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
50세 남자가 양측 하지의 무력감으로 응급실에 왔다. 응급실 방문 전날 저녁 운전 후 차에서 내리는 도중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걷지 못하는 증상이 있었다. 33세에 고혈압, 당뇨병을 진단받고 amlodipine 5 mg, carvedilol 12.5 mg, nebivolol 5 mg, olmesartan 20 mg, hydrochlorthiazide 12.5 mg, glimepiride 4 mg, metformin 500 mg을 복용하고 있었다. 혈압은 190/120 mmHg이었으며, 혈액 검사에서 blood urea nitrogen 10.8 mg/dL, creatinine 1.0 mg/dL, Na 146 mEq/L, K 1.9 mEq/L, Cl 100 mEq/L, total CO2 36 mEq/L였으며, HbA1c 6.8%였다. 저칼륨 주기성 마비(hypokalemic periodic paralysis)가 의심되어 입원하였다.
진 단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하며 한국에서는 30세 이상 성인 인구의 약 30% 정도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1]. 전체 고혈압의 85% 이상은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일차성 고혈압이지만, 5-15% 정도는 다른 원인을 가지는 이차성 고혈압이다[2,3]. 세 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고혈압의 이차적인 원인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4]. 이차성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은 표 1과 같다. 본 원고에서는 이차성 고혈압이 의심되는 환자 가운데 저칼륨혈증이 동반될 경우 어떤 알고리듬을 따라 진단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저칼륨혈증으로 내원한 고혈압 환자의 진단
저칼륨혈증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소변에서 배출되는 칼륨(K+)의 양을 측정한다(Fig. 1) [5]. 저칼륨혈증이 있으면서 소변으로 배설되는 칼륨이 15 mmol/day라면 transtubular potassium gradient (TTKG)를 계산해서 신장으로의 소실 여부를 확인한다. TTKG > 4로 칼륨이 신장에서 소실되고 있다면, 혈압과 혈장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증례처럼 혈압이 높거나 또는 혈장량이 많다면 혈장 알도스테론과 레닌 활성도를 측정한다. 알도스테론이 높으면서 레닌 활성도가 억제되어 있다면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의심하에 확진 검사를 진행하게 되며 알도스테론과 레닌이 모두 상승해 있다면 신장동맥협착(renal artery stenosis), 레닌분비종양(renin secreting tumor), 악성 고혈압(malignant hypertension)을 감별 진단한다. 만약 알도스테론이 정상이라면 혈중 코르티솔 검사를 시행해서 코르티솔이 높을 때는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을 의심할 수 있고, 코르티솔이 정상이라면 리들증후군(Liddle’s syndrome) 혹은 감초 등을 복용하였는지 확인한다.
진단 및 치료 경과
응급실 방문시 시행한 urine Osmol 343 mOsm/Kg, serum Osmol 305 mOsm/Kg, serum K 1.9 mmol/L, spot urine potassium 32.6 mmol/L, spot urine creatinine 0.225 g/L였다.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륨은 145 mmol/g Cr이었으며, TTKG는 15.3으로 신장을 통한 칼륨 배설이 증가되어 있었다. 고혈압이 동반되어 있고, TTKG가 4 이상으로 상승되어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을 감별하기 위하여 칼륨을 교정하면서 혈장 알도스테론과 레닌 활성도를 측정하였다. 측정 당시 교정한 칼륨은 3.2 mEq/L, 알도스테론 농도는 71.7 ng/dL, 레닌 활성도는 0.12 ng/mL/hour였으며, 알도스테론/레닌 비(aldosterone renin ratio, ARR)는 597.5였다. 저칼륨혈증이 동반되어 있고, 알도스테론 농도가 20 ng/dL 이상, 레닌 활성도가 억제되어 있어 확진검사 없이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으로 확진하였다. 이어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며, 좌측 부신에 1.8 cm의 선종이 발견되었다(Fig. 2).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부신정맥 채혈(adrenal vein sampling)을 시행하였다. 부신정맥 채혈은 공복 상태에서 synacthen® (tetracosactide; Dalim Biotech, Hwaseong, Korea)을 주입하면서 진행되었다. 부신정맥 채혈 결과(Table 2), 하대정맥과 양측 부신정맥의 코르티솔 농도비(selectivity index)는 모두 10 이상으로 양측 부신정맥이 정확하게 선택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좌측 부신정맥의 알도스테론/코르티솔 비(lateralization index)와 우측 부신정맥의 알도스테론/코르티솔 비를 비교하였을 때 좌측이 4 이상으로 좌측 부신의 알도스테론 분비 선종으로 진단하고 복강경하 좌측 부신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amlodipine 5 mg으로 혈압을 조절하고 있으며, 혈청 칼륨 4.3 mEd/L, 알도스테론 1.98 ng/dL, 레닌 활성도 1.4 ng/mL/hour로 정상화되었다.
고 찰
증례처럼 저칼륨혈증에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라면 우선 24시간 동안 소변(혹은 spot urine potassium/creatinine)에서 배출되는 칼륨의 양을 확인하고 TTKG를 확인해서 신장으로의 칼륨 소실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24시간 소변 검사대신 일회뇨(spot urine)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신장으로 칼륨 배설 증가가 확인되고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라면 우선 혈장 알도스테론과 레닌 활성도를 측정해서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혹은 신장동맥협착, 레닌분비종양 등을 감별해야 한다. 혈장 알도스테론이 정상이라면 혈장 코르티솔을 확인하여 쿠싱증후군 혹은 리들증후군 여부를 감별 진단한다.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이 의심되어 알도스테론/레닌 비(ARR)를 측정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ARR은 저칼륨혈증을 교정하고 기상 후 2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측정하는 것이 좋다. ARR이 20(또는 30) 이상이면서 알도스테론 농도가 15 ng/dL 이상인 경우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을 의심할 수 있으며 생리식염수 부하 검사나 캡토프릴(captopril) 검사를 통해서 확진할 수 있다(Fig. 3) [6,7]. 생리식염수 부하 검사는 환자가 누워 있는 상태에서 4시간 동안 생리식염수 2 L를 정맥 주입한 다음, 혈장 알도스테론을 측정하여 진단한다. 정상인은 혈장 알도스테론이 5 ng/dL 이하로 억제되지만,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환자는 10 ng/dL 미만으로 억제되지 않는다[6]. 캡토프릴 억제 검사(captopril challenge test)는 캡토프릴 25-50 mg을 투여 전, 투여 1시간 또는 2시간에 혈장 알도스테론, 레닌활성도를 측정한다. 정상인에서는 알도스테론이 30% 이상 억제되나, 알도스테론이 억제되지 않고, 레닌 활성도가 억제되어 있다면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증례 환자의 경우처럼 저칼륨혈증이 동반되면서 레닌이 매우 낮고, 혈장 알도스테론은 20 ng/dL (550 pmol/L) 이상으로 매우 높은 경우에는 추가적인 확진 검사 없이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6].
일단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으로 확진이 되면, 부신 컴퓨터 단층촬영을 시행한다(Fig. 3). 증례의 경우 좌측 부신에 1.8 cm의 선종이 발견되었으며 일측성 혹은 양측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신정맥 채혈을 시행하였다. 부신정맥 채혈은 일측성 알도스테론 과분비를 측정하기 위한 표준 검사로 양측 부신정맥에 카테터를 삽입해서 부신에서 분비되는 알도스테론 농도를 직접 측정하여 알도스테론 농도의 좌측 또는 우측 편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부신정맥 채혈은 35세 미만의 젊은 환자이면서 알도스테론이 매우 높고(혈장 알도스테론 > 30 ng/dL), 저칼륨혈증이 저절로 발생하며, 영상학적 검사 상에서도 단측성 부신 선종이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을 진행하려는 모든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환자에서 시행해야 한다[6].이 경우 양측 부신정맥이 정확하게 선택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synthetic ACTH를 투여하면서 하대정맥(혹은 말초정맥)과 양측 부신정맥의 코르티솔 농도의 비가 1:10 이상인지 확인해야 하며, 양측 부신정맥의 코르티솔로 보정된 알도스테론 값이 높은 쪽:낮은 쪽의 비율이 4:1 이상이면 편측화되었다고 진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