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간질성폐질환(interstitial lung disease, ILD)은 폐의 간질이 염증과 섬유화에 의해서 만성적으로 섬유화되어 폐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원인, 영상 소견, 폐조직 검사 소견 및 질병의 진행 양상 등에 따라 20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질환이 포함되어 있다[
1]. ILD는 다른 폐질환에 비해서 만성적으로 진행하여 비가역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ILD의 진단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따라서 호흡기내과, 병리과 및 영상의학과 등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 간 협력을 통한 다학제 진단(multidisciplinary discussion, MDD)이 필요하고, 국내외 지침에서도 권고되고 있다[
2,
3].
ILD가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가장 먼저 자세한 병력 청취 및 신체검진을 시행하여 잠재적인 원인에 대한 감별과 임상적인 특징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후 영상 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고해상컴퓨터단층촬영(high-resolution computed tomography, HRCT)은 모든 ILD 의심 환자에게서 시행되는 필수적인 검사이다. 이후 HRCT의 결과에 따라 MDD를 통해서 특정 ILD의 진단 또는 폐조직생검 및 기관지폐포세척검사 등의 추가적인 검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1968년 Liebow와 Carrington에 의해서 만성적인 ILD에 대한 조직학적 분류가 제안된 이후, 1998년에 Katzenstein 등에 의해서 제안된 병리 패턴의 분류는 2002년 idiopathic interstitial pneumonia에 대한 국제 지침에서 정립되면서 병리 소견이 ILD 진단에 중요 기준이 되었다[
4]. 이후 1990년대에 흉부 computed tomography (CT) 검사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CT가 많이 활용되어 근거가 축적되면서 HRCT는 ILD 진단과 추적에 필수적인 검사가 되었고, 그 역할은 점점 커지게 되었다. 이는 폐의 병리 소견이 진단에 중요한 것은 변함이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비가역적인 검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덜 침습적이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시행이 가능한 영상 검사의 장점을 반영하는 결과일 것이다. HRCT에서의 벌집모양(honeycombing)을 포함한 통상간질성폐렴(usual interstitial pneumonia, UIP) 소견은 폐조직 검사에서 UIP 소견과 일치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2013년 국제 지침에서는 HRCT에서 UIP 소견을 보이고 다른 원인이 없을 경우, 조직 검사 없이도 특발성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의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5]. 이후 2018년 국제 지침과 Fleischner Society 백서에서는 HRCT 영상 유형에 대한 분류가 더 추가적으로 제시되었고, probable UIP의 경우에도 임상적 특징(clinical probability)을 고려하여 IPF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6]. 이처럼 ILD의 진단에 필수적인 HRCT에 대해 국제 지침 및 Fleischner society에서는 ILD에 있어서 최선의 적절한 영상을 획득하기 위한 기술적 요건(ILD 프로토콜)들을 제시하였다[
7]. 본고에서는 HRCT-ILD 프로토콜에 대해 설명하고, ILD 환자에게서 HRCT-ILD 프로토콜의 적용과 해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 론
HRCT-ILD 프로토콜의 특징
ILD의 진단에 있어서 다중검출기(multidetector CT, MDCT)를 통한 체적(volumetric) 촬영이 보편화되면서 전통적 의미의 HRCT는 현재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다. 과거 HRCT는 폐의 미세한 해부학 구조 평가를 위해 최적의 해상력을 이용하여 개발된 것으로, 그 특징으로는 절편 두께를 1 mm 내외로 얇게 하며, 영상 재구성 시 물체의 경계면을 선명하게 하는 고공간주파수연산(sharp, high-spatial frequency, high-resolution algorithm)을 사용하고, 좁은 조사야(field of view)를 사용하여 공간 해상도를 증가시켜 미세한 폐혈관과 가지, 기관지벽, 소엽사이벽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HRCT 영상을 얻기 위하여 고식적 CT와는 또 다른 추가적인 영상 획득이 필요하였으며, 선택적으로 사이공간을 두고 미만폐질환을 샘플링하는 것처럼 영상을 획득하였다[
3]. 하지만 MDCT의 발전으로 짧은 시간에 우수한 공간 분해능으로 체적 촬영이 가능해져, 추가적인 촬영 없이 재구성 알고리즘을 통해 고해상 재구성 알고리즘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2018년 ATS/ERS/JRS/ALAT에서 발간된 IPF의 진단 가이드라인에서도 MDCT를 통한 체적 획득이 과거 순차적(sequential) 촬영 방식을 대체하는 보편적인 촬영 방법이라고 언급하였다[
4]. 얇은 검출기를 통한 체적 획득 영상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폐 전장에 걸쳐 연속적인 절편(contiguous slices)으로 벌집 모양과 견인성기관지확장(traction bronchiectasis)과 같은 미세한 폐실질 병변을 자세히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다면상(multiplanar)이나 최대 또는 최소강도투사(maximum or minimum intensity projection) 등의 재구성이 가능하다. 셋째, 질환의 진행에 있어 자세한 단계별(level-by-level) 비교가 가능하다. MDCT-HRCT의 촬영은 1 mm 이하의 얇은 검출기폭(collimation)과 빠른 촬영을 통해 호흡 또는 심박동에 의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고해상 영상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조건 내에서 가능한 저선량의 방사선으로 촬영한다. 따라서 MDCT를 통해 HRCT 영상을 구현함으로써 미세한 폐실질 병변을 평가할 수 있으며, 반복적 추적 검사가 필요한 환자에서 저선량 CT로 촬영이 가능해 ILD 평가에 적합하다. 최신 CT에서 소개되는 1 mSv 미만의 초저선량 CT (ultralow-dose CT)의 경우 ILD 평가에서는 지양된다. 조영증강은 필요하지 않으나, ILD 환자에서 급성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에는 급성 악화 이외에 폐색전증을 감별하기 위해 혈관조영 CT를 고려할 수 있다.
ILD 진단을 위한 HRCT 촬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프로토콜(HRCT-ILD protocol)은 조영증강을 하지 않으며, 움직임이 없는 영상을 얻기 위하여 1 mm 이하의 얇은 검출기 폭, 짧은 회전시간, 고피치, 고전압(120 kVp, < 240 mAs) 조건으로 찰영한다. 획득된 영상은 1.5mm 이하의 얇은 절편 두께로 연속적 영상, 고해상, 반복배열 알고리즘(iterative reconstruction algorithm)으로 영상을 재구성한다. 자세와 호흡에 따라 총 세 번의 촬영을 하며, 총 방사선량은 1-3 mSv 범위이다. HRCT-ILD 촬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프로토콜을
표 1에 정리하였다[
4].
CT의 기술적인 특징에 더해서 가장 구분되는 ILD 프로토콜의 특징은 엎드린 영상과 호기 영상의 포함 유무이다. 다양한 ILD를 감별 진단하기 위해 세 번의 촬영이 권장된다(
Fig. 1) [
4,
5]. 첫 번째 촬영은 바로 누운 자세(supine position)에서 흡기말(end-inspiration) 체적 영상으로 기본적인 촬영을 하고, 두 번째 촬영은 공기 걸림(air trapping) 평가를 위해 바로 누운 자세에서 지속된 호기 후에 호기말(end-expiration) 영상을 얻으며, 세 번째 촬영은 중력의존음영을 배제하기 위해 엎드린 자세에서 촬영한다. 엎드린 자세 영상은 양하엽에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수 있으며, 미세한 간질성폐이상(interstitial lung abnormality)과 체위로 인한 실질증가음영을 감별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중등도 이상의 심한 ILD나 미만성 분포를 보이는 과민성폐렴(hypersensitivity pneumonitis, HP)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3,
5].
엎드린 자세 영상의 중요성
엎드린 자세 영상은 ILD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흉부 영상 소견의 이상이 경미할 때 도움이 된다. 특히 바로 누운 자세에서 주로 양쪽 폐하엽후기저분절(posterobasal segments of lower lobes)의 의존음영증가(dependent opacification)가 관찰될 때, 중력의존음영을 배제함으로써 중력의존무기폐(dependent lung atelectasis) 감별에 도움이 된다. 이는 ILD가 의심되는 경우가 아닌 우연히 발견되는 CT 이상 소견에서도 경미한 의존음영증가 소견이 관찰될 때, 가역성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간질성폐이상의 진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벌집모양 진단에 있어서도 관찰자 간 변이(inter-observer variation)를 줄여 줌으로써 IPF의 진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기 영상의 중요성
HP는 흡입 항원의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면역 반응으로 폐간질에서 염증과 육아종이 발생하고, 항원에 대한 노출이 반복될수록 만성적으로 비가역적인 폐섬유화가 진행하는 ILD이다. HP의 진단은 원인 항원의 확인, HRCT 소견, 기관지폐포 세척액 소견 및 폐조직 병리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루어진다. 원인 항원에 대한 혈청항체 검사는 국내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고, 병력 조사를 통한 원인 항원이 확인되는 비율은 50%가 넘지 않는다. 또한 폐조직 검사는 침습적인 검사라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HP의 진단에 있어서 HRCT (ILD 프로토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8].
HP의 CT 소견은 폐실질과 소기도의 염증 및 폐섬유화 등의 병리학적 특징을 반영하는데, 폐실질의 침윤 소견은 미만성의 간유리음영(ground-glass opacity)과 경화(consolidation)로 나타나고, 소기도폐쇄의 소견은 모호한 경계를 가지는 중심소엽성 결절(ill-defined centrilobular nodule), 간유리음영, 모자이크 음영(mosaic attenuation) 및 공기 가둠(air trapping)이 혼재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 음영이 증가된 간유리음영 병변, 모자이크 음영 및 혈관 분포와 음영이 줄어든 소엽, 정상으로 보이는 폐가 함께 존재하는 형태로 보이는 삼상폐밀도 양상(three-density pattern)이 호기 촬영 시 보이는 공기 걸림 소견을 포함하는 데, 이는 섬유성 HP (fibrotic HP)를 강력히 시사하는 중요한 소견이다(
Fig. 2). 따라서 이러한 특징적인 패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흡기 영상과 소기도 질환을 시사하는 공기 가둠을 확인하기 위한 호기 영상을 각각 촬영하는 것이 HP의 진단 신뢰도 향상을 위해 중요하다[
9].
ILD의 추적 관찰
HRCT는 ILD의 진단에 그치지 않고, 치료 과정에서 ILD의 추적 관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HRCT에서 섬유화 정도(fibrosis extent)의 증가는 폐기능의 감소와 마찬가지로 질병의 진행 및 사망률의 증가 등 나쁜 예후를 반영하는 예후 인자로 기능을 하게 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증상이 악화될 때, 질병의 진행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폐암의 위험도가 높은 IPF 환자의 경우 폐암의 선별 검사 역할을 하고, 증상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 급성 악화를 감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국제 및 국내 지침에서는 IPF 및 진행성폐섬유증(progressive pulmonary fibrosis) 환자에서 1년에 1-2회의 정기 검사와 상황에 따른 추가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10]. 정기 검사에서 HRCT-ILD 프로토콜이 권고되지만, 엎드린 자세 및 호기말 영상은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다.
결 론
어려운 ILD의 진단에 있어서 정확도를 높여주고, 비침습적인 검사로 반복 촬영이 가능하고, 추적 관찰에도 활용될 수 있는 HRCT는 ILD에서 필수적인 검사이다. 최적의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국제 지침에서 권고되는 적절한 ILD 프로토콜에 대한 기술적 관리가 중요하며, 일반 CT 프로토콜과 달리 추가적으로 필요한 엎드린 자세는 경미한 중력의존음영의 감별과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되고, 호기말 영상은 공기 가둠 소견을 통해 HP의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진단 이후 환자의 추적 관찰 중에도 질병의 진행, 폐암 및 급성 악화의 감별을 위해서 HRCT의 정기적인 시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