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위장관기질종양은 위장관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중간엽 종양이다. 대부분의 위장관기질종양은 양성이지만, 20-30%에서는 악성으로 나타난다[1,2]. 악성 위장관기질종양은 간이나 복막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부신(adrenal gland)으로 전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3]. 저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위장관기질종양 환자에서 부신에 원격 전이가 발생한 증례는 지금까지 2예가 보고되었다[3,4].
절제가 가능한 국소 위장관기질종양에 대한 기본적인 치료는 수술이지만[5],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위장관기질종양 환자에서 티로신인산화효소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인 imatinib mesylate (Glivec®; Novartis, Basel, Switzerland)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생존율을 향상시킨다고 나타났다[6]. 분자 표적 치료제(molecular targeted therapy)로 장기적인 질병 조절이 가능해졌으나, 일부 환자에서는 imatinib 보조화학요법 이후에 다시 종양이 재발되는 경우가 있었다[4].
저자들은 위의 위장관기질종양에 수술적 절제와 imatinib 치료를 시행한 후에 완전 관해에 도달한 이후 왼쪽 부신에 단독으로 원격 재발이 발생한 첫 번째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6세 남자가 상복부에 종괴가 촉지되어 내원하였다. 과거력에서 특이 기저 질환은 없었고, 투약 중인 약제도 없었다. 내원 당시의 활력 징후는 혈압 145/90 mmHg, 맥박 70/분, 호흡수 20/분, 체온 36.4°C였고, 병색 소견을 보이지 않았으며 의식은 명료하였다. 내원 당시에 시행한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는 5.990/mm3 (호중구 64.8%), 혈색소 12.9 g/dL, 혈소판 219,000/mm3 였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asparate aminotransferase) 25 IU/L, 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20 IU/L, 총 빌리루빈 0.5 mg/dL, 혈액요소질소 22.5 mg/dL, 크레아티닌 1.1 mg/dL, 젖산탈수소효소(lactate dehydrogenase) 511 IU/L, 적혈구 침강 속도 67 mm/hr, C-반응성단백질 2.32 mg/dL (정상범위: < 0.3 mg/dL)로 상승되어 있었다.
상복부의 종괴에 대해 시행한 내시경 검사에서 위 체상부와 기저부에 돌출된 단단한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1A). 복강 및 골반 전산화단층촬영 검사에는 후복강 내에 13 × 10 cm 크기의 덩어리가 있었고(Fig. 1B), 다른 장기로의 전이 소견이 없어서 개복술을 시행하였다. 개복술 결과 위종양이 관찰되어 위부분절제술 및 림프절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조직병리 검사 결과 병변은 18.0 × 15.5 × 9.0 cm 크기의 회백색의 단단한 덩어리로 낭성 변화와 출혈을 동반하였다. 현미경 소견상 방추형의 세포가 관찰되었고, 유사분열 수는 10/50 HPF 이상이었다. 면역화학염색 검사 결과에서 c-kit (CD117), vimentin에서 양성이었다. 이에 따라서 고위험군의 위장관기질종양으로 진단하였고, imatinib을 이용한 보조화학요법을 예방적으로 시행하려고 하였으나, 당시(2009년 7월) imatinib 투여의 국내 보험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시행하지 못하고 추적 관찰하였다. 수술 이후 3개월 간격으로 시행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검사 및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에서 종양의 재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수술 9개월 뒤에 촬영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검사에서 2 × 2 × 2.5 cm 크기의 결절 병변이 왼쪽 부신을 침범하는 양상으로 나타났고,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에서 왼쪽 부신 및 복강내 1개의 림프절에 대사가 증가된 결절이 관찰되었다. 이에 대해 위장관기질종양의 원격 재발로 진단하여, imatinib therapy (400 mg/day)를 이용한 보조화학요법을 시작하였다. 이후 외래에서 정기적으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및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여 추적 관찰을 하면서 imatinib 치료를 시작한 6개월 뒤에 복강내 림프절은 관찰되지 않았고, 17개월 뒤에 영상학적으로 완전 관해 소견을 보였다.
Imatinib 치료를 시작하고 48개월 뒤 촬영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검사에서 다시 1.2 cm 크기의 결절이 왼쪽 부신에서 관찰되어,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고 상기 부위에 대사가 증가한 소견은 보이지 않아 imatinib 투여를 유지하며 경과 관찰하였다. Imatinib 투여 59개월 뒤 촬영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검사에서 왼쪽 부신 결절이 2.5 cm로 크기가 증가해 있어(Fig. 2A)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고, 왼쪽 부신에서 대사가 증가된 종양이 관찰되었다(Fig. 2B). 부신 종양에 대한 평가를 위해 시행한 호르몬 검사 결과는 정상 소견이었다. 임상 경과를 고려하였을 때, 왼쪽 부신에 위장관기질종양의 원격 재발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커서 복강경적 왼쪽 부신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조직병리 검사 결과 병변은 2.7 × 2.4 cm 크기의 회백색 결절성 덩어리로 괴사를 동반하고 있었다(Fig. 3). 현미경 소견에서 병변에는 방추형 세포가 관찰되었고 c-kit (CD117)에서 양성을 보여서 위장관기질종양의 원격전이로 진단하였다(Fig. 4). 환자는 imatinib 치료(400 mg/day)를 유지하였으며, 수술 5개월 뒤에 시행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검사에서 종양의 재발이나 전이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고 찰
고형암 환자에게서 부신 전이는 비교적 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단일 전이보다는 전신으로 진행된 암 환자에서 보이는 경우가 많다[7]. 암이 부신으로 전이가 잘되는 것은 부신의 풍부한 굴모양혈관의 혈액 공급(sinusoidal blood supply)이 그 원인이다[8]. 그러나 위장관기질종양이 원발암일 경우에는 부신 전이는 매우 드물고, 설사 전이된다 하더라도 다른 장기로의 전이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3,9].
위장관기질종양의 사례 200개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자료에서, 위장관기질종양은 주로 간(65%) 또는 복막(20%)에 전이되는 경우가 많았고, 림프절, 폐, 또는 그 외의 복강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는 드물었다[9]. 특히 위장관기질종양이 부신에 원격 전이가 발생한 경우는 지금까지 2예가 보고되었다.
Bashir 등[3]은 공장 근위부에 발생한 위장관기질종양이 부신 및 심장 근육, 등의 골격근에 전이된 예를 보고하였다. 환자는 수술적 절제 시행 후 imatinib 치료를 받았고, 치료의 효과는 보고되지 않았다.
Tatsuda 등[4]은 위에 발생한 위장관기질종양에 대해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환자에서 왼쪽 부신에 전이가 된 사례를 보고하였다. 그 환자는 완전 관해를 달성한 후에 보조화학요법 없이 지내던 중에 간에 원격 재발이 발생하여 간 우엽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재정적인 문제로 imatinib 치료를 14일만 시행하고 이후 유지하지 못하였고, 수술 4개월 뒤 왼쪽 부신에 원격 재발이 확인하였다. 그 후에 imatinib 치료를 시작하여 완전 관해에 도달하였으나, imatinib 치료를 시작한지 70개월 후에 복막 전이가 발생하였다.
본 증례는 환자의 위에서 발생한 위장관기질종양을 수술적 절제하고 임상적으로 완전 관해에 도달한 후에 왼쪽 부신에 두 차례의 원격 재발을 일으킨 사례이다. 특히, 두 번째 재발에서 주목할 점은 imatinib 치료를 시작하고 45개월 뒤까지 완전 관해 상태가 유지된 후에 다시 전이가 발생한 점과 복막이나 간 등의 원격 전이가 흔히 일어나는 장기의 침범을 동반하지 않고 부신에만 전이가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오늘날 imatinib은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의 위장관 기질종양의 치료로 각광받고 있으며, 수술 후 보조 치료로 잔존 미세 질환을 억제하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5]. Imatinib은 페닐아미노피리딘(phenylaminopyrimidine) 계열의 약제로, 혈소판유래성장인자 수용체 알파(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receptor-alpha, PDGFR-α) 및 줄기세포인자수용체(stem cell factor receptor, c-Kit)를 포함한 몇몇 티로신인산화효소 수용체(tyrosine kinase inhibitor)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막아준다. 위장관기질종양의 주 기전이 되는 c-Kit 및 PDGFR-α 유전자의 작용이 imatinib에 의해 억제되어 항암 효과를 얻을 수 있다[10]. 보통 고위험군 위장관기질종양 환자들에서 재발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 증례의 환자도 고위험군 위장관기질종양으로 진단받아서 재발의 위험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위부분절제술 시행 당시(2009년 7월) 이 환자의 사례는 imatinib 투여의 국내 보험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imatinib 투여를 시행하지 못하였으나, 처음 수술 후 imatinib을 이용한 보조화학요법을 예방적으로 시행하였다면 환자의 예후에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이성의 위장관기질종양 환자에서 imatinib 투여 후 반응이 있는 경우 잔존 병소에 대한 수술적 절제가 내성 클론(clone)의 형성을 막아 imatinib 내성 발현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수술의 정확한 시점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나, 대개 imatinib 투여 시작 후 6-12개월 사이에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하며 2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11]. 이 환자의 경우 imatinib 투여에 좋은 반응을 보였으며, 전이 병소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어, 2년이 지나지 않은 17개월째 완전 관해에 도달하여 육안적으로 더 이상 수술적 절제를 고려할 병변 없이 경과를 관찰하였다. 다만 48개월 뒤 imatinib의 이차 내성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전이 병변이 다시 발생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처음 재발하였을 당시 17개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imatinib에 반응을 보인 6-12개월에 남은 병소에 대해 수술적 절제를 시행하였다면 imatinib 내성 발현 가능성을 다소 줄여주어, 환자의 예후가 개선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1차 재발 때는 수술적 절제 없이 완전 관해에 도달하였으나, imatinib 사용 48개월 후 왼쪽 부신에 발생한 재발 병변은 imatinib에 대한 이차 내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왼쪽 부신 외에 다른 재발이 의심되는 병변은 보이지 않았으므로, 이차 내성의 국소 진행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국소 진행한 병변에 대해서는 국소 치료를 시행해볼 수 있는데, 완전히 절제가 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표준 용량인 imatinib 400 mg/day를 유지 가능하다. 반면, 이 환자와 달리 이차 내성에 의해 질환이 전신적인 진행을 보인다면 imatinib의 용량을 600-800 mg으로 올리거나, sunitinib과 같은 2차 약제로 변경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5].
이 환자의 예로 보아서 전이된 위장관기질종양 환자에서 보조화학요법에 대한 치료 반응이 좋아 완전 관해에 도달하였다 하더라도, 장기간의 치료 유지 및 경과 관찰을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