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진료의 대가로 의료 공급자에게 지불되는 지불제도 보상 방식은 크게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 인두제(capitation), 포괄수가제(bundled payment), 총액계약제(global budget), 일당 진료비 방식(per diem fee)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진찰, 검사, 수술, 처치 등), 입원료, 약제 등의 가격을 각각 매긴 뒤 모두 합산하여 지불 받는 행위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하여 입원했었는가에 따라 질병군(또는 환자군)별로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환자가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든지 입원일수와 질병의 정도(중증도)에 따라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요양기관에 지불하는 제도이다.
의료기관 간 진료비나 질적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비교대상이 되는 의료기관의 환자 구성(casemix)이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 구성이 의료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보정도구로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환자분류체계(patients clasification systems, PCS)이다. PCS는 상병이나 시술 등 전산화된 정보를 이용하여 환자를 자원소모나 임상적 동질성에서 유사한 그룹으로 분류하며, 2020년 사용되고 있는 분류시스템은 입원 환자는 한국형 진단명 기준 환자군 4.3v (diagnosis related group, K-DRG), 외래 환자는 한국형 외래 환자분류체계 2.3v (outpatient patient group, K-OPG)가 사용되고 있다. PCS는 대한의사협회와 소속협회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체계개 발부에서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왔으며, 현재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의 실정에 맞는 분류체계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1].
본 론
지불제도로서 사용되는 PCS
PCS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와 신포괄수가제에서 도입되어 지불제도로서 사용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실에서 담당하고 있다[3].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는 백내장 수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 항문 수술(치질 등), 탈장 수술(서혜 및 대퇴부), 충수 절제술, 제왕절개 분만,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악성 제외)에서 환자 본인의 본인 부담율을 줄이고 적정 진료를 받고자 하는 목적으로 2013년부터 국내 모든 병원에서 실행되고 있다. 수술을 시행하는 환자 질병군이므로 내과계의 개선 의견은 반영되지는 않는다.
신포괄수가제는 기존의 포괄수가제에 행위별수가제적인 성격을 반영한 혼합모형 지불제도로 입원기간 동안 발생한 입원료, 처치 등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서비스는 포괄수가로 묶고, 의사의 수술, 시술 등은 행위별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로서 2010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되고 2017년부터 시행기관이 확대되어 현재 98개 기관의 공공병원 및 사립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신포괄수가제에 사용되는 PCS는 K-DRG 3.5v을 기반으로 일부 개선된 신포괄용 PCS 1.2v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가산정은 질병군별로 포괄항목+비포괄 항목+가산수가를 합산하며 입원일수가 너무 적거나 초과하는 경우 행위별수가가 적용된다. 영상 검사는 포괄항목에 해당하며 각종 내시경 검사, 초음파 내시경 및 중재시술들은 비포괄항목으로 행위별수가를 적용하고 있다(Table 2).
신포괄제가 공공병원에서 사립병원 및 대학병원으로 확대되면서 K-DRG 3.5v을 기반으로 하는 신포괄용 1.2v PCS가 내과 계열의 임상 진료 시스템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질병군이 다양하지 못하고 비포괄항목에 포함되는 약제나 치료 재료의 운영 등에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내과학회에서는 신포괄수가제위원회를 통해 질병군의 개선을 진행하고 있으나 발생건수가 적은 질병군은 적극적인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신포괄수가제의 개선은 참여하는 병원에서 구성된 협의체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의가 이루어져 왔으나 2019년부터는 내과학회의 개선 의견이 반영되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실에 제안하여 내과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활동 중이다.
전문 질병군 지정
PCS는 상급 종합병원 지정과 의료전달체계의 종별 기능 수행과 관련하여 활용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 질병군 지정의 원칙은 2015년 K-DRG 3.5v을 이용한 입원 환자 질병군 중증 분류 목적으로 진행된 연구를 기반으로 상급 종합병원 진료 분율이 60% 이상인 adjacent DRG (ADRG)는 전문 진료 질병군으로, 병·의원 분율이 60% 이상인 ADRG는 단순 진료 질병군, 나머지 ADRG는 일반 진료 질병군으로 분류하여, 상기 기준의 적용과정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최종 분류되었으며, 2017년 K-DRG 4.0v 개정 후 상기 동일 기준으로 전문 질병군 분류가 개정되었다(Table 3) [4].
PCS는 효율적인 진료비용의 관리와 의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전문 질병군 지정을 통한 상급 병원 지정과 의료 질 평가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의료계에서는 PCS의 목적이나 운영에서 최우선적으로 전문 질병군 지정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 질병군 지정을 목적으로 PCS를 개선하는 것은 향후 의료체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상급 종합병원 지정
PCS의 활용 중 상급 종합병원 지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상급 종합병원 지정 기준은 1995년 보건복지부고시(1995-25호)를 통해 지정 기준이 마련되어 시행되었으며, 2018년 상급 종합병원 지정은 진료기능, 교육기능, 인력시설 정비, 질병군별 환자 구성 비율, 의료서비스 수준 등 5가지 형태로 기준을 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여 평가한다. 이 중 전문 질병군에 속하는 입원 환자의 비율을 의미하는 환자 구성 상태가 가중치 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입원 환자의 분류에는 K-DRG 4.0v이 적용되어 평가되었다(Table 4).
지정 평가 기준은 평가 기간에 따라 변경되어 2018년 1월 -2019년 9월까지는 3기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4기 기준을 개정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특히 전문 질병군의 적용비율이 상승되었고, 단순 진료 질병군과 외래 질병(52개 질병)의 비중이 상대평가도구로 신설되어 적용되어 중증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고 경증 환자는 적을수록 상급 종합병원 지정에 유리하도록 구성되었다(Table 5) [5].
표 5에서 보듯이 상급병원 지정 기준에서 입원 환자 전문 진료 질병군의 구성 및 외래 환자 경증질병의 비율은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적정 환자 비율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바른 진료전달체계가 수립되기 위해서는 정책에 의한 인위적인 조정보다는 올바른 종별 병원의 기능이 정착되도록 의료계의 노력이 필요하고 사용자인 국민의 계도 및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제반 정책이 같이 제시되어야 한다.
의료 질 평가에서 PCS 활용
2000년 9월 5일부터 시행된 선택진료비가 2018년 1월 1일에 완전히 폐지되면서 의료기관 보상 방안으로 의료 질 평가 제도가 도입되었다. 의료 질 평가의 평가 영역은 환자 안전, 의료 질, 공공성, 전달 체계 및 지원활동, 교육 수련 및 연구 개발의 6개 영역에서 다양한 평가지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 질 평가 역시 평가영역별 가중치를 도입하고 있다(Table 6).
PCS가 사용되는 입원 전문 진료 질병군 비율은 전달체계 및 지원활동 영역에서 반영되고 있다. 또한 의료 질 평가에 사용되는 세부지표의 산정에도 반영되어 응급의료의 적정성 내 중증상병 해당 환자의 구성, 중증도 보정 평균 재원일수, 소아중증 질환 환자수 등에서도 PCS를 이용하여 세부지표가 산출되고 있다[6].
PCS는 진료비의 효율적 관리와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 의료기관의 진료비 수준이나 질적 수준을 비교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비교대상이 되는 의료기관의 환자 구성(casemix)이 동일해야 한다. 이러한 환자 구성이 의료기관마다 다르므로 이를 보정하기 위한 도구로서 PCS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 질 평가에 사용되는 세부 지표의 개발 당시 연구 단계의 PCS가 적용되어 일부 논란이 되었다. 원가 반영이 되지 않고 청구자료를 이용한 자원 소모 산정 방식, 의사 업무량이 미반영된 분류 시스템에서 검증되지 않은 PCS를 의료 질 관리를 위한 세부지표 개발에 적용한 것에 대하여 PCS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우려를 일으켰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다양한 의료 질 평가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불제도 및 평가에 적합한 올바른 PCS의 확립이 필수적이므로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학계가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래분류체계의 활용
외래분류체계도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표연동자율개선제에서는 내원일수, 건당 진료비 고가도지표 등 산출에 환자 구성 단위로 사용되며, 약제 급여적성성 평가에서는 6품목 이상 처방 비율, 소화기관용약 처방률 등 지표산출에 상병 분류기준으로,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에서는 약품비고가도지표(Perscribing Costliness Index) 및 기대약품비 지표 산출 시 활용되고 있다.
외래분류체계 역시 아직까지는 개발 단계로 K-OPG 2.3v으로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학계의 의견을 반영되어 개정이 이루어졌다. 외래분류체계는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의원의 외래진료까지 적용되므로 지속적인 개정이 필요하며, 특히 향후 외래영역에서 의료 질 평가나 병원 평가에도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적인 개발이 요구된다.
각종 연구영역
PCS는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7]. 특히 병원의 역할 및 의료전달체계의 개선, 사망비/재입원비 연관 연구, 병원평가도구, 질병의 중증도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PCS를 기반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주도되는 연구들은 보건정책의 수립에 큰 기여를 하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 결과에 대한 이해를 통해 향후 진행되는 보건정책에 의료계의 올바른 의견이 반영되도록 사전 노력을 해야 한다.
결 론
PCS는 외래와 입원 환자에서 진료비 지불제도의 기본이 되며 의료 질 평가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미 7개 질병군과 신포괄수가제에서 지불제도로 PCS가 사용되고 있고, 전문 질병군의 지정 및 상급 종합병원 지정, 의료 질 평가 및 각종 보상금 지불의 도구로 사용되며, 보건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향후 건강보험재정에 따라 현 지불제도인 행위별수가제를 대치하는 도구로서 PCS가 도입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PCS는 진료체계의 가장 상위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므로 내과의사가 관심을 가지고 개정과 활용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