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은 B림프모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이전의 악성종양이 있던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이차성 B림프모구백혈병은 드물며 이전의 악성종양이나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B림프모구백혈병의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논란이 많은 실정이다. 최근 Tang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이 이런 치료와 연관 있음을 발표하였으나 국내에는 아직 이와 관련한 보고는 드물다[1]. 저자들은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 이후에 발생한 급성B림프모구백혈병 2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증례 1
환 자: 50세, 여자
주 소: 백혈구 증가증
과거력: 당뇨병으로 투약 중이었다.
현병력: 6년 전 자궁내막암 병기 IIIc 진단받아 근치적 자궁적출술 및 골반림프절 절제술 시행받고 paclitaxel (175 mg/m2)과 carboplatin (300 mg/m2)으로 6회 보조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이후 본원 산부인과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에 시행한 혈액검사상 말초혈액에서 백혈구 증가증 및 백혈구 분획에서 모구가 관찰되어 골수검사를 시행하였다.
사회력 및 가족력: 특이 사항 없었다.
신체 검사 소견: 혈압 130/70 mmHg, 맥박수 10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은 36.9℃의 생체징후를 보였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결막은 창백하지 않았으며 그 외 두경부 진찰상 특이소견은 없었다. 폐음 청진상 이상 소견 없었으며 경부 및 액와대퇴부의 림프절 종대는 촉진되지 않았고 간 및 비장 종대는 없었다.
검사 소견: 백혈구 15,880/μL (호중구 10%, 림프구 68%, 모구 4%), 혈색소 12.4 g/dL, 혈소판 57,000/μL였다. 일반 생화학 검사에서 AST 26 IU/L, ALT 38 IU/L, BUN 18.2 mg/dL, Cr 0.7 mg/dL, CRP 1.06 mg/dL였다. LDH는 1,147 U/L로 증가하였다.
골수천자도말검사에서 세포 충실도는 80-90%로 증가되어 있었고 모구가 91.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Fig. 1). 골수세포를 배양하여 염색체 분석을 시행한 결과, 관찰된 20개의 분열세포 중에서 두 개의 분열세포에서 t (9;22) (q34;q11.2)가 관찰되었다. Multiplex RT-nested PCR을 이용한 유전자 검사(HemaVision 28)에서 t (9;22) (q34;q11.2) BCR/ABL minor (e1a2) type 확인하였으나 그 외 MLL 재배열, E2A/PBX1, SET/NUP214, SIL/TAL1 등의 유전자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골수에서 채취한 검체로 시행한 유세포 분석에서 CD10, CD19, CD20, CD13, CD22, CD33, CD34, HLA DR, Tdt에서 양성 소견, CD3와 CD79a는 음성 소견을 보였다. CD13, CD33 양성으로 혼합형 급성백혈병 가능성을 고려하였으나 유세포 분석에서 골수세포형 과산화효소 음성, CD14 음성 소견을 보여 CD13과 CD33이 같이 표현된 전구B세포 계열로 판단하였다. 골수생검 조직절편은 약 70-80%의 세포 충실도를 보였으며 이상을 근거로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으로 진단하였다.
치료 및 경과: 항암 치료를 계획하였으나 타병원에서 치료 받기 원하여 퇴원하였다.
증례 2
환 자: 43세, 남자
주 소: 기침 및 가래
과거력: 특이사항은 없었다.
현병력: 5년 전 다발골수종 진단받아 VAD (vincristine, doxorubicin, dexamethasone) 항암요법을 4회 시행하였고 부분반응을 보여 cyclophosphamide (cytoxan 2,000 mg/m2, 2일간)로 말초혈액 조혈모세포를 가동화, melphalan (100 mg/m2, 2일간)으로 전처치하고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였다. 이식 후 유지요법으로 thalidomide를 복용하였으며 2년 뒤 시행한 혈청 및 소변 면역 고정 전기영동검사에서 M-protein이 관찰되지 않아 완전관해가 유지됨을 확인하였다. 이후 경과관찰하며 thalidomide를 투약하던 도중 내원 10여일 전부터 기침, 가래와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입원하였다.
사회력 및 가족력: 술은 마시지 않았으며 담배는 10갑년으로 10년 전부터 금연하였다. 가족력상 특이 소견은 없었다.
신체 검사 소견: 혈압 130/90 mmHg, 심박수 101회/분, 호흡수 22회/분, 체온은 36.0℃의 생체징후를 보였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결막은 창백하지 않았으며 그 외 두경부 진찰상 특이소견은 없었다. 심음은 규칙적이었고 좌폐하부에서 수포음이 들렸다. 경부 및 액와 대퇴부의 림프절 종대는 촉진되지 않았고 간 및 비장 종대는 없었으며 양하지의 오목 부종도 관찰되지 않았다.
방사선 소견: 흉부 단순 방사선 검사 및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좌폐하엽에 대엽성 폐렴 소견이 보였다.
검사실 소견: 백혈구 4,550/μL (호중구 47%, 림프구 27%, 모구 25% NRBC 2%), 혈색소 11.0 g/dL, 혈소판 147,000/μL 이었다. 일반 생화학 검사에서 AST 24 IU/L, ALT 53 IU/L, BUN 14.4 mg/dL, Cr 1.0 mg/dL, LDH는 424 U/L였고 CRP 33.18 mg/dL로 증가해 있었다.
골수천자도말검사에서 과세포 골수 소견을 보였고 모구가 77.2%를 차지하고 있었다. 골수세포를 배양하여 염색체 분석을 시행한 결과, 4개의 분열세포가 관찰되었고 모두 정상 핵형인 46, XY가 관찰되었다. 골수에서 채취한 검체로 시행한 유세포 분석에서 HLA-DR, CD19, CD34, cyCD79a, Tdt에서 양성 소견 보여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을 진단하였다.
치료 및 경과: 항생제 투여 후 폐렴은 점차 호전되어 퇴원하였고 타병원에서 항암화학요법 후 HLA 일치하는 형제로부터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여 완전관해 상태로 경과관찰 중이다.
고 찰
WHO 분류에 따르면 치료와 연관된 골수종양은 치료관련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치료관련 골수성 백혈병이 있으며 알킬화 약물/방사선연관 유형과 토퍼이소머라아제 II 억제제 연관 유형 등으로 나뉜다[2]. 알킬화 약물이나 이온화 방사선이 흔히 5번 염색체에서 유전물질의 불균형 결손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DNA 토퍼이소머라아제 II 억제제는 흔히 유전자 전위를 유발하여 치료관련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2]. 하지만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은 이전의 치료가 그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포독성 치료를 받고 나서 발생한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 이전의 세포독성 치료에 의해 직접 발생한 것인지 혹은 무작위로 발병한 것인지 아니면 암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결론이 있으며 논란이 있다[3-6].
Tang 등[1]이 457명의 급성B림프모구백혈병 환자를 분석한 후향적 연구에서 악성 종양이 있었던 경우는 44명(9.6%)이었다. 이 중에 세포독성 치료를 받은 군은 30명(6.2%)이었고 종양의 과거력만 있는 군이 14명이었으며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의 발병 시기는 전자가 36개월, 종양의 과거력만 있는 군이 144개월로 차이를 보였다[1]. GIMEMA 보고에서도 901명의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중 21명(2.3%)의 이차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를 발표하였으나 이 중 10명은 이전의 항암 방사선 치료의 과거력이 없는 다발성 종양의 병력이 있거나 종양의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이었다[6]. 세포독성 치료와 연관된 급성B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종양 과거력으로는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의 고형암뿐만 아니라 비호지킨림프종, 호지킨림프종, 다발골수종이 보고되었다[1]. Tang 등[1]은 여러 종류의 세포유전 및 핵형을 분석하였고 일차성 급성B림프모구백혈병과 세포독성 치료 후 발생한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에서 세포유전학적인 유의한 차이는 없음을 보고하였고 특히 필라델피아 염색체나 정상 핵형일 경우에는 우연히 발병하였거나 암에 대한 유전적 소인으로 발병하였을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단, t (4;11) (q21;q23)는 이전의 세포독성 치료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고 이 환자들은 모두 토퍼이소머라아제 II 억제제와 알킬화 약물 치료를 받았다[1].
국내에서는 유방암 진단 후 토퍼이소머라아제 II 억제제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 발생한 증례가 3예 보고되었고 한 증례는 t (9;22) (q34;q11.2), 다른 두 증례는 MLL 재배열을 보였다[7-9]. Shim 등[10]은 9,228명의 유방암으로 치료 받은 환자들을 조사하여 12명의 치료관련 백혈병을 확인하였고 이 중 3명(0.2%)의 환자가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였다. 토퍼이소머라아제 II 억제제 치료 후에 발병한 백혈병은 MLL 재배열이 많은 반면에 알킬화 약제 치료 후에 발병한 경우에는 염색체 5, 7 이상이 주로 관련된다[7]. MLL 재배열을 보이는 환자군은 원발 종양으로 유방암이 많고 잠복기가 평균 19개월로 비교적 짧고 MLL 재배열을 보이지 않는 군에서는 원발 종양은 혈액암이 대부분이고 평균 36개월의 긴 잠복기를 보인다[9]. 본 증례에서는 유방암 외의 종양에서 발생한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에서 환자들은 세포독성 치료 후 각각 70개월, 56개월에 발병하였고 자궁내막암과 다발골수종으로 치료를 받은 후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이 발병하였다(Table 1). 본 증례들은 필라델피아 유전자 양성, 정상 염색체를 보인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을 진단받은 경우로 이전 보고에서처럼 새로이 발병하였거나 종양에 대한 유전적 소인에 의한 발병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고된 환자 수가 적으므로 앞으로 증례보고 및 후향적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이차성으로 발병한 급성B림프모구백혈병에서는 나쁜 예후의 유전자 이상, 나이, 세포독성 치료에 노출의 이유로 예후가 나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두 번째 증례처럼 정상핵형의 젊은 환자는 치료 후 완전관해 유지되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어 이런 환자군에도 적극적 치료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