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에서 항부정맥제의 역할
The Role of Antiarrhythmics in Atrial Fibri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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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Atrial fibrillation (Afib) is the most common arrhythmia with clinical significance, and its incidence increases with advanced age. Afib is associated with a 3- to 5-fold increased risk of stroke, a 3-fold increase in the risk of heart failure, and higher mortality than without Afib. The treatment of Afib is multifold but revolves around one essential issue: whether to attempt to restore sinus rhythm or to simply control the ventricular rate. This decision depends on symptom severity, the age of the patient, underlying heart disease, and other comorbidities that may limit therapeutic options. The management of Afib with antiarrhythmic medications was reviewed.
서 론
심방세동은 심방 전체가 무질서한 전기적인 활성화로 인해 효과적인 수축을 할 수 없는 심실상성 빈맥(supraventricular tachyarrhythmia)으로써 치료를 요하는 부정맥 중 가장 흔하다. 전체 환자의 약 1%가 60세 미만이며, 75-84세가 약 12%, 1/3 이상의 환자가 80세 이상인 것을 보면, 심방세동은 고령에서 매우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임을 알 수 있다[1-3].
심방세동은 그 지속기간에 따라 발생 1주일 이내에 종료되는 경우를 발작성 심방세동(paroxysmal atrial fibrillation), 1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지속성(persistent) 심방세동,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장기 지속성(long standing persistent) 심방세동으로 분류하고, 영구적인(permanent) 심방세동이란 기간의 개념보다는 동율동 전환 시도를 완전히 중단한 경우로 그 의미가 변하였다. “비판막성 심방세동”이란 새로운 항응고제(new oral anticoagulants)와 관련된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에 의해 부각된 용어이며, 류마티스성 승모판협착증, 인공심장판막, 승모판성형수술의 기왕력 등이 없는 심방세동을 지칭한다[4].
심방세동은 빠르거나 느린 조절되지 않은 심박수, 심방수축기능 상실에 의한 불규칙한 심실내 혈액유입, 혈역학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피로, 심계항진, 호흡곤란 등 심부전증상과 현기증 또는 실신을 일으킬 수 있다. 심방세동의 불규칙하고 빠른 심실수축에 의해 빈맥 유발성 심근병증(tachycardia induced cardiomyopathy)이 유발될 수 있으며, 섬유화 및 확장을 동반한 좌심방의 변성이 진행된다. 심방내 혈류정체로 인해 주로 좌심방이(left atrial appendage)에서 생성되는 혈전에 의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은 가장 피하고 싶은 심방세동의 합병증이라 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치료는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는 증상의 중증도, 환자의 나이, 기저 심질환 유무 및 동반질환 상태 등에 따라 동율동(sinus rhythm)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율동 조절방침(rhythm control strategy)과 심방세동은 그대로 두고 심실 박동수만을 일정 범위 내로 조절하는 심박수 조절방침(rate control strategy)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심방세동 상태라 하더라도 신체활동 능력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심박수조절만으로도 적절한 치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심한 좌심실비후 등, 심실이완기 장애와 같이 심방수축이 심실내 혈액유입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경우는 단순히 심박수조절만으로 심부전증상이나 신체활동 능력을 충분히 개선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심방수축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율동조절방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심박수의 조절 여부와 관계없이 심방세동 자체가 심방의 변성을 초래함으로써 영구적으로 동율동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젊은 환자의 경우 적극적인 율동조절을 시도하게 된다.
동율동을 유지하는 것은 심박수만 조절된 심방세동에 비해 당연히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율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항부정맥제와 연관된 어느 정도의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심박수조절만으로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당수의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과연 율동조절이 의미 있는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오랜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관한 atrial fibrillation follow-up investigation of rhythm management (AFFIRM) [5]와 rate control versus electrical cardioversion for persistent atrial fibrillation (RACE) 연구[6]를 보면 의외로 심박수조절에 비해 율동조절의 장점이 입증되지 않았다. 이는 동율동이 유지될 때 기대되었던 장점이 항부정맥제 자체의 부작용에 의해 상쇄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율동조절 환자군에서 많았던 항응고요법 중단에 의한 뇌졸중 위험의 증가도 부분적으로 연관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 결과가 발표된 후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율동조절을 위한 노력을 덜 하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AFFIRM의 하위연구에서 동율동의 존재와 사망률의 감소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이다.
심박수조절방침(rate control strategy)
심방세동 환자의 심박수조절 목표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AFFIRM 연구에서의 평균 심박수 목표치는 안정시 80회/분, 활동 중 110회/분이었다[5]. RACE-II 연구[6]에서는 심박수의 엄격한 조절군(안정시 < 80회/분)과 관대한 조절군(안정시 < 110회/분)을 3년간 비교 관찰한 결과 심혈관계 사망, 심부전에 의한 입원, 뇌졸중, 전신색전증, 출혈, 치명적인 부정맥 등의 복합종점(composite endpoint)에서 양 군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RACE-II 연구에 참여한 대다수 환자의 심실수축력은 이상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보면, 조절되었던 안정시 평균 심박수 차이는 양 군 간에 단지 10회/분이었으며, 관대한 조절군의 78%에서 안정시 심박수가 100회/분 미만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관대한 목표 심박수를 전체 심방세동 환자에게 적용하고자 한다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의 증상과 심부전, 판막질환 등 동반질환의 정도에 따라 최적의 심박수가 다를 수 있으며, 앞으로 이에 대한 추가 연구들이 필요하다. 심박수조절에 대한 지침은 표 1에 정리하였다.
심박수조절에 사용되는 주요 약제
베타차단제(beta blockers)
교감신경 활성화를 차단함으로써 심박수를 조절하게 되며, 심부전을 동반한 심방세동에서 금기사항이 없는 한 가장 도움이 되는 약제이다. 심박수조절이 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에스몰롤(esmolol),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등 정맥주사가 유용하다. 급성 대상부전(acute decompensation) 상태의 심부전에서 베타차단제가 금기사항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급성심부전상태의 주요 원인이 심한 빈맥인 경우 베타차단제 정맥투여는 큰 도움이 되며, 심박수가 조절됨에 따라 심부전 상태 및 증상의 급격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작용시간이 매우 짧은 에스몰롤은 타 약제에 비해 안전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경구용 베타차단제로는 비소프롤롤(bisoprolol), 카베딜롤(carvedilol), 아테놀롤(atenolol), 네비볼롤(nebivolol),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등이 흔히 사용된다. 경구용 약제를 이용하여 심박수조절을 시도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과도한 서맥이 유발될 수 있으며, 그 회복 또한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용량조절을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칼슘차단제(nondihydropyridine calcium channel blockers)
방실결절에 직접 작용하여 전도속도를 감소시킨다. 베라파밀(verapamil)과 딜티아젬(diltiazem)이 대표적인 약제이며, 안정시 심박수뿐만 아니라 운동 중에 상승하는 심박수의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이 두 약제 모두 정맥주사가 가능하여 급하게 심박수조절이 필요한 경우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심실수축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좌심실수축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된다.
디곡신(digoxin)
심방세동 환자에서 안정시 심박수에 대한 조절 효과는 있지만, 운동 중 상승하는 심박수의 조절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디곡신만을 사용한 심박수조절은 특히, 젊은 환자의 경우 권해지지 않는다. 또한, 주사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 효과가 시작되는데 1시간 이상 지나야 하고, 최고점에 도달하는데 6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급하게 심박수를 조절해야 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약제가 아니다[7]. 이러한 이유에서 디곡신은 심방세동의 심박수조절에 있어서 1차 약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실수축을 저하시키지 않는 몇 안 되는 약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심부전을 동반한 심방세동에서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활동시 심박수조절을 위해서 베타차단제나 칼슘차단제(nondihydropyridine 계)를 병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신장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신기능이 저하된 경우 용량조절이 필요하며, 디곡신의 배설을 감소시키는 약제들인 아미오다론(amiodarone), 프로파페논(propafenone), 칼슘차단제(nondihydropyridine 계) 등과 병용 할 경우에는 주의를 요한다.
기타 심박수조절을 위한 약제
아미오다론은 교감신경활성의 억제작용과 칼슘차단 효과에 의해 방실결절 전도속도를 늦춘다. 정맥주사의 경우 중증 환자의 심방세동에서 심박수조절을 위해 사용되고는 있지만, 칼슘차단제(nondihydrompyridine계)에 비해 덜 효과적이고,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 또한 2-3배 많이 소요된다[8,9]. 고용량을 부하(loading)할 경우 작용 시작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최근 대상부전에 빠진 심부전이나 혈압이 낮은 환자에서는 혈역학적 불안정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경구용 아미오다론의 심박수조절 효과에 대한 자료는 미미하다. 또한, 다양한 독성과 많은 약제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심박수조절만을 목적으로 한 아미오다론의 사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Wolff-Parkinson-White 증후군에 동반된 심방세동에서는 아미오다론 주사가 심박수를 증가시켜 치명적인 심실부정맥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10,11]. 요오드기(iodine moiety)에 의한 아미오다론의 독성을 줄이고자 개발된 드로네다론(dronedarone)은 심방세동의 안정시 및 운동 중 심박수 모두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규모 연구들에서 드로네다론은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부전, 뇌졸중, 심혈관계 사망률, 예기치 않은 입원 등을 모두 증가시켰기 때문에 심박수조절을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심부전과 심실수축 장애가 있는 환자에서도 심근경색, 전신색전증, 심혈관계 사망의 복합종점을 상승시켰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12,13].
방실결절의 절제
영구형 심방세동에서 다른 모든 방법에 의해 심박수조절이 불가능할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주로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을 이용하며, 방실접합부절제를 통해 심방과 심실을 전기적으로 분리시키고, 영구형 인공심박동기를 이용하여 심실을 조율하기 때문에 심박수조절을 위한 투약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다. 심방세동 환자의 방실결절절제 이후에는 박동기 의존적일 수 있기 때문에 방실차단을 시킨 이후에 박동기의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가능하다면 심박동기 이식을 적어도 4-6주 전에 시행함으로써 안정적인 박동기 작동이 확실한 상태에서 방실결절절제를 시도하는 것이 권해진다.
율동조절방침(rhythm control strategy)
많은 심방세동 환자들에서 심박수를 조절하고 있지만, 동율동을 유지하게 되면 상당수의 환자들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고 증상의 개선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율동조절이 선호되는 상황이 있다. 심박수가 적절히 조절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 조절약제로 원하는 심박수에 도달할 수 없거나, 빈맥 유발성 심근병증, 처음 발생한 심방세동, 급성 병증에 병발된 심방세동, 심박수조절보다는 율동조절을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율동조절 방침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방세동은 심방세동을 낳는다[14]”라는 문구는 이 부정맥이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질환임을 암시한다. 세동 상태의 심방은 구조적 재형성(remodeling)이 점차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환자가 젊을수록 동율동 회복을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진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율동전환이 선호되기도 한다[15-17]. 율동전환에 대한 지침은 표 2에 정리하였다.
전기적 율동전환
전기적 율동전환이건 항부정맥제를 이용하건 방법에 관계 없이, 일정기간 이상 지속된 심방세동을 동율동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뇌졸중의 위험이다. 혈전색전증은 심방 특히, 좌심방이(left atrial appendage) 내에 이미 형성되어 있던 혈전이 분리되어 발생하거나, 48시간 이상 지속되는 심방세동에 의해 유발되는 기절심근 상태 때문에 동율동으로 전환된 후 새로 만들어지는 혈전일 수 있다. 따라서, 율동전환 전 3주와 기절심근의 회복기간인 전환 후 4주간 항응고요법이 필요하다[18,19]. Assessment of cardioversion using transesophageal echocardiography (ACUTE)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식도 초음파를 이용하여 좌심방내 혈전이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율동전환 전 3주간의 항응고요법을 대체할 수 있다[20,21].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환 전 3주뿐만 아니라 율동전환 당시의 혈액응고 상태가 점검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ACUTE 연구에서는 입원 환자의 경우 헤파린 정맥주사를 사용했고, 외래 환자의 경우 5일간 와파린을 복용시킨 후 율동전환 당시 혈액응고 상태를 확인했다. 최근에는 신속한 항응고 효과를 위해 저분자량 헤파린이나 새로운 항응고제 투여가 대안이 되고 있다. 경식도 초음파에서 혈전이 확인된 경우에는 율동전환을 연기해야 하며, 3-4주간 항응고요법을 시행한 후 경식도 초음파로 혈전의 완전 소실을 확인한 후 재시도를 할 수 있다[18].
전기적 율동전환의 실패는 동율동 회복이 전혀 없는 경우와 동율동이 회복은 되었지만 즉시 재발하는 2가지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에너지의 강도를 높이거나 전극패드의 위치 변경으로 전기벡터를 바꾸거나, 항부정맥제 전처치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적절한 항부정맥제 전처치를 하고 재시도를 할 경우 동율동 지속기간을 길게 할 수 있다.
항부정맥제를 이용한 율동조절
심방세동의 재발 빈도와 지속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역적인 악화인자를 찾아 교정하고, 적절한 항부정맥제를 선택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또한, 발작성 심방세동을 처음 경험한 경우 유발원인의 유무를 철저히 조사하여 제거하여야 하며, 재발하기 전까지 항부정맥제 유지요법은 시작하지 않는다. 이 때 항응고요법의 유무는 항부정맥제에 대한 반응이 아닌 개개인의 뇌졸중 위험도를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4]. 또한, 항부정맥제의 효과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또한 증상 없는 심방세동의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증상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항응고요법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항부정맥제의 선택에 있어서는 약의 효과에 앞서 안전성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데, 기저 QT 간격 연장 상태 및 관상동맥질환, 유의한 좌심실비후, 심부전 등 구조적인 심질환의 유무와 신장기능, 간기능, 환자의 연령 등 약제의 대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모두를 종합적으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
국내에서 심방세동에 사용되는 항부정맥제
Class IC 항부정맥제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약제는 플레케나이드(flecainide)와 프로파페논(propafenone)이며, 구조적인 심질환이 없는 심방세동에서 동율동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CAST (Cardiac Arrhythmia Suppression Trial) 연구에서 플레케나이드는 심근경색을 앓았던 환자에서 사망률을 유의하게 증가시켰고, 이후 허혈성 심질환에서 class IC 약제의 사용은 금기가 되었다[22]. 또한, IC계 약제들은 심근수축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심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사용하면 안 된다. 최근에는 모든 구조적 심질환이 있는 경우까지 class IC 약제의 사용을 피하도록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심방세동을 조동으로, 조동은 그 심방 박동수를 낮춤으로써 1:1 방실전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약제를 사용할 때는 방실결절 차단 효과가 있는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권고된다. 본 약제들은 강력한 Na+ 통로차단제로써 전도속도를 저하하며, 같은 기전으로 QRS파의 폭을 확장시킨다[23]. 약제에 의해 심전도 QRS파가 기저 상태에 비해 50% 이상 확장되는 경우 빈맥성 심실부정맥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약제의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심장외 부작용으로는 어지러움증, 시력저하 등이 있으나 흔한 것은 아니며, 프로파페논의 경우 혀에 금속성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프로파페논은 플레케나이드와 달리 약한 베타 차단 효과가 있으며, 간에서 CYP2D6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신부전 환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한편, 이 효소에 작용하는 약제들을 같이 복용할 경우 프로파페논의 베타 차단 효과가 유의하게 증가될 수 있다.
소탈롤(sotalol)
칼륨이온통로(IKr)억제제이면서 베타차단제이다. 강한 QT 간격 연장 효과로 인해 약 3%에서 다형심실빈맥(torsades de pointes)이 보고되기 때문에, 이식형 제세동기를 시술받은 환자가 아닌 경우 병원 밖에서 투여를 시작하지 않도록 권고되기도 한다. 소탈롤을 투여하는 중에 심전도를 통해 QT 간격 연장 정도를 잘 감시해야 하며 유의하게 연장되는 경우(> 500-550 ms)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기저 QT 간격이 연장되어 있는 환자에서는 사용금기이며, 소탈롤 투여 중 QT 간격을 연장시키는 다른 약제의 복용이나 자몽(grapefruit) 쥬스의 섭취를 금지하는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소탈롤은 거의 다 신장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신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혈중농도가 상승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하며, 신부전 환자에서 투여하면 안 된다.
아미오다론(amiodarone)
다양한 이온통로(예: IKr, INa, IKur, Ito, ICaL, IKAch, IKs)를 차단하는 Class III 항부정맥제이다. 약물의 분포용적이 매우 크며, 주로 지방조직과 간, 폐, 비장과 같이 혈액관류가 많은 장기에 주로 축적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조직에 상당히 많은 양이 축적된다. 일회 복용시 최고 혈장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3-7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작용 시작시간은 빠르면 2-3일, 부하용량(loading dose)을 투여한 경우라 하더라도 보통 1-3주가 지나야 하며, 이 또한 개인별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항부정맥작용뿐만 아니라 QT 간격 연장 효과 역시 수일 또는 수 주까지 지연될 수 있다. 음식과 함께 복용할 경우 흡수율이 유의하게 증가되며, 위장관 장애도 최소화할 수 있다. 아미오다론은 반감기 역시 수 주 정도로 매우 길다. 주로 간에서 CYP 3A4와 CYP2C8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담관으로 배설되고, 신장을 통해서는 거의 대사되지 않는다. 따라서, 신부전 환자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항부정맥제는 class IC의 프로파페논(propafenone)과 아미오다론 정도이다. 아미오다론은 CYP3A, CYP2C9, P-glycoprotein의 억제로 인해 다양한 약제들의 혈중농도를 상승시킨다. 대표적 경우가 와파린 복용환자에서 INR (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of prothrombin time)의 상승이며, 디곡신 혈중농도를 증가시켜 독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병용할 경우 이들 약제의 용량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아미오다론은 전신적으로 수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약제들과 직접 비교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발작성이거나 지속성이거나 심방세동에서 동율동의 유지 및 심방세동의 재발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반면 심각한 부작용 역시 가장 많이 발생하였다[24-27].
아미오다론의 심장에 대한 부작용은 서맥이며, 현저한 QT 간격 연장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와 연관된 다형심실빈맥(torsades de pointes)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28]. 심근비후,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약제에 의한 심실빈맥 유발위험이 가장 낮기 때문에 1차로 선택되는 약제이다. 아미오다론이 심방세동 치료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1차 선택약제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갑상선, 간, 폐, 눈, 피부, 신경, 근육, 등 전신 장기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이다. 이러한 독성들은 대부분 투약량에 의존적이며, 폐섬유화 등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 번 시작한 후 장기간 지속하게 되는 심방세동의 치료에 있어서 아미오다론의 사용 여부 결정은, 특히 젊은 환자의 경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일단 투여가 결정되면 폐, 간, 갑상선 등에 대한 기저 검사를 시행해야 하고, 투약을 시작한 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모든 환자에서 이런 장기들에서의 이상 발생 유무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드로네다론(dronedarone)
아미오다론의 주요 독성은 요오드기(iodine moiety)에 의한 것으로써, 이 부분을 제거한 아미오다론의 유도체가 드로네다론이다. 이 약제는 아미오다론이 일으키는 치명적인 심장외 부작용들은 거의 없고, 교감신경작용의 억제, 칼슘전류, 나트륨전류, 칼륨전류 차단 효과 등 다양한 전기생리학적인 작용을 가지고 있지만 기대했던 항부정맥 효과는 아미오다론에 비해 떨어진다[25]. 드로네다론은 혈전색전증의 위험인자를 가진 발작성 또는 지속성 심방세동 또는 조동에서 사망 및 심혈관계 부작용의 복합종점을, 주로 심방세동에 의한 입원 횟수를 줄임으로써, 감소시켰지만[29],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사망률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NYHA (New York Heart Association) III 또는 IV 수준의 심부전이나 4주 이내에 대상부전이 있었던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사용금기이다[13]. 만성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뇌졸중, 심혈관계에 의한 사망, 입원 등의 복합종점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동율동이 회복 및 유지되지 않은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에서의 드로네다론 사용 역시 금기이다[12]. 드로네다론의 주요 심장부작용은 서맥과 QT 간격 연장이며, 이와 연관된 다형심실빈맥(torsades de pointes)은 드물게 보고된다[30]. 간에서 CYP3A4에 의해 대사되며, CYP2D6와 P-glycoprotein에 대해 중등도의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디곡신 혈중농도를 높이며, 다비가트란(dabigatran) 및 강력한 CYP3A4 억제제(케토코나졸, 마크로라이계 항생제 등)들과의 병용은 금기이다. CYP3A4의 중등도 억제 효과가 있는 베라파밀, 딜티아젬과의 병용은 가능하지만 이들 약제의 용량조절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투여 시작 첫 6개월 이내 발생하는 중증 간독성의 보고가 있기 때문에 특히, 첫 6개월-1년간은 간효소의 주기적인 감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