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서구에서 신대체 요법을 시작하는 평균 나이가 약 64-73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말기 신부전 환자의 평균 연령은 2020년 64.8세로 보고되었으며 65세 이상 고령의 투석 환자 비율은 1990년에는 2.7%에 불과하였지만 2021년에는 55.3%까지 증가하였다[1]. 그러나 고령 투석 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높아 투석 시작 1년 후 생존율이 서구 및 우리나라의 경우 60-70%이며 75세 이상의 환자에서는 투석 시작 후 10% 이상이 3개월 미만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일반적으로 투석 치료가 보존 치료에 비하여 생존 이득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초고령군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이 있다. 따라서 노인 환자에서 투석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본 론
최근에 의료 윤리의 4대 원칙 중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 강조되면서 환자 본인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권이 존중되고 있고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은 진행된 만성 콩팥병의 치료 결정에 있어 주요 진료지침에서 권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진행된 만성 콩팥병 환자의 치료 계획 수립 시에 신대체 요법 외에도 보존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현재 투석 치료가 주요 치료법으로 제안되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투석 치료 시작 1년 이내에 치료 결정에 대하여 높은 후회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에게 올바른 임상 정보와 질병에 대한 예후를 충분히 제공하고 환자는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함께 치료 목표를 설정하여 투석 치료 혹은 보존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진행된 노인 만성 콩팥병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이 되는 임상 지표는 다음과 같다.
노쇠(frailty)
노쇠는 체중 감소나 기운 감소 및 보행 속도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투석을 받는 환자에서 간략히 예후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임상적 지표이다. 투석을 시작하는 환자 중 67%에서 이러한 노쇠 현상이 발견되며 노쇠는 입원율 및 사망률의 위험성을 두 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고령의 투석 환자에서는 낙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노쇠와 연관되어 있다. 노쇠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Rockwood 연구팀은 2005년도에 사망률을 반영하는 임상적 노쇠 척도(clinical frailty scale)를 개발하였고 2012년도에 업데이트하였다[3]. 한국에서도 여러 노쇠 지표가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에 자주 사용되는 한국형 노쇠 척도는 표 1과 같다[4]. 최근 신장내과 영역에서 공유 의사결정 시 노쇠 지표를 이용하여 치료 계획을 결정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깜짝 질문(surprise question)
의료진에게 환자의 상태를 묻는 간단한 질문이 노인 말기 신부전 환자의 노쇠 평가 및 예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물은 “이 환자가 1년 뒤에 사망하게 된다면 나는 놀랄 것인가?”라는 깜짝 질문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147명의 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서 “아니오”라고 대답한 환자군이 “예”라고 대답한 군에 비해 고령이고 동반 질환이 많았으며 사망률이 더 높았다(29.4% vs. 10.6%) [5].
인지기능장애(cognitive function)
고령의 투석 환자에서 치매 발생률이 높고 이와 연관되어 사망률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치매가 있는 환자는 없는 환자에 비해 첫 투석부터 사망까지의 평균 기간이 약 18개월 정도 짧았다. 따라서 투석 환자의 인지기능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말기 신부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면에서 중요하다. 인지기능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투석 중 이상행동을 하면서 협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투석 중 바늘이 빠지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한신장학회 소속 신장내과 전문의 369명이 응답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출간된 문헌은 위와 같이 협조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투석 유보 혹은 중단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6]. 한편 치매 등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진행된 만성 콩팥병의 치료 결정에 있어 본인이 투석 또는 보존 치료 등의 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가족 및 보호자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다. 따라서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향후 투석 혹은 보존 치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말기 신부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모델
최근 임상 지표를 정량화하여 투석 후 생존율을 예측하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Couchoud 연구팀은 75세 이상 환자가 투석을 시작하는 경우 6개월 사망률을 19%로 보고하면서 다양한 변수를 점수화하여 6개월 생존율 예측 모델을 제시하였다[7]. 또한 이 연구팀은 75세 이상의 만성 콩팥병 환자의 투석 후 3개월 생존율을 예측하는 REIN score 모델을 개발하였다. 이 모델에서는 연령, 성별, 심부전 기왕력, 말초혈관질환, 부정맥, 활동성 암, 행동장애, 활동성(mobility), 알부민 수치 등 9개 변수를 점수화하여 3개월 생존율을 예측하였다[8]. 하지만 국내에서는 고령 말기 신부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방법이나 모델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대한신장학회 산하 노인신장학연구회에서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으로 그 결과가 기대된다. 투석을 시작할 때 고령의 투석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위와 같은 방법들은 의료진과 환자의 공유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제공하며 투석 치료 또는 보존 치료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존 치료
투석 유보를 결정한 환자는 보존 콩팥 관리(conservative kidney management)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보존 콩팥 관리는 말기 콩팥병 환자에서 투석이나 이식과 같은 신대체 요법을 시행하지 않고 질병의 진행과 합병증을 지연시키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콩팥 지지 의료(kidney supportive care) 제공에 중점을 두는 관리를 말한다. 이는 환자-중심 관리와 공유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질병의 진행과 합병증을 지연시키기 위한 적절한 개입을 지속하면서 삶의 질 최적화, 증상 관리와 사전 돌봄 계획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투석 유보와 보존 콩팥 관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고 어느 대상자에게 고려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보존 콩팥 관리의 국내 정착을 위해서는 국내 실정에 맞는 보존 콩팥 관리 진료지침 및 투석 유보 환자, 가족과 의료진을 위한 보존 콩팥 관리 의사결정 지원 도구의 개발과 공유 의사결정 과정의 활성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