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이식편대숙주병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의 중요한 합병증 중의 하나이며, 경우에 따라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1]. 이식편대숙주병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일차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만, 스테로이드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효과적인 이차 치료제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 경우에는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2]. 한편, 장내미생물은 사람의 면역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장내 미생물무리의 변화가 조혈모세포이식 후의 이식편대숙주병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3]. 이로써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는 동안에 파괴된 장내 미생물무리를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통해 복원함으로써 장의 이식편대숙주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4,5]. 저자들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이후 장에 발생한 스테로이드 불응-급성 이식편대숙주병이 있는 환자에게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인 두 환자의 증례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증례 1
43세 남자가 사람백혈구항원이 일치하는 40세의 여동생으로부터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7주 후, 복통 및 설사, 피부발진이 있어 입원하였다. 이 환자는 만성 골수백혈병의 아세포발증기(blastic crisis)로 진단받고, 관해유도 항암화학요법 및 공고 항암화학요법 후 완전관해 상태에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받았다. 입원 당시 검사 소견으로는 전혈구 계산에서 백혈구 7,920/μL, 혈색소 12.3 g/dL, 적혈구 용적률 36.5%, 혈소판 165,000/μL였고, 혈구 감별 계산에서 호중구는 4,580/μL였다. 일반화학 검사에서 혈청 AST 41 IU/L, ALT 34 IU/L, 총빌리루빈 0.57 mg/dL, ALP 78 IU/L였고, 혈액요소질소 7.6 mg/dL, 크레아티닌 0.58 mg/dL, 젖산탈수소효소(lactate dehydrogenase, LDH) 531 IU/L였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전반적인 장관의 부종이 관찰되었으며, 그중에서도 하부직장의 부종과 발적이 더 심하였다(Fig. 1A). 조직 검사에서 상피성 증식증 및 염증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어 이식편대숙주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Fig. 1B). 급성 이식편대숙주병의 등급은 수정된 Seattle Glucksberg 기준에 따라[6], 피부는 1등급이었고 위장관은 3등급이었으며 ECOG 수행도가 2점으로 전체적으로 3등급에 해당하였다. 당시 말초혈액과 장관의 조직 검체에서 시행한 거대세포바이러스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과 면역조직화학 염색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이후 메틸프레드니손을 2 mg/kg의 용량으로 2주 동안 투여하였으나 설사의 횟수 및 양의 호전이 없어, 추가로 ruxolitinib 5 mg을 하루에 2회 경구 투여하였다. Ruxolitinib을 3주 이상 투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지속적인 설사 및 복통을 호소하였다. 그래서 조혈모세포이식의 기증자였던 환자의 여동생으로부터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였고, 이후 설사의 양과 횟수 및 복통이 감소하였다(Fig. 2).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은 시술 당일에 채집한 여동생의 신선한 대변을 따뜻한 생리식염수 약 250 mL에 섞어 비-십이지장관(naso-duodenal tube)을 통해 주입하는 방법으로 시행되었다.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기 전과 후에 채집한 환자와 공여자의 대변을 통해 16 리보솜RNA 염기서열분석을 시행하였을 때 대변미생물무리이식 전에는 환자의 대변에서 Enterococcus가 지배적인 미생물 속(Genus)이었던 반면, 대변미생물무리이식 후 28일째 미생물무리의 다양성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Fig. 3A). 이후, 환자는 장의 이식편대숙주병이 완전히 호전되어 ruxolitinib 및 스테로이드 투여를 약 1개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다 중단하였고, 현재까지 약 12개월 이상 백혈병 및 이식편대숙주병의 재발이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증례 2
69세 여자가 아들로부터 사람백혈구항원 반일치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후, 4주째부터 복통과 설사 및 혈변이 발생하였다. 이 환자는 급성 골수백혈병으로 진단받고, 관해유도 항암화학요법 및 공고 항암화학요법 후 완전관해 상태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 받았다. 당시 검사 소견으로는 전혈구 계산에서 백혈구 1,120/μL, 혈색소 9.8 g/dL, 적혈구 용적률 28.2%, 혈소판 57,000/μL였고, 혈구 감별 계산에서 호중구는 720/μL였다. 일반화학 검사에서 AST 7 IU/L, ALT 11 IU/L, 총빌리루빈 2.15 mg/dL, ALP 126 IU/L였고, 혈액요소질소 50.4 mg/dL, 크레아티닌 0.66 mg/dL, LDH 386 IU/L였다. 대장내시경에서 전반적인 장 점막의 부종과 함께 삼출출혈이 관찰되었으며, 조직 검사에서 염증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어 이식편대숙주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Fig. 1C, D). 급성 이식편대숙주병의 등급은 위장관이 4등급이었으며 ECOG 수행도가 3점으로 전체적으로 4등급에 해당하였고, 거대세포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는 말초혈액의 중합효소연쇄반응과 장관의 면역조직화학 염색에서 모두 음성이었다. 이후 메틸프레드니손과 ruxolitinib을 증례 1에서와 같은 용법으로 투여함에도 설사 및 혈변의 호전이 없었고, 그리하여 조혈모세포이식의 기증자였던 아들로부터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였다.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은 증례 1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였다. 대변미생물무리이식 후 환자는 설사와 혈변의 양과 횟수가 호전되었으나, 분변이식술을 시행 12일째 위궤양 출혈으로 인해 혈변이 다시 발생하였다(Fig. 2A). 증례 1과 마찬가지로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하기 전 환자의 대변으로 시행한 16 리보솜 RNA 염기서열 분석 결과, Enterococcus가 대다수를 차지하였으며, 대변미생물무리이식 후 미생물무리의 다양성이 이전에 비해 회복하는 하는 경향을 보였다(Fig. 3B). 하지만 이 환자는 분변이식술을 시행한 이후 72일째 곰팡이 폐렴이 발생하여 사망하였다.
고 찰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은 급성 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같은 혈액암의 완치를 위해서 필수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후에 발생하는 합병증 중의 하나인 이식편대숙주병은 아직까지도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으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1].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무리의 변화가 이식편대숙주병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Peled 등[7]은 1,36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후 약 2-3주가 경과한 시점에서 환자의 대변을 분석하였을 때, 장내 미생물무리의 다양성이 평균보다 높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하여 사망의 위험도(hazard ratio)가 0.75배(95% 신뢰구간 0.58-0.96) 감소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Peled 등[7]은 장내 미생물무리의 다양성이 낮은 환자들의 대변에서는 enterococcus, klebsiella, escherichia 등이 주요 미생물무리를 이루고 있었음을 보고하였는데, 이것은 본 증례의 두 환자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 결과이다. 그리고 Stein-Thoeringer 등[8]의 보고에 의하면 장내의 enterococcus의 증가는 이식편대숙주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장의 미생물무리와 이식편대숙주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지식을 기초로 장의 이식편대숙주병에 대한 치료로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이 시도되고 있다. Kakihana 등[4]의 보고에 의하면, 장의 스테로이드 불응 이식편대숙주병 환자 4명에게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였을 때 3명은 완전반응을 보였고, 나머지 1명도 부분반응을 보여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이 좋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후 Qi 등[5]의 보고에서는 스테로이드 불응 장의 이식편대숙주병을 가진 8명의 환자에게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였을 때 모든 환자에서 임상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관찰되었고,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하여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한 환자들의 무진행-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이 높음을 보여주었다(p=0.003).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은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증의 치료를 위해 먼저 사용되었다. Metronidazole 또는 vancomycin에 불응하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증의 경우에는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였을 때 약 70-80% 정도에서 치료가 성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대변의 공여자를 어떤 사람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공여자의 대변을 통해서 새로운 감염증이 전파될 수도 있고 식생활 습관에 따라 장의 미생물무리가 정상인에서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식편대숙주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이후 아직 면역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고 스테로이드 등의 면역억제제를 추가로 투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공여자의 대변을 선택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사항이 된다. 그래서 Kakihana 등[4]의 보고에서는 배우자 혹은 가족의 대변을 통해 이식을 시행하였으며, Qi 등[5]의 연구에서는 대변 은행에 저장되어 있는 일반인의 것을 사용하였다.
본 증례 보고의 경우에서는 한 명은 형제를 통해서,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자녀를 통해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기 때문에 조혈모세포이식의 공여자와 같은 사람으로부터 대변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조혈모세포를 채집하기 전에 공여자들은 이미 검진을 통하여 전파 가능한 감염증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치 않아 바로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이 가능하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대변 공여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Qi 등[5]의 증례의 경우처럼 대변 은행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대변을 캡슐약에 넣어서 복용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10].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위해서는 비-십이지장관을 삽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향후 이러한 대변 캡슐을 이용한 치료가 상용화되면 환자에게 더 편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 보고에서는 한 번의 대변미생물무리이식으로도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였는데, Kakihana의 보고[4]에서는 4명 중 3명의 환자들이 2번의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받았었고, Qi의 증례[5]에서는 8명의 환자에서 4명이 2번의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받았다. 또한, Biernat 등[11]은 장의 이식편대숙주병이 있는 2명의 환자에게 총 4회의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였다고 보고하였는데, 현재까지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의 적절한 횟수에 대한 합의가 없어 향후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보고의 두번째 증례 환자의 경우에는 대변미생물무리이식 이후에 대변의 미생물무리의 회복이 더디게 일어났는데, 이것은 대변미생물무리이식 이후에 발생한 위궤양 출혈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환자에서의 위궤양은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의 합병증은 아니었으며, 지속적인 스테로이드 사용 및 혈소판 감소증으로 인해 발생한 위궤양의 출혈으로 생각된다. 만약 이 환자가 혈변과 같은 합병증이 없었다면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한 차례 더 시행해서 이식편대숙주병의 치료에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보고되는 이번 증례를 통해 장의 급성 이식편대숙주병의 치료로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국내의 환자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실제로 두 환자 모두 임상 증상이 호전되었으며, MacMillan 등[12]이 제시한 이식편대숙주병의 치료에 대한 반응 기준에 따라 한 명의 환자에서는 완전 반응을 보였다.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시행한 이후에 시행한 대변 검사에서도 두 환자 모두에서 미생물무리의 다양성이 회복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회복되는 정도가 치료에 대한 반응 정도와 연관이 있었다. 또한, 본 증례에서는 기존에 가족을 통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경우에는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의 공여자로 같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대변을 얻기도 용이함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장의스테로이드 불응-급성 이식편대숙주병이 있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방법으로 대변미생물무리이식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