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항이뇨 호르몬분비이상증후군(inappropriate antidiuretic hormone secretion, SIADH)은 ADH의 비정상적인 분비 증가에 따른 지속적인 나트륨 요배설로 인한 비정상적으로 높은 소변 삼투압과 낮은 혈장 삼투압을 보이는 정상혈량성 저나트륨혈증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1]. SIADH는 악성 종양, 중추신경계 질환, 흉부 질환 및 여러 가지 약물들에 의해 발생된다[2]. 이 원인들 중 흉부 질환은 일반적으로 폐렴, 결핵 등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며, 유육종증이 폐와 종격동 림프절에 침범하여 SIADH이 발생한 국내 보고는 없었다. 이에 저자들은 폐유육종증에 의한 SIADH이 진단된 증례를 경험하고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72세 남자
주 소: 허리통증, 상복부 통증, 체중 감소
현병력: 2주 전부터 미열과 허리통증, 상복부 통증이 발생하였다. 식욕부진을 호소하고 있었고, 2주 동안 5 kg의 체중 감소와 수면 장애가 있었다. 타 병원에서 위염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음에도 호전을 보이지 않아 내원하였다.
과거력: 전립선 비대증과 수면 장애가 있었고, 이에 대한 약을 복용 중이었다.
가족력: 모친이 자궁암으로 사망하였다.
이학적 소견: 피부는 따뜻하였고, 피부 긴장도는 정상으로 탈수 소견은 없었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급성 병색을 보였으며, 입원시 활력 징후는 혈압은 130/80 mmHg, 맥박은 74회/분, 호흡은 20회/분, 체온은 36.4℃였다. 경부 림프절과 갑상선은 촉지되지 않았다. 흉부 청진상 호흡음과 심음에 이상 소견은 없었고, 복부에 심와부에 압통은 있었지만, 반발통은 없었고 간장, 비장 및 신장은 만져지지 않았다. 요추 4와 5 부위에 압통이 있었으나, 신경학적 검사상 뇌신경을 비롯하여 사지의 운동 및 감각에 이상 소견은 없었다.
검사실 소견: 일반 혈액 검사상 백혈구 6,660/mm3, 헤모글로빈 15.9 g/dL, 혈소판 262 × 103/mm3로 정상이었고, 간기능 검사(AST 14 IU/L, ALT 16 IU/L, ALP 154 IU/L, r-GTP 56IU/L), 신기능 검사(blood urea nitrogen 15 mg/dL, Cr 0.97 mg/dL)는 정상이었다. 전해질 검사에서 혈중 나트륨 121 mmol/L (정상치 138-148 mmol/L), 혈중 칼륨 4.3 mmol/L, 혈중 클로라이드 86 mmol/L, 혈중 칼슘 8.3 mg/dL로 심한 저나트륨혈증이 관찰되었다. 정상혈량성 저나트륨혈증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였고, 혈장 삼투압 256 mOsm/Kg H2O (정상치 285-300 mOsm/Kg H2O), 소변 삼투압 315 mOsm/Kg H2O (정상치 300-900 mOsm/Kg H2O), 소변 나트륨 55 mmol/L였다.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법인 Quantiferon-TB 검사는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내분비 기능 검사: 갑상선 질환 및 스테로이드 사용력이 없는 상태로 내원 당시 thyroid-stimulating hormone 0.79 mIU/L (정상치 0.27-4.2 mIU/L), free T4 2.03 ng/dL (정상치 0.93-1.70 ng/dL)로 비갑상선 질환으로 인한 free T4의 상승 소견이 관찰되었고, 혈중 cortisol 19.3 μg/dL (정상치 2.3-11.9 μg/dL), 혈중 adrenocorticotropic hormone 30.3 pg/mL (정상치 7.2-63.3 pg/mL)로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한 cortisol 상승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혈중 aldosterone 8.94 ng/dL supine (정상치 0.75-15 ng/dL), 혈중 renin 0.53 ng/mL/hr supine (정상치 0.15-2.33 ng/mL/hr), 혈중 angiotensin converting E 36U/L (정상치 20-70 U/L)로 정상으로 확인되었고, 혈중 ADH 13.74 pg/mL (정상치 < 6.70 pg/mL)로 상승이 관찰되었다. 위의 내분비 기능 검사를 포함한 검사실 소견에 따라 SIADH으로 진단하였다.
내시경 소견: 복통 및 원인 미상의 체중 감소를 평가하기 위하여 상하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고,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경미한 만성 위염이 관찰되었으며,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하나의 작은 대장 선종이 확인되었다. 통증 및 체중 감소를 유발할 만한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방사선학적 소견: 허리 통증으로 원인 진단을 위하여 척추 자기공명영상 및 척추 X-ray 촬영을 시행하였고, 결과 경추 6, 7과 요추 4, 5의 추간판 탈출증이 확인되었다. 복통에 대하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을 하였으나 특이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흉부 X-ray 검사에서 양측 폐문음영 증가가 관찰되어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고, 결과 양측 폐문 및 기관분지 하부, 기관 옆 림프절 비대 소견 및 좌상엽, 좌하엽의 폐실질에 다발성 결절 등이 관찰되어 유육종증과 악성 종양의 림프절 전이 및 림프종의 감별이 필요하였다(Fig. 1). SIADH의 원인으로 중추신경계 질환과의 연관성 평가를 위하여 뇌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아 중추신경계 질환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직검사: 종격동경을 이용하여 종격동 림프절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결과 비건락성 육아종성 염증(granulomatous inflammation without caseous necrosis)이 관찰되어 유육종증으로 진단되었다(Fig. 2).
치료 및 경과: 환자는 유육종증의 종격동 림프절 및 폐실질의 침범이 확인되어 prednisolone 30 mg을 사용하여 6주간 사용하였다. 치료 5주째 시행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림프절 비대의 감소가 관찰되었고, prednisolone의 감량을 고려 중에 있다. SIADH에 대해서는 우선 발생 원인의 하나로 생각되는 폐와 종격동 림프절을 침범한 유육종증의 치료가 시행되었고, 동시에 수분 제한 및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환자는 신경학적 증상이 없는 저나트륨혈증 지속되어 이후 tolvaptan 15 mg (V2 receptor antagonist)을 사용하였고, 결과 치료 1주 후 저나트륨혈증은 정상화되었다.
고 찰
본 증례는 72세 남자에서 폐유육종증으로 인하여 SIADH가 발생하여 치료한 증례이다. SIADH는 세포 외액이 저장성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항이뇨 호르몬이 분비되어 저나트륨 혈증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혈장 삼투질 농도의 저하와 소변 삼투질 농도의 증가를 특징으로 한다[1]. 폐렴 및 결핵 등의 폐질환과 신경 유육종증으로 인한 중추신경계 침범으로 SIADH 발생 등은 보고는 있으나 폐유육종증으로 인한 국내 보고는 아직 없다.
유육종증은 전신을 침범하는 육아종성 질환으로 흔히 폐와 림프계를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유전적으로 감수성이 있는 숙주가 특정한 환경적인 요인에 노출되면서 발생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3,4]. 유육종증이 전신을 침범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임상 증상 역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크게 나누어 보면 발열, 피로, 전신 쇠약감 및 체중 감소 등의 비특이적인 전신 증상, 가장 흔히 발생하는 폐유육종증에 의한 증상, 폐 이외의 장기에 발병한 유육종증에 의한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진단은 흔히 보이는 임상 증상과 함께 조직학적으로 비건락 육아종이 확인되고 유육종증과 비슷한 임상 증상 및 조직학적 소견을 보일 수 있는 다른 질환들이 배제되었을 때 진단이 가능하다. 유육종증 치료의 일차 선택 약제는 전신 스테로이드이다. 그러나 유육종증의 상당수가 자연 완화되기 때문에 치료의 적응증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눈이나 피부를 침범한 경우에는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가 가능하다. 전신 스테로이드의 경우 치료를 통한 이득과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며 대개 심장, 신경계, 신장을 침범한 경우나 국소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안구 병변이 있을 때, 그리고 잘 조절되지 않는 심한 고칼슘혈증이 있을 때 시작한다[5]. 폐유육종증의 경우, 증상이 있거나 병이 진행하는 경우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의 적응증이 된다[5,6]. 본 증례의 경우는 종격동 림프절 조직검사에서 비건락 육아종이 확인되었고, 이외 다른 질환들의 가능성은 없는 상태였다. 환자는 폐유육종증이 있으면서 체중 감소와 저나트륨혈증 증상이 발생하여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였다.
저나트륨혈증은 입원 환자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전해질 불균형이다[7]. 만성 저나트륨혈증의 60% 정도가 정상혈량성 저나트륨혈증이며, 그중에서도 SIADH가 가장 흔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Batter와 Schwartz[8]는 저나트륨혈증과 혈장 삼투압의 저하, 혈장 삼투압보다 높은 요중 삼투압, 신장에서의 염분 소실의 증가, 부종이나 혈액 용적의 부족이 없을 것, 정상 신기능과 부신 기능 등을 SIADH의 중요한 특징으로 제시하였다. 폐유육종증에 의한 SIADH의 발생 이유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다만 ADH를 비정상적으로 분비하는 질환으로 결핵, 기관지 천식, 기흉, 폐농양, 낭포성 섬유 질환, 유육종증 등의 흉부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어 폐유육종증과 SIADH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9,10]. 기존의 신경 유육종증으로 인한 SIADH 발생의 보고에서는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고, SIADH을 동반한 전신을 침범한 유육종증 환자에서 다른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을 배제하여 진단하였고, 전신 스테로이드로 치료하였다. 신경 유육종증의 진단은 뇌신경 마비, 척수 증상, 소뇌 기능 장애, 두통, 경련 및 인지 기능 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고, 다른 질환이 배제되어야 하며 조직검사, 뇌척수액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 등을 통하여 진단할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신경 유육종증을 의심할 수 있는 신경학적 증상이 없었고, 정상 뇌 자기공명영상을 통하여 신경 유육종증의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SIADH의 치료는 수분 제한과 고장성 식염수의 투여 등의 보존적 치료와 함께 lithium, demeclocycline, vasopressin receptor antagonists 등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약제에 의해 야기되었을 경우 약제 복용을 중단함으로써 치료된다. 본 증례의 경우는 폐유육종증으로 인한 SIADH 발생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유육종증에 대한 스테로이드 치료 및 수분 제한과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음에도 저나트륨혈증이 교정되지 않아 tolvaptan (vasopressin receptor 2 antagonist)을 사용하였다. Tolvaptan은 신장 집합관에서의 바소프레신 작용을 차단하여 요 중 전해질 배설의 증가 없이 수분만 선택적으로 배설시키는 기전(free water clearance)을 통해 SIADH 환자에서 발생하는 저나트륨혈증을 치료하는 약물로, 사용 1주 후 환자는 저나트륨 혈증이 교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