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성 췌장암으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환자에서 발생한 복부 방선균증
A Case of Actinomycosis in a Patient Treated with Chemotherapy Due to Recurrent Pancreatic 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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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저자들은 재발성 췌장암으로 인해 고식적 항암화학치료를 받고 있던 46세 남자 환자에서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상 암종의 재발로 의심되는 종괴 형태로 발생한 복부의 방선균증의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Trans Abstract
A 46-year-old male patient with recurrent pancreatic cancer was admitted with a newly developed abdominal mass. The patient had a history of diabetes and underwent total pancreatectomy with partial gastrectomy followed by adjuvant concurrent chemoradiation therapy and palliative chemotherapy. Abdominal CT scan during palliative chemotherapy showed an abdominal wall mass. We performed excisional biopsy for diagnosis. Histological examination revealed actinomycosis of the abdominal wall. The patient was treated with penicillin G. This case showed that actinomycosis can occur in a patient receiving chemotherapy and may mimic cancer recurrence. Therefore, when evaluating a newly developed abdominal mass in patients who are receiving chemotherapy or radiotherapy, the probability of actinomycotic infection must also be considered, especially in patients with a history of surgery and diabetes mellitus. (Korean J Med 2013;85:401-405)
서 론
방선균증(Actinomycosis)은 구강, 하부 장관 및 비뇨 생식기계에 정상균총으로 존재하는 혐기성, 미세호기성 그람 양성 사상균인 방선균(Actinomyces spp.)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육아종성 감염 질환이다[1].
방선균은 장관 내 정상균총의 약 0.2%을 차지하며[2], 감염이나 천공, 이물질, 수술 등에 의한 점막의 손상이 있을 때 다른 조직으로 침투해 감염을 일으킨다. 복부 방선균증은 만성의 경과를 보이고 증상이 비특이적이며 세균배양을 통한 검출률이 10% 미만으로 낮아 진단이 어렵다[3]. 침윤성 복부 방선균증의 경우 복통, 발열을 수반한 종괴를 형성하거나 농양, 누공 및 배농관을 가진 공동을 형성하는 특징을 나타내는데, 영상학적 검사 단독으로 확진하기는 어려우며 병리 조직 검사 또는 세포 병리학 검사에서 특징적인 유황과립(sulfur granule)을 보이거나 삼출물(exudate or draining sinus collection)의 세균배양 검사에서 방선균이 동정될 경우 확진이 가능하다[4]. 복부의 침윤성 종괴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에는 악성 종양과의 감별이 어렵지만[5] 악성 종양과 달리 수술적 치료 또는 항암화학치료 없이 장기간의 항생제 치료를 통해 완치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악성 종양의 과거력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드물지만 중요한 감별 질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근치적 절제술 이후 재발한 췌장암으로 고식적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하던 환자에서 발견된 복강 내 침윤성 종괴가 조직학적 검사 결과 복부 방선균증으로 진단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6세 남자가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CT)상 발견된 복강 내 종괴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40개월 전 췌장 두부의 선암종(ductal adenocarcinoma)으로 췌장 전절제술과 부분 위절제술을 받았고 췌장 전절제술 이후 인슐린으로 당뇨 조절 중인 것 외에 기타 만성 질환의 과거력은 없었다. 췌장의 근치적 절제술 후 Stage IIB (pT3N1M0, AJCC 7th edition)로 확인되어 보조치료요법(adjuvant therapy)으로 여섯 차례의 5-fluorouracil 항암화학치료 및 50.4 Gy의 방사선치료로 구성된 동시 항암화학 방사선 요법을 시행받았다. 치료 후 추적관찰 중 내원 22개월 전 시행한 복부 자기 공명 영상(MRI)에서 발견된 이상 소견으로 시행한 조직 검사 결과 총 담관공장문합부(choledochojejunostomy site)의 췌장선암 재발이 확인되어 내원 시까지 총 19개월간 고식적 항암치료를 받았다. 문합부 재발 진단 시 2주기의 gemcitabine (1,000 mg/m2) + cisplatin (70 mg/mg2), 24주기의 FOLFOX 고식적 항암치료(5-fluorouracil 600 mg/m2 IV infusion, 5-fluorouracil 400 mg/m2 IV bolus, oxaliplatin 85 mg/m2, leucovorin 200 mg/m2)를 시행받았다. 24회차 FOLFOX 항암치료 후 촬영한 복부 CT 결과 총담관공장문합부의 재발 병변은 무변화(stable disease)로 확인되었으나 간의 S3 전방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발견되어 췌장암의 진행(progressive disease)으로 의심하고 추가 평가 및 치료를 위해 입원하였다.
내원 당시 환자는 만성병색을 보였으나 발열 소견 없이 활력 징후는 안정적이었다. 문진상 복통, 오심, 구토 및 체중 감소를 호소하지 않았으며 신체 검사상 의식은 명료하였고 결막의 창백이나 공막의 황달은 관찰되지 않았다. 복부 진찰에서도 압통, 반발 압통은 없었으나 복벽 전면에 3횡지 크기의 종괴가 촉지되었다. 말초혈액검사상 백혈구 6,580/mm3(호중구 67.3%), 혈색소 11.5 g/dL, 헤마토크릿 35.8%, 혈소판 252,000/mm3였으며 혈액응고검사상 PT 10.8 sec (PT-INR 0.95), aPTT 31.0 sec로 정상 범주였다. 생화학 검사에서는 정상범위를 보였으나 종양 표지자 검사에서 CA 19-9가 106.0 U/mL (참고치 0-37.0 U/mL)였다. 심전도 검사상 정상심율동, 맥박수 분당 71회였으며 단순 흉부 방사선 촬영에서 심비대 및 활동성 폐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복부 CT상 간의 S3 전방부에 정맥기에 조영증강을 보이는 4.4 cm 크기의 복벽을 침범하는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1A). 추가적으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을 시행하였고, S3 전면부 복벽의 종괴에서 FDG 섭취가 증가한 소견을 확인하였다(Fig. 1B). FOLFOX 항암화학치료 중 6개월 이상 총담관공장문합부의 무변화가 유지되던 중 갑자기 복강 내 침습성 종괴가 발견되었고, 종양 표지자 검사 결과는 이전 검사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재발성 췌장암의 악성 진행 가능성 이외에도 다른 양성 질환을 감별 진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평가되어 종괴에 대한 병리 조직 검사를 시행하였다. 입원 후 복부 초음파 유도하 조직 검사를 두 차례 시행하였으나 임파구 침윤(lymphoplasma cell infiltration)을 동반한 만성 비특이적 염증(chronic non‐specific inflammation) 및 섬유화 소견으로 확인되었고, 악성 질환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항암화학치료는 capecitabine 단독 요법으로 전환하였고, 2개월 후 복부 CT와 종양표지자 검사를 통해 추적관찰하였다. 이 때 촬영한 복부 CT에서 S3 전방부의 병변 크기는 4.4 cm에서 5.0 cm으로 더 증가하였고, 종양 표지자 검사 결과 CA 19-9이 106.0 U/mL에서 146.0 U/mL으로 상승하였다(Table 1). 여전히 악성 종양과 양성 질환을 감별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어 전신 마취하에 복벽 상부를 절개하여 S3 전방부의 종괴에 대한 절제 생검술(excisional biopsy)을 시행하였다. 획득된 검체에 대하여 gram stain, acid fast stain 및 methenamine silver를 사용해 특수염색을 시행하였고, 병리 조직 검사 결과 방선균증이 확진되었다(Fig. 2).
이후 환자는 penicillin G 매일 1800만 단위를 정주하는 요법으로 방선균증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료 시작 후 5주간 penicillin G를 정주하였으며 치료 6주차부터 경구 amoxicillin 500 mg을 매일 3회 투여 중이다. 향후 6개월 이상의 항생제 치료와 함께 복부 병변에 대한 추적관찰을 시행하며 재발성 췌장암의 항암화학치료는 경구 capecitabine 단독요법으로 병행할 계획이다.
고 찰
방선균증을 일으키는 균주로는 Actinomyces israeli, Actinomyces naeslundii, Actinomyces odontolyticus, Actinomyces viscosus, Actinomyces meyeri 및 Propionibacterium propionicum 등이 있으며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Actinomyces israeli이다. 주로 중년층에서 호발하고 남성에서 여성에 비해 2-4:1의 비율로 더 많이 발생한다[3]. 방선균증을 일으키는 균주는 수술이나 감염, 외상 등으로 인해 파괴되거나 괴사된 점막을 통하여 인접 조직으로 전파되면서 육아종성 조직이나 광범위한 섬유화, 괴사, 누공 혹은 농양을 생성하게 된다. 신체 부위별 발생 빈도는 경부(50%), 복부(20%), 흉부(15-20%) 순이며 복부 방선균증의 경우 주로 회맹부에 호발한다[1]. 방선균증의 위험인자로는 당뇨병, 스테로이드 치료력, 후천성 면역 결핍증,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사용, 항암화학치료 등에 의한 면역 저하와 이식 수여자, 수술 과거력, 외상 과거력, 방사선 치료 과거력 등이 있으며 이 중 복부 방선균증 환자들은 복강 수술 기왕력이나 장 천공 기왕력, 자궁 내 피임장치 삽입 과거력, 음주력 등과 많은 관련이 있다[4]. 본 증례의 경우 췌장 절제술과 부분 위절제술의 기왕력 및 췌장 전절제술 후의 당뇨병, 동시 항암화학방사선치료 및 재발 후 고식적 항암화학치료와 연관된 면역 저하 상태 등의 다양한 기왕력이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복부 방선균증 발생의 위험인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복부 방선균증은 피로, 발열, 체중 감소 및 복통과 같이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므로 증상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우며 병변의 위치나 내시경, 영상검사 소견에 따라 장결핵이나 크론병, 악성 종양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영상학적 검사 중에서는 병변의 위치와 범위 및 치료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전산화 단층 촬영이 가장 유용한 방법이나 불규칙한 경계와 주변 조직의 침윤을 동반한 저음영의 고형 종괴 혹은 벽의 비후를 동반한 복합성 낭종의 형태를 보이므로 악성 질환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농양과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6].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을 이용한 복부 방선균증의 진단 방법은 현재 정립되어 있지 않으나 방선균증과 연관된 증례 보고에 의하면 악성 종양이나 기타 염증성 질환에서와 마찬가지로 FDG 섭취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상학적 검사 단독으로는 방선균증의 진단이 어렵다[7]. 한편 악성 질환에서와 달리 방선균이 임파선을 통해 전파되는 예는 극히 적으므로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 시 주변 림프절의 종대가 드문 점이 악성 종양 또는 기타 염증성 질환과의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6]. 결국 방선균증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복부 종괴가 주위 장기로 침윤하는 양상을 보이나 종괴 주변 림프절 종대를 보이지 않는 경우, 복부 방선균증을 종괴의 감별 진단에 포함시켜 볼 수 있다.
복부 방선균증 대다수의 환자들에서 진단적 또는 근치적 목적의 병리 조직학적 검사는 확진에 필수적이다. 방선균증의 특징적인 병리 조직 소견은 방선균이 분비하는 과당 단백에 의해 결합된 세균의 사상체가 고형화되어 생성되는 유황 과립이다. 감별 진단으로 노카르디아나 아스페르길루스 감염 시에도 유황 과립을 볼 수 있는데 아스페르길루스 감염 시에는 균 접종 부위를 직접 침범하는 맹장염, 대장 궤양 및 위장관 출혈의 형태로 나타나 임상적으로 방선균증과 구분이 가능하며 노카르디아의 경우는 항산성염색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내므로 조직학적으로 방선균증과 감별이 가능하다[8].
항생제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방선균증의 치료로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현재는 고용량 항생제의 장기치료만으로 완치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1,4]. 광범위한 농양을 형성하거나 심한 괴사소견을 보이는 환자, 누공이 발생한 환자, 악성 종양과 감별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수술적 치료 후에도 추가적인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며 항생제로는 penicillin G가 선호된다. 항생제의 적절한 용량 및 치료 기간은 penicillin G를 매일 1,800만-2,400만 단위씩 4-6주간 정주한 후 penicillin V (2-4 g/day) 혹은 amoxicillin을 6-12개월 동안 경구투약하는 것이며 이외에 ceftriaxone, imipenem, erythromycin 등도 사용할 수 있다[1,4].
본 증례는 근치적 절제술 후 재발한 췌장암에 대한 항암화학치료 중 복부 CT에서 갑자기 발생한 침윤성 종괴가 조직학적 검사 후 방선균증으로 진단된 예이다. NCCN guideline(Version 2. 2012)에서는 췌장암의 근치적 절제술 후 재발이 의심되는 병변의 최초 발생 시에만 조직학적 확진을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이후 항암화학치료 과정에서는 추가적인 조직 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9]. 그러나 본 증례와 같이 췌장암 재발 확진 후 항암화학치료 중에도 주변 림프절 종대 없이 단일 병소로 발견되는 항암화학치료 불응성 종괴에 대해서는 복부 방선균증을 포함한 염증성 질환이나 기타 종양을 감별하기 위한 병리학적 검사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악성 종양의 근치적 치료 후 항암화학요법 중에 발생한 복부 방선균증은 국외에는 유방암 환자에서의 보고 1예뿐이며[10] 국내에는 본 증례 외에 현재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복부 CT에서 주변 조직을 침윤하는 종괴의 형태로 나타나는 복부 방선균증은 악성 종양과 감별이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본 증례에서와 같이 복부 수술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서 항암화학치료 중 악성 종양의 재발과 구분이 어려운 복강 내 종괴가 최초 발견되었을 때 병리 조직학적 확진은 필수 검사로 고려해야 할 것이며 당뇨, 수술력 등 방선균증의 위험인자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도 드물지만 복부 방선균증을 감별 진단의 한 종류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