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른 고혈압 진료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Hypertensive Patients According to New Hypertension Guid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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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 례
73세 남자가 변동이 심한 고혈압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10년 전부터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진료받았었으나 혈압 변동이 심한 양상이었다. 환자의 혈압은 143/50 mmHg으로 측정되었으나 환자의 가정 혈압 측정 결과는 수축기 혈압이 110-170대까지 변동이 많았다. 현재 약제는 amlodipine 5 mg, losartan 50 mg, carvedilol 25 mg을 1일 1회 복용 중이었다. 환자는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러운 증상이 간혹 있었으나 혼자 보행하며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변호사이다.
주요 토의 항목
- 변동이 심한 고혈압의 진단
- 노인/당뇨병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 목표
- 저항성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
변동이 심한 고혈압의 진단
최근 각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개정되어 발표되고 있다. 2017년 미국과 2018년 유럽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고 2018년 5월 대한고혈압학회에서도 고혈압 가이드라인 3차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이들 모든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공통된 특징은 고위험군에서의 철저한 혈압 조절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환자에서 고혈압 조절 목표는 이전의 140/90 mmHg이 아닌 130/80 mmHg 이하가 되었는데, 이렇게 혈압 조절 목표가 강화될수록 고위험군에 많이 속하게 되는 노인 환자를 포함한 고혈압 환자에서의 정확한 혈압 측정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1]. 왜냐하면 진료실에서 충분한 안정 없이 혈압을 측정하게 되면 실재 혈압보다 높게 측정되는 백의 효과가 나타나게 되고 이 혈압을 기초로 약제를 처방시 환자가 기립성 저혈압 등 부작용을 겪을 위험성은 이전의 보수적인 140/90 mmHg를 목표 혈압으로 할 때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재 70세 이상의 환자에서는 진료실 혈압과 주간 활동 혈압의 차이가 13.1/4.2 mmHg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2].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부위, 임상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최근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공통적으로 진료실 혈압에 의존하지 말고 가정 혈압 측정이나 활동 혈압 측정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여러 번 혈압을 측정하기를 권유한다. 가정 혈압의 측정의 경우 환자가 높은 값이나 낮은 값을 선택적으로 적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1주일에 5일 이상, 아침과 저녁으로 1-3회 측정할 것을 권장한다. 평가할 때는 첫날 측정치를 제외한 후 평균치를 사용한다. 아침에는 자고 일어나서 1시간 이내에 소변을 본 후 고혈압약을 복용하기 전에 측정한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측정할 것을 권장한다. 일간 변동이 가장 적은 값은 아침 혈압으로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후 아침 식사 전 고혈압약 복용 전 앉은 자세에서 최소 1-2분 안정 후에 측정하여 기록하게 한다.
가정 혈압, 활동 혈압을 넘어 진료실 혈압의 오차를 줄이기 위하여 고안되어 최근 관심이 증가되는 방법이 진료실 자동 혈압 측정법(automated office blood pressure measurement)이다. 이는 미리 자동 혈압계의 측정 시각을 설정하여 의료진이 없는 별도의 방에서 홀로 5분간 휴식 후 1분 간격으로 연속 3회 측정한 평균치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이 경우 가정 혈압 또는 주간 활동 혈압과 유사한 정도의 혈압을 얻을 수 있으며 백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고 반복적으로 측정하는데 유용하다. 진료실 자동 혈압 측정은 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SPRINT) 연구에서 이용되면서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진료실 자동 혈압이 정확한 혈압 측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과연 일반 진료 환경에서 이렇게 독립된 공간을 두고 환자가 직접 기계를 조작하여 5분간 휴식 후 1분 간격으로 연속 3회 측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반론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논문에서는 반드시 독립된 공간에 환자 혼자 두지 않더라도 2분의 휴식 후두 차례 혈압을 측정하여 평균값으로 평가하는 간략한 방식으로도 진료실 자동 혈압의 정식 방법과 거의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3], 증례의 환자와 같이 혈압 측정시의 변동이 많은 경우는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증례와 관련된 혈압 변동의 또 한가지는 일반적으로 염분 섭취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5 mmHg 정도 변동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콩팥 기능이 저하되어 염분 예민성이 커지는 노인에서는 20 mmHg까지도 혈압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4]. 따라서 노인 환자가 혈압 변동이 많거나, 갑자기 혈압이 올랐다고 이야기할 때는 혈압약을 바로 증량하는 것보다 국물, 김치 섭취를 줄여 저염식을 행한 수 1-2주에 재확인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노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 목표
노인에게 고혈압의 치료는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및 사망률을 감소시키며, 수축기단독고혈압 환자에서도 고혈압 치료에 대한 이득이 관찰되기 때문에 고혈압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5]. 노인 고혈압의 특징적인 소견은 중심 대동맥의 경직도 증가로 인한 수축기 혈압과 맥압의 증가이다. 또한 죽상동맥경화에 의한 신혈관 고혈압이 흔히 관찰된다. 혈압의 야간 강하가 적고 하루 동안에도 변동이 심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기립성 저혈압이나 식후 저혈압과 같이 혈압 변동도 심하다.
노인 고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을 140 mmHg 미만으로 조절할 때와 150 mmHg 미만으로 조절할 때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있었지만[6] SPRINT에서 노인 환자도 적극적인 강압 치료가 효과적이었다[7]. 그러므로 확장기 혈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은 수준(적어도 60 mmHg 이상)에서 수축기 혈압 140 mmHg 미만을 목표로 치료하도록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권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고혈압 약제는 약제비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안전성은 높아지고 있으며, 고령 환자에서 철저한 혈압 조절이 치매 예방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에 공식적으로 표기되는 등 고혈압의 조절 효과는 계속 강조되고 있어[8], 모든 고위험군에서 이전보다 좀 더 철저한 수준의 혈압 조절이 표 1과 같이 강조되고 있다.
즉,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건강한 노인에서 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상인 경우 생활 요법과 동시에 약물 치료를 고려하며, 노쇠한 노인 또는 80세 이상의 노인일지라도 수축기 혈압이 160 mmHg 이상인 경우 생활 요법과 함께 약물 치료를 권고한다[1].
다른 동반 질환이 없는 노인 고혈압 환자의 경우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를 1차약으로 선택한다(Fig. 1) [1]. 단지 베타차단제는 노인 고혈압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효과가 다른 약에 비하여 뒤떨어져서 협심증, 심부전, 빈맥 등의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사용한다.
저항성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
일반적으로 이뇨제를 포함하여 작용 기전이 다른 고혈압 약을 3가지 이상 병용 투여하고 각각의 약의 용량을 최적 용량으로 투여하여도 혈압이 140/90 mmHg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저항성 고혈압’이라 한다. 국내 자료는 없으나 외국에서는 치료 중인 환자의 저항성 고혈압의 유병률은 5-30%로 보고되었는데, 가성(pseudo) 저항성 고혈압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 미만일 것으로 추측한다[9]. 이는 의사가 체감하는 ‘약발이 듣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의 유병률의 2/3는 적절한 약제의 선택으로 조절 가능한 가성 저항성 고혈압임을 의미한다.
저항성 고혈압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게 있지만 고혈압약 복용을 지시대로 따르지 않는 환자의 순응도 부족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Table 2). 그리고 감기약,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 부신피질스테로이드, 피임제, 과도한 소금 섭취, 과음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노인에서 관절염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세뇨관에서의 염분 배출이 저하되어 염분 섭취가 많은 경우 혈압 상승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고혈압약에 이뇨제가 포함되지 않았을 때는 용적 과부하로 저항성 고혈압처럼 나타날 수 있다.
저항성 고혈압의 진단시 먼저 약 순응도를 확인하고, 가정 혈압이나 활동 혈압을 측정하여 백의 고혈압을 배제한 후 저항성 고혈압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여야 한다. 3가지 서로 다른 기전의 약을 충분한 용량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이뇨제 용량을 증량 또는 교체하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티아지드이뇨제 대신 루프이뇨제를 사용한다.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알도스테론길항제 혹은 알파차단제를 추가로 처방할 수 있으나 최근 연구 결과에서는 알도스테론길항제가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10].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알도스테론길항제를 처방한 경우에는 1-2주 이내에 혈청 칼륨 수치를 확인하여야 한다.
고 찰
우리나라 고혈압의 인지율, 치료율 및 조절률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고혈압 조절률은 두 경우로 구분하는데, 전체 고혈압 유병자 중에서 혈압이 조절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을 의미하는 유병자 조절률은 1998년 5%에서 2016년 44%로 개선되었다.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중에서 혈압이 조절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을 의미하는 치료자 조절률 역시 1998년 24%에서 2016년 71%까지 향상되었다. 과거 30여 년간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러한 고혈압 관리 수준의 향상 덕택에 고혈압 환자의 평균 혈압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평균 혈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11]. 그러나 미국, 유럽, 우리나라 고혈압 조절의 문제는 최근 10년간의 조절률이 답보 상태라는 점이다. 이는 칼슘길항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등 현재의 주력 고혈압 약제가 나온 1990년 후반 이후 새로운 고혈압 약제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반면 사회의 노령화는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약이 개발되지 않는 현실에서 특히 미국, 유럽, 대한민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타성에 젖지 말고 목표 혈압까지 철저히 혈압을 조절하라는 것이다(Fig. 2). 즉, 개개인의 혈압이 목표 혈압에서 2-3 mmHg 높은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회 전체로 수축기 혈압을 10-20 mmHg 정도, 확장기 혈압을 5-10 mmHg 정도 낮추면 뇌졸중은 30-40%, 허혈성 심질환은 15-20% 정도 감소한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혈압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약의 개수와 복용 횟수를 줄임으로써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고 혈압 조절률을 향상시켜 지속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2가지 이상의 약제의 성분이 단일 제형에 포함된 고정 용량 복합제의 사용이 고혈압약에 대한 순응도를 향상시키고 기존의 병용 요법에 비하여 우월한 치료 결과를 얻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적극적으로 추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