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비정상적인 다능성 골수 줄기세포에서 기원하는 골수증식종양으로 필라델피아 염색체에 의해 발현되는 BCR-ABL1 융합 유전자와 연관되어 있다. 진단 시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피로, 체중 감소, 야간발한 등이 있으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비장비대를 동반한다[1]. 하지만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자발 비장파열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혈액암 환자에서 자발 비장파열이 생길 경우, 환자가 혈류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많으며, 이 경우에 개복술에 의한 비장절제를 시행하였을 때 수술 후 합병증과 혈액암의 진행으로 그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2,3]. 하지만 최근에는 방사선 중재시술의 발전으로 비장파열이 있는 환자에서 혈류역학적으로 안정적인 경우에는 혈관조영술에 의한 색전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4]. 이에 저자들은 자발 비장파열이 있고 혈류역학적으로 안정적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도관경유색전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우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증례를 보고한다.
증례
환자: 36세, 남자
주소: 복통
현병력: 환자는 평소 진단받은 질환은 없었고, 내원 2주일 전부터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조기 포만감이 있었다. 내원 전일부터 갑작스런 복통이 발생하여 응급실에 방문하였고, 복부에 외상은 없었다. 복통은 좌상복부에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복부 전반으로 퍼지는 묵직한 양상이었고, 구토 및 설사는 동반되지 않았다.
신체 검진: 내원 시 혈압은 95/60 mmHg, 맥박은 8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은 36.6℃였다. 환자는 급성 병색을 띠고 있었으며 복부가 전반적으로 팽창되어 있었고, 장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복부 전반에 압통이 있었고, 비장이 좌측 늑골 하연으로부터 약 5횡지 정도로 확대되어 있는 것이 촉지되었다.
검사실 소견: 전혈구계산에서 백혈구 429,710/μL, 혈색소 5.3 g/dL, 적혈구용적률 15.6%, 혈소판 179,000/μL였고, 혈구 감별계산에서 호중구 176,180/μL, 림프구 17,190/μL, 단핵구 12,890/μL, 호염기구 17,190/μL였다. 조혈전구세포들이 말초혈액에서 발견되었으며, 각각 골수모세포 2%, 전골수세포 1%, 골수세포 35%, 후골수세포 5%, 유핵적혈구 3%였다(Fig. 1A).
일반화학검사에서 혈청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T) 34 IU/L,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T) 11 IU/L, 총빌리루빈 0.62 mg/dL, 알칼라인포스파타제(ALP) 91 IU/L였고, 혈액요소질소 23.7 mg/dL, 크레아티닌 1.39 mg/dL, 젖산탈수소효소(LDH) 2,792 IU/L였다. 혈청 총단백 6.4 g/dL, 알부민 3.6 g/dL, 나트륨 139.5 mEq/L, 칼륨 5.7 mEq/L, 염소 104.2 mEq/L, 칼슘 8.6 mg/dL였다.
영상의학검사 소견: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심한 비장비대와 복강내출혈이 관찰되었다. 비장아래 부분에서 조영제가 유출되어 비장의 파열로 인한 활동성 출혈을 의심할 수 있었다(Fig. 2A).
임상경과: 환자는 즉시 농축적혈구를 수혈 받았으며 혈류역학적으로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어 도관경유색전술을 위해 영상의학과에 의뢰되었다. 혈관조영술을 통해 비장의 하단 끝부분에서 출혈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2.2 Fr 크기의 미세카테터를 통해 3 mm × 2 cm 크기의 micronester 코일을 장착하였다. 이후 혈관조영술을 통해 활동성 출혈이 멈춘 것을 확인한 후, 시술을 마쳤다(Fig. 2B). 색전술을 시행한 후, 활력징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혈색소 수치의 감소도 없었다. 시술 후에도 환자는 간헐적인 복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하였으나, 2일 후부터는 통증의 강도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입원한 이후에 시행한 골수 흡인검사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만성기로 의심되어 히드록시유레아를 복용하기 시작하였고, 1주일 후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확인되어 닐로티닙으로 약제를 변경하였다(Fig. 1B). 환자는 이후에 특별한 합병증 및 추가적인 치료 없이 시술한지 13일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고찰
자발 비장파열은 감염병 및 악성질환과 같이 비장비대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에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합병증이다[5]. 혈액암에서 자발 비장파열은 암세포의 비장침윤과 비장 경색에 따른 출혈 및 질병에 의한 응고장애 등이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로 만성백혈병보다는 질병의 진행이 빠른 급성백혈병에서 더욱 많이 관찰된다[2,6]. 급성백혈병에서는 자발 비장파열이 발생한 경우에는 비장절제술을 시행한 경우에도 수술 후 합병증이나 질병의 진행으로 그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 Tan 및 Bernat의 보고에서도 두 증례 모두에서 급성백혈병으로 자발 비장파열이 발생한 경우에서 비장절제술을 시행하였으나, 두 환자 모두 조절되지 않는 기저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3,7]. 반면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에는 출혈성 경향이 급성백혈병에 비해 덜하여 비장파열이 있을지라도 환자가 혈류역학적으로 안정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8]. 이러한 경우 비장 파열에 대해 비수술적 치료법으로서 도관경유색전술 및 수혈을 하며 경과를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비장에 대한 도관경유색전술은 간경변에 의한 비장비대가 있는 환자에서 지라기능항진증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되기 시작하여 비장파열이 있는 환자에서도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외상에 의한 비장파열에서 혈류역학적으로 안정적일 때, 도관경유색전술을 시행하였을 경우 최근에는 약 90%에 이르는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4]. 하지만 자발 비장파열이 있을 경우 도관경유색전술에 대한 성공사례는 매우 드물다.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비장파열이 있었을 때, 도관경유색전술을 시행한 Jafferbhoy 등[8]에 의한 보고에 의하면 시술 후에 구획증후군이 발생하여, 다시 개복술에 의한 비장절제를 시행해야 하였다. 또한 자발 비장파열이 있을 경우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감별해야 하며, 만일 감염병에 의한 비장파열일 경우, 도관경유색전술로 인해 그 경과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색전술에 의한 합병증으로는 비장 경색 및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4]. 증례에서도 색전술 후, 환자가 시술 1-2일까지는 복통을 더욱 많이 호소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 때 이것이 비장경색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출혈이 지속되어서 그런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겠다. 이번 증례에서는 비장의 파열이 하단의 끝부분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micronester 코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지혈이 가능하였고, 그렇기에 추가적인 비장 경색 및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한 색전술을 광범위하게 시행하였을 경우에는 비장을 절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어 비장절제술 후의 예방접종을 동일하게 시행해야 하겠으나, 이 환자의 경우에는 작은 부위의 색전술 후에도 비장파열에 의한 출혈이 멈추어 추후 예방접종은 필요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증례를 통해 저자들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심한 복통이 있을 경우, 자발 비장파열에 의한 증상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하며 환자가 혈류역학적으로 안정적일 때에는 도관경유색전술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