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제2형 당뇨병에서 일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메트포민은 소장에서의 포도당 흡수 억제, 간에서의 포도당 생성 억제,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 여러 가지 기전으로 혈당을 낮추어 준다[
1]. 메트포민은 부작용이 경미하고, 혈당 조절 효과 외에도 심혈관계 보호 효과 등 많은 장점이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2]. 하지만 신기능이 심하게 감소된 환자에서 사용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 젖산산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만성콩팥병 4기 이상의 환자나 급성 콩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투약하지 않아야 한다[
3]. 급성 폐색성 요관결석에 의한 급성 콩팥 손상도 메트포민 복용 환자에서 젖산산증 발생의 촉발 인자가 될 수 있어 메트포민 처방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나 이와 관련된 보고는 매우 드물다. 저자들은 당뇨병 치료로 메트포민 투약 중인 단일 신장 환자에서 급성 폐색성 요관결석에 의한 급성 콩팥 손상으로 촉발된 메트포민 젖산산증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35세 남자
주 소: 전신 쇠약감
현병력: 환자가 걸어가다 기력 저하로 주저앉아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오게 되었다. 평소 당뇨병으로 인슐린 주사와 함께 메트포민(2,000 mg/day)을 복용하여 혈당을 조절해 왔고, 5일 전부터 오심, 구토,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있었다. 3개월 전 췌장에 대한 검사 목적으로 시행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오른쪽 신장은 매우 위축되어 있고(
Fig. 1A) 왼쪽 신장에는 몇 개의 작은 결석이 있었으나(
Fig. 1B) 옆구리 통증 등 관련 증상은 없었다. 혈청 크레아티닌은 1.14 mg/dL, 2021 chronic kidney disease-epidemiology collaboration (CKD-EPI) creatinine 공식[
4]에 의한 추정 사구체여과율은 86 mL/min/1.73 m
2였다.
이학적 소견: 응급실 내원 시 활력징후는 혈압 153/89 mmHg, 맥박수 95회/분, 호흡수 16회/분, 체온 36.5℃였다. 의식은 기면 상태이나 지남력은 정상이었다.
검사 소견: 일반 혈액 검사는 백혈구 17,100/mm3 (중성구 91%), 혈색소 14.5 g/dL, 혈소판 222,000/mm3였으며, 혈청 일반 화학 검사에서 혈액요소질소 88 mg/dL, 크레아티닌 11.97 mg/dL, 나트륨 137 mEq/L, 칼륨 6.5 mEq/L, 염소 86 mEq/L, 칼슘 9.2 mg/dL, 인 10.7 mg/dL, 혈당 122 mg/dL, 총 단백/알부민 6.7/3.4 g/dL,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 28 IU/L,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 25 IU/L, 요산 12.4 mg/dL, C-반응단백질 0.68 mg/dL, 당화혈색소 7.5%, β-케톤 0.8 mmol/L (정상 < 0.6)였다. 소변 검사는 요비중 1.020, pH 5.0, 요단백 2+, 요잠혈 4+, 요케톤은 ±였다. 동맥혈 기체 분석에서 pH 6.937, 이산화탄소 분압 23.0 mmHg, 산소 분압 137.6 mmHg, 중탄산염 6.9 mmol/L, 음이온차는 44.1 mmol/L였다. 동맥혈 젖산 농도는 > 15.0 mmol/L였다.
방사선학적 소견: 흉부 방사선 사진은 특이 소견이 없었으며, 심전도는 정상이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좌측 원위부 요관에 6 mm 크기의 결석이 있었고, 그 상부로 요관 확장 및 수신증 소견을 보였다(
Fig. 1C).
경과 및 치료: 먼저 중탄산염 60 mEq를 천천히 주사하고, 0.45% 식염수 1 L에 중탄산염 60 mEq/L를 혼합하여 80 mL/h로 주입하였으며, 내원 5시간 후 지속 신대체 요법을 시작하였다. 신대체 요법 시작 12시간 후 젖산 농도가 7.0 mmol/L로 감소하였고, 동맥혈 기체 분석에서 pH 7.44, 중탄산염 19.9 mmol/L로 대사성 산증이 교정되었으며, 소변 양도 유지되어 지속 신대체 요법은 중단하였다(
Fig. 2). 입원 3일째 젖산 농도는 2.8 mmol/L로 감소하였고 소변 양이 증가하여 다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을 시행하였다. 이전 사진에 비해 결석이 약간 아래로 이동하였으나 수신증은 지속되어 좌측 신장에 경피적 신루설치술을 시행하였다. 입원 7일째, 혈청 크레아티닌은 1.24 mg/dL로 호전되었다.
고 찰
메트포민 젖산산증은 메트포민 투약 중에 발생한 대사성 산증으로 동맥혈 pH가 7.35 이하이면서 젖산 농도가 5.0 mmol/L 이상인 경우로 흔히 정의된다[
5]. 흔한 젖산산증 발생 기전은 조직에 혈류가 공급되지 않아 산소가 결핍된 상태에서 당이 분해되어 젖산이 생성되는 것이다(A형 젖산산증). 그러나 조직 내 산소 부족 없이 독극물, 선천적인 대사장애, 메트포민 등의 약물에 의해서도 젖산산증이 발생할 수 있다(B형 젖산 산증) [
6]. 본 증례에서는 pH가 6.9인 고음이온차 대사성 산증이고, 동맥혈 젖산이 15.0 mmol/L 이상으로 증가되어 있어서 젖산산증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응급실 내원 당시 혈압은 정상이어서 A형 젖산산증은 배제하였고, 내원 전까지 복용하던 메트포민과 관련된 젖산산증으로 진단하였다.
메트포민은 소장에서 포도당의 젖산 전환을 촉진시키고, 간에서도 호기성 당 분해를 억제하고 혐기성 당 분해는 증가시켜 혈액 내 젖산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2]. 하지만 간에서 젖산을 처리하는 능력이 크기 때문에 메트포민을 치료 용량으로 투여할 때 혈장 젖산 농도 증가는 크지 않으며, 보통 2 mmol/L 이내이다[
2]. 메트포민은 체내에서 대사되지 않고 90%가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데, 신기능이 감소된 경우 혈액 내 메트포민 농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젖산 농도가 심하게 증가할 수 있다[
3]. 따라서 메트포민을 적정 용량 복용하더라도 신부전이 있는 상태에서는 심한 산증을 동반한 메트포민 젖산 산증이 발생할 수 있어 사구체여과율이 30 mL/min/1.73 m
2 이하인 경우 메트포민 투여가 금지되어 있다[
3].
급성 콩팥 손상도 메트포민 젖산산증 발생의 주요 위험 인자이므로 급성 콩팥 손상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메트포민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메트포민 복용 중인 환자가 조영제를 투여하는 전산화단층촬영 사진을 찍을 때 조영제에 의한 급성 콩팥 손상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일시 투약 중지가 권유되고 있다[
7]. 한편, 급성 폐색성 요관결석에 의한 급성 콩팥 손상으로 촉발된 메트포민 젖산산증은 현재까지 3예가 보고되어 있다. 2예는 결석이 양측 요관폐색을 일으켜 발생한 메트포민 젖산산증이고[
8,
9], 나머지 1예는 신장 이식 환자에서 결석이 이식 신과 연결된 요관을 막아 발생한 메트포민 젖산산증이다[
10]. 본 증례에서는 우측 신장은 위축되어 사실상 기능이 없고, 기능이 정상인 좌측 신장에 있던 결석이 요관으로 이동하여 급성 콩팥 손상을 일으킴으로써 메트포민 젖산산증이 발생하였다. 신장 이식 환자의 증례와 본 증례는 메트포민 복용 중인 단일 신장 환자에서 신장 결석이 있으면 요관 폐색을 일으킬 경우 젖산산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메트포민 사용을 피하거나 결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메트포민 젖산산증의 발생 빈도는 매우 낮아서 1년에 전체 메트포민 복용 환자 10,000명당 1명 이하로 보고되고 있다[
2]. 그러나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고, 사망률이 10-45%로 보고되고 있어서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5].
메트포민 젖산산증의 치료는 지지 요법과 함께 투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메트포민은 분자량이 작고, 혈장 단백질과 결합하지 않아 투석으로 제거될 수 있으나 세포 내에도 분포함에 따라 4시간 이상의 투석이 필요하고, 메트포민 과다 복용에 의한 메트포민 젖산산증에서 메트포민을 충분히 제거하는데 15시간의 투석이 필요했다는 보고가 있다[
5]. 투석은 메트포민 제거 외에도 대사성 산증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고, 조기에 투석을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5]. 투석의 방법으로는 혈액 투석과 지속 신대체 요법이 사용되는데, 본 증례에서는 지속 신대체 요법을 시행하여 심한 산증을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