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허혈성 심근병증에서 심장돌연사의 일차적 예방을 위한 삽입형 제세동기
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 for Primary Prevention of Sudden Cardiac Death in Non-ischemic Cardiomyo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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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insertion of 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s (ICD) in patients with non-ischemic cardiomyopathy (NICM) has been recommended by recent guidelines. However, current evidence shows limited benefits to inserting ICDs in patients with NICM. Recently, the defibrillator implantation in patients with non-ischemic systolic heart failure (DANISH) trial, a large randomized trial of more than 1,100 patients with NICM, was conducted to compare the primary prevention of all-cause mortality between optimal medical therapy, 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and ICD implantation. The DANISH trial revealed no differences in all-cause mortality between the groups after 5 years. However, in patients younger than 68 years of age, the rate of death from any cause was significantly lower in the ICD group compared to the control group. In addition, the rate of sudden cardiac death was lower in the ICD group compared to the control group in patients under 68 years. The results of DANISH will likely change guidelines about the insertion of ICD in patients with NICM, and encourage the use of ICD in patients with NICM.
서 론
삽입형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 ICD)는 심장 리듬을 감시하여, 치명적인 심실성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전기 충격(electrical shock)을 주거나 항빈맥 박동(antitachycardia pacing)을 통하여 치료하는 체내형 삽입 장치이다. 이차 예방으로 삽입형 제세동기가 항부정맥제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1], 따라서 여러 치료지침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는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심실성 부정맥(ventricular arrhythmia)으로부터 회복된, 기대 여명이 1년 이상인 환자에서 급성 심장사의 이차적 예방을 위해 권고하고 있다[2,3]. 반면 일차적 예방, 즉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이 없었던 환자에서의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는 허혈성 심근병증(ischemic cardiomyopathy)에 있어서는 이득이 있다고 보고되었지만, 비허혈성 심근병증(non-ischemic cardiomyopathy)에서는 논란이 있다. 물론 일부 무작위 비교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들[4,5]과 메타분석[6]에서,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가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고하였기 때문에, 현재 심부전 치료지침들[2,3,7]도 그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임상에서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제세동기 삽입은 시행 빈도가 적으며[8], 이는 비허혈성 심근병 환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의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제세동기의 삽입은 비용이 높고, 감염이나 부적절한 쇼크 같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시술 대상 선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비허혈성 수축기 심부전 환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효과를 평가한 첫 RCT인, defibrillator implantation in patients with non-ischemic systolic heart failure (DANISH) 연구[9]가 발표되었고, 이를 토대로 비허혈성 심근병증에서 일차적 예방으로써 제세동기 삽입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본고에서는 치료지침의 근간이 되었던 주요 RCT들과 DANISH 연구를 살펴보고, 비허혈성 심근병증에서 사망률과 심장돌연사(sudden cardiac death)에 대한 일차적 예방으로서의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비허혈성 심근병증에서의 심장돌연사
비허혈성 심근병증은 유의한 관상동맥 질환(coronary artery disease)이 없이, 심실의 수축 기능 저하와 심실의 확장을 특징으로 하는 심근의 질환이다[3]. 이는 심부전의 흔한 원인이며, 이로 인한 5년 사망률은 약 20% 정도로 보고된다[10]. 이러한 사망의 약 1/3은 부정맥성 심장돌연사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심실성 부정맥, 서맥(bradycardia), 무수축(asystole) 등의 전기 장애에 의해 발생한다. 이 중 80%가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이나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같은 치명적 심실성 부정맥에 기인한다[11]. 그 기전은 심실의 심근에 다수의 반점형 섬유화(patchy fibrosis)나, 심근세포(myocyte)의 비대(hypertrophy)와 위축(atropy)을 동반한 근원섬유의 이상배열(myofibril disarray)이 발생하기 때문에[12], 심근 반(myocardial scar)으로 인한 회귀(reentry)와 조기 후 탈분극(early afterdepolarization), 지연 후 탈분극(delayed after-depolarization)의 기전으로 심실성 빈맥이 발생하게 된다[13]. 이렇게 전기적으로 불안정한 심근에서 심실성 부정맥이 발생하여, 혈역학적 허탈(hemodynamic collapse)이 생기면서 급격한 사망에 이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일차적 예방 효과를 평가한 연구들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의 일차적 예방에 대한 가장 먼저 시행된 RCT는 2002년 발표된 cardiomyopathy trial (CAT) 연구[14]이다. 좌심실 박출률 30% 이하의 뉴욕 심장학회(New York Heart Association, NYHA) 기능 등급 II-III의 증상이 있으며, 발병한 지 9개월 이내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104명의 환자를 등록하였으며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약 2년이었다. 이 연구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군과 약물 치료군 간의 총 원인 사망률(all-cause mortality)의 차이는 증명되지 못하였다. 이후 발표된, 증상이 없는 비지속성 심실빈맥을 동반한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아미오다론(amiodarone)과 삽입형 제세동기를 비교한 amiodarone versus implantable defibrillator (AMIOVIRT)연구[15]나 defibrillators in non-ischemic cardiomyopathy treatment evaluation (DEFINITE) 연구[16]는 좌심실 박출률 35% 이하, NYHA 기능 등급 I-III의 증상이 있으면서 증상이 없는 비지속성 심실빈맥(nonsustained ventricular tachycardia, NSVT)이나 빈번한 심실기외수축(frequent premature ventricular ectopy)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항부정맥제인 amiodarone이나 심부전의 표준약물 치료와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사망률 감소에 대한 효과를 비교한 연구였다. 이 두 연구에서도 삽입형 제세동기의 일차적 예방으로서의 총 원인 사망률의 감소는 입증되지 못하였다. 다만 DEFINITE 연구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가 심부전 표준약물 치료에 비해 심장돌연사의 위험을 유의하게 줄였음을 보고하였다. 2004년 발표된 comparison of medical therapy, pacing, and defibrillation in heart failure (COMPANION) 연구[4]는, 그 원인에 상관 없이, 좌심실 박출률 35% 이하, NYHA 기능 등급 III-IV, 심전도상 QRS 시간이 120 msec, PR 시간이 150 msec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총 1,520명의 환자를 등록한 큰 규모의 연구로, 심부전 표준약물 치료, 약물 치료 + 심장 재동기화 치료(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CRT), 약물 치료 + 심장 재동기화 치료+제세동기로 군을 나누어 총 원인 사망률에 대한 효과를 비교하였다. 심장 재동기화 치료는 표준약물 요법에 비해 사망률 감소의 효과가 있었으며(위험률[hazard ratio, HR]: 0.81, 95%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CI]: 0.69-0.96, p= 0.014), 심장 재동기화 치료 + 제세동기를 시행한 군이 재동기화 치료 단독군보다 사망률 감소 효과가 경미하게 증가하는 것을 보고하였다(HR: 0.80, 95% CI: 0.68-0.95, p= 0.01).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들만을 따로 하위분석(subgroup analysis)을 하였을 때에도 심장 재동기화 치료 + 제세동기의 시행이 약물 치료 단독보다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있음을 보이긴 하였지만(HR: 0.50, 95% CI: 0.29-0.88, p= 0.015), 심장 재동기화 치료 단독군과는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COMPANION 연구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제세동기 삽입이 사망률 감소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겠지만, COMPANION 연구의 주 목적은 심실내 전도 장애(interventricular conduction delay)가 있는 진행된 심부전 환자에서 심실 재동기화 치료의 효과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이후 the sudden cardiac death in heart failure trial (SCD-HeFT) 연구[5]가 발표되었고, 이전의 네 연구들과 달리,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가 일반 약제 사용에 비해 사망률의 감소에 영향이 있었음을 보고한 유일한 RCT이다. 총 2,521명의 환자를 심부전 표준 치료군, 심부전 표준 치료군 + amiodarone군, 심부전 표준 치료군 + 삽입형 제세동기군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으며, 심부전의 원인과 상관없이 좌심실 박출률 35% 이하, NYHA 기능 등급 II-III의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사망률 감소의 효과는 전체 환자군을 분석하였을 때뿐만 아니라,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들만 따로 분석하였을 때에도 유지되었다. 하지만 하위분석을 시행하였을 때,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효과는 NYHA 기능 등급 II 환자에서만 관찰되었고 NYHA 기능 등급 III 환자들에서는 통계학적인 유의성을 보이지 못하였다. 각 RCT들은 표 1에 요약하였다.

The summary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about benefit of 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 for the primary prevention of sudden cardiac death
따라서 위의 언급한 개개의 RCT들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제세동기의 삽입이 일차적 예방 목적의 예후 향상과 연관이 있는 것을 증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후 Desai 등[6]이 이 5개의 RCT를 이용 메타분석(meta-analysis)을 하였을 때, 일차적 예방으로의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는 약물 치료에 비해 총 원인 사망률을 31% 줄였음(relative risk [RR]: 0.69, 95% CI: 0.55-0.87, p= 0.002)을 보고하였고, 심실재동기화 치료 효과가 주 목적이었던 COMPANION 연구를 제외하고 분석하였을 때에도 제세동기의 삽입은 약물 치료보다 사망률을 감소에 대한 이익이 있음을 보고하였다(RR: 0.74, 95% CI: 0.58-0.96, p= 0.02).
현재 심부전 치료지침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 권고
Desai 등[6]의 메타분석과 COMPANION [4]과 SCD-HeFT 연구[5]의 하위분석을 토대로, 치료지침들[2,3,7]은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가, 3개월 이상의 적절한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좌심실 박출률 35% 이하이고, NYHA 기능 등급 II-III의 증상이 있으며, 1년 이상 생존이 가능한 경우, 급사 예방을 위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를 class I로 권고하고 있다(Table 2). 삽입형 제세동기 삽입에 대한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 인정기준은 표 3과 같다.

The indications of 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 for the primary prevention of sudden cardiac death in current guidelines
DANISH 연구 요약과 해석
이 연구는 비허혈성 심부전 환자들에 있어 제세동기의 삽입이 효과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첫 RCT이며, 기존의 치료지침에서 비허혈성 심부전 환자에게 제세동기 삽입을 권고하기는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연구의 결과가 하위분석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제한적이며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되었다. NYHA 기능 등급 II-IV의 증상(기능 등급 IV의 경우 심장 재동기화 치료를 예정하였던 경우)과, 비허혈성 심부전(좌심실 박출률 35% 이하), N-terminal pro-brain natriuretic peptide (NT-proBNP)가 200 pg/mL 초과를 보이는, 표준 심부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 1,116명의 환자가 등록되었고, 환자는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를 받는 군과 아닌 군으로 배정되었다. 연구의 일차 평가(primary outcome)는 원인에 상관없는 사망(death from any cause)이었고, 이차 평가는 심장돌연사, 심혈관계 사망(cardiovascular death), 소생된 심정지(resuscitated cardiac arrest), 지속성 심실빈맥(sustained ventricular tachycardia), 삶의 질의 변화였다. 중앙 추적 관찰(median follow-up) 기간은 5.6년이었고, 90% 이상의 연구 대상 환자에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 inhibitor)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receptor blocker), 베타차단제(beta-blocker) 를 복용하였으며, 58%가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차단제(mineralocorticoid-receptor antagonist)를 복용하고 있었다. 또한 연구 대상의 약 58%의 환자가 심실 재동기화 치료를 받았다.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는 전체 사망의 감소(HR: 0.87, 95% CI: 0.68-1.12, p= 0.28)나 심혈관계 사망의 감소(HR: 0.77, 95% CI: 0.57-1.05, p= 0.10)를 보이지 못하였다. 하지만 심장돌연사는 삽입형 제세동기를 받았던 군에서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었다(HR: 0.50, 95% CI: 0.31-0.82, p= 0.005). 그리고 하위분석을 시행하였을 때, 68세 이하의 사람들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는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원인과 상관없이 사망률을 낮췄고(HR: 0.64, 95% CI: 0.45-0.90, p= 0.01) 나이가 적은 연령에서 효과가 더 좋았다. 이러한 삽입형 제세동기의 효과는 심실 재동기화 치료와는 독립적으로 유의하였다.
기구 감염(device infection)은 제세동기를 삽입한 군과 대조군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4.9% vs. 3.6%, p= 0.29), 부적절한 쇼크(shock)는 제세동기 삽입군의 5.9%에서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제세동기 삽입의 효과가 없었던 이유로는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허혈성 심근병증 환자보다 총 사망과 심장돌연사의 빈도가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서 심부전의 표준 치료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베타차단제를 복용하였으며, 60%에 가까운 환자에서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차단제와 심실 재동기화 치료를 받고 있었고, 이러한 치료들이 총 사망, 심혈관계 사망, 심장돌연사를 현격히 줄였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효과가 미미하였을 가능성이 있다[17]. 실제 제세동기 삽입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 SCD-HeFT 연구[5]에서는 각 약제의 복용 비율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는 85%, 베타차단제는 72%, 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차단제는 약 30%로, DANISH 연구보다 그 비율들이 낮았다. 또한 DANISH 연구에서 비심혈관계 사망의 비율이 약 31%로 다른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고, 추적 기간 또한 5년 이상이었기 때문에 추적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심혈관계 사망은 증가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효과가 희석되었을 수 있다. 반면 나이에 따른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 효과의 차이는, 나이가 적을수록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동반 질환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혈관계 사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되어, 적절한 심부전의 표준 치료에도 불구하고, 젊은 연령에서 그 이득이 있었을 수 있다.
결 론
현재의 심부전 치료지침에서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들에게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환자들에게 심장돌연사에 대한 일차적 예방을 목적으로 삽입형 제세동기를 시행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발표된 DANISH 연구는 표준 치료지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전형적인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제세동기 삽입은 전체 사망률이나 심혈관계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제세동기의 삽입이 심장돌연사의 위험을 50% 감소시켰고, 연령에 따른 제세동기 삽입의 전체 사망률에 대한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비혀혈성 심근병증에서 특히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의 이득이 예상되는 환자들을 선별하여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