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진열 심근염의 늦은 회복기에 발생한 완전방실전도차단 1예
Delayed-Onset Complete Atrioventricular Block in a Patient with Murine Typhus Myocard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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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2개월간의 발열을 주소로 입원한 62세의 여자 환자가 발진열로 진단받고 doxycycline 치료 후 회복되어 퇴원하였으나 6-8주 후부터 어지럼증 및 운동 시 호흡곤란이 발생하였으며 좌각차단 형태의 넓은 QRS파 이탈율동을 동반한 완전방실차단이 확인되었다. 심근 트로포닌-I 수치의 지속적인 상승과 특징적인 심장자기공명영상 소견에 따라 아급성 심근염 및 염증 후 섬유화에 의해 유발된 완전방실전도차단으로 진단하였으며, 방실전도차단이 지속되어 영구형 인공심박 조율기를 삽입하여 치료하였다. 발진열은 리케차티피에 의해 유발되는 벼룩매개 감염 질환이며 드물지만 발진열의 급성 파종기에 심근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저자들은 리케차티피 감염 후 발생한 심근염과 염증 후 섬유화에 의해 늦은 회복기에 발생한 완전방실전도차단을 경험하였으며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Trans Abstract
Murine typhus is a flea-borne infectious disease caused by Rickettsia typhi, of which myocarditis is a rare complication in the acute disseminating phase. A 62-year-old female presented with a fever and was diagnosed with murine typhus. She was treated with doxycycline and discharged after complete resolution of the fever. However, recurrent presyncope and exertional dyspnea developed 6-8 weeks later. Complete atrioventricular (AV) block with a wide QRS escape rhythm and a left bundle branch block configuration was documented. Subacute myocarditis was diagnosed based on persistent cardiac troponin-I elevation and typical cardiac magnetic resonance imaging findings. A permanent pacemaker was implanted for symptomatic complete AV block. Few reports of myocarditis in murine typhus have been published. We report a case of murine typhus myocarditis complicated by complete AV block in the late convalescence phase. (Korean J Med 2013;84:723-727)
서 론
심근염은 리케차 감염의 드문 합병증으로 급성 파종기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1], 리케차티피(Rickettsia typhi)에 의해 유발되는 벼룩매개 감염질환인 발진열 환자에서 심근염이 동반된 경우는 매우 드물게 보고되었다[2,3]. 저자들은 발진열의 늦은 회복기에 발생한 완전방실전도차단을 영구형 인공심박 조율기를 이용해 치료하였으며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여자, 69세
주 소: 발열, 두통, 근육통, 관절통
현병력: 환자는 2개월 전부터 간헐적으로 발열감을 느꼈다 하며 3주 전부터 근육통 및 두통이 동반되었고 내원 2주전부터는 고열이 지속되었다고 하였다. 타 병원에서 상기도 감염 의심하에 flumoxef와 isepamicin 등의 경험적 항생제로 3주간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본원 감염병센터로 전원되었다.
과거력 및 사회력: 환자는 경상북도 한 중소도시의 교외에 거주하였으며 집 주변에 논밭이 많고 숲이 우거져 쥐가 많이 서식하는 환경이었다. 최근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의 여행력은 없었다. 주요 우울증으로 지난 일년간 mitrazapine과 trazodone을 복용 중이었다. 음주나 흡연은 하지 않았다.
가족력: 특이사항 없었다.
신체 검사: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40/100 mmHg, 맥박수 9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8.6 ℃였다. 결막 및 공막은 정상이었고 경부의 림프절 종대는 없었다. 양 폐야에서 수포음 및 천명음은 들리지 않았고 심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복부진찰에서 비장이 좌측 늑골 하연으로부터 두 손가락 아래까지 촉지되었으나 다른 복부종괴는 촉지되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5.07 × 103/μL (중성구 51.3%, 림프구 41.2%, 단핵구 12.2%, 호산구 7.8%), 혈색소 11.4 g/dL, 혈소판 200 × 103/μL였다. 적혈구침강 속도는 39 mm/hr이었으며 C-반응성 단백질 농도는 1.16 mg/dL였다.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요소 224 IU/L, 알라닌 아미노전이요소 236 IU/L, 알카리인산분해효소 1,683 IU/L였으며 총 빌리루빈 1.0 mg/dL, 직접빌리루빈 0.5 mg/dL였다. 레아티닌활성효소, 크레아티닌활성효소-미오글로불린, 젖산 탈수소효소, 심근 트로포닌-I 수는 각각 50 U/L, 8 U/L, 1,238 IU/L, 0.1 ng/mL였다.
미생물학적 검사: 내원 당시 시행한 혈액, 소변, 대변, 객담의 배양 검사에서 병원성 세균은 동정되지 않았다.
방사선 소견: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비대나 폐부종 소견은 없었다.
심전도: 정상동율동이었으며 PR간격이 240 ms로 약간 연장되어 있었다(Fig. 1).
심초음파: 경흉부 심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 박출률은 62%였으며 동반된 판막질환은 없었고 증식증도 없었다.
치료 및 경과: 입원 후 장티푸스 의심하에 ceftriaxone 정맥주사 치료를 시행하였으나 환자의 발열과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발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가면역질환 및 드문 감염성 미생물에 대한 항체 검사를 포함하는 정밀 검사를 시행하였다. 첫 검사에서 리케차티피에 대한 항체역가는 1:160이었으나 5일 후 추적검사에서 항체역가가 1:640으로 증가하였다. 환자의 임상양상과 증가하는 리케차티피에 대한 항체역가를 근거로 발진열로 진단하였다. 거대세포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한타바이러스, 큐열, 브루셀라, 리케차츠츠가무시, 렙토스피라 등에 대한 항체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항핵항체와 항 이중가닥 DNA 항체 검사 결과 역시 음성이었다. 하루 200 mg의 경구 doxycycline 투여를 시작하였으며 doxycycline 투여 3일 후 체온은 정상화되었고 환자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다. 퇴원 1개월 뒤 감염내과 외래에서 검사한 리케차티피에 대한 항체역가는 1:320이었으며 경미한 근육통 및 피로감이 남아 있었으나 발열은 없었다.
퇴원 3개월 뒤 환자는 주요 우울증의 증상악화로 정신과에 재입원하였는데 입원 6주 전부터 반복적인 어지럼증 및 운동 시 호흡곤란이 발생했다고 하였다. 전혈구 검사와 간효소수치를 포함한 혈액화학 검사 소견은 정상이었다. 항핵항체 등을 포함한 자가항체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보체수치 역시 정상이었다. 크레아티닌활성효소, 크레아티닌활성효소-미오글로불린, 젖산 탈수소효소는 정상범위였으나 심근 트로포닌-I 수치가 0.36 ng/mL로 증가되어 있었고 리케차티피에 대한 추적검사상 항체역가는 1:160이었다. 환자는 순환기내과에 협진 의뢰되었으며 표준 12유도 심전도검사 및 24시간 보행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였다. 심전도 검사에서 좌각차단형태의 넓은 QRS파를 가지는 이탈율동을 동반한 완전방실전도차단이 확인되었다(Fig. 1). 새롭게 발생한 완전방실전도차단에 대한 검사 및 치료를 위해 순환기내과로 전과되었다. 추적 심초음파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2주간의 경과관찰 기간 동안 심근 트로포닌-I 수치가 0.10에서 0.36 ng/mL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있었다. 발진열에 합병된 아급성 심내막염 혹은 심근염의 추정진단하에 심근생검을 고려하였으나 환자가 거부하였으며 대신 심장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였다. 심장자기공명영상 검사상 좌심실 수축기 기능은 정상이었고 좌심실 심근벽의 국소운동 이상도 관찰되지 않았으나 가돌리늄 지연·증강영상에서 관상동맥의 혈액공급영역과 일치하지 않는 반상의 다발성 조영증강소견이 확인되었다(Fig. 2). 관상동맥조영 검사에서 심근허혈을 유발할만한 의미 있는 관상동맥의 폐색병변은 없었으며 ergonovine을 이용한 관상동맥 경련유발 검사에서도 관상동맥의 연축은 유도되지 않았다. 전과 후 2주간의 경과관찰 기간 동안 증상을 동반한 완전방실전도차단이 지속되었으며 방실전도 차단이 자발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하여 영구형 인공 심박조율기를 삽입하여 치료하였다
고 찰
발진열은 리케차티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드물게 보고되었다[4]. 환자들은 대부분 발열, 두통, 근육통 및 관절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피부발진이 동반되기도 한다. 간접면역형광법을 이용한 항체 검사가 표준진단법이며, 본 증례에서와 같이 급성기와 비교하여 회복기에 항체역가가 증가하면 진단에 있어 더욱 특이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5].
리케차 감염은 드물게 심근염이나 심막염 같은 심장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리케차티피 감염에 의한 발진열 환자에서 심근염이 합병된 경우는 매우 드물게 보고되었다[2,3]. 대부분은 급성 파종기에 심장을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1], Yotsukura 등은 츠츠가무시병 치료 후 12주째에 심근염이 발생하여 심근조직 검사를 시행한 증례에서 심근염에 합당한 염증 소견과 혈관내피세포 내 리케차츠츠가무시의 침윤을 확인하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6]. 본 증례에서도 같은 리케차속에 속하는 리케차티피가 회복기에 심근염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자들의 증례에서는 재입원 기간 동안 심근 트로포닌-I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되어 있었는데 심장초음파 및 관상동맥촬영에서 심막염, 심근병증, 허혈성 심장질환 등의 증거가 없어 심근염을 의심해 볼 수 있었다[7]. 심근생검을 통해 심근의 염증 반응 및 원인균주를 조직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리케차 감염에 의한 심근염을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7,8], 환자가 심근생검을 거부하여 대신 심장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심근염에 합당한 반상의 다발성 조영증강 소견을 확인하였다. 심근염의 진단에 있어 심장자기공명영상 검사는 비침습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며 T2강조영상과 가돌리늄 지연·증강영상을 병용할 경우 심근염의 진단에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저자들의 증례의 경우 심근염의 소견과 부합되는 좌심실의 다발성 반상 조영증강 소견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유사한 소견을 유발할 수 있는 관상동맥의 폐색성 병변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심근염으로 진단하였다.
환자는 초기 진단의 지연으로 발열이 시작된 후 약 8주가 지나서야 독시사이클린의 투여가 시작되었는데 지연된 약물치료가 심근염이 합병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Lee 등[10]은 92예의 리케차 감염을 분석하여 doxycycline 투여의 지연이 심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에서의 합병증 발생과 관련된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보고하였다.
저자들의 증례에서 발진열의 급성기에는 심근염을 의심하지 못해 심근 트로포닌-I 검사를 단 1회만 시행하였는데 주의 깊게 추적관찰하였더라면 심근 트로포닌-I 수치가 더욱 상승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재입원 시기의 심근 트로포닌-I 수치가 0.10에서 0.46 ng/mL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발진열 감염의 늦은 회복기에 해당하는 재입원 기간 중에는 발열과 같은 리케차 감염의 임상적 소견은 없었으나 리케차티피에 대한 추적 항체역가는 1:160으로 여전히 높았다. 회복기에 심근염이 발생했던 Yotsukura 등[6]의 증례보고에서도 재입원 시 리케차츠츠가무시 항체역가가 양성이었으며, 발진열에 합병된 심내막염에 대한 Buchs 등[11]의 증례보고에서는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항체역가의 상승이 8개월간 지속되었는데 이러한 지속적인 항체역가의 상승이 리케차 감염의 불완전한 치료를 의미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어지럼증과 운동에 의해 유발되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들은 doxycycline 투여 후 발열과 증상이 소실되고 나서 약 6-8주 후에 처음 나타났다고 하였는데 완전방실전도차단도 이 시기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인 리케차 감염과는 달리 늦은 회복기에 완전방실전도차단이 발생한 이유는 항생제 투여의 지연으로 리케차티피에 의해 유발된 전도조직 주변의 염증 반응이 만성화되었거나 리케차티피 감염이 완전히 조절되지 못했기 때문이라 추정한다. 어느 경우라도 지속적인 염증 반응 및 염증 후 섬유화반응이 진행되어 전도차단을 유발하기까지는 수주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재입원 기간 중 발열을 포함한 리케차 감염의 소견이 뚜렷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근 트로포닌-I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있었고 심장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심근염의 특징적 소견들이 나타났는데 이는 만성화된 염증 반응과 염증 후 섬유화 반응이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심전도에서 좌각차단 형태의 넓은 QRS파를 가지는 이탈율동이 나타났으며 히스속 전기도 검사에서 히스속 하방의 방실전도차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심실중격 내에 위치한 히스속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의미하므로 심실의 염증 및 염증 반응 후 섬유화 반응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낮은 항핵항체역가 및 정상적인 보체수치 등의 소견을 고려했을 때 감염 후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한 방실전도차단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환자가 복용 중이던 mirtazapine과 trazodone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항우울제가 중독상태에서 일시적으로 방실전도차단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12,13], 재입원 당시에는 입원 전 발생한 어지럼증 및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환자가 2주 이상 mitrazapine과 trazodone복용을 중단한 상태였고 심장자기공명영상에서 보이는 이상 소견들을 설명할 수 없어 약물에 의한 방실전도차단의 가능성은 배제하였다.
저자들은 리케차티피에 대한 항체역가의 변화, 특징적인 심장자기공명영상 소견 및 심근 트로포닌-I 수치의 상승 등에 근거하여 발진열에 합병된 아급성 심근염으로 진단하였으며 염증반응 후 섬유화가 진행하면서 히스속 하방에서 완전방실전도차단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2주간 경과관찰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방실전도차단이 회복되지 않았으며 넓은 QRS파 이탈율동의 불안정성을 고려하여 영구형 인공심박 조율기를 삽입하여 치료하였다. 리케차 감염의 경우 심장 합병증은 주로 급성 파종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저자들의 증례에서처럼 회복기에도 방실전도차단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리케차티피 감염의 늦은 회복기에 발생한 완전방실전도차단을 영구형 인공심박 조율기를 삽입하여 치료하였으며 이를 관련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