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증기에 의한 급성 폐손상 1예
A Case of Acute Lung Injury due to Mercury Vapor Inhalation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원인 미상의 급성 폐손상이 발생할 경우 신체 진찰뿐만 아니라 철저한 병력 청취가 중요하다. 저자들은 급성 폐손상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원인 규명을 위한 검사에서 수은 중독으로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하여 호전된 것을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Trans Abstract
Mercury is traditionally used as a dye for making amulets in Korea. Inhaling the vapor produced by burning mercury damages major organs, such as the lungs, kidneys, and brain. We herein present a case of a 41-year-old man who complained of abdominal pain and dyspnea. A chest X-ray and computed tomography scan showed infiltration in both upper lung lobes. A thorough medical history revealed that the patient had made amulets prior to developing symptoms, and blood and urine tests confirmed elevated levels of mercury. Dimercaptosuccinic acid was used to chelate the mercury, and methylprednisolone was used to treat the acute lung injury. No kidney or nervous system complications were detected during follow-up. Inhalation of mercury vapor should be suspected in patients with acute lung injury involving both upper lobes.
서론
수은은 금속수은, 유기수은, 무기수은의 형태로 존재하며 그 종류에 따라 인체 흡수경로가 다르다[1]. 금속수은은 경구섭취 시 거의 흡수되지 않으나 증기 형태로 흡입 시 체내로 흡수되고, 유기수은은 친유성(lipophilic)으로 경구섭취 시 장에서 대부분 흡수된다. 무기수은은 주로 비휘발성의 고체 형태로 존재하여 호흡기로 흡수되는 경우는 적으나, 가열로 인한 증기 형태로 흡수될 경우 경구섭취 시보다 독성이 증가한다. 경면주사(鏡面朱沙, Cinnabar)는 무기수은의 한 종류로 민간 요법으로 중국, 인도 등지에서 신경안정제로 사용되었고, 민간 신앙에서 부적에 적는 글자의 염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2]. 경면주사를 가열할 때 발생하는 수은 증기는 흡입 시 급성 폐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도 흡입 후 신경계에 심각한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한 예가 보고된 바 있다[3,4]. 저자들은 부적을 태운 후 발생한 수은 증기 흡입에 의한 급성 폐손상이 발생하였으나 호전된 환자의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환자: 41세 남자
주소: 내원 10일 전 발생한 호흡곤란
현병력: 이전까지 건강하였던 41세 남자가 갑자기 발생한 호흡곤란을 주소로 내원 10일 전 외부병원 응급실에 방문하였다. 외부병원 내원 1시간 전 오한, 구역, 구토, 복통, 설사가 갑자기 발생하였고, 이후 흉부 불편감 및 안정 시 호흡곤란이 발생하였다. 검사 소견상 폐렴을 의심하여 입원 후 항생제를 투약하였으나 호전이 없었고, 본원에 내원하기 7일 전에 호흡곤란이 더 악화되고 산소요구량도 증가하여 시행한 흉부 영상검사상 과민성 폐장염(hypersensitivity pneumonitis)이 의심되어 스테로이드를 투약하였으나 경과에 호전이 없어 원인 감별을 위하여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과거력 및 사회력: 고혈압, 당뇨, 결핵, 간염 등의 병력은 없었고, 음주는 최근 4년간 주당 소주 10병 가량을 마셨으며, 25갑년의 현 흡연자였다. 평소에 복용중인 약은 없었다.
가족력: 할아버지가 폐암을 진단받은 외에 특이사항은 없었다.
신체진찰 소견: 본원 내원 당시에, 혈압 123/78 mmHg, 맥박수 77/min, 호흡수 20/min, 체온은 39℃로 확인되었다. 흉부 청진상 수포음(crackle)을 비롯한 특이소견은 없었다.
혈액 검사 소견: 혈액 검사상 백혈구 12,200/mm3 (호중구: 80.6%), 혈색소 15.5 g/dL, 혈소판 226,000/mm3으로 백혈구가 증가하였고, C reactive protein (CRP) 1.7 mg/dL (정상범위: 0-0.6 mg/dL), procalcitonin 0.2 ng/mL (정상범위: 0.5 ng/mL 이하)로 CRP도 증가되었으나 기타 다른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흉부 영상소견: 외부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촬영한 단순 흉부 방사선 사진상 좌폐야에 경화(consolidation) 소견이 관찰되었으나, 본원 내원 시 소실되었고 양폐야의 간질음영 및 간유리 음영이 관찰되었다(Fig. 1).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상 양폐의 간유리음영과 섬유화 소견이 주로 상엽 중심으로 관찰되었다(Fig. 2).
치료 및 경과: 기관지폐포세척술에서 림프구는 4%, 폐포대식세포는 88%로 측정되어 과민성 폐장염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여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하여 병력 청취를 재시행하였고, 연고지 소재 병원에 내원하였던 당일 저녁에 화장실 문을 닫고 부적 40여 장을 태웠음을 확인하였다. 부적을 구입한 곳에 문의하여 경면주사 가루로 부적의 글씨를 썼음을 확인하였고, 이에 수은 증기로 인한 화학적 폐렴으로 진단하였다.
혈중 수은농도 및 24시간 소변 수은농도를 측정하여 혈중 수은농도는 54.6 ug/L (정상범위: 0-5 ug/L), 24시간 소변 수은농도는 217.5 ug/day (정상범위: 0-20 ug/day)로 증가되어있음을 확인하였다. 혈중 수은의 킬레이트(chelation)를 위하여 dimercaptosuccinic acid (DMSA, 10 mg/kg씩 하루 3회 5일간, 이후 10 mg/kg씩 하루 2회 2주간)와 급성 폐손상에 대해 정주 스테로이드(methylprednisolone 0.5 mg/kg)를 투여하였고, 이후 호흡곤란이 호전되어 경구 스테로이드를 유지하며 외래에서 단기간 경과관찰 하기로 하였다.
퇴원 3일 후 좌측 흉통 및 호흡곤란(MRC grade 2)이 발생하였고, 퇴원 1주 후 내원 시 촬영한 단순 흉부 방사선사진에서 좌측폐의 기흉이 확인되어 흉관을 삽입하였다(Fig. 1). 재입원 5일째 흉막 유착술을 시행한 후 흉관을 제거하였고 새로이 기흉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확인 후 퇴원하였다(Fig. 1). 이후 지속적으로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으로, 수은 증기 흡입 후 31일, 57일 128일째의 혈중 수은농도는 각각 24.8 ug/L, 14.4 ug/L, 9.7 ug/L로 측정되었고 24시간 소변 내 수은농도는 31일, 57일, 191일째 각각 100 ug/day, 128.1 ug/day, 218 ug/day로 측정되었다(Fig. 3). 추적관찰 중 수은 증기에 의한 장기적인 합병증인 신장, 신경계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고찰
수은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표적장기는 신경계이나, 수은 증기와 같이 급성으로 노출될 경우 폐가 주된 표적장기가 된다[5,6]. 모세혈관의 손상 및 폐부종 그리고 폐포 내피세포의 탈락이 발생하며, 조직학적으로는 유리질막(hyaline membrane)을 동반한 중증 간질성 폐렴이 발생하여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수은 증기의 흡입으로 인한 임상증상으로는 초기에 열감, 구역, 구토,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이후 기흉, 종격동 기종(pneumomediastinum)을 동반할 수 있으며, 결국 급성 폐손상이 진행하여 사망하게 된다. 생존한 경우에도 신경독성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4].
국내에서도 수은 증기에 의한 급성 폐손상을 경험한 환자 2예 보고되었다[3,4]. 킬레이트화(chelation) 및 해독 목적으로 D-penicillamine를 투여 받았고 고용량의 메칠 프레드니소론(methylprednisone)이 투약되었으며 후자의 증례에서는 체외막형산소화요법(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이 시행되었다. 앞 예 증기 흡입 3일째부터 D-penicillamine 하루 1,500 mg을 투약하였고, 뒷 증례에서는 수은 증기를 흡입한 당일부터 D-penicillamine 500 mg을 하루 4회 투약하였다. 약제 투약 후 혈중 수은농도의 감소와 1회 소변 수은농도의 증가가 확인되었으나 폐손상이 진행되어 2예 모두 사망하였다.
본 증례의 경우 기존 보고와 달리 킬레이트제 및 스테로이드 치료 후 환자의 임상 증상이 호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은 증기를 흡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장기 합병증인 신장, 신경계 독성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 내원 시 측정한 혈중 수은농도와 24시간 소변 수은농도는 각각 54.6 ug/L, 217.5 ug/day로 기존의 보고보다(각각 391.4 ug/L, 1,117.0 ug/day) 낮아서[3], 본 환자의 경우 기존의 환자보다 적은 노출량이 생존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생각되나, 혈중 수은농도와 표적장기 손상 정도는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7]. 수은은 체내에 남아 약 2달의 반감기를 가지며 서서히 소변으로 배출되어 초기에는 소변 내 농도는 낮게 측정될 수 있으므로[1], 수은 중독이 의심될 경우 소변이 아닌 혈중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8]. 흡착을 위해서 DMSA, British Anti-Lewisite (BAL)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BAL은 복용한 환자의 약 50%에서 고혈압, 빈맥, 입술, 식도 등의 부위에 작열감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동물실험에서 BAL을 킬레이트제로 사용할 때 뇌에서의 수은농도가 더 높게 측정되었다는 보고도 있어 DMSA를 투약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으로 여겨진다[7].
스테로이드는 화학적 폐렴 후 폐섬유화로의 진행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6]. 초기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의 치료 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기간의 고용량 스테로이드의 투약은 효과가 없으나[9], 저용량의 메칠프레드니솔론(0.5 mg/kg/day-2.5 mg/kg/day)을 장기간 유지 시에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한 사망률 및 이환율을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10]. 본 증례에서도 심장질환이 없던 환자에서 양폐야의 음영 증가소견 및 산소요구량의 증가 등은 임상적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에 합당한 상태였고, 단기간의 스테로이드 치료가 효과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본원으로 전원된 후 프레드니솔론 60 mg을 시작하였고 2주 간격으로 10 mg씩 줄이면서 약 3달 동안 투약을 유지하면서 시행한 고해상도단층촬영에서 섬유화는 호전된 것을 확인하여(Fig. 2), 기존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10].
본 증례는 화장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부적 40여 장을 태우면서 증기를 흡입하였고, 흡입한 당일부터 호흡곤란이 발생하였고, 경과 중 기흉도 발생하였으나 스테로이드와 킬레이트제를 투여 후 호전되었다. 초기임상양상은 안정 시에도 발생하는 호흡곤란이 있었으나 보존적 치료 후에 수은 증기로 인한 장기 합병증 없이 호전되었던 첫 증례로, 수은 증기 중독이라는 비교적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료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킬레이트제 및 스테로이드 투약의 중요성과 이보다 더 앞서서, 자세한 병력 청취가 원인 미상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에 중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좋은 예후를 위해서는 의사의 의심 및 조기 치료가 중요하며, 예방차원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 공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