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어디로 가야 하는가?
The Vision of Hospitalist System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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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2020년 11월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입원 환자전담 전문의 관리료(이하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신설을 결정하였다. 2016년 시작된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5년만에 본사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1,2].
지난 5년동안 국내 입원전담전문의는 250여 명으로 증가하였고(Fig. 1),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 산하에 관련 연구회들이 설립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후 응급실 체류시간 단축, 재원 기간 단축, 환자와 간호진 만족도 증가 그리고 주말을 포함하는 연속적인 근무가 입원 환자의 중환자실 입실 및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국내 연구들도 보고되었다[3-6].
이처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효과를 입증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곤란을 겪고 있다[7,8]. 2021년 시작되는 본사업 역시 낮은 수가 수준이나 과도한 규제 등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간 입원전담전문의 확산의 주요 장애물 중 하나였던 제도적,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본 론
입원전담전문의, 병원 혁신의 키워드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수가는 제도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름이 되어야하지, 족쇄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내시경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내시경만 하지는 않는 것처럼 입원전담전문의도 수가의 영역을 넘어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hospitalist)는, 진료 효율을 높이고 전문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입원 진료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업무를 하고 있다(Table 1) [9-12]. 입원 환자를 돌보기 위해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의 진료 영역이 이와 같이 확장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의학 영역은 갈수록 세부 분과화/전문화가 심화되는데 비해,
2. 고령화와 함께 만성질환과 중증 질병의 생존률이 높아지면서 입원 환자들의 중증도와 복합 만성 질환(multimorbidity)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13,14].
3. 그 결과, 특정 분과전문의(specialist) 혼자서 책임지기 힘든 환자들이 늘어나 진료가 분절되거나(fragmented care), 분과전문의들로부터 외면 받는 환자들(orphaned patients)이 늘어나고 있다[15,16].
4. 입원전담전문의는 general care에 능숙하고, 다른 과/분과 전문의들과 일상적으로 의사소통하기에[17], 복합만성 질환(multimorbidity)을 가진 중증 입원 환자를 돌보는 데 가장 적임이다[18,19].
5. 또한, 응급실이나 외과계 환자의 내과 협진, 수술 전 위험도 평가와 같이, 분류되지 않은 환자의 초기 접근 시에 처음부터 3-4명의 분과전문의가 개입하는 것보다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단평가와 general care를 우선 수행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분과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12,20].
입원전담전문의가 병동을 책임지면서 발생하는 또다른 변화는 간호팀을 포함하는 다른 입원 진료팀들과의 관계이다. 매년 바뀌는 전공의들은 타 직종 팀들과의 관계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으며, 종종 의사-간호사 갈등과 같은 문제로 진료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생기곤 한다.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는 다른 팀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더 나아가 간호팀, 약무팀, 사회사업팀, 재활팀, 보험팀 등과 함께 정기적인 다학제 진료(multidisciplinary round or interdisciplinary round)를 수행하기도 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리더가 되어 진행하는 다학제 진료는 환자의 치료 계획 수립 시 예후에 영향을 미칠만한 경제적, 사회적 요인 등을 함께 살핌으로써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재원 기간을 단축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21,22].
또한 합병증에 대한 우려로 영상의학과로의 의뢰가 증가하고 있는 병동 내 시술(bedside procedure)도, 현장초음파 검사(point-of-care ultrasound, POCUS)를 수행하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말초삽입중심정맥관(PICC) 삽입까지 병동에서 시술하는 등 증가하는 시술실의 부담과 검사 지연을 줄이고 있다[23-25].
미국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게 된 계기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이었지만, 상기와 같이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이 병원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지속적으로 보고되면서, 현재는 전공의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병원에서(200 병상 이상의 80% 이상, non-teaching hospital의 75% 이상) 입원전담전문의 팀을 운용하고 있다[26].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성공의 열쇠, 입원의학(hospital medicine)과 Academic hospitalist
이와 같이 입원전담전문의가 병원 내 비효율을 개선하고 안전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general care와 다빈도 질환, 중증 질환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 뿐 아니라, 병원 내 의사소통을 주도하는 팀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입원의학회(Society of Hospital Medicine)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알아야 하는 입원의학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ies)에 질병의 진단 및 치료와 함께 병원 시스템에 대한 이해, 의사소통, 환자 안전 등에 대한 내용을 함께 포함시키고 있다(Table 2) [27].
아직 우리나라에는 입원의학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이 부족한 상태로, 관련 주제들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선택하여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개발하고 수행할 인재의 육성이 시급하다. 이러한 역량있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을 Academic hospitalist라고 하는데, 이들은 진료 외에도 교육, 연구, 리더쉽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다[28]. Academic hospitalist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진료 권한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도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야 하기에, 교원 임용과 같은 지위 보장이 필요하다. Academic hospitalist들의 성장은 입원의학의 발전뿐 아니라, 전공의들이 진로 결정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선택하는 데 동기부여가 되어 인력난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추가 논의 과제
전공의 수련과 입원의학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의 중요한 계기는 전공의 80시간 근무 제한과 내과 수련 3년제이다. 수련 기간 단축을 계기로, 대한내과학회는 전공의 수련 목표가 "일차 진료를 책임지고 입원 환자의 critical care를 담당할 역량을 갖춘 일반내과 전문의(general internist)의 배출"이라고 하였다[29]. 이는 입원전담전문의에게 필요한 입원의학의 핵심이 내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입원의학의 범위가 입원전담전문의뿐 아니라 내과학 수준에서 합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공의 수련과 평가가 specialist가 아닌 general internist의 눈높이에 맞추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면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수련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 진료 수련을 담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연구들이 다수로, 미국 수련병원의 대부분에서 Academic hospitalist들이 전공의와 함께 팀을 이뤄 진료와 함께 입원 진료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30].
입원의학전문의 vs. 분과전문의 vs. 인증의
내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에 비해 우리나라는 내과가 50% 정도이고, 그 외에 외과, 소아과, 신경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다양하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다보니 입원전담전문의 교육에 대한 요구가 관련 임상과에서 동시에 나오면서, 모든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입원의학을 교육하고 더 나아가 입원의학을 독립된 전공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입원의학의 바탕이 되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ies)이 대상 환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해보면[27,31], 단지 입원 환자를 진료한다는 공통점만으로 임상과 구분 없이 모든 입원전담전문의에게 필요한 지식을 묶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또한, 입원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실뿐 아니라 중환자실, 응급실, 외래까지 아우르는 환자의 흐름과 호전/악화 양상, 또한 전문 분과의 질병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필요하다는 점에서 입원의학이 내과학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에 비해, 펠로우쉽과 분과전문의에 대한 요구는 어느 정도 타당성도, 현실성도 있다. 미국에서도 전공의 수련과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보아, 입원의학 펠로우쉽 과정이나 hospitalist leadership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내과 전문의라면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분과 전문의라는 또다른 자격제한을 두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란이 있다. 조금 더 느슨한 교육과 검증 과정인 인증의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인 것이다. 이와 같이, 임상 현장에서 입원의학 교육과 검증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적절한 교육 및 검증 방안을 관련 학회와 Academic hospitalist 그룹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입원의학 전문간호사
입원전담전문의 확산의 걸림돌 중 하나는 추가적인 전문의 고용으로 인한 병원의 비용 증가이다. 현재의 입원전담전문의 수가는 이 비용을 보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5].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수가 인상이며, 추가적으로 전문간호사의 활용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전공의 교육 스케줄이 아닌 경우, 대부분의 입원전담전문의가 전문간호사와 1:1 매칭으로 팀을 이루어 근무를 하고 있다.
병원은 비용 부담 감소에 대한 기대로, 입원전담전문의는 불필요한 행정업무 감소와 번아웃 방지를 위해 전문간호사의 도입을 희망하지만, 관련 논의는 의사 권한 침범과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아직까지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현재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32], 기존의 가정간호, 종양, 마취, 노인 등의 업무 외에 입원의학 전문간호사를 신설할 수 있다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정착과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의 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한다는 조건 등과 같이, 우려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업무 범위를 합의할 수 있도록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결 론
2021년 시작되는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본사업은 그간 입원전담전문의 확산의 주요 장애물 중 하나였던 제도적,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진료 현장을 수가에 끼워 맞추는 왜곡현상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입원전담전문의 지원자가 감소하고 제도 성장의 동력을 잃을 우려도 있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가 수준을 현실화하고 현장에 무리가 없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입원전담전문의가 수가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입원의학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면,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병원을 혁신할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