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학제 개편이 필요한가: 학제 개편이 교육 혁신의 동력이 되기 위한 조건

The Opportunity for Educational Innovations and Requirements in Academic System Reform of Medical Scho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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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2024;99(3):123-126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4 June 1
doi : https://doi.org/10.3904/kjm.2024.99.3.123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Busan, Korea
윤보영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Correspondence to Bo Young Yoon, M.D., Ph.D.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75 Bokji-ro, Busanjin-gu, Busan 47392, Korea Tel: +82-51-890-6625, Fax: +82-51-895-1864, E-mail: byyoon@paik.ac.kr
Received 2024 May 4; Accepted 2024 May 16.

Trans Abstract

The amendment to the Higher Education Act enforced on February 20, 2024, abolishing the traditional 2-year pre-med and 4-year medical school programs, marks a significant shift in medical education in Korea. The academic system reform is expected to be a driving force for large-scale curriculum revision, presenting an opportunity to introduce new educational innovations not only in curriculum but also in student assessment and support systems. Addressing these challenges requires collaborative efforts among educators, students, and communities to navigate the evolving landscape of medical education effectively. In this regard, I will illustrate the recruitment and development of educators to implement the reform and the collaboration between communities and medical schools to innovate medical education.

서 론

2024년 2월 20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하여 의과대학의 예과 2년, 본과 4년 규정이 폐지되었고 각 대학은 학칙으로 학제를 자율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1924년 경성제국대학에 예과가 설치된 지 100년 만에 한국 의과대학은 의예과와 의학과의 경계를 허물 수 있게 되었다. 의학 교육계는 예과와 본과 과정의 구분을 폐지해 달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 왔지만 실제 시행령이 개정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물론 아직은 시행령 개정 초기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예과 교육을 자연과학대학에서 맡아 전적으로 운영하는 대학도 있고 예과 교육이 기본 교양교육으로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의과대학 평가 인증에서도 예과는 기본 의학교육 시기로 분류되지 않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 결과 의과대학은 예과 교육에 특별한 고민과 개입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본과 과정에 비해 예과 과정의 개선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또한 예과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의과대학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하며 본과의 과도한 학업 압박이 시작되기 전에 단순히 쉬는 시간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1].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비단 의과대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대학에 더욱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려는 정책적 변화이며 학과 및 학부 칸막이 해소,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전임 교원 9시간 원칙 폐지, 사전 승인 없는 온라인 학위 과정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의과대학 학제 개편이 이미 공표된 현 시점에서 학제 개편의 필요성을 다시 논하는 것은 학제 개편에 대한 찬반을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 개정의 취지는 모든 의과대학이 6년제로 학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각 대학이 학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며 기존 학제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학제 개편을 의과대학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하여 경계가 사라진 통합 6년의 새로운 학제를 선택하는 의과대학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며 예상되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할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본 론

학제 개편을 통해 확보한 의과대학의 자율성이 의학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상해 보자. 6년을 한 덩어리로 구성하여 구조를 짤 수 있다면 의학과 1-2학년에 집중된 임상의학교육을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의예과에서 피상적으로 다루던 교양을 의과대학 맥락에 맞게 재편하고 의료인문학을 6년에 걸쳐 의미 있고 심도 있게 나선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임상을 더욱 조기에 노출함으로써 학습자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현장에서 환자 및 다양한 직역과 의사소통을 익히고 병원을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다. 선택 과목이나 선택 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습자 개인의 요구와 진로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 과정을 설계할 수 있고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연구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 여러 외국의 의과대학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 학기나 일 년의 갭이어(gap year)를 두어 학습자의 흥미와 진로에 맞는 경험을 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2]. 임상 실습 중 의미 있는 학생인턴 기간을 늘리거나 장기추적통합임상실습(longitudinal integrated clerkship)을 구현하여 더욱 충실한 교육 과정을 구현할 수 있고 이론과 실습으로 나누지 않고 좀 더 통합적으로 교육 과정을 구사할 수도 있다.

기존에 시행하던 교육을 더 내실화하는 것뿐 아니라 미래 의료를 대비한 AI 교육과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등 미래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의과 대학 시절부터 전문직 간 협력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과 의료시스템과학(health systems science)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의학 이외에 더욱 다양한 학문 분야와 함께 공동체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경험 또한 중요하다. 의학교육자들은 다양한 연구자와 연구회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내용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안해 왔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교육의 주제를 연구하고 실천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먼저 교수자이다. 예전 방식으로 교육을 받은 의과대학의 교수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면서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대의 학습자를 가르쳐야 하는 운명이다. 교수들 안에서도 세대에 따라 경험한 교육이 서로 다를 만큼 교육의 모든 분야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의학의 변화와 눈부신 발전을 실감하는 우리는 그만큼 다른 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배운 그대로 다음 세대를 교육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수자는 의학의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했듯이 미래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에 관하여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 여건은 만만하지 않으며 의료 상황이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수의료의 정의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필수적인 과나 분야에서 종사할 의사들이 줄어들고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자 하는 의사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의과대학생들의 교육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내과 교수들조차 교육을 위한 교육자로 확보하기 어렵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진료, 연구, 교육, 봉사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보상과 유인 체계 안에서 교육에 기여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의과대학 교수들의 탈진(burnout)은 심각한 상태이며 이는 젊은 교수일수록 더욱 심각하다[3]. 가르칠 교육자 없이 교육이 제대로 일어날 리가 만무하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 개선의 선결 조건이며 가장 해결이 시급한 과제이다.

다음은 교육의 주요 이해관계자이자 당사자인 학습자다.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은 교육 소비자로서 정당한 대우와 권리를 주장한다. 학생은 좀 더 개선되고 개별화된 교육을 요구하고 있으며 투명하고 정당한 평가와 피드백 시스템의 도입을 원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과 시험 전략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의사가 되는 과정과 의학교육의 특성을 이해시키고 역량을 달성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역량 달성 여부의 평가와 체계적인 학생 지원은 교육 과정의 개선만큼 중요하며 상호 의존적이다. 학제 개편과 함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시계열로 전 주기 학생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과 학생 지원 체계의 정비는 교육 과정 개선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주제이다.

의과대학의 내부에서는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학제 개편이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사회가 의과대학과 의사에게 요구하는 덕목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필수의료 공급 부족에 대해서도 사회는 그 해결을 요구하고 있고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의사들이 머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해결이 난망한 상황에서 정부는 2,000명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들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고 의사의 숫자만 늘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고 특히 전공의와 의과대학생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의료계의 구성원들마다 다양하며 해결을 위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 또한 함께 다루어야 할 중요한 안건이며 공동체가 함께 의사의 수와 의사 양성 교육의 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과대학마다 상황과 맥락이 상이한 것은 분명하다. 국립 대학과 사립 대학이 다르며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설립 목적이 다르다. 그러므로 대학마다 사명이 다르고 의과대학이 기여해야 하는 지역사회의 의료 상황이 다르다. 교육은 의과대학이 속한 지역사회의 맥락에 맞아야 하며 지역사회의 의료 상황이 교육의 모든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에서 의과대학이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며 사회적 책무성을 실천하고 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역량 바탕 의학교육은 각 대학의 사명을 점검하고 이에 걸맞은 졸업 역량을 재설정하여 설정한 역량이 학제 개편 시에 함께 개편될 교육의 과정 전반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결 론

의학교육의 혁신과 질 개선을 위해서는 학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학제 개편만이 해결책인지 반문할 수 있다. 통합 6년제가 교육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영향은 2년과 4년 사이의 칸막이를 없앰으로써 교육 과정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하는 교육 내용을 기존 교육 과정에 추가하는 것은 기존 교육 과정을 비대하게 만든다. 따라서 전체적인 교육 과정을 다시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며 소규모 개정 작업으로는 이를 구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학제 개편은 대규모의 교육 과정 개편의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교육 과정뿐 아니라 학생 평가, 학생 지원 체계 등에서도 새로운 교육의 혁신을 도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제 개편과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가장 시급한 것은 이를 구현하는 교육자들을 확보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가 함께 의사를 양성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하며 의과대학은 지역사회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사회는 교육의 현장이 지역사회로 확대될 수 있도록 의과대학과 협조할 필요가 있다. 해결이 지연되었던 의학교육의 중요한 여러 문제가 학제 개편과 함께 드러나고 다시 논의되는 것이 학제 개편의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겠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AUTHOR CONTRIBUTIONS

In this perspective paper, Bo Young Yoon solely conceptualized the ideas and wrote the manuscript. Bo Young Yoon takes full responsibility for the content presented, interpretations made, and revisions done throughout the writing process.

Acknowledgements

None.

References

1. Jung H, Yang EB. A study of the historical development and directions of premedical education. Korean Med Educ Rev 2017;19:115–120.
2. Wan EYF, Li Z, Sun KS, et al. Identifying and articulating the student experience in the intercalated enrichment year. BMC Med Educ 2022;22:246.
3. Seo JH, Bae HO, Kim BJ, et al. Burnout of faculty members of medical schools in Korea. J Korean Med Sci 2022;37:e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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