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현미경적 대장염(microscopic colitis)은 만성 재발성 설사를 일으키는 염증성 장질환이다. 이 질환은 1980년 Read 등[1]이 최초로 보고한 후 만성 설사를 호소하는 환자에서 드물지 않은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장의 육안적 소견은 정상에 가까우며 다른 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진단은 병리학적으로 하며 조직소견에 따라 두 가지 아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림프구성 대장염(lymphocytic colitis)은 1989년 Lazenby 등[2]이 보고하였으며 상피내 림프구(intraepithelial lymphocyte) 증가 및 상피하 점막 고유판에 만성 염증성 세포의 침윤을 보이고, 교원성 대장염(collagenous colitis)은 1976년 Lindström 등[3]이 보고하였고 상피하 콜라겐 층의 비후가 특징이다. 현미경적 대장염의 두 가지 아형은 조직학적 유사성이 있고 한 아형에서 다른 아형으로 전화할 수 있어 각 아형을 개별적 질병으로 나누는 데 이견이 있으며[4], 임상적으로 아형에 따른 차이는 없다[5].
본고에서는 현미경적 대장염의 역학, 증상,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살펴보고, 원인 인자 및 병인론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역 학
스웨덴과 미국의 연구에서 현미경적 대장염의 유병률은 인구 십만 명당 123-219명으로 보고하였다[6,7]. 스웨덴, 스페인,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유럽의 단일기관 연구에서 교원성 대장염의 발생률은 연간 인구 십만 명당 1.1-5.2명, 림프구성 대장염은 3.1-4.0명[8-11], 미국 및 캐나다에서도 각각 3.1-4.6명, 5.4-5.5명으로 유사하였다[12,13]. 유럽 및 미국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11,12], 최근 발생률이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7]. 이전의 발생률 증가의 원인으로 임상 의사의 관심 및 대장내시경 건수의 증가와 원인 약제 사용의 증가 등이 제시된 바 있다[12,14,15].
병태생리
현미경적 대장염의 원인 및 병태생리는 명확하지 않으며, 유전적 소인과 자가면역성, 다양한 장관내 인자의 자극으로 인하여 촉발된 염증 반응 및 섬유화 과정의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다인성(multifactorial)으로 추정한다(Fig. 1) [5,25-27].
가족내 발병 및 유전적 소인과의 연관성은 분명하지 않지만[28-30], HLA-DQ2, matrix metalloproteinase (MMP) 유전자 변이가 있을 수 있다[31,32]. 자가면역성 질환 중 celiac 병, 갑상선염, 제 1형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22,33,34]. Celiac 병과의 연관성 연구에서 림프구성 대장염 환자의 15%에서 celiac 병이 진단되었으며[35], celiac 병과 연관된 HLA-DR3-DQ2 haplotype이 현미경적 대장염과도 연관되어 공통적인 자가면역성 병인을 추정할 수 있다[36]. 교원성 대장염 환자에서는 면역글로불린 M 및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가 증가될 수 있으나 임상적으로 유용한 자가항체는 없다[37].
일시적인 환상 회장루(loop ileostomy) 수술 후 증상과 조직학적 호전을 보이는 것은 장관 내강내의 인자가 병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38], 약물, 담즙, 세균 및 독소 등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양성자 펌프 억제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ranitidine, ticlopidine, acarbose, statin 등의 연관성이 알려져 있으며, carbamazepine, flutamide, paroxetine 등의 약제와의 연관성이 보고되었다(Table 1) [5,14]. 네덜란드의 대규모 환자 대조군 연구에서 양성자 펌프억제제(adjusted odds ratio [OR] 10.6; 95% confidence interval [CI] 1.8-64.2)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adjusted OR 5.6; 95% CI 1.2-27.0)가 현미경적 대장염의 위험인자였다[39]. 25개의 역학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OR 2.68; 95% CI 1.73-4.17)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OR 2.41; 95% CI 1.64-3.53)가 연관되었다[40]. Lansoprazole, omeprazole, esomeprazole 등의 양성자 펌프 억제제와 림프구성 대장염과의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다[41-43].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하였던 현미경적 대장염 환자와 과민성장증후군 또는 대장 게실을 가진 환자를 대조군으로 한 연구에서 현미경적 대장염 환자는 6개월 이상 장기간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으며[44], 스웨덴의 후향적 연구에서 교원성 대장염 환자의 34%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한 과거력이 있었다[21]. 이 약제를 중단 및 재투여한 후 설사 증상이 호전 및 재발하는 경과를 보인 것은 약제와의 연관성을 시사한다[44]. 그러나 이러한 약제의 높은 사용 빈도에 비하여 현미경적 대장염의 발생률이 낮은 것은 약제에 대한 특이반응(idiosyncratic reaction)일 수 있으며 약제 자체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있고[45], 약제 중단 후 임상적, 조직학적 호전 및 재투여시 증상 발생 등을 통한 인과관계의 입증과 발병 기전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25].
세균 감염 및 독소에 대한 연구로는 세균의 독소와 결합하거나 활성도를 저하시킬 수 있는 cholestyramine이나 bismuth 제제를 사용한 후 호전되거나[46,47], 항생제 치료 후 호전된 환자들에서 병인으로 추정하였다[21]. 계절적으로 림프구성 대장염이 여름과 가을에 호발하는 것이 감염성 원인을 시사할 수 있으며[48], Yersinia나 Clostridium difficile 감염과의 연관성도 제시된 바 있다[49,50]. 담즙산 흡수장애는 분비성 설사의 한 원인으로 대장 점막의 자극인자가 될 수 있는데, 동물실험에서 담즙산을 관류시킨 쥐의 대장에서 수분 분비가 증가하고 염증세포의 침윤과 콜라겐 침착 등 현미경적 대장염과 유사한 조직학적 변화를 보였다[51]. 교원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27명 중 12명(44%)에서 담즙산 흡수장애 소견을 보였으며, 전체 환자 중 21명(78%)이 cholestyramine, colestipol 등 답즙산 흡착제를 사용한 후 증상의 호전을 보였고, 담즙산 흡수장애를 보인 12명의 환자 중 11명(92%)이 약제 복용 후 호전되었다[52]. 그러나 이 연구에서 담즙산 분비 검사가 정상인 환자에서도 증상 호전이 있었으며, 호기검사를 이용한 다른 연구에서는 담즙산 흡수장애의 소견이 없었다[53].
현미경적 장염의 주된 조직병리 소견은 염증 세포의 침윤 및 콜라겐 침착이며, 염증 반응 및 섬유화 과정의 이상이 병인으로 제시되었다. 약제, 세균, 담즙산 등 다양한 장관내 인자의 자극이 이러한 반응을 촉발하는 것으로 추정 가능하지만 명확하지 않다. 면역조직화학염색을 통한 연구에서 점막 고유층의 CD4+ T 림프구 및 상피내 CD8+ T 림프구 증가, 상피세포의 제 2형 주조직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의 이상발현이 있었다[54]. 교원성 대장염 및 림프구성 대장염 환자의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nitric oxide (NO)가 증가되어 있으며[55-57], inducible NO synthase (iNOS)가 과 발현되어 있었고 iNOS의 길항제인 NG-monomethyl-L-arginine (L-NMMA)로 처리하였을 때 수분 분비가 저하되어 NO의 증가가 조직의 증가된 iNOS에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57]. Budesonide 치료 후 iNOS mRNA는 감소되는데 이는 환자의 조직학적 소견 및 증상 호전과 연관되어 있다[58]. Interferon (IFN)-γ, tumour necrosis factor (TNF)-α 등 제1형 도움 T 세포(type 1 T helper cell, Th1)의 활성화와 관련된 사이토카인이 증가되어있으며 상피세포와 고유층에 존재하는 단핵구의 NOS의 증가와 연관되었다[59]. IFN-γ, TNF-α 등에 의한 NOS의 증가는 nuclear factor κB의 상향조절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60]. 최근 연구는 점막내 Th17/Tc17, Th1/Tc1 세포와 관련된 사이토카인 및 IFN-γ, IL-12, IL-17A, IL-21, IL-22 mRNA 증가를 보고하였다[61].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여러 매개물질이 증상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과정의 조절기능 이상 또는 이를 촉발하는 다른 원인에 의한 증상 발생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원성 대장염의 특징인 상피하 콜라겐 침착에 착안하여, 콜라겐의 생성, 분해 등에 관여하는 근섬유아세포(myofibroblast)의 기능적 변화도 가능한 병인으로 연구되었다. Transforming growth factor-β1 (TGF-β1)은 조직의 콜라겐 침착 및 섬유화에 관여하며, 교원성 대장염 환자에서 침윤된 호산구의 TGF-β1 mRNA가 대조군보다 증가되어 있었다[62].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섬유화에 관여하는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및 tenascin이 상피 및 고유층에 증가되어 있었으며[63], 세포 기저막의 콜라겐을 생성하고 장 점막의 정상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장 상피하 움(crypt) 주변부의 근섬유아세포초(myofibroblast sheath)의 크기와 세포충실도가 교원성 대장염 환자에서 증가되어 있었다[64]. 또한, 콜라겐 분해에 중요한 효소인 MMP의 RNA 발현이 감소하고 MMP의 내인성 길항제인 tissue endogenous inhibitors of metalloproteinase의 발현이 증가되어 있는 것은 이러한 섬유화와 분해 기전의 이상이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65].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현미경적 대장염의 병태생리에 대해 다양한 가능한 원인인자가 제시되었으나, 증상 발생 및 조직학적 변화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증 상
주 증상은 만성 수양성 설사로 재발성 경과를 보이며, 탈수와 전해질 이상은 드물다. 염증으로 인한 흡수 장애, 분비 증가 및 콜라겐 층이 확산 장벽(diffusion barrier)으로 작용하여 설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복통과 체중감소를 동반할 수 있으며 반복되는 설사와 변실금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다[66]. 기질적 설사를 의심할 수 있는 야간 증상이 27-50%에서 있을 수 있고[21,26], 지방변, 혈변, 발열 등이 있다면 다른 질환을 고려해야 한다[5,26].
진 단
환자는 만성 수양성 설사로 내원하게 되므로 다양한 질병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포괄적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이러한 진단 과정에서 항상 본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질환 특이 증상 및 질병 표지자가 없고 임상 양상이 기능성 질환과 유사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내시경 소견은 대부분 정상이거나 경한 발적 및 부종 등 비 특이적인 소견이다[74]. 내시경 소견이 정상이어도 15-22% 정도에서 현미경적 대장염이 있을 수 있으므로[20], 조직 검사를 통해 본 질환을 배제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교원성 대장염에서 종주 궤양(longitudinal ulcer) [75], 혈관상 과다(hypervascularity) [76], 정상 혈관상의 소실[77] 등 내시경 소견 상의 특징을 보고한 바 있으며, 림프구성 대장염에서는 혈관상 과다, 삼출성 출혈(exudative bleeding) 등의 소견이 있을 수 있다[78].
확진은 조직 검사를 통한 병리 소견으로 한다. 림프구성 대장염의 특징적인 소견은 상피내 림프구 증가이며, 점막 고유층에 만성 염증성 세포의 침윤이 혼재된 양상을 보일 수 있다[79]. 최근 활동성 움염(cryptitis), Paneth 세포 화생, 움 구조의 불규칙 등 염증성 장질환의 조직학적 특징과 유사한 소견을 국소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보고하고 있다[80]. 교원성 대장염에서는 상피하 콜라겐 층이 두꺼워지는데, 두께는 7-100 μm로 다양하다[8,27,81]. 림프구성 대장염과 유사하게 점막 고유층에 염증성 세포가 증가할 수 있으며 활동성 움염, 움농양(crypt abscess) 등 염증성 장질환과 유사한 소견을 보일 수 있고[80], 표층 상피세포의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2,27]. 최근 유럽의 합의안에는 림프구성 대장염에서 상피내 림프구가 100개의 표층 상피세포 중 20개 이상, 교원성 대장염에서는 상피하 콜라겐 층의 두께가 10 μm 이상을 진단기준으로 정하였다[82].
치 료
세밀한 병력청취를 하여 원인이 될 수 있는 약제나 음식을 중단한다. 흡연의 연관성이 제시된 바 있어 금연을 권한다[83,84]. 증상이 경하다면 loperamide 등의 지사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21,33]. Bismuth subsalicylate는 부분적인 치료 반응을 나타내지만[33] 소규모 연구에서 8주간 투여하였을 때 장기 관해도 보고된 바 있다[47,85]. Cholestyramine과 colesevelam 등의 담즙산 흡착제도 일차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다[46].
스테로이드 제제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약제로, 다른 치료에 반응이 없는 중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Budesonide는 prednisone과 동등한 효과를 내고 부작용이 적어 선호하며, 교원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임상증상 및 조직학적 호전을 보였으며[86,87], 유럽의 다기관 연구에서도 좋은 치료 반응과 적은 부작용을 보였다[88]. 림프구성 대장염 환자에서도 임상증상 및 조직소견의 호전을 보였다[89]. 10개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80% 이상 높은 반응률을 보였으며 림프구성 대장염의 number needed to treat은 3명, 교원성 대장염은 2명으로 좋은 효과를 보였다[90]. 초치료 반응률은 높지만 약제 중단 후 재발이 많은데, 51명의 교원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budesonide 치료 후 33명(80%)의 환자에서 임상적 관해에 도달하였으나, 약제 중단 후 16개월간 추적하였을 때 20명(61%)에서 재발하였다[91]. 저용량(3-6 mg/day) 유지요법은 장기 관해유지 및 재발방지에 효과적이었다[92,93]. 환자는 만성 재발성 경과를 가질 수 있기에 스테로이드 제제의 사용에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용량과 적응 대상환자 선별에 신중해야 한다.
예 후
치료에 대한 반응과 자연경과에 대해 연구마다 다양하게 보고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양호한 경과를 보인다. 25명의 현미경적 대장염 환자를 추적관찰하였을 때 86%에서 설사 증상의 호전을 보였고 32%의 환자만이 약물 치료가 계속 필요하였으며 47개월 후 모든 환자에서 증상의 호전을 보였고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29%였다[102]. 27명의 림프구성 대장염 환자를 평균 37.8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93%에서 설사 증상의 호전 및 82%에서 조직학적으로 정상화되었다[103]. 교원성 대장염 환자를 1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48.9%에서 설사 증상의 관해를 보였으나 이 환자들 중 대부분이 약물 치료를 필요로 하였으며 19.2%에서 재발하였다[104]. 다른 연구에서는 3.5년간 추적하였을 때 48%에서 약물 치료 후 관해에 도달하였으며 자연 관해된 경우도 15%였다[105].
결 론
현미경적 대장염은 임상적으로 만성 설사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생화학 검사, 내시경 검사 등에서 특이소견을 보이지 않지만 조직 검사를 이용하여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은 과민성 장증후군을 포함한 기능성 질환과 유사할 수 있기에 본 질병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감별 진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병인으로 만성 염증, 섬유화 기전 이상, 자가면역, 약제, 세균, 담즙산 등 다양한 원인이 관여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 지사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지만 질병의 중증도와 약제의 부작용 및 근거를 고려하여 환자의 증상과 삶의 질을 호전시킬 수 있는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Fig. 2) [106]. 대부분 경한 예후를 보이지만 일부 환자에서 설사의 재발 및 만성 경과를 나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