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신세포암종은 비뇨기계에서 발생하는 다른 암종과 비교하여 드문 편이지만 남성에서는 상대적으로 흔히 관찰되는 암이다. 2014년 미국 암 통계를 보면 남자에서는 6번째로 자주 발생하는 암으로 39,140명이 발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여성에서는 24,780명이 발병하여 8번째로 자주 발생하는 암에 해당된다고 보고하고 있다[1].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722명이 발병하여 남성 전체 암의 9번째를 차지하고 있다[2].
신세포암의 원격 전이는 폐, 림프절, 뼈, 간, 뇌, 반대 측 신장, 부신 등에 흔히 발생한다. 신세포암은 처음 수술로 종양이 성공적으로 제거되었다 하더라도 수년이 지나 전이가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서, 길게는 첫 수술 이후 17년이 지나서 발생한 경우도 보고된 적이 있다[3]. 하지만 암 환자에서 원발부위 이외에서 발견된 단일 혹은 다발 종괴에서 새로운 원발성 암을 진단한 경우도 여러 건 발표되고 있어 조직 검사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4].
본 저자들은 신세포암으로 근치적 우측 신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서 1년 후 발생한 우측 폐병변에 대하여 신세포암의 전이로 간주하여 치료하였고, 전이로 생각했던 폐병변의 크기가 점차 증가하여 조직 검사 이후 원발성 폐암을 확진하고 이에 대하여 우상측 폐엽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좌측 폐결절의 크기 증가 소견을 보여 조직 검사를 통해 신세포암의 전이를 확인하였고, 비디오 흉강경 수술을 통한 쐐기 절제술로 치료 후 항암치료 중인 1예를 경험하였다. 신세포암 환자의 원발성 폐암 발생 및 이후 발견된 신세포암의 폐전이는 국내에서 보고되지 않은 증례로 이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환자: 63세 남자
주소: 폐종괴
현병력: 환자는 2010년 4월, 인근 종합병원에서 우측 신세포암 1기(T1N0M0) 진단 후 근치적 우측 신장 절제술을 시행하였고 수술 결과, 신장 내 국한된 투명세포암종(Clear cell carcinoma)으로 확인되었고, 병기도 1기(pT1N0)였다. 이후 경과 관찰 중 시행한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2011년 10월 폐종괴가 확인되었다. 이에 의료진은 신세포암의 폐전이로 간주하고 고식적 항암치료인 sunitinib으로 치료 도중, 폐 병변의 크기 증가소견을 보여 2차 약제인 everolimus로 약제를 변경하여 치료를 하였지만 지속적으로 폐병변의 크기는 증가소견을 보였다. 이후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고지 관계로 본원 내원하였다.
과거력: 2007년 고혈압과 뇌졸중에 대하여 투약 중이며, 30갑년(pack-years)의 흡연력이 있으나 4년 전부터 금연 상태이며 음주력은 없었다.
진찰 소견: 입원 시 특이 병색 보이지 않았고 혈압 130/90 mmHg, 맥박수 분당 92회, 호흡수 분당 20회, 체온 36.4℃였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흉부 청진에서 심박동은 규칙적이었으며 심잡음은 들리지 않았고 양 폐야의 호흡음에서 이상소견은 들리지 않았다. 두경부 및 액와부 림프절 종대는 없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6,800/mm3 (호중구: 55.5%), 혈색소 13.2 g/dL, 헤마토크릿 39.4%, 혈소판 139,000/mm3이었다. 혈청 생화학검사에서 총 단백 6.2 g/dL, 알부민 3.9 g/dL, AST/ALT 22/92 IU/L, BUN 19.0 mg/dL, 크레아티닌 1.2 mg/dL였다. 소변 검사는 정상이었다.
방사선 소견: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3개월 전에 비해 크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우측 폐 상엽에 2.6 × 2 × 2 mm 크기의 경계부위가 명확하나 조영 증강이 뚜렷하지 않은 종양 30 Hounsfield units (HU) (Fig. 1)이 있었고 좌측 폐 상엽 4 mm 크기의 조영 증강이 명확하지 않은 결절(54 HU, Fig. 2)이 보였고 림프절 전이는 보이지 않았다.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신세포암의 국소 재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치료 및 경과: 항암치료 전 조직학적 확인을 위해 우측 폐 상엽의 병변에 대하여 컴퓨터 단층촬영 유도하 경피적 바늘 생검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면역조직화학 염색에서 p40, p63에 양성인 편평상피세포암으로 확인되었다(Fig. 3). 원발성 폐암으로 확진하고 병기 설정 검사상 1기(T1bN0M0)로 우측 폐 상엽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시 흉막에 여러 곳의 유착 소견이 있었으나 술 후 최종 조직검사 결과 흉막 침습이나 종격동 림프절 전이는 없었다. 조직 검사 이후 신장암에 대한 표적치료(everolimus)는 중단하였고 수술 이후 외래 통한 경과 관찰만을 하며 지켜보던 중 수술 4개월 후 추적관찰로 시행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좌측 폐 상엽 결절 크기 증가소견(4 → 20 mm, Fig. 4)을 보여 좌측 폐 상엽 결절에 대해서도 또다시 컴퓨터 단층촬영 유도하 경피적 바늘 생검을 시행하였고 투명세포암종(Clear cell carcinoma, Fig. 5)으로 확진되어 비디오 흉강경 수술을 통한 쐐기 절제술로 치료하였다. 수술 시 종괴는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투시 조영(C-arm)을 이용하여 종괴를 확인하여 절제하였다. 수술 후 신장암의 폐 전이에 대하여 everolimus를 사용하고 지금까지 질병의 재발 소견 없이 치료 중이다.
고찰
신세포암의 자연 경과는 매우 다양해서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신장 절제술로 완전 치유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오랜 기간 동안의 잠복기를 거쳐 예상하지 못한 해부학적 위치에 전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5]. 신세포암은 림프성 또는 혈행성으로 주로 전이되며, 복막 전이나 인접 구조물로의 직접 침범에 의해서도 질병이 진행될 수 있으며 흔한 전이 장기는 폐(50-60%), 뼈(30-40%), 간(30-40%), 뇌(5%) 순으로 알려져 있다[6].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 수술, 면역 치료, 방사선 치료, 화학 치료, 호르몬 치료 등에 잘 반응하지 않아 대부분 1년 내에 사망하며 5년 생존율이 0-20%에 불과하다[7].
1-3기 신세포암 환자에서 수술 이후에도 20-30%는 재발하며 폐 전이가 재발환자의 50-60%에서 발생하며, 평균 재발 기간은 수술 이후 1-2년이며 대부분 3년 이내에 발생한다. 신세포암의 폐 전이 환자의 예후는 전이 종양의 크기와 완전 절제 여부, 림프절 전이 여부가 중요한 예후인자들이며 완전 절제를 시행 받은 환자에서는 3년, 5년 생존율이 각각 54%, 40%로 보고된 바 있다[8].
국내에서 폐암의 발생률은 남녀 모두에서 4번째에 해당하지만, 사망률은 가장 높은 암으로 전체 암 사망률의 약 18.9%를 차지한다. 폐암의 완전 절제는 생존율을 높이지만 약 25%의 환자만이 진단 시점에 수술이 가능하다. 진단 시점에서의 병기는 생존율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종양의 크기 및 주변의 침범 여부와 림프절의 전이 여부에 따라 병기가 변화하며 치료 방법 역시 병기에 따라 결정된다. 폐암은 절제가 가능한 조기에 발견되어 치료를 하였을 경우 5년 생존율이 80%가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그에 대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폐에 발생하는 전이암의 확인에 가장 특이적인 검사는 조영증강 컴퓨터 단층촬영이며 나선형 컴퓨터 단층촬영 및 고해상도 컴퓨터 단층촬영은 매우 민감한 방법으로 5 mm 이하의 작은 결절까지 발견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에서는 폐 전이암의 진단에는 민감도가 많이 떨어지며 폐 전이암의 진단 시 양전자방출 단층촬영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세포암의 폐 전이 병변의 양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고된 바는 많지 않은데 일반적으로 신세포암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강한 조영증강을 보이며 그 정도는 신세포암의 분화 및 아형에 따라 달라진다. 국내의 한 연구에서는 36명의 신세포암의 폐병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세포암의 폐 전이는 원발성 폐암에 비하여 높은 조영증강을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61 HU을 기준으로 0.62의 민감도, 0.87의 특이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도 신세포암의 폐 전이와 원발성 폐암의 완벽한 구별은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결국에는 조직학적 확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9].
암 환자나 고위험군에서 발견된 단일 폐 결절 대한 ATS의 권고안(The American Association for Thoracic Surgery guidelines)에 따르면 5-6 mm 이하의 결절의 경우 결절의 음영에 관계없이 6개월-1년 간격으로 추적 검사를 권하고 있으며, 8-10 mm의 결절의 경우 음영에 따라 3-6개월 추적 검사를 한 후 크기의 변화가 있으면 조직 검사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10].
원발성 폐암의 경우, 폐 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약 10%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특히 대결절 병변을 동반한 다발성 폐 결절이 신세포암 환자에서 발견된 경우에도 이 두 가지에 대한 감별진단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본 증례에서는 우측의 1개, 좌측의 1개의 폐 종괴 모두 동맥기에 조영의 증가가 불분명하며 다발성으로 신세포암의 전이를 먼저 고려하고 항암치료를 시행하여 최종 진단이 늦어졌다.
악성 종양 환자에서 폐 종괴를 발견하였을 때는 우선 전이암을 의심해야 하나, 원발성 종양의 근치적 치료 후 재발의 증거가 없는 환자나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에는 폐 전이와 폐암을 동시에 생각하고 이를 구별하여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위 증례는 신세포암 환자의 신장 절제술 후 추적 관찰 중 발견된 단일 폐 병변에서 조직 검사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조직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 후 그에 맞는 치료 계획 설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