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 진료를 받는 외국인들도 매년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를 찾아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가 36만 4천 명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하였으며, 2009년 이후 누적 156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이 지출한 진료비는 총 8,6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어났으며, 2009년 이후 총 3조 원을 돌파하였다[1]. 이러한 추세로 본다면 국내에서 진료를 받는 외국인은 해마다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는 크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진료를 받는 경우 또는, 해외에 거주하지만 일 또는 관광 목적으로 잠시 방문하였다가 필요해서 진료를 보는 경우, 아니면 의료를 위해 방문하는 소위 의료관광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들이 이용하는 의료기관도 매우 다양해져, 외국어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찾는 추세이다. 따라서 진료실에서의 간단한 영어 진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차 진료(primary care) 환경에서 필요한 간단한 영어를 다루고, 또한 외국인 진료에 있어서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사항을 다루고자 한다.
환자와의 대면
환자가 처음 진료실에 들어올 때 친근함을 조성하고 환자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좋다. 환자 확인 차원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가벼운 인사를 하도록 권한다. How are you doing? 또는 Good morning (afternoon)? 등으로 시작하고, 의사도 간단히 Nice to meet you. I am Dr. (last name).라고 자기 소개를 하면서 진료받으러 온 목적을 물어본다. 주로 How can I help you?, What can I do for you? 또는 What brought you here today? 등으로 시작한다. 영어 구사시 발음보다는 환자의 문제를 잘 들어주고 해결해주려는 의지가 보이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이해가 가지 않는 표현이 있을 때는 꼭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다. 타국에서 진료를 보는 외국인 입장에서 그들도 진료 의사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자신의 증상을 귀담아 들어주는 의사, 모르는 표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짚고 넘어가는 의사의 태도가 환자에게는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다. Pardon? 또는 I am sorry?, Can you say that again?이라고 물어본다.
병력청취(history taking)
현병력을 청취하였다면 과거력을 물어본다(Do you have any medical problem?, Have you had any surgeries in the past?). 현재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도 중요하다(What medication are you taking? 또는 Is there any medication you take regularly?). 외국인들에게는 약을 처방할 것이라면 과민반응(allergy)력을 꼭 물어보고, 그 계열의 약물은 피하도록 한다. 외국인들은 약에 대한 과민반응력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간혹 약 부작용을 과민반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다음과 같이 그 약물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물어보면 실제적인 과민반응이었는지 구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Do you have any allergy to any medication?, What reaction did you get? 또는 What happened after taking the medication?).
계통 문진시(review of systems) 간단한 단어를 사용하여 물어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환자에게 의학용어가 아닌 일상용어를 써야 대화가 쉽다는 것이다. 의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많다. 콧물은 rhinorrhea가 아니라 runny nose?라고 물어보고, 가래는 phlegm보다는 Do you cough up anything?이라고 한다. 호흡곤란은 dyspnea가 아니라 Any shortness of breath?라고 하고, 통증을 물어볼 때는 Any pain in (부위)?, 대변은 stool 또는 bowel movement라고 말하고, 대변을 보다라는 것은 defecate보다는 have a bowel movement라고 한다.
신체 검진(physical examination)
신체 검진을 하기 전에 보통은 Let me examine you. 또는 Can I examine you?라고 말하고, 간단히 어디를 볼 것인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Can you open your mouth? 또는 Can you say Ah~?라고 물어본 뒤 목 안을 검진하고, I will listen to your heart and lungs.라 하고 청진기를 댄다. 손관절을 본다면 Let me examine your hands.라고 하고, 누를 때 압통이 있는지 물어본다(Let me know if you have any pain. 또는 Do you have pain when I press?).
설 명
신체 검진 후에는 생각되는 진단을 말해주고, 진단에 따른 치료계획을 간단히 알려준다(What I think you have is [진단]., It is also possible that you may have [진단].). 약을 처방할 때는 어떤 약인지 알려주는 것이 좋고, 간단히 복용 방법을 설명해주면 더욱 좋다. 마무리할 때는 Do you have any question? 또는 Is there anything else you need?라고 물어보고 마무리하면 좋다.
진료시간
외국인의 진료는 조금은 시간의 여유를 두는 것을 권한다. 보통 미국의 경우, 신환일 경우는 40분, 구환일 경우는 20분 정도를 소요하여 진료를 한다. 40분 동안 초진 환자에게 현병력, 과거병력, 계통 문진, 신체 검진을 거쳐 의심되는 진단, 그에 대한 설명, 앞으로의 치료계획 등을 설명하고, 자세한 진료기록을 남긴다. 약을 쓰더라도 어떤 약인지 대표적인 부작용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간단한 병력청취, 신체 검진과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진료기록
외국인 환자들은 유난히 소견서 요청이 많다고 느낄 수 있다. 외국 보험을 쓰는 환자가 소견서를 요청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보험료 청구 목적이다. 환자가 외국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려면 서류가 필요하다. 외국 보험사가 환자가 보낸 영수증만으로 돈을 환급해주는 것은 아주 간단한 진료일 때만 가능할 수 있다. 어떤 보험사는 검사비가 어느 수준을 초과할 경우에만 진료기록이 필요하다. 따라서 복잡한 진료이거나 진료비가 많이 청구된 경우는 소견서 요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보험 청구용이라면 대부분 진료기록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단, 진료기록이 영어로 쓰여 있으며 검사를 하는 이유가 간단히 기술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외국 보험을 가진 환자의 기록을 영어로 써놓는다면 필요할 때 진료기록을 복사함으로써 따로 소견서를 작성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은 환자가 타국의 의사에게 가져가기 위함이다. 이 경우에도 진료기록으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영어로 쓰여진 진료 기록이 있다면 복사해가면 되므로, 나중에 한꺼번에 요약해서 소견서를 써주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셋째로 공항 통과 목적이라든지, 회사 제출용이라든지, 관공서 제출이나 비자 서류를 위한 요청이라면 원하는 목적에 맞게 필요한 내용만 짧게 영문 소견서를 쓰면 된다.
진료 비용
건강 보험이 없는 외국인 환자들의 경우, 진료비를 낼 때 외국 보험을 사용하거나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외국 보험의 경우 보험을 이용하더라도 자신이 일정 부분은 내야 하는 copay가 있거나 어느 수준을 채울 때까지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deductible이 있기 때문에 진료 비용이 많이 나오게 되면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경우 의료수가가 비싸기 때문에 가능하면 의사의 병력청취 및 신체 검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꼭 필요한 간단한 일차적인 검사만 하고, 고가의 검사는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도 고가의 검사를 처방하게 되면 그 이유를 보험사가 원하는 양식으로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방사선학적 검사가 필요할 때는 저가의 엑스레이부터 시작하고, computed tomography나 magnetic resonance imaging은 최대한 나중에 고려한다. 따라서 이러한 의료 환경에 익숙한 환자에게 첫 진료에서 간단한 진료 후에 고가의 검사 처방이 나오면 불만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의사와의 만남 자체가 그 복잡성의 정도에 따라 적게는 250달러에서 많게는 500달러로 책정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병력청취와 신체 검진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가의 검사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러한 차이를 인지한다면 외국인 환자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바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결 론
우리나라로의 의료관광 및 외국인 환자 진료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수준을 방증하는 결과이다.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한국 의료 경험 또한 우리나라로의 의료관광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다. 이제까지의 추이를 볼 때 진료실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앞으로 더욱 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알아본 것처럼 외국에서의 진료 패턴, 환경, 보험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간단한 진료 영어를 익혀둔다면 외국인 환자들에게 좀 더 만족스러운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