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Giardia lamblia는 오염된 식수를 통하여 포낭(cyst)의 형태로 전파되는 원충으로 대개 소장을 침범하며, 무증상에서부터 복통을 동반한 급성 설사를 유발하거나 만성 설사의 원인으로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다[1]. 전 세계적으로 흔하지만 위생이 불량한 지역에서 유병률이 높고, 여행자 설사의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Giardia lamblia가 심각한 감염을 초래하지는 않지만,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수인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일본과 한국에서도 급성 설사를 유발하는 원충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 국내 96개 병원에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급성 설사로 입원 치료받은 76,652명의 환자로부터 채취한 대변 검체에서 효소결합면역흡착측정(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ELISA)을 이용하여 Giardia lamblia, Cryptosporidium parvum 및 Entamoeba histolytica의 포낭은 0.17%에서 검출되었고, 이 중 Giardia lamblia가 55%로 가장 흔한 원충이었다[3]. Giardia lamblia의 유병률은 5세 이하의 소아, 대학생, 고령,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환자 및 위암 환자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2], 국내 대학병원에 내원한 HIV 감염 환자 67명 중 1명(1.5%)에서 Giardia lamblia 감염이 발견되어 낮은 유병률을 보여주었다[4].
Giardiasis의 진단은 대변 검체를 도말하거나 십이지장 흡인물 또는 생검 조직에서 현미경으로 포낭 또는 영양형(trophozoites)을 관찰하는 것으로 진단하며, ELISA 또는 직접 형광-항체 측정(direct fluorescent-antibody assay)을 이용한 Giardia lamblia 항원을 검출하는 방법 등도 이용된다[1,5]. 저자들은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시행한 대장내시경검사에서 맹장과 상행결장에 장점막의 부종, 발적, 미란 및 삼출물이 관찰되었고, 대변검사 및 조직검사에서 Giardia lamblia의 영양형이 검출되어 Giardiasis에 의한 대장염으로 진단 및 치료 후 대장염이 호전된 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5세 여자 환자가 내원 2주 전부터 발생한 하복부불편감으로 인근 병원 방문하여 요로 감염으로 진단받고 항생제 치료를 시행 받았다. 치료 후에도 경미한 증상이 지속되어 내시경검사 시행 받았고,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고,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궤양성 대장염이 의심되어 전원되었다. 환자는 평소 정상적인 배변을 하였으며, 체중감소는 없었다. 과거력에서 5년 전 갑상선암으로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았으며, 가족력 및 사회력에서는 특이 사항 없었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20/70 mmHg, 맥박 70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 36.6℃였다. 복부진찰에서 장음은 정상이었고, 복부는 부드러웠으며 만져지는 종물이 없었고 압통 및 반발통도 없었다.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2,910/mm3 (중성구 57.8%), 혈색소 13.6 g/dL, 혈소판 266,000/mm3이었다. 생화학 검사에서 혈액요소질소 6.4 mg/dL, 크레아티닌 0.8 mg/dL, 총 단백 7.4 g/dL, 알부민 5.0 g/dL, 총 빌리루빈 1.0 mg/dL, 직접형 빌리루빈 0.3 mg/dL, AST 20 IU/L, ALT 16 IU/L, ALP 101 IU/L, γ-GTP 17 IU/L, C-반응성단백 0.03 mg/dL였다. 타병원 대장내시경 소견과 항생제 복용력을 고려하여 Clostridium difficile (C. difficile)에 의한 장염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C. difficile cytotoxin A/B 검사는 음성이었고, 대변 도말 검사에서 Giardia lamblia의 영양형(trophozoite)이 관찰되었다. 대장내시경검사에서 맹장과 상행결장에 연속적인 장점막의 부종, 발적, 미란 및 삼출물이 관찰되었다(Fig. 1). 생검 병리조직검사에서 점막 및 점막하출혈, 상피세포 탈락 및 고유점막층에서 중등도의 만성 염증 세포 침윤, 즉 림프구와 형질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었다. 점막 표면에서 다수의 영양형 Giardia lamblia가 관찰되었고, 고배율에서는 양쪽에 하나씩 분포하는 2개의 핵이 관찰되었다(Fig. 2). Giardia lamblia 감염에 의한 대장염으로 진단하여 항생제 요법으로 metronidazole(250 mg 1일 3회 경구)을 총 7일 투여하였다. 2개월 후 시행한 추적 대장내시경검사에서 병변은 소실되었고(Fig. 3), 대변 검사 및 대장조직검사에서 Giardia lamblia는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추적 상부위장관내시경검사 및 십이지장 조직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 1년 후에도 환자는 증상의 재발 없이 외래에서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Giardia lamblia는 사람, 가축 및 야생 포유류 등 다양한 척추 동물에 감염을 일으키는 창자 편모충(intestinal flagellate)으로 2단계인 생식을 위한 영양형 단계(reproductive trophozoite stage)와 환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포낭형 단계(environmentally robust cyst stage)의 생활주기를 갖고 있다[6]. Giardia lamblia의 영양형은 크기가 약 10-15 μm로 배(pear) 모양으로 2개의 핵과 4쌍의 섬모를 갖고 있으며, 포낭은 크기가 8-12 μm로 둥근 모양에 2개 또는 4개의 핵이 굴절성의 외벽에 둘러싸여 있다[7]. 포낭은 감염된 숙주에서 방출되어 감염력이 수개월 동안 지속된 상태로 생존하는데, 사람 대 사람 간 전파가 가장 흔하며 동물 접촉 또는 오염된 식수의 섭취에 의해 전파될 수 있다[6]. 본 증례의 환자는 경기 북부 지역에 위치한 전원주택에서 거주하였고, 인근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여 오염된 식수의 섭취에 의한 감염이 의심되었으나 4명의 가족에서는 대변 도말 검사에서 Giardia lamblia가 검출되지 않아 감염원이 확실하지는 않았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지역 6개의 기존 정수장에서 채취한 물 샘플에서 연평균 10 L 당 0.21-4.21 포낭이 발견되었고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으며, 정수 후에는 검출되지 않았다[6]. 그러나 정수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지역에서는 Giardia lamblia에 의한 식수 오염이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며, 2010년 4월 집단 설사가 발생한 전라북도 진안군 한 지역의 8가구 25명을 대상으로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이용한 Giardia lamblia 검출 검사에서 증상이 있는 9명 중 3명과 증상이 발생하지 않은 16명 중 4명을 포함하여 총 7명의 대변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고, 식수공급 시스템에서 채취한 물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Giardia lamblia 감염의 집단 발생을 국내 처음으로 보고하였다[8].
Giardia lamablia는 주로 소장 점막상피세포에 부착하여 소장의 흡수 능력을 감소시키고, 장간막의 섬모에 손상과 위축을 일으킨다. 대장에서도 발견되지만 비침습성 병원체여서 설사를 일으키는 기전은 뚜렷하지 않다[5,9]. 약 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감염된 사람의 60%는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4주까지 지속될 수 있고 이 중 15-50%는 만성 감염으로 발전한다[9]. 만성 감염은 설사를 동반하지 않고, 피로, 권태, 체중감소, 흡수장애 및 무른 변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인다. 본 증례에서도 하복부불편감 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어 정확한 감염 시기는 알 수 없다. 독일의 한 연구에서 Giardia lamblia의 유행지역으로 여행 후 설사가 발생한 31명의 환자 중 16명에서 대변 검체에서 Giardia lamblia가 검출되었으나, 이 중 8명에서만 십이지장 조직 검사 또는 십이지장 흡인액에서 Giardiasis로 진단되어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의 진단적 가치가 제한적임을 보고하였다[2]. 또한 대변 검사 및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에서 음성인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추가적인 Giardiasis의 진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십이지장 조직 검사의 소견으로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정상 점막에 포낭 또는 영양형만 발견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장융모의 둔화(blunting of intestinal villi), 만성 염증, 점막 상피의 손상, 급성 염증 및 미만성의 림프조직의 결절성 증식 등이 관찰될 수 있다[7]. 또한 십이지장 조직 검사는 설사가 없는 경우에도 Giardiasis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대변 검사에서 Giardia lamblia가 검출되지 않은 경우 열대스푸루와 같은 질환과의 감별에 도움이 된다[2].
본 증례의 환자는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시행한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에서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십이지장 조직을 채취하지는 않았고,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맹장과 상행 결장에 비전형적인 장염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어 시행한 조직 검사에서 Giardia lamblia의 영양형이 발견되었으며, 추가적인 대변 검사에서 영양형이 검출되어 Giardiasis로 진단되었다. Giardia lamblia가 비침습성 병원체이며, 본 증례의 대장 조직 검사에서도 점막 표면에만 영양형이 관찰되어 다른 원인의 장염이 있으면서 Giardia lamblia가 우연히 발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타 병원 대장내시경 소견과 항생제 복용력을 고려하여 좌측 대장에 주로 발생하지만 드물게 우측 대장에만 발생할 수 있는 C. difficile 감염에 의한 장염을 감별하기 위하여 시행한 C. difficile cytotoxin A/B 검사에서 음성 소견을 보였다. 또한 조직 검사에서도 황백색의 위막이나 섬유성 삼출물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아 C. difficile 감염에 의한 장염을 배제할 수 있었다. 일본의 한 보고에서 설사의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대장내시경 검사 및 조직 검사로 대장점막에 Giardia lamblia의 영양형이 발견되었고, 추가적으로 시행한 십이지장 흡인액 검사에서 영양형이 발견된 한 예가 보고되었지만, 이 증례에서는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장점막변화는 관찰되지 않아 본 증례와는 차이를 보였다[10]. 급성 감염성 설사의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Giardia lamblia 감염에 의한 장염을 대장내시경 및 조직검사로 진단한 보고는 아직까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증상이 있는 경우 5-7일 동안 metronidazole 250 mg 1일 3회 경구로 투여하며, tinidazole 2 g 1회 투여, 또는 3일 동안 nitazoanidine 500 mg 1일 2회 경구 투여로 치료할 수 있지만, 무증상의 경우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 면역저하 환자를 제외하고 항생제 치료에는 이견이 있다[8]. 본 증례에서는 metronidazole 250 mg 1일 3회 경구로 총 7일간 투여 후 시행한 추적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병변이 소실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본 증례는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는 대장염 소견을 보였고, 조직검사에서 Giardiasis로 진단된 환자로 Giardiasis 감염으로 인한 대장염이 진단된 환자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염을 보이는 경우 증상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Giardiasis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