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자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보다는 보통 침습적 혈관 조작이나 항응고제, 혈전용해제 사용 등에 의해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최근 이런 술기들이 많아지면서 그 발생률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3].
침범하는 장기는 신장, 근육, 피부, 망막 등으로 다양하며, 임상증상은 침범하는 장기 및 정도에 따라 무증상에서부터 전신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임상 증상은 망상청반, 청색 발가락 증후군(blue toe syndrome), 궤양 등과 같은 피부병변이며 이런 특징적인 피부 병변은 콜레스테롤 색전증을 진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부전 또한 흔히 나타나는 임상양상이지만[2,4], 근염 및 괴사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저자들은 하지 통증으로 내원한 83세 여자 환자에서 콜레스테롤 색전증에 의한 국소 근염 및 괴사 소견이 보였던 흔하지 않은 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3세 여자 환자가 흉통을 주소로 응급실을 방문하여 급성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을 진단받고,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받았다. 당시 크레아티닌 포스포키나아제 354 IU/L,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가 1.5 mg/dL이었다. 환자는 일년 전 양쪽 경동맥 협착소견으로 경동맥 내막절제술을 시행받았고, 당뇨병으로 5년 동안 메글리티나이드를 복용 중에 있었다.
시술 이후 환자는 아토바스타틴, 항혈소판제제인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라미프릴, 카베디롤을 복용하였다. 시술 일주일 후 환자는 복통, 둔부 및 양하지 통증을 주소로 응급실을 다시 방문하였다. 응급실에서 측정한 활력징후로 혈압 160/90 mmHg, 체온 36℃였고, 모든 말초동맥 맥박은 정상이었다. 신체검사에서 근육약화, 신경학적 이상소견 및 피부 병변 등은 보이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은 혈청 크레아티닌 1.9 mg/dL, 아밀라제 129 IU/L, 리파제 157 IU/L, 크레아티닌 포스포키나아제 1,918 IU/L이었다. 복부 골반 컴퓨터 단층촬영검사에서 복부 대동맥에 심한 동맥경화 소견 이외에 특별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의 통증의 원인은 아토바스타틴 복용에 따른 횡문근육 용해증으로 판단하여 응급실에서 수액치료를 받았고, 아토바스타틴 복용을 중단할 것을 교육받고 귀가하였다. 10일 후 환자는 걷기 힘들 정도의 양하지 통증이 악화되어 다시 입원하였다. 혈압은 163/89 mmHg, 맥박수는 76회/분, 체온은 36.7℃이었다. 신체검사에서 양 하지와 발에 압통이 있었고, 망상청반 및 자반성 피부 병변 소견을 보였다(Fig. 1). 양 하지의 열감 및 발적을 동반한 부종성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관절 운동과 근력은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다. 양측 발등동맥을 포함한 말초 혈관의 맥박도 정상이었고, 발목 상완 지수(ankle-brachial index)는 1.1로 정상이었다. 검사실 소견에서 백혈구 10,000/mm³, 호산구 8.3%, 혈색소 11.6 g/dL, 혈소판 221,000/mm³이었고, 혈청 크레아티닌이 10일 전 1.9 mg/dL에서 2.8 mg/dL로 상승했으며, 크레아티닌 포스포키나아제도 1,918 IU/L에서 2,531 IU/L로 상승소견을 보였다. C-반응단백질과 적혈구 침강속도도 각각 6.5 mg/dL, 101 mm/hr로 상승되어 있었다.
상기 소견들을 바탕으로 콜레스테롤 색전증 및 콜레스테롤 색전증에 의한 신부전의 악화가 강력히 의심되었다. 또한 근육통증 소견은 횡문근육 용해증이나 콜레스테롤 색전증에 의한 근염 소견으로 판단되었다. 환자는 신경학적 이상이나 근육약화 소견이 없으며 양 하지의 망상청반 및 자반성 피부 병변 이외에 다른 피부병변이 없어 신경질환이나 원발성 근육염, 자가 면역질환인 다발성 근염이나 피부근염 등은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확실한 진단을 위해 오른쪽 발뒤꿈치에서 피부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동맥 내 섬유상의 혈전을 가진 콜레스테롤 구열 소견이 관찰되어 콜레스테롤 색전증을 진단할 수 있었다(Fig. 2). 횡문근육 용해증이나 콜레스테롤 색전증에 의한 근염 소견을 감별하기 위해 근육의 조직검사를 시행하고자 하였으나 환자는 더 이상의 침습적인 검사를 원하지 않아 뼈 스캔을 시행하였고, 양쪽 하지 근육에 줄무늬 형태의 99mTc-MDP의 침착소견으로 근염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Fig. 3A and 3B). 신경질환, 원발성 근육염, 자가 면역질환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여 자가면역항체 검사 및 근전도는 시행하지 않았다.
고 찰
콜레스테롤 색전증은 대동맥이나 중간크기의 동맥에 존재하던 동맥경화 죽상판에서 떨어져 나온 콜레스테롤 결정이 소동맥 및 세동맥을 막으면서 발생하는 다발성 전신질환으로 물리적 폐색에 의한 증상뿐 아니라 염증반응에 의한 소견 또한 임상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즉, 피부, 신장, 뇌, 심장 및 장에 허혈성 손상뿐 아니라 근육염 같은 염증소견을 보일 수 있다[2]. 흔한 임상적 소견은 피부병변(51%), 종아리 파행(16%), 장출혈(15%), 체중감소(13%), 발열(13%), 망막 콜레스테롤 색전증(11%) 등이다[4]. 말초 궤양과 괴사 등의 소견 또한 발생할 수 있으며 국소적 또는 전신적 근육 침범이 가능하다. 신부전(34%) 또한 흔한 임상소견으로 콜레스테롤 색전증 환자 사체 해부 시 대략 50%에서 신장 색전증이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4].
본 환자에서 초기 임상 증상은 피부병변이 동반되지 않은 양하지 통증 및 크레아티닌 포스포키나아제의 상승소견이었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색전증을 의심하기 어려웠고, 횡문근 용해증이 강력히 의심되었다. 이후 망상형의 피부병변이 발견되어 콜레스테롤 색전증을 의심하게 되었지만 피부병변이 없을 때 색전증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본 환자에서 확진을 위해 피부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조직검사에서 섬유상의 혈전을 가진 콜레스테롤 구열 소견이 보여 콜레스테롤 색전증을 진단하게 되었다. 발열, 양 하지의 열감 및 발적된 부종성 병변, 근육약화 및 홍반성 피부병변 등의 소견이 보이지 않아 양하지 통증 및 크레아티닌 포스포키나아제 상승 원인으로 봉와직염 등의 감염 및 자가 면역질환, 원발성 근육염 등은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본 저자들은 콜레스테롤 색전증과 함께 약물에 의한 횡문근 용해증 혹은 색전증으로 발생한 근염 소견일 가능성을 고려하여 근육조직검사를 시행하려 하였으나 환자가 침습적인 검사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아 두 질환의 감별에 도움을 얻고자 뼈 스캔을 시행하였다. 뼈 스캔에서 횡문근융해증은 손상받은 근육에 99mTc-MDP 가 전반적으로 침착하는 데 비해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양쪽 하지 근육에 줄무늬 형태의 99mTc-MDP 침착소견이 특징으로 이는 횡문근용해증보다는 근육염의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였다[5,6]. 영국에서 피부 병변 없이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여 근육조직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색전증 및 콜레스테롤 색전증에 의한 근염을 진단받았던 한 예를 보고하였고, 프랑스에서도 58세 환자에서 피부에 병변이 없이 종아리 근염을 보였던 콜레스테롤 색전증의 한 예를 보고한 바 있다[7,8]. 그러나 증례가 많지 않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예가 없기에 본 증례가 큰 의미를 가진다.
피부병변이 없다면 콜레스테롤 색전증은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정상적인 족배동맥 및 뒤정강 동맥 맥박이 있음에도 허혈성 병변이 진행하는 소견 및 상지의 침범 없이 하지만을 침범하는 소견들이 보인다면 콜레스테롤 색전증에 의해 발생한 미세순환 장애로 나타난 소견임을 강력히 의심해 볼 수 있다. 본 환자에서는 정상적인 말초 맥박 및 하지 혈관촬영영상의 정상소견을 토대로 족부 괴사 소견이 말초 동맥경화에 의한 질환보다는 색전증에 의해 진행되었음을 의심할 수 있었다.
콜레스테롤 색전증 환자의 예후는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서는 색전증에 의한 신장질환을 가진 환자의 평균 5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말기 신부전 발생과 사망률은 24%와 38%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고[3],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 색전증의 일년 사망률이 64-87%로 높다고 보고하였다[9]. 이러한 높은 합병증과 사망률의 이유 중 하나는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스테로이드로 치료받은 증례들을 분석하여 저용량(prednisolone 0.6 mg/kg/day)의 스테로이드 사용이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였으나[1], 그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저용량(초기 용량 10-20 mg/day)의 스테로이드를 단기간(4주) 사용하였을 때 신장기능의 개선을 보였던 일본의 연구를 토대로[10] 본 환자에서도 저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보았고 근염에 의한 증상은 호전되었으나, 신부전과 이미 진행된 근염으로 인한 피부 괴사는 막지 못하였다.
혈관 시술을 시행받은 환자에서 피부 병변 유무에 상관 없이 근염에 의한 하지 통증 및 정상 말초 맥박 소견을 보일 경우 콜레스테롤 색전증을 의심한다면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본 증례 환자에서 발생했던 근염에 의한 괴사 등의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