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임상적으로 호흡곤란을 초래하는 드물지 않은 원인 중 하나이며, 좌심실 이완 기능(left ventricular diastolic function) 이상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주요한 병태 생리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심장초음파를 통해 좌심실 이완 기능을 평가하는 것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을 의심하고 진단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심장초음파는 좌심실 이완 기능 평가의 주요 도구로, 여러 평가 지표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미국 심초음파학회와 유럽 심혈관영상학회에서 권고안(American Society of Echocardiography/European Association of Cardiovascular Imaging guidelines 2016) [1]을 통해 이전에 비해 간단한 평가 알고리즘을 제시한 바 있으나, 주로 사용되고 있는 승모판 유입 혈류 속도, 조기 이완기 승모판륜 조직 속도, 최대 좌심방 용적, 폐동맥 압력 등을 이용한 평가가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2017년 본 학술지에 게재된 심장 이완 기능의 평가에 대한 기술[2]에 이어 본고에서는 권고안에서의 이완 기능 평가 및 추가적인 역할이 연구되고 있는 평가 지표들에 대해 기술하였다.
본 론
좌심실 이완 기능 이상의 기전 및 권고안에서의 평가
좌심실 이완 기능 이상은 좌심실 이완(relaxation) 이상 및 좌심실 경직도(stiffness) 증가로 인한 좌심실 충만압(left ventricular filling pressure) 상승으로 설명된다. 좌심실 복원력(restoring force)과 조기 이완기 흡입(early diastolic suction)의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좌심실 충만압은 좌심실 이완기 압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평균 폐모세혈관쐐기압(mean pulmonary capillary wedge pressure), 평균 좌심실 이완압(mean left ventricular diastolic pressure), 좌심실 이완기말 압력(left ventricular end-diastolic pressure, LVEDP) 등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도플러로 평가하였을 때 정상과 이완 기능 이상 사이에 측정 값들이 중복되는 구간이 있으며, 따라서 이완 기능을 정상과 비정상 이분법으로 나누기 어렵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좌심실의 이완이 느려지는 특징을 가지므로 이완 기능 이상과 연령의 연관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3,4]. 정상 좌심실 박출률을 보이는 환자에서, 특히 고령 환자의 이완 기능 이상은 좌심실의 경직도 증가 및 심근 이완이 느려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5]. 조기 이완기 승모판 유입혈류 속도(early diastolic mitral inflow velocity, E)/후기 이완기 승모판 유입혈류 속도(late diastolic mitral inflow velocity, A)의 비율과 조기 이완기 승모판륜 조직 속도(e’) 값의 감소가 이를 반영하지만 연령과 일관성 있는 관계를 나타내지 못하였다. 이에 비하여 E/e’ 값의 경우, 정상인에서 14를 초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연령과 관련 없이 이상 소견으로 볼 수 있다[4].
이완기 승모판 유입혈류 속도를 평가할 때 거짓 정상충만(pseudonormal filling) 여부를 E, A 값만으로 감별하기 어렵다. 이 경우 발살바 조작(Valsalva maneuver)을 이용하여 E/A 값이 50% 이상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면 좌심실 충만압이 상승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특이도가 높은 소견이다[6]. 또한 폐정맥에서의 도플러 값이 좌심실 충만압을 반영하는데, 좌심방이 수축할 때 좌심방에서 폐정맥으로 역류되는 혈류(Ar)의 지속 시간에서 승모판 유입혈류인 A 지속 시간을 뺀 값(Ar-A)은 LVEDP와 이완 기능 이상을 반영한다. 폐질환을 배제하였을 때 폐동맥 수축기압이 상승할 경우 연령과 관련 없이 좌심실 충만압의 증가를 반영하고, 좌심방의 크기 증가도 만성적인 좌심방압의 상승을 반영한다[7]. 좌심방 및 좌심실의 구조적인 변화는 정상과 비정상 이완 기능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성 심방 부정맥이 없는 좌심방 확장은 만성적인 좌심실 압력 상승의 지표이며, 좌심실 비대는 일반적으로 좌심실 경직 및 이완 기능 이상과 연관되어 있다[7]. M형 심초음파 검사에서 승모판륜의 수축기 이동값(mitral annular plane systolic excursion), 승모판륜 수축기 조직 속도(tissue Doppler-derived mitral annulus systolic velocity) 및 좌심실의 전반적인 종축 변형률(global longitudinal strain)을 통해 좌심실 종축 수축기능(left ventricular longitudinal systolic function)을 평가하고 심근기능 이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수축기능 저하는 결국 이완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반영하여 이완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8]. 한 권고안에서는 16% 미만의 좌심실 종축 변형률을 가진 경우 박출률 보존 심부전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보았다[9].
좌심실 이완 기능을 평가할 때 많이 사용하는 네 가지 지표와 비정상 값은 다음과 같다. 1) 승모판륜 e’ 값; 중격측(septal) e’ < 7 cm/sec, 외측(lateral) e’ < 10 cm/sec, 2) 평균 E/e’ 값 > 14 (외측 E/e’ > 13, 중격측 E/e’ > 15), 3) 좌심방 최대 용적지수(volume index) > 34 mL/m2, 4) 최고 삼첨판 역류 속도(tricuspid regurgitation velocity) > 2.8 m/sec이다(Fig. 1). 이 중 세 가지 지표 이상이 정상 수치라면 이완 기능이 정상이라고 간주할 수 있으며, 세 가지 지표 이상이 비정상 수치라면 이완 기능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두 가지 지표만 비정상 수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며 추가적 평가가 필요하다[1].
좌심방의 구조와 기능을 이용한 이완 기능 평가 및 이의 임상적 의의
좌심방 용적은 2차원 심초음파 또는 3차원 심초음파로 측정할 수 있으며, 최대 좌심방 용적(maximum left atrial volume) 은 심혈관 사건의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다[10]. 최대 좌심방 용적은 좌심실 이완 기능 이상의 정도와 만성도를 반영한다[1]. 최근에는 최소 좌심방 용적(minimum left atrial volume)이 LVEDP를 더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11]. 2차원 심초음파에서 좌심방 모양에 대한 가정 및 심첨상(apical view)에서 좌심방의 단축(foreshortening)이 있는 경우, 3차원 심초음파나 전산화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으로 측정된 것에 비해 좌심방 용적이 작게 측정될 수 있다[12,13]. 3차원 심초음파를 이용하여 측정한 최대 및 최소 좌심방 용적은 2차원 심초음파로 측정한 값에 비하여 추가적인 예후 예측력을 보여주었다[14].
좌심방은 이완기에 폐정맥으로부터 좌심실로 혈류가 지나가는 통로(conduit) 역할을 수행하며, 수축기에는 폐정맥에서 유입되는 혈류의 저장고(reservoir)로 작용하고, 이완기 말에는 수축하여 좌심실 충만에 기여한다. 각 단계와 좌심실 기능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좌심방 저장 기능은 좌심방 이완 및 유순도(compliance)와 연관이 있으며, 이는 좌심실 기저부 하강으로 대표되는 좌심실 수축 기능에 의해 조절된다[15]. 좌심방의 통로 기능은 좌심실의 이완에 의한 흡입력과 좌심실 경직도를 포함하는 좌심실 이완 기능에 의존적이다. 좌심방 펌프 기능은 좌심방 자체의 수축력과 좌심실 이완기말 유순도 및 압력과 연관되어 있다[16]. 최근 좌심방의 기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반점추적(speckle-tracking) 심초음파가 사용되고 있다(Fig. 2) [17]. 정상인이 심방세동 등에 의해 좌심방의 수축력이 없는 경우, 좌심실 박출률이 20-30%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는 좌심실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더 뚜렷하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던 연구에서 좌심방 기능은 모든 단계에 걸쳐 감소되어 있었으며, 좌심방 크기나 심방세동 병력과 관계없이 수축기 좌심방 변형률(left atrial strain)이 감소되어 있었다[18]. 심방내(intra-atrial), 심방간(inter-atrial) 비동기화(dyssynchrony)도 확인되었으며, 뉴욕심장학회 기능등급(NYHA Functional class)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19].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전형적인 증상은 운동에 의한 호흡 곤란이다. 정상 좌심방 용적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도 좌심방 변형률 이상이 있는 경우, 뉴욕심장학회 기능등급의 악화 및 폐모세혈관 쐐기압의 증가와 연관을 보였다[20]. 따라서 안정 시 좌심방 변형률 이상은 좌심방 용적 증가가 없는 경우, 박출률 보존 심부전을 시사하는 중요한 생체지표가 될 수 있다. 정상 심방 용적 또는 정상 안정 시 좌심방 저장 변형률(left atrial reservoir strain)을 보이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운동 검사를 시행하면 좌심방 변형률의 증가가 없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21].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예후인자로 기대되는 지표이다. 135명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RAMOUNT 연구의 하위 연구에서 좌심방 저장 변형률의 저하는 과거 입원 및 심방 세동의 병력과 연관 관계를 보였다[18]. 또한 좌심방 변형률의 저하는 좌심실 변형률의 저하 및 좌심실 비대와 연관이 있었다. 308명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를 3년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 좌심실 및 우심실 그리고 좌심방 저장 변형률 중 좌심방 저장 변형률이 심혈관 예후와 가장 강력한 연관 관계를 보였다[22]. 또한 좌심방 저장 변형률은 폐혈관 저항(pulmonary vascular resistance) 및 최고 산소 소비량(peak oxygen consumption), 좌심실 유순도 이상과 연관성을 보였다.
TOPCAT 연구에 등록된 357명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좌심방 기능 이상과 심혈관 사망, 심부전 입원, 구조된 급사(aborted sudden death) 예측에 대해 평가하였을 때 52%에서 좌심방 저장 변형률 이상을 보였다. 이는 좌심방 구조 이상을 가진 환자에서 더 뚜렷하였다. 좌심방 크기가 정상인 환자는 47%에서 좌심방 저장 변형률 이상을 보인 것에 비하여 좌심방 확장 소견을 가진 경우 71%에서 해당 소견을 보였다. 좌심방 저장 변형률의 감소는 심부전 입원과 연관이 되어 있었지만 좌심실 종축 수축기능 및 좌심실 충만압에 대한 보정 후에는 해당 소견을 나타내지 않았다[23]. 이는 좌심방과 좌심실의 기능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진단 및 예후에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체로 소규모 환자에서 이루어져 결과에 변동성이 있으므로, 추후 대규모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좌심방의 크기 및 기능 평가의 임상적 적용
좌심방 확장 및 좌심방 압력 증가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진단에 중요하다. 최근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 좌심방 변형률의 추가적 역할이 연구되고 있다. 좌심방 평가는 진단 목적 뿐만 아니라 치료의 지표로도 기대되고 있다. 좌심방 압력 저하 및 기능 향상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중요한 치료 목표일 수 있다. 약물 또는 기구 치료 전후 좌심방 변형률의 변화를 측정한다면 치료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의 평가에 있어 부하 심초음파의 역할
건강한 사람의 경우, 운동 시 좌심실 충만 시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좌심실 풀림(untwisting) 및 조기 이완기 흡입의 유지 또는 증가로 좌심실 충만압이 증가하지 않는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의 운동 시, 부적절한 조기 이완기 흡입력 및 낮은 좌심실 유순도로 인하여 운동 시 심박출량의 증가가 부적절하고, 이는 폐동맥 수축압력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운동 시 좌심실 충만압의 상승 및 부적절한 심박출량 증가는 우심실 예비력(reserve)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운동 중 변화의 평가를 위하여 부하 심초음파(stress echocardiography)를 시행하면서 승모판 E/e’ 및 최고 삼첨판 역류 속도를 측정하기도 한다[9]. 운동 부하 심초음파의 경우 답차(treadmill) 또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시행하고 있다. 미국 심초음파학회와 유럽 심혈관영상학회에서는 25 W에서 운동을 시작하여 환자의 예상 최대 운동치 또는 예상 최대 심박수(220-나이)에 도달하거나, 증상이 발생할 때까지 매 3분마다 25 W씩 운동량을 증가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24]. 운동을 시행하면서 승모판 E/e’ 및 최고 삼첨판 역류 속도를 기저 및 최대 운동기까지 각 단계에서 측정한다. E/A의 경우, E와 A의 결합이 일어나기 전 단계까지 또는 회복 초기 2분간 E와 A의 결합이 없는 시기에 측정한다. 심박출량의 변화는 좌심실 유출로 혈류를 심박수로 곱하여 측정할 수 있다.
운동 부하 심초음파의 결과 최대 운동기에 E/e’이 15 이상이면 이상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변화 없이 최고 삼첨판 역류 속도가 3.4 m/s 초과한 경우는 운동으로 인한 정상 반응일 수 있으므로, 박출률 보존 심부전으로 진단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9].
결 론
심부전 환자의 증가와 함께 심초음파를 이용한 심장 기능 평가의 중요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심장 이완 기능의 평가는 일반적으로 승모판 유입 혈류, 조직 속도, 최대 좌심방 용적, 폐동맥 압력을 사용하여 이루어진다. 최근 이러한 지표 이외에도 다양한 지표가 소개되었으며, 이의 임상적 의의 또한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다[25]. 추후 대규모 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이완 기능 지표가 임상 현장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