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대한 질병명 개정은 기존의 배제적 진단 기준을 대체하고 기존 영문 용어에 포함된 “fatty”라는 표현이 서양에서는 환자들을 낙인 찍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이를 재정의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과 “비알코올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은 간장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었지만 대사기능장애를 간과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정적인 용어 대신 대사 이상에 집중한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제안되었다[1-3]. 또한 2021년 말경, 국제적 간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델파이 방법을 통해 “steatotic liver disease” 및 그 하위 유형으로서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라는 용어의 사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4,5]. 이러한 변화는 지방간질환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며 포괄적인 환자 관리를 통해 더 나은 건강 증진의 가능성을 제시하게 되었다[6,7].
대한간학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계획이 진행되었다[8,9]. 2023년 12월에 대한간학회는 국제적으로 통일되고 정확한 명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방간질환에 대한 새로운 용어를 정립하고 이를 한글로 제정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였고 2024년 2월에 지방간질환 질병명 개정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개정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주요 간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되어 지방간질환의 본질을 정확하게 반영하면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용어를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개정위원회는 먼저 대한간학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총 11개의 포괄적인 질문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는 기존 용어에 대한 회원들의 인식을 평가하고 새로운 용어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언어적 뉘앙스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본 설문에는 “대사이상” 용어를 강조할지 여부와 만약 그렇다면 이에 적합한 한글 및 영문 용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었다. 미국간학회와 유럽간학회는 “fatty” 대신에 “steatotic” 용어 사용을 제안하였지만 두 용어 모두 한글로는 “지방(脂肪)”이라는 동일한 용어로 번역되므로 설문조사에서는 “비알코올(nonalcoholic, 非酒精)” 대신 “대사이상(metabolic dysfunction, 代謝異常)”을 강조할지 여부에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개정위원회는 질병의 대사적 측면을 강조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용어를 예시로 포함하여 설문을 진행하였다. 광범위한 논의와 수정 끝에 개정위원회는 국제적 합의에 부합하면서도 국내의 문화적, 언어적 측면에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代謝異常脂肪肝疾患)”을 새로운 한글 용어로 선정하였다. 새로운 한글 용어를 확정하기 전 개정위원회는 2024년 대한간학회 지방간질환 임상 진료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의 추가 의견 청취를 거쳐 대한간학회 이사회로부터 추인을 받았다. 이러한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한글 용어가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인지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2024년 6월 27일에 열린 The Liver Week 2024 연례 학술대회에서 대한간학회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새로운 용어에 대한 성명 및 공식적인 한글 용어를 공표하였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국제적 움직임에 맞추어 보다 정확하고 포용적인 명명으로 환자 관리를 개선하고 질병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새로운 한글 용어인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代謝異常脂肪肝疾患)”은 질병의 대사적 근원에 대한 이해를 반영하며 “비알코올” 및 “fatty” 표현과 연관되어 서양에서 우려되는 오래된 낙인 효과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중하고도 상호 협력적인 전환 과정을 통해 제정된 이 새로운 용어가 향후 환자를 배려하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환자 예후를 더욱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한글 용어의 제정을 통해 새로운 약물 및 바이오마커 개발 촉진, 학술단체, 정부 기관, 정책 입안자, 의료산업 및 환자 단체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질병 인식 증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간학회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대한 새로운 한글 용어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채택하며 질병 이해를 증진시키는 언어의 힘과 간질환에 맞서 싸우는 통일된 국제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