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산화질소 측정을 이용한 천식 치료
Exhaled Nitric Oxide Measurement for Asthma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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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천식은 기도의 만성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흔히 천명,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과 함께 가역적인 기류제한을 보이는 경우로 정의한다[1]. 따라서 천식의 진단을 위해서는 천식 증상의 임상 양상을 확인하는 것에 더하여 객관적인 검사로 폐기능 검사를 사용하여 기류제한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폐기능의 지표로 흔히 사용되는 1초간 강제호기량의 예측값에 대한 백분율은 기도폐쇄의 중증도를 반영하고 치료반응을 평가하는데 유용할 뿐 아니라 향후 악화를 예측하는데 유용한 생체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폐기능 검사는 기도폐쇄성 질환으로서의 천식의 특성을 평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환자의 노력에 의존하고, 숙련된 검사자에 의하여 시행하여야 하는 불편이 있고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기도폐쇄를 반영하는 지표로서는 유용하나 염증 표지자로 사용할 수는 없다. 천식의 주요한 특징인 기도염증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객담 염증 세포 검사, 말초혈액 호산구 수 측정과 함께 호기산화질소농도(fractional exhaled nitric oxide, FeNO) 측정이 있다. 이 글에서는 호기산화질소의 측정방법을 소개하고 기도염증의 생체지표로서 천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호기산화질소
산화질소(nitric oxide, NO)는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중요한 신호전달물질 중의 하나로 정상적인 생리 과정을 담당할 뿐 아니라, 염증 과정에서 생성이 증가하여 급성 및 만성 염증에서도 중요한 염증 매개체이다. 천식에서는 주로 2형 조력 T세포(type 2 helper T cell, Th2)에 의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interleukin, IL)-4와 IL-13에 의하여 inducible NO synthase의 발현이 증가되면 기도상피에서 NO 생성이 많아지고 호기 중의 NO 농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내쉰 공기에서 NO를 측정하면 기도염증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기도염증의 표지자로서 FeNO를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Th2 염증반응에서 주로 증가하는 호산구성 기도염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호산구성 기도염증의 지표로 유용하다.
호기산화질소의 측정
FeNO는 산화질소측정기(nitric oxde analyzer)를 사용하여 측정한다. 측정 방법에 따라 화학발광 또는 전자화학 센서를 이용한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기기도 개발되었다[2]. 화학발광기법을 이용한 측정기는 부피가 크고 비용이 비싸지만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농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NOA 280i (Sievers; GE Analytical Instruments, Boulder, CO, USA), NIOX (Aerocrine, Solna, Sweden), CLD 88 (Eco Medics, Dürnten, Switzerland) 등이 있다. 전자화학기법을 사용한 측정기는 비교적 크기가 작고 휴대 가능하며, 기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보다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NIOX MINO와 NIOX VERO (Aerocrine), NObreath (Bedfont Scientific Ltd, Maidstone, UK) 등이 있다. 현재 한국에는 2000년대 후반부터 NIOX MINO, NOA280i, CLD 88, NObreath 등의 제품이 도입되어 주로 대학병원과 삼차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3]. 측정기기 사이에 FeNO 측정값의 상관관계는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기계에 따른 측정값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4].
산화질소측정기는 검사자가 마우스피스를 통하여 일정한 속도로 숨을 내쉬면 호기 중의 FeNO 값을 측정하여 parts per billion (ppb) 단위로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보여준다(Fig. 1). 즉, 폐기능 검사에서와 달리 강제호기를 하지 않아 검사자의 불편이 덜하며 측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수분 이내에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측정 방법에 따라 측정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특히 호기유속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1999년 발간된 미국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의 지침에서는 호기속도를 50 mL/sec으로 측정할 것을 권고하였다[5]. 측정 방법뿐 아니라 대기 중의 NO 농도도 측정값에 영향을 미치며, 측정하는 대상의 흡연, 음주, 음식섭취, 운동 등 또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폐기능 검사 또한 FeNO 값에 영향이 있으므로 FeNO 측정은 가급적 폐기능 검사 시행 전에 시행하도록 하고 검사 전에 식사, 음주, 운동, 흡연 등은 피하도록 한다[6].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의료보험에서 급여가 인정되는 것과 달리[7], 현재 한국에서는 비급여 검사로 분류되어 있어 폐기능 검사와 비교하면 높은 비용이 발생하므로 자주 시행하는데 제한점이 있다. 또한 측정기기에 따라 센서의 유효기간이 있으므로 검사기관에서 FeNO 측정을 자주 시행하지 않는다면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담에서 호산구를 측정하는 것과 비교하여 훨씬 측정이 쉽고, 빠르며, 비침습적이며, 재현성이 높다는 점에서 임상적 활용 가치는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FeNO를 이용한 천식의 진단
천식을 진단하는데 FeNO 측정이 도움이 되는가? 여러 연구에서 천식 환자의 FeNO 값이 정상인과 비교하여 유의하게 높음을 보여주었고 따라서 FeNO 값이 높은 환자를 천식으로 진단하는 것은 진단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였다[8,9]. 천식이 없는 정상인에서도 성별, 연령, 키, 몸무게, 아토피 유무, 흡연 여부 등에 따라 FeNO 값의 범위가 넓게 나타난다[10,11]. 천식 환자에서는 정상인과 비교하여 FeNO 평균값이 높기는 하지만 상당수의 천식 환자들에서 FeNO 값이 낮게 나타나는 등 FeNO 측정값의 분포가 정상인과 상당 부분 겹쳐서 천식을 진단하는 FeNO 절단값(cutoff value)를 적용하였을 때 민감도가 높지 못하다. 즉 FeNO 절단값만으로 천식을 진단하면 많은 수의 천식 환자들이 천식이 아닌 것으로 잘못 진단될 수 있다. 이는 FeNO가 호산구성 기도염증을 반영하므로 중성구성 천식 등 호산구의 증가가 없는 경우에는 FeNO가 낮게 나타나는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천식 외에 호산구기관지염, 알레르기비염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FeNO가 높게 나타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12].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의 감별진단에서 호산구성 기도염증은 천식에서 더 흔히 관찰되며 흡연은 FeNO를 낮추는 영향이 있으므로 높은 FeNO 값은 천식을 보다 시사하는 소견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고령의 환자에서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특성을 모두 나타내는 중복증후군(asthma-COPD overlap syndrome)이 상당수 있음을 고려하여 진단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FeNO 측정은 천식의 진단에 도움이 되지만, 폐기능 검사를 대체하여 시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천식이 의심되는 임상 양상을 보이는 성인 환자에서 FeNO가 50 ppb보다 높은 경우에는 강하게, 25-50 ppb인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호산구성 기도염증을 반영하며 천식을 고려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Table 1) [13]. 특히 폐기능 검사의 시행이 어렵지만 객관적인 천식 진단 근거가 필요한 경우에 적극적으로 사용을 고려하도록 한다.
FeNO를 이용한 약물 치료
이전부터 천식에서 FeNO는 천식의 진단보다는 흡입 스테로이드의 반응성을 예측하는데 더 유용하다고 알려졌다[14,15]. 흡입 스테로이드의 반응성은 호산구성 천식과 Th2 지표가 높은 천식에서 더 두드러지므로[16,17], 치료 전 흡입 스테로이드에 반응성을 예측하는데 FeNO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FeNO가 낮다고 해서 치료를 시작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FeNO 측정은 흡입 스테로이드를 사용 중인 환자에서 천식 치료 반응을 평가하고 치료용량을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천식 환자에서 흡입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치료를 시작하면 천식증상과 폐기능의 호전보다도 빨리 호기산화질소 농도가 감소한다[18]. 따라서 천식에서 흡입 스테로이드 치료 중인 환자에서 치료가 적절한지를 평가하는데 천식 증상 조절 정도, 악화 경험 등과 함께 FeNO를 측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천식의 약물 치료는 천식 조절 정도를 바탕으로 치료단계를 변경하는 단계적인 접근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천식으로 치료 중인 환자에서 흡입 스테로이드의 용량과 치료 단계의 결정에서 FeNO를 측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소아[19]와 성인[20-26]에서 시행된 몇몇 연구에서는 FeNO를 바탕으로 흡입 스테로이드의 용량을 높이거나 낮추는 치료 전략의 유용성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2016년에 발표된 메타분석[22]에서는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고 효과가 약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천식 환자에서 일률적인 FeNO 측정을 통한 치료 전략은 현재 권고하지 않고 있으나[27] 잦은 악화를 보이는 환자에서 FeNO 측정은 도움이 될 수 있다. FeNO 측정은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천식이 조절되지 않거나 잦은 악화를 보이는 중증천식에서 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28]. 특히 흡입기의 사용법이 잘못되었거나 약물 순응도가 낮은 환자를 확인하는데, 그리고 지속적인 알레르겐 노출이 되는 환자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29]. 따라서 조절되지 않는 천식 환자에서 FeNO를 측정하여 여전히 높은 값을 보인다면 흡입기 사용법, 순응도, 알레르겐 노출 등을 먼저 확인하여 교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FeNO를 보이는 경우에는 흡입 스테로이드 용량을 높여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Table 1).
FeNO를 이용한 표현형 분류와 정밀의료
천식은 매우 다양한 임상적, 염증과 면역 표현형을 가지는 질환으로 이에 따라 환자의 임상 양상과 경과, 치료 반응의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천식의 표현형을 분류하고 이에 따라 치료 전략과 치료 약물을 결정하는 것은 천식의 정밀 치료에 필수적이다[30,31]. FeNO는 호산구성 기도염증과 Th2 염증 반응을 반영하므로 천식의 진단보다는 천식에서 호산구성 천식과 Th2가 높은 천식 표현형을 확인하는데 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32]. 또한 높은 FeNO는 잦은 악화를 보이는 천식(exacerbation prone asthma) 환자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33].
최근 중증 천식 환자에서 IL-5, IL-13, IL-4 등의 Th2 사이토카인을 목표로 하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34]. 특히 이러한 표적치료제는 비호산구성 천식과 비교하여 호산구성 천식에서 악화 예방과 경구 스테로이드 감량 등의 치료 효과가 크게 확인되었고, 최근 개발된 항 IL-5 항체인 mepolizumab과 reslizumab 모두 호산구성 천식에서 적응증을 받았다. 따라서 흡입 스테로이드로 조절이 잘 되는 경증-중등증 천식에서와 달리 중증 천식에서는 호산구성 천식이라는 표현형 확인이 필수적이다. 호산구성 천식의 확인에는 말초혈액 호산구와 객담 호산구, FeNO 등이 모두 생체 지표로 유용한 지표로 사용이 가능하겠으나, 향후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택하고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데 어떤 지표가 더 우수하고 유용한지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결 론
FeNO는 천식의 객관적인 평가 도구로서 폐기능 검사에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기도폐쇄를 측정하는 폐기능 검사와 달리 호산구성 기도염증을 반영하는 생체지표라는 점에서 새로울 뿐 아니라, 쉽고 빠르게 비침습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기대된다. 아직 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급여 인정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천식의 관리에서 점차 효용성을 인정받아 임상에서 활용이 증가되고 있다[35]. 천식에서는 (1) 천식의 진단과 흡입 스테로이드 치료 반응의 예측, (2) 치료 반응의 평가와 흡입 스테로이드 용량조절, (3) 호산구성 천식 등 표현형 평가와 Th2 목표의 생물학적 제제 적응증의 확인 등에 적용할 수 있다(Table 2). FeNO의 의미와 장단점을 이해하고 천식 치료에 FeNO 측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천식의 조절과 악화 예방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