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이차성 아밀로이드증(amyloid A [AA] amyloidosis)은 간에서 생성된 혈청 아밀로이드 A (serum amyloid A, SAA)가 변형되어 조직 및 장기에 침착되어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만성 염증성 질환에서 합병증으로 나타나며 류마티스 관절염이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강직성 척추염이나 크론병 등 다른 질환에서도 가능하다[
1].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복부 지방조직 생검 결과 약 7%에서 아밀로이드 침착이 확인되었으나 임상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최근 730여 명의 강직성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연구에서는 1.1% (8명)에서 아밀로이드증이 진단되었으나 대부분 신장조직을 침범한 경우였고[
2] 위장관 증상에 대해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Lee 등[
3]이 681명의 강직성 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신장 침범에 대해 조사한 연구에서는 한 명만이 아밀로이드증으로 확인되었으며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TNF) 억제제 투여 시 단백뇨가 호전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 동반된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의 위장관 침범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몇몇 증례 보고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고[
4,
5]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로 호전된 예가 보고된 바는 없다. 이에 저자들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서 설사로 발현된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이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로 호전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환 자: 이〇〇, 70세 남자
주 소: 설사
현병력: 2개월 전부터 하루 수회, 식사 후 악화되는 양상으로 수양성 설사 발생하며 체중감소가 동반되어, 결장내시경으로 조직검사 결과 아밀로이드증으로 확인되었다. 혈액 및 소변 단백전기영동검사상 M-spike 확인되지 않아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한 이차성 아밀로이드증(AA)으로 판단하였다. 이후 설사 지속되어 환자 본원에서 치료를 원하여 내원하였다.
과거력: 1995년부터 좌측 슬관절과 경부 통증으로 인근 정형외과에서 진료받아왔으며, 1998년 다관절 통증 및 부종 등으로 강원대학교병원에서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받아 스테로이드 및 hydroxychloroquine 복용하였다. 주로 좌측 무릎의 부종과 통증이 있으며 우측 지관절 및 발목의 통증도 간혹 동반되었다. 우측 대퇴부 골절로 1999년과 2000년 두 차례 수술받았다.
가족력: 특이사항 없음.
사회력: 30갑년의 과거 흡연력이 있으며 1998년부터 금연하였다.
이학적 소견: 환자는 만성 병색을 보였으며 의식은 명료하였고, 혈압 100/60 mmHg, 맥박수 80회/분, 호흡수 18회/분, 체온 36.0℃였다. 두경부 검진에서 혀가 건조하였고, 결막 빈혈이나 공막 황달은 없었다. 양측 경정맥이 팽창되어 있었으며 흉부 청진에서 심음 및 폐음은 정상이었다. 복부는 부드러웠으나 장음이 항진되어 있었고 압통 및 반발통은 없었다. 간과 비장은 촉지되지 않았다. 사지 진찰 시에 하지의 함요 부종은 없었으며, 양 손목관절 및 좌측 슬관절 부종, 우측 첫 번째 중수수지관절의 부종 및 압통이 관찰되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6,790/mm3 (호중구 87.8%, 림프구 6.9%), 혈색소 10.6 g/dL, 헤마토크리트 31.9%, 혈소판 170,000/mm3이었다. 적혈구 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ESR)는 18 mm/hr,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 CRP)은 13.95 mg/dL로 상승되어 있었다. 혈액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 26 mg/dL, 크레아티닌 1.6 mg/dL로 상승되어 있었고 총단백질은 3.9 g/dL, 알부민은 2.1 g/dL로 저하되어 있었다. 총 빌리루빈 1.8 mg/dL, ALP 86 IU/L, AST/ALT 10/10 IU/L였다. 말초혈액 도말표본에서 적혈구부동증, 변형 적혈구증, 정구성 정색소성 적혈구 및 좌방 이동된 백혈구, 독성호중구가 관찰되었고, 혈청 철 11 μg/dL, 총결합능(total iron-binding capacity) 78 μg/dL로 감소되어 있었고 저장철(ferritin) 473 ng/mL로 증가되어 있었다. 류마티스 인자는 음성이었고 HLA-B27은 양성이었으며 바이러스 검사에서 HBV Ag/Ab, anti-HCV Ab, HIV Ag/Ab는 음성이었다. 갑상선호르몬검사 결과 thyroid-stimulating hormone 20.4 μIU/mL, fT4 0.5 ng/dL, T3 < 20 ng/dL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확인되었다. 소변검사에서는 알부민 1+, 배양검사 음성이었으며 대변검사에서 잠혈반응 음성, 백혈구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배양검사 음성이었다.
방사선 소견: 흉부 단순 X선 검사는 정상이었고, 척추 X선 검사에서 경부 및 상부 요추의 유착증(ankylosis) 소견이 있었다(
Fig. 1A). 관절 X선 검사에서는 어깨충돌증후군을 시사하는 양측 견봉하 가시 및 양 손의 관절주변 골감소 소견과 양측의 천장관절염 소견이 보였으며(
Fig. 1B), 우측 원위부 대퇴골의 과거 골절로 plate and screw fixation 시행한 소견이 보였다. Dexa bone densitometry 결과 femur neck T-score -3.2로 골다공증이 확인되었다.
내시경 소견: 상부위장관내시경에서 만성 위축성 위염 및 양성 위궤양 소견이 보였고 십이지장의 2nd portion에서 과립상 점막으로 점막의 침윤성 질환이 의심되는 소견이었다(
Fig. 2).
병리학적 소견: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 중 위궤양 부분과 십이지장 점막의 침윤 부위에서 각각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H&E 염색 결과 고유층과 점막하층에 호산성 무정형 물질이 침착되어 있었고(
Fig. 3A) Congo-red 염색 결과 편광현미경검사에서 녹황색 복굴절이 나타나 아밀로이드임이 확인되었다(
Fig. 3B).
심장초음파 소견: 좌심실구혈률 52%이며, 경도의 양심실벽 비후 및 심근의 sparkling pattern, 이완장애가 동반되어 아밀로이드심근증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Fig. 4).
신장초음파 소견: 양측 신 피질의 음영이 증가되어 신실질 질환이 의심되는 소견을 보였다.
치료 및 경과: 이전에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받은 환자이나 검사 결과 과거로부터 말초관절증상을 동반한 강직성 척추염이 있었으며 이로 인한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강직성 척추염에 대해 etanercept 25 mg 2/week, hydrocortison 100 mg/day 투여하였고, 관절통이나 관절부종 발생하지 않아 스테로이드는 prednisolone 5 mg/day까지 감량하였다. 금식 및 경정맥 영양공급을 하며 설사가 호전되고 경구식이가 가능하여 퇴원하였다. 이후 외래에서 etanercept 투약을 지속하였으며 2년 후 심초음파 추적검사 결과 좌심실구혈률 62%로 상승하였고 양심실벽 비후 및 sparkling pattern, 이완기 장애 등의 아밀로이드심근증 소견은 모두 사라진 것이 확인되었다. 현재 증상 재발 없이 8년째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은 무정형의 섬유성 단백질이 여러 장기에 침착되어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특별한 원인이 없거나 형질세포질환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경우를 일차성(amyloid light-chain) 아밀로이드증, 만성 염증성 질환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이차성(AA) 아밀로이드증으로 분류한다.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은 류마티스질환과 같은 만성 염증으로 인해 염증성 싸이토카인 분비가 증가하면 간에서 급성기 반응물질인 혈청 아밀로이드 A (SAA)의 생성을 촉진, SAA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SAA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어 여러 장기에 침착되어 발생한다[
1].
이차성 아밀로이드는 신장, 간, 지라 등에 침착하여 침범하는 장기에 따라 다른 증상을 나타내는데, 기저질환이 무엇이든지 신장을 침범하여 신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
2] 강직성척추염으로 인한 사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6].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이 신장에 비해 위장관을 침범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데, 복통, 설사, 구토, 혈변, 폐색, 대장 천공 등의 증상을 나타내며 난치성 설사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단백소실 장병증으로 인한 난치성 설사에는 부신피질호르몬 및 octreotide 등의 투여가 효과적이라는 보고들이 있다[
1,
7].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에서는 기저질환으로 인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류마티스 질환에 동반된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에는 스테로이드 및 methotrexate, colchicine 등을 치료제로 사용해 왔으나[
8] 최근 류마티스 질환에서 치료제로 사용되는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 또한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에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신장을 침범한 이차성 아밀로이드증에서 infliximab과 etanercept 사용 시 관절증상이나 질병활성도는 물론 ESR, CRP의 감소 및 단백뇨, 혈청 creatinine 농도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
9]. 위장관 침범 증상을 보이는 이차성 아밀로이드 환자에서도 TNF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외국에서는 infliximab과 etanercept로 치료 전후 위장관 점막 조직 검사 결과 아밀로이드 침착이 감소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으나[
10] 아직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 없다. 본 증례에서는 치료 후 다시 조직검사를 하지는 않았으나 위장관 증상이 호전되었고 2년 후 시행한 심장초음파 검사상 처음에 보였던 아밀로이드 심근증 소견이 모두 호전된 것이 확인되어, TNF 억제제가 이차성 아밀로이드증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