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형적 임상경과를 보인 시스플라틴 유발 급성 신부전 1예
Atypical Progression of Acute Renal Failure Associated with Cisplatin Chemo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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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반복되는 항암치료 후 발생하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급성 신부전에 대하여 수일간의 보존적 치료 후에도 신부전 회복되지 않는다면 급성 간질성 신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에 신장 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급성 세뇨관 괴사 이외의 다른 원인을 찾아보고 급성 간질성 신염 진단 시에는 steroid나 면역억제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본 증례는 cisplatin 항암치료 후 발생한 급성 간질성 신염의 가능성이 높아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Trans Abstract
Cisplatin is commonly used as chemotherapy for solid tumors. Its most important side effect is nephrotoxicity, which typically produces a gradual decline in renal function. Acute tubular necrosis is the usual pathological finding, while other findings are rare. A 75-year-old man presented to the emergency department (ED) with diarrhea and hypoglycemia. He was on 5-fluorouracil(5-FU)/cisplatin chemotherapy after a radical total gastrectomy for gastric cancer. Ten days earlier, he had been discharged after the third cycle of chemotherapy with normal renal function. When he arrived in the ED, he had azotemia (creatinine = 9.2 mg/dL) necessitating emergency hemodialysis. His renal function did not recover despite hydration and conservative treatment. Since he could not receive further chemotherapy due to the renal failure, he died 4 months later due to cancer progression. A renal biopsy performed 3 months after the renal failure showed acute tubular necrosis and severe interstitial fibrosis with normal glomeruli suggesting tubulointerstitial nephritis. (Korean J Med 2013;85:425-429)
서 론
Cisplatin은 platinum 계열의 항암제로 1/3의 경우에서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는 약물이다. 일반적으로 약제 사용 수일 후에 크레아티닌 상승 및 질소 혈증이 관찰되며 이후 2-4주에 걸쳐 천천히 회복되는 임상경과를 가진다[1]. 주된 신장 병리 소견은 급성 세뇨관 괴사이나 드물게 급성 간질성 신염이 보고되기도 한다[2]. 본 저자들은 진행성 위암으로 수술 후 cisplatin 항암약물치료 중 응급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급성신부전이 발생하였으나 수액 주사 및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신기능이 회복되지 않았던 환자에서 신부전 발생 3개월째에 시행한 신장 조직 검사 결과에서 급성 세뇨관 손상 및 매우 심한 간질 조직의 섬유화를 확인하였다. 이는 cisplatin 유발 간질성 신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례로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진〇〇, 남자 75세
주 소: 식욕 부진, 설사, 의식 저하
현병력: 환자는 내원 4일 전부터 발생한 하루 수차례의 설사와 식욕 부진, 내원 당일 발생한 저혈당을 동반한 의식저하를 주소로 타병원 응급실 내원 포도당 주사 후 본원 응급실로 전원되었다. 환자는 4개월 전 진행성 위암(T3N1M0, stage III A) 및 췌장가성유두종양을 진단받아 근치적 전체 위절제술 및 원위부 췌절제술을 시행받았으며 내원 7일 전까지 3주 간격으로 3차 항암화학요법(누적농도 5-FU 4,600 mg, Cisplatin 272 mg) 시행받고 특이 증상 없이 퇴원하였다. 퇴원 직전의 마지막 혈청 검사에서 신기능은 MDRD eGFR 77.6 mL/min/1.73 m2였다(BUN/Cr 15.5/1.0 mg/dL).
과거력 및 가족력: 20년 전 당뇨병을 진단받고 경구혈당 강하제를 복용 중이었으며 1년 전 말초동맥 폐쇄성 질환으로 우앞정강 동맥에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받았다.
진찰 소견: 본원 응급실 내원 당시 혈압은 140/90 mmHg, 맥박은 82회/min, 호흡수는 18회/min, 체온은 36.4℃였다. 의식은 정상이었으나 수일간의 식욕부진 및 설사로 인하여 피부 긴장도는 저하된 소견을 보였으며 장음은 항진되어 있었다. 복부 압통은 없었으며 심음, 호흡음에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육안상 비정상적인 피부병변은 보이지 않았으며 함요 부종은 없었다.
검사 소견: 내원 당시 시행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9,010/mm3 (중성구 78.1%, 호산구 0.2%), 혈색소 8.5 g/dL, 혈소판 469,000/mm3였으며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calcium 7.9 mg/dL, phosphorus 6.2 mg/dL, BUN 107 mg/dL, creatinine 9.2 mg/dL, uric acid 6.8 mg/dL, total protein 6.2 g/dL, albumin 3.3 g/dL, GOT 21 IU/L, GPT 9 IU/L, LDH 643 IU/L, total bilirubin 0.7 mg/dL, Na/K/Cl/tCO2 133/5.8/104/15 mmol/L 이었다. 동맥혈 가스 검사에서 pH 7.362, PaCO2 17.6 mmHg, PaO2 163 mmHg, HCO3- 10.7 mmol/L, Base excess -12.9 mmol/L, SaO2 99%로 대사성 산증과 호흡성 알칼리증이 관찰되었다. 혈액응고검사에서 PT (INR)/aPTT 1.09/32.1 sec이었고 요검사에서 specific gravity 1.025, pH 5.0, Protein/ RBC는 -/-이고 현미경적 백혈구는 0-2/HPF, 적혈구는 0-2/HPF였다. 요 중 Na 162 mmol/L, Cr 37.5 mg/dL이며 요 Na 분획 배설률은 29.4%였다. 복부 초음파상 신장의 크기는 양측 모두 정상이었다.
입원경과 및 치료: 환자는 내원 10일 전 3차 항암화학요법 위하여 입원 당시 시행한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BUN/Cr 15.5/1.0 mg/dL이었던 분으로 설사 및 식욕 부진, 탈수에 의한 급성 신부전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여 수액요법을 비롯한 보존적 치료를 시작하였다. 소변량 유지되고 전신 증상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7일째 시행한 혈청 생화학 검사 결과 BUN/Cr 93/8.8 mg/dL, serum K 5.7 mmol/L로 신기능 회복되지 않고 고칼륨혈증 지속되어 주 2회 혈액투석치료를 시작하였다. 입원 25일째 혈액투석 유지하며 신기능 호전 여부를 관찰하기로 하고 BUN/Cr 35.6/4.4mg/dL로 퇴원하였다(Fig. 1). 연고지 근처 병원에서 주 2회 혈액투석 유지하다가 퇴원 한 달 후 외래 내원 시 시행한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BUN/Cr 75/5.4 mg/dL로 신기능의 호전 소견을 보이지 않아 신생검 권유하였으나 환자 거절하였다. 다시 한 달이 지난 후 외래 내원 시 BUN/Cr 50.8/6.3 mg/dL로 신생검에 동의하여 급성 신부전 발병 13주째 신 생검을 실시하였다(Fig. 2). 신장 조직 검사의 광학현미경 소견에서는 총 27개의 사구체 중 대부분의 사구체는 비교적 정상 구조를 보였으나 3개에서 전체 경화, 2개에서 분절성 경화증 소견을 보였다. 그러나 급성 세뇨관 괴사 및 매우 심한 간질 조직의 섬유화 소견이 관찰되었다. 면역 형광 염색 및 전자 현미경 사진에서는 특이한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조직 검사 소견상 신기능 저하의 원인이 회복 불가능한 심한 간질 조직의 섬유화로 생각되어 주 3회 혈액투석치료를 유지하였다. 환자는 신기능 저하로 인해 항암약물치료를 받지 못하고 지내다가 4개월 후 위암이 진행되어 총담관 침범으로 인한 담도성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고 찰
Cisplatin은 platinum 계열의 항암제로 주로 두경부암, 폐암, 난소암, 유방암 등의 고형암 치료에 이용되는 항암제이다. 골수기능 저하, 위장관계 독성, 이독성 등의 부작용이 알려져 있으나 사용에 제한을 가하는 가장 중요한 부작용은 신독성이다. Cisplatin이 신독성을 일으키는 기전으로는 약제 축적 자체 혹은 약제 대사산물로 인한 근위 세뇨관 손상, 세포 내 DNA에서 mitochondria의 기능 저하 유발을 통한 상피 세포의 괴사 혹은 TNF-α 경로를 통한 자멸 반응 등으로 설명되며[1] 동물 실험에서 근위 세뇨관의 피질 수질 접합부인 S3 분획에서 cisplatin의 축적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져 이 부위에서 신세뇨관 손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2]. Cisplatin 약제의 1회 주입 용량, 투여 빈도, 총 누적 용량 등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다르게 나타나나 충분한 수액 공급 등의 예방법을 통해 현재는 cisplatin을 투여받는 환자의 20-30%만이 신독성이 발생된다. 저마그네슘혈증, Fanconi 증후군, 신세뇨관 산증, salt wasting nephropathy 등의 신독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주된 임상양상은 급성 신손상(acute kidney injury)의 형태로 나타나며 조직학적 소견은 급성 세뇨관 괴사(acute tubular necrosis)이다. 일반적으로 약제 사용 수일 후에 크레 아티닌 상승 및 질소 혈증이 관찰되며 이후 2-4주에 걸쳐 천천히 회복된다.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 3차 항암치료 시행 때까지 크레아티닌 농도 1.0 mg/dL로 정상 신기능을 유지하였으나 퇴원 후 7일 만에 크레아티닌 농도 9.2 mg/dL의 급성 신부전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4일 전부터 설사 및 식욕부진의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신전성(prerenal) 급성 신부전이라는 판단하에 충분한 수액 공급과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으나 신부전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후 시행한 신장 조직 검사에서 사구체의 변화는 경미하였으나 급성 세뇨관 손상과 동반된 매우 심한 간질 조직의 섬유화가 관찰되었다. 환자는 결국 신기능이 회복되지 않았고 조직 검사 4개월 후 암의 진행으로 사망하였다.
정상 신기능을 보이던 환자가 cisplatin 항암요법 후 일주일 만에 투석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급성 신부전 소견을 보인 본 증례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cisplatin 신독성과는 임상 경과가 다르며 이와 유사한 증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보고되었다. 1993년 Guinee 등[3]은 신기능이 정상이던 난소암 환자가 cisplatin 항암요법 후(총량 2,495 mg) 9일 만에 급격한 신기능의 악화(혈청 크레아티닌 1,148 μmol/L, [13.0 mg/dL])를 보여 투석치료를 시작하였으며 4주 뒤 시행한 신장 조직 검사에서 extensive chronic tubulointerstitial nephropathy 소견을 보여 결국 투석치료를 유지하다가 8개월 뒤에 사망한 1예를 보고하였다. 또 다른 예로 난소암으로 인해 carboplatin을 복강 내 주입 요법으로 치료받던 환자가 일주일 만에 크레아티닌 농도가 정상에서 9.0, 9.5 mg/dL까지 상승하였으며 신장 조직 검사에서 급성 간질성 신염으로 진단된 2예가 보고되었다[4]. 이 환자들은 곧바로 고용량의 경구 스테로이드치료를 시작하여 투석 치료 없이 크레아티닌 농도가 각각 4.6, 2.0 mg/dL까지 회복되었다. 본 증례는 이러한 외국의 보고들과 임상경과가 유사하다. 따라서 저자들은 환자의 급성 신부전의 원인이 cisplatin 신독성의 일반적인 병리 소견으로 알려져 있는 급성 세뇨관 괴사보다는 급성 혹은 만성 간질성 신염이라고 생각한다. 신기능 악화 3개월 뒤에 시행한 신장 조직 검사에서의 매우 심한 간질 조직의 섬유화 소견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신장 조직 검사를 좀 더 일찍 시행했더라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Cisplatin 이외에도 pemetrexed [5] 사용 후 발생한 급성 간질성 신염도 드물게 보고되었다(Table 1).
급성 간질성 신염은 급성 신손상과 함께 조직학적으로 간질의 염증, 부종, 세뇨관염 소견을 보인다[6]. 급성 간질성 신염의 발생원인 중 하나인 약물 과민성 반응은 급성 간질성 신염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개는 원인 약물 투약 2-3주 후 신손상이 일어나며 일부 환자에서 발열, 피부 반점, 호산구 증가증이 동반될 수 있다. 혈중 IgE 증가도 동반될 수 있으며 IgE의 증가는 호산구 증가증보다 약물 유발성 급성 간질성 신염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 급성 간질성 신염의 또 다른 발생 기전은 알레르기 반응으로 약물 용량과 무관하다는 보고가 있으며 이는 원인 약물에 반복 노출됨에 따라 신손상 발생까지의 시간 간격이 짧아지는 사례로도 뒷받침된다[7]. 치료로는 원인 약제를 중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알레르기 반응이 매개됨을 고려하여 corticosteroid 또는 cyclosporin 등의 면역억제제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Prednisolone (1 mg/kg/day)을 사용한 군에서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하여 신기능 회복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는 보고도 있다(9.3 vs. 54일) [7]. Baker 등[8]은 1986년 이후 15년간 발표된 급성 간질성 신염에 대한 후향적이고 체계적인 문헌 고찰을 통하여 급성 간질성 신염의 경우 이전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특이적인 임상소견 없이 신부전의 형태로 바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 최근의 권고에 따르면 설명되지 않는 급성 신손상 환자에서 원인이 될 만한 약제를 중단한지 5-7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신손상이 지속되는 경우 즉시 신생검을 고려할 수 있다. 신손상이 3주 이내로 지속된다면 신조직 검사상 간질 섬유화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것이며 면역억제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6].
본 증례의 경우 환자는 내원 당시 발열이나 피부의 발진소견이 없었고 요검사상 호산구성뇨 혹은 농뇨의 소견을 보이지 않아 임상적으로 간질성 신염을 의심할 수 없었다. 또한 환자가 신장 조직 검사를 지속적으로 거부하여 발병 3개월 후에야 신장 조직 검사를 시행하게 되었고 조직 소견에서 이미 간질의 섬유화가 너무 심하게 진행되어 스테로이드 등의 면역억제제 치료를 시행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악성 종양 환자의 경우 면역 저하나 항암제로 인한 골수기능 억제로 인하여 호산구증가증과 같은 임상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혈청 크레아티닌이 신기능의 감소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을 간과했다[3]. 따라서 급성 간질성 신염을 염두에 두고 신장 조직 검사를 조기에 시행하여 적극적으로 스테로이드 등의 면역억제제 치료를 시도하였더라면 신기능의 호전을 기대하고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지속하여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