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염증성 가성 종양은 림프구, 형질세포, 조직구와 같은 다양한 염증세포의 침윤과 섬유성 간질로 구성된 양성 질환으로 형질세포육아종(plasma cell granuloma), 염증성 근섬유모 세포종양(inflammatory myofibroblastic tumor), 염증성 섬유육종(inflammatory fibrosarcoma)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폐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간, 뇌, 신경계, 위장관, 비뇨기계, 결합조직 등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고, 비장에 발생하는 염증성 가성 종양은 매우 드물다[1]. 감염, 실질내 출혈 또는 자가면역 질환 등이 병인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며, 영상의학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되지만, 림프종, 전이성 병변 등 악성 종양과 유사하여 수술 전에 진단이 어렵다[1-3]. 저자들은 간헐적인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자가면역 갑상선염을 동반한 비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 1예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4세 여자가 1주일 전부터 시작된 배꼽 주위의 간헐적인 동통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과거력 및 사회력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외상의 병력은 없었다. 3년 전 건강 검진에서 시행한 갑상선 기능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는 정상이었다. 내원시 활력 징후는 정상이었으며, 목에서 갑상선의 비대나 만져지는 종괴는 없었다. 복부 진찰에서 압통과 반발통은 없었고, 만져지는 이상은 없었다. 일반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6,340/mm3, 혈색소 12.4 g/dL, 헤마토크리트 36.0%, 혈소판 305,000/mm3였고, 혈청 전해질 검사와 혈청 생화학 검사 및 소변 검사는 정상이었다. Carcinoembryonic antigen 1.79 ng/mL (0-5.0), CA 19-9 7.62 U/mL (0-39.0)로 정상이었다. 갑상선 기능 검사에서 thyroid stimukating hormone 7.5 μIU/mL (0.35-5.5)로 증가되어 있었으며, 유리 T4 0.9 ng/dL (0.89-1.76), T3 137.3 ng/dL (60-181)로 정상이어서 불현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이었고, 항갑상선글로불린 항체 1,710.2 IU/mL (<100), antiTPO 항체 5,585.2 IU/mL (< 100)로 양성이었으며, 류마티스인자, 항핵항체, 항-smooth muscle 항체, 항-미토콘드리아 항체, p-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ANCA)와 c-ANCA는 음성이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은 미만성으로 크기가 증가되어 있어 자가면역 갑상선염으로 진단하였다.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비장에 3 cm 크기의 저음영의 원형 종괴가 보였고(Fig. 1),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4 × 3 cm 크기의 저음영으로 보이는 종괴가 비장에서 관찰되었으며, 조영 후 점차 조영증강되었으나 병변의 중앙부는 조영증강이 되지 않았다(Fig. 2). 악성 종양과의 정확한 감별을 위해 비장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비장은 무게는 111 g, 크기는 10 × 6 × 5 cm였고, 상부에 4 × 2.5 cm 크기의 황백색을 띤 원형의 단일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3). 조직검사에서 방추형세포가 주로 보이면서, 림프구, 형질세포, 조직구 등 만성 염증 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었고, 특히 형질세포의 침윤이 두드려졌다(Fig. 4). 면역조직화학염색에서 방추형세포는 smooth muscle actin과 vimentin, CD34에 양성으로 근섬유성 분화를 보여(Fig. 5) 염증성 가성 종양으로 확진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증상 없이 외래에서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염증성 가성 종양은 비특이적 염증 소견과 그에 따른 반응성 변화를 보이는 비종양성 병변으로 호흡기계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간, 중추신경계, 소화기계, 심장, 안와, 편도, 림프절 등 여러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다[4]. 비장에 발생하는 염증성 가성 종양은 매우 드물어서 1984년 Cotelingam과 Jaffe에 의해 처음 보고된 이래[5], 전 세계적으로 70여 증례가 보고되었다. 국내에서 4예가 보고되었는데, 3예는 동반 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치료한 증례들이었으며, 1예는 미만성 B세포 림프종 환자로 치료받은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Epstein-Barr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 감염과 연관되어 발생한 가성 종양이었다[6].
염증성 가성 종양은 종괴의 형태로 발현되어 악성 종양과의 감별이 필요하며, 조직검사에서 근섬유모세포인 방추형 세포의 증식이 관찰되면서 림프구, 형질세포, 조직구, 호산구 등 다수의 염증세포가 침윤되어 만성 염증 소견을 보이는 경우 진단할 수 있고, 조직구를 다수 함유한 황색육아종형(xanthogranuloma type), 형질세포를 다수 가진 형질세포 육아종형(plasma cell granuloma) 그리고 아주 심한 섬유성 경화 형태의 유리질화 경화형(hyalinized sclerosing type)으로 나눌 수 있다[6-8].
비장에 발생한 가성 종양의 병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 가지 가설이 주장되고 있다. 첫째, 감염에 의한 염증이 관련 있다는 가설이다. 여러 연구의 조직검사에서 육아종과 거대세포가 보이고, 병변에서 EBV의 유전체가 검출되었으며, 비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 12예를 분석하였을 때 in situ hybridization을 시행한 10명 중 6명에서 EBV RNA가 양성으로 관찰되어 감염과의 관련성을 의심할 수 있다[8]. 하지만 이런 결과들은 염증성 가성 종양과 EBV 감염의 연관성을 시사하지만, 발병 기전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둘째, 외상이나 응고장애로 실질내 출혈이 발생하고 조직의 괴사가 동반되어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본 증례와 같이 외상의 병력이 없는 증례들이 있고 괴사가 동반되는 경우가 드물어서 가설로서 부족하다[2]. 셋째, 병소 내에 형질세포가 높은 비율로 존재하여 면역현상과의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다. Cotelingam과 Jaffe [5]는 가성 종양의 조직 소견이 리이델 갑상선염(Riedel's thyroiditis)과 특발성 후복막 섬유화 등의 질환과 유사한 것을 근거로 자가면역 질환과의 관련을 가설로서 제시하였다. 본 증례는 3년 전에 없었던 자가면역 갑상선염을 비장 종괴와 함께 발견한 증례로 자가면역 질환과의 연관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보고된 비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의 증례에서 자가면역 질환을 동반한 보고는 없었으며, 향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
대부분의 환자는 무증상으로 우연히 발견되지만, 복통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하거나 발열, 체중감소,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1,3-7]. 혈액 검사에서 빈혈과 백혈구 증가증이 있거나 종양 표지자의 상승을 보일 수도 있으나[3-7], 본 증례에서는 모두 정상 소견이었다. 최근 자가면역 췌장염과 동반된 간 또는 췌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들의 증례들이 보고되고 있어[9], 자가면역 췌장염의 동반이 의심될 때 IgG4의 측정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비장에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본 증례에서는 자가면역 갑상선염과 관련된 항갑상선글로불린 항체와 antiTPO 항체가 양성이었으나, 류마티스 인자, 항핵항체, 항-smooth muscle 항체, 항-미토콘드리아 항체, p-ANCA와 c-ANCA 등의 자가면역 항체 검사는 음성이었으며, IgG4는 측정하지 못하였다. 향후 염증성 가성 종양을 의심하는 환자에서 IgG4를 포함한 자가면역질환의 동반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비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은 초음파 검사에서 크고 경계가 분명한 저에코성 종괴로 관찰되거나, 석회화를 함유한 고에코성 병변 등 다양한 에코를 보일 수 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조영 초기에는 저음영 종괴로 보이고 조영 후기에는 지연 조영증강을 보이나, 섬유화가 있는 중심부는 지연 영상에서 성상의 저음영으로 관찰된다. 복부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종괴는 T2강조영상에서 비균질한 저신호 강도로 보이고, 조영증강 후의 T1강조영상에선 지연 조영증강을 보인다[10]. 하지만 임상증상과 방사선 소견이 비특이적이어서 감별진단이 어려운 경우들이 있으며, 이번 증례에서도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비장에 3 cm 크기의 저음영의 원형 종괴로 관찰되었고, 복부 CT에서 조영 전에 저음영으로, 조영 후에 조영증강을 보이면서, 병변 중앙부가 지연영상에서 저음영으로 관찰되어 가성 종양의 영상 소견에 비교적 일치하였지만, 확진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비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과 감별진단해야 할 질환으로는 악성 림프종, 해면상 혈관종, 전이성 비장암, 사르코이드증, 육아종성 감염, 비장 경색, 낭종, 국소 반응성 증식 그리고 과오종 등이 있다[6]. 임상증상이 비특이적이고, 복부 초음파 검사, 복부 CT, MRI 등 영상학적 검사에서 염증성 가성 종양만의 특징적인 소견이 없어 확진을 내리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비장의 세침흡인검사가 진단율이 낮고, 출혈의 위험이 있어 비장 절제에 이은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6].
이전의 보고들을 보았을 때 비장에 발생한 염증성 가성 종양은 비장 절제 후 좋은 예후를 보였으며, 전이, 재발, 국소 침범의 보고는 없었다. 그러나 간에서 생긴 염증성 가성 종양에서 질환이 진행하여 사망한 증례들이 있어 수술 후 주의깊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1-6,8].
비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의 치료는 수술 전 악성 종양에 대한 감별이 어려워 수술을 통해 비장을 완전 절제하는 것이 선호된다[1-6]. 하지만 비장에서 악성 종양의 발생빈도가 매우 낮고, 간의 염증성 가성 종양에서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등으로 보존 치료한 뒤에 호전을 보인 보고들이 있어[9], 향후 비장의 염증성 가성 종양의 치료에 보존적인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본 증례는 3년 전에 없었던 비장의 병변을 새로 발견하고, 자가면역 갑상선염과의 관련을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악성 종양과의 감별을 위해 수술한 증례로 자가 면역 갑상선 질환과의 관련을 생각하였다면 스테로이드나 갑상선 질환에 대한 내과적 치료 후 경과 관찰을 고려할 수 있었다. 따라서 염증성 가성 종양을 의심하는 경우에는 초음파 유도하의 세침 흡인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리고, 원인 치료와 추적 관찰을 통한 보존적인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저자들은 3년 전 갑상선 기능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가 정상이었던 환자에서 자가면역 갑상선염과 함께 발생한 비장 종괴에 대하여 수술을 통해 염증성 가성 종양으로 진단한 증례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