 내원 시 활력 징후는 혈압 140/90 mmHg, 심박수 119회/분, 체온 38.2℃, 호흡수 20회/분이었다. 급성 병색을 보였으나 의식은 정상이었고 심음, 폐음 칭전 소견도 정상이었다. 상복부와 왼쪽 갈비척추각에 압통이 확인되었다.
검사 결과: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23,840/μL (중성구 89.2%), 혈색소 12.1 g/dL, 혈소판 302,000/μL,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ESR) 82 mm/hr였다. 생화학 검사에서 혈액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 BUN) 9.2 mg/dL, 크레아티닌 1.21 mg/dL,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aspartate transaminase/alanine transaminase, AST/ALT) 17/18 U/L였다.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 CRP)은 326.84 mg/L로 상승되어 있었다. 소변 검사에서 백혈구 양성, 질산염 음성이었고 적혈구는 3-5/high power field (HPF), 백혈구는 50/HPF 이상으로 관찰되었다. 단순 흉부/복부 방사선 사진에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조영증강 복부-골반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양쪽 신장의 크기가 약간 커져 있었고 양쪽 신피질에 쐐기 모양의 다초점 저음영 소견이 관찰되었으며 해부학적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경과 및 치료: 요로 감염으로 진단하고 경험 항생제로 ceftriaxone 2 g을 24시간 간격으로 정맥 주사하였다. 그러나 입원 4일째에도 발열, 오한, 왼쪽 갈비척추각 압통이 지속되어 항생제 내성 균주에 의한 요로 감염으로 판단하고 항생제를 ertapenem으로 변경하여 투여하였다. 입원 5일째, 입원 시 시행한 혈액배양 검사에서 E. hirae가 MALDI Bioyper Sirius® (Bruker Daltonics, Billerica, MA, USA)와 Virtuo® (BioMerieux, Marcyl'Étoile, France)에 의하여 동정되었다. 소변배양 검사에서는 Microscan Walkway 96 plus® (Beckman Coulter, Brea, CA, USA)를 사용하여 E. hirae/durans가 동정되었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의 경우 혈액배양 검사는 VITEK® 2 system (BioMerieux)으로 시행하였고 소변배양 검사는 Microscan Walkway 96 plus® (Beckman Coulter)로 시행하였다. 혈액과 소변에서 동정된 두 균주는 항생제 감수성 검사에서 동일하게 ampicillin, ciprofloxacin, imipenem, vancomycin에 모두 감수성을 보였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에 따라 ampicillin/sulbactam 3 g을 6시간 간격으로 정맥 투여하였다. 입원 5일째부터 발열 등의 임상 증상이 호전되었다. 입원 4일째에 시행한 추적 혈액배양 검사에서 균음전이 확인되었으며 입원 11일째 경구용 amoxicillin으로 교체하여 퇴원하였다. 혈액배양 검사에서 균음전 시점을 기준으로 감수성 있는 항생제를 총 2주간 투약한 후 중단하였다. 퇴원 2주 후 외래 방문 시 환자는 재발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퇴원 9개월 시점까지 추적하였을 때 증상 재발은 없었다.
고 찰
장구균은 2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임상 검체에서 90% 이상 동정되는 주요 균주는
Enterococcus faecalis와
Enterococcus faecium이고 다른 장구균은 상대적으로 드물게 동정된다[
6-
8]. 국내외 임상 검체에서
E. hirae의 분리율은 1-3%로 알려져 있는 데[
6,
9,
10]
E. hirae에 의한 인체 감염 사례는 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문헌 고찰을 통해 총 11예의 요로 감염으로 인한
E. hirae 균혈증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Table 1). 또한 저자들은 추가로 본 증례를 확인한 병원이 속한 권역 내 일개 상급종합병원에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의 혈액배양 검사 중
E. hirae가 확인된 사례에 대해 후향적으로 의무기록을 조사하여
E. hirae에 의한 균혈증 25예를 확인하였다. 이 중 가장 흔한 원발 감염 부위는 요로 감염으로 13예(52%)를 차지하였고 다음으로 간담도 감염 8예(32%), 기타 부위 감염 4예(16%) 순으로 확인되었다. 이 중 요로 감염으로 인한 균혈증 13예, 본 증례 1예, 국내외 문헌 고찰에서 확인된 증례 11예 등 총 25개의 증례에 대한 임상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Table 1). 그 결과 환자의 평균 연령은 65.8세였으며 남자가 11명(44%), 여자가 14명(56%)이었다. 당뇨병, 심장질환, 만성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20명(80%)이었고 40세 미만 환자는 2명이었다. 항생제 감수성을 확인할 수 없었던 3예를 제외하면 모두 ampicillin에 감수성이 있었다. 이를 통해
E. hirae에 의한 균혈증을 동반한 요로 감염은 주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중년 혹은 노년층에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본 증례의 환자와 같이 상대적으로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증례에서 혈액배양 검사는 전자동 미생물 검사기와 matrix-assisted laser desorption ionization time of flight mass spectrometry (MALDI-TOF MS) 방법을 이용하여
E. hirae로 동정되었으나 소변배양 검사의 경우
E. hirae/durans로 동정되었다.
E. hirae와
E. durans는 미생물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균주는 생화학적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11] 본 증례의 경우 전자동 미생물 검사기로 균을 동정하여 추가적인 동정을 진행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혈액과 소변에서 분리된 두 균주 모두 항생제 감수성이 동일하여
E. hirae에 의한 요로 감염에 동반된 균혈증으로 판단하였다.
임상 검체에서 분리된 E hirae의 항생제 감수성과 관련한 연구 보고는 많지 않다. McNamar 등[
10]은
E. hirae 임상 분리 균주가 ampicillin과 ciprofloxacin에 각각 55%, 17%의 내성을 보였고 vancomycin과 teicoplanin에는 모두 감수성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국내에서 Uh 등[
12]은
E. hirae 5주 중에 2주가 ampicillin과 고농도 gentamycin에 내성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본 증례와 문헌 고찰 및 상급종합병원 증례 조사에서 균혈증과 요로 감염을 일으킨
E. hirae의 경우 확인되지 않은 3건을 제외하고 모두 ampicillin에 감수성을 보였다. 따라서 소변배양 검사에서 그람양성구균이 보고되면 장구균을 고려하여 ampicillin 혹은 vancomycin과 같은 경험 항생제를 투여하되 MALDI-TOF MS 등의 신속 진단 방법으로
E. hirae가 확인될 경우에는 ampicillin을 투여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