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건강인에서 기관지 폐포 세척액(bronchoalveolar lavage fluid, BALF)의 호산구는 2% 미만인데, 여러 가지 다양한 상태에서 기관지 폐포 세척액의 호산구는 5-25% 정도까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관지 폐포 세척액의 호산구가 25% 이상이면 폐 호산구증가증(pulmonary eosinophilia)을 강하게 시사한다[1].
폐 호산구증가증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2차성 또는 외인성으로 분진, 약제, 기생충, 곰팡이, 미생물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다[2,3]. 두 번째는 특발성, 1차성 또는 내인성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인데, 급성 호산구성 폐렴(acute eosinophilc pneumonia, AEP), 만성 호산구성 폐렴 (chronic eosinophilic pneumonia, CEP), Churg-Strauss 증후군, 과다 호산구 증후군(hypereosinophilic syndrome), 호산구성 육아종(eosinophilic granuloma) 등이 있다[1]. 여기서는 이 중에서 급성 호산구성 폐렴과 만성 호산구성 폐렴에 대해서 기술한다.
역학
급성 호산구성 폐렴은 일반적으로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서 발생하고 평균 발생 연령은 29세이다[1]. 남성, 여성 거의 동등한 비율로 발생하는데 남성에서 약간 더 흔하다[1]. 50%의 환자에서 흡연력이 있다. 흡연과 급성 호산구성 폐렴의 발생과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담배를 피기 시작한 경우 급성 호산구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급성 호산구성 폐렴이 호전된 후 다시 담배를 피우면 악화될 수 있다[4,5]. 흡연 습관의 변화, 즉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거나, 또는 끊었다가 다시 피우거나 또는 갑자기 흡연 강도가 증가하는 경우 급성 호산구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Table 1). BCG 백신[6], minocycline [7-11], fludarabine [12], progesterone [13], sertraline [14] 등의 약제와 급성 호산구성 폐렴 발생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었다. 세계 무역 센터 붕괴 분진[15], 불꽃놀이 연기[16], 최루 가스탄 폭발[17], 가솔린 탱크 청소[17], 동굴 탐사[18], 장작더미[18], 훈제장(smokehouse) 청소[17], 식물 화분갈이[18] 등과 같은 흡입 물질에 대한 노출과 연관성이 보고되어 있고, 일부 환자에서는 발병 수일 전 이와같은 독특한 실외 활동이 있었던 경우가 있다. Aspergillus [19,20], coccidioidomycosis [21]도 급성 호산구성 폐렴을 발생시킬 수 있다(Table 2).
만성 호산구성 폐렴은 어떤 연령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평균 발생 연령은 45세이다. 남성에 비해서 여성에서 2배 정도 흔하게 발생한다. 천식과의 연관성이 있는데 약 50-67%의 환자가 진단 당시 천식의 과거력이 있으며, 75%의 환자가 천식을 경험한다[22]. 아토피가 약 50%에서 관찰되며 알레르기 비염 등과 같은 아토피 질환도 잘 동반한다. 급성 호산구성 폐렴과는 달리 흡연과는 연관성이 낮다(Table 1). 유방암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만성 호산구성 폐렴 발생이 보고되었다(Table 3) [23].
임상양상
급성 호산구성 폐렴은 1주 이내의 기침,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 발생 기간이 길다고 해서 급성 호산구성 폐렴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증상은 2주 이내 발생한다. 환자는 처음에는 경한 호흡곤란으로 시작하지만 수시간 내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호흡 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환자에서 발열이 있고 일반적으로 38℃ 정도이다. 흉통이 73%에서 발생하고 약 반수에서 근육통을 동반할 수 있다. 80%에서 수포음이 청진되고 일부에서는 천명음도 동반된다. 정상 호흡음을 보이는 경우도 20% 정도이다. 증상이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흔히 중증 지역 획득성 폐렴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Table 4) [24].
병리 소견
일반적으로 조직 검사는 급성과 만성 호산구성 폐렴을 진단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지는 않다. 기관지 폐포 세척액 소견이 전형적이지 않거나 폐 곰팡이증(pulmonary mycosis), Churg-Strauss 증후군, 간질성 폐 질환 또는 폐암 등과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에는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검사실 소견
급성 호산구성 폐렴은 심한 저산소혈증이 특징이다. 만성 호산구성 폐렴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말초 혈액 내 호산구 증가는 없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말초 혈액 내 호산구가 증가할 수 있다. IgE는 정상 또는 증가한다. 흉수는 삼출성이며 호산구가 증가한다. 기관지 폐포 세척액에서 호산구 분획은 25% 이상이고 만성 호산구성 폐렴과 달리 림프구(약 20%)와 중성구(약 15%)도 증가한다[25]. 폐기능 검사는 폐쇄성 또는 제한성 소견을 보일 수 있고 DLCO는 감소한다(Table 7).
만성 호산구성 폐렴에서 저산소혈증은 급성 호산구성 폐렴과 비교하면 경증에서 중등증 정도로 심하지 않다. IgE는 환자의 50%에서 증가하며 특히 천식이 동반된 경우 흔히 증가한다. 기관지 폐포 세척액에서 호산구 분획은 12-95%인데 평균 58% 정도이다[22]. 기관지 폐포 세척액에서 림프구도 약간 상승하지만 특발성 기질화 폐렴(cryptogenic organizing pneumonia)과 달리 호산구 분획이 림프구 분획보다 항상 높다. 폐기능 검사는 천식이 동반된 경우에는 폐쇄성 소견을 보이고, 또는 제한성 소견을 보일 수도 있다. 일부에서 DLCO는 감소한다(Table 7).
방사선 소견
감별 진단
급성 호산구성 폐렴, 만성 호산구성 폐렴과 마찬가지로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특발성 기질화 폐렴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특발성 기질화 폐렴은 말초 혈액 호산구 증가증이 없고 기관지 폐포 세척액에서는 호산구가 증가할 수는 있으나 림프구가 호산구보다 더 증가한다.
폐 호산구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세한 병력 채취를 시행하고, 기생충 감염을 확인하기 위한 대변 검사, 혈청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진균 감염에 대해서 객담 또는 기관지 폐포 세척액 배양과 혈청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폐 호산구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약제는 salicylates를 포함한 비 스테로이드성 소염제, sulfasalazine, 항생제(minocycline, cotrimoxazole)등으로 환자가 복용한 약제에 대한 자세한 병력을 채취하여 약제에 의한 원인이 있는지 확인한다. 기관지 확장증이 있거나 IgE 수치가 2,000 ng/mL 이상 매우 높은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기관지-폐 아스페르길로시스증(Allergic Bronchopulmonary Aspergillosis, ABPA)을 감별하여야 한다. Aspergillus-specific IgE, Aspergillus precipitins을 확인하고, Aspergillus에 대한 즉시형 피부 반응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치료
급성 호산구성 폐렴은 지지요법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67% 이상의 환자가 기계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Methylprednisolone 125 mg을 6시간마다 투여하고 호흡 부전증이 해소되면 경구 glucocorticoid로 교체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24-48시간 내에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 적절한 치료 기간은 확립되어 있지 않지만 대개 2-12주 정도 유지한다. 이후에 glucocorticoid를 중단하면 재발은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완치된다(Table 9) [1].
급성 호산구성 폐렴과 달리 만성 호산구성 폐렴은 기계 환기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구 glucocorticoid 0.5 mg/kg per day (또는 0.3-1 mg/kg per day)를 투여하고 점차 용량을 줄이면서 전체 투여 기간을 6-12개월 정도 유지한다[1].
예후
급성 호산구성 폐렴은 glucocorticoid를 투여하면 24-48시간 이내에 대부분 상당히 호전된다. 하지만 진단이 안되거나 즉각적인 스테로이드 투여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또는 인공 호흡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호흡 부전에 의해서 사망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완전히 회복되고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기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경미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25].
만성 호산구성 폐렴은 약 50% 환자에서 재발하는데 대부분 glucocorticoid를 감량하거나 중단한 후 발생한다. 만성 호산구성 폐렴 진단 당시 천식 병력이 없던 많은 수의 환자가 추적관찰 기간 중에 천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약 50%이상의 환자는 만성 호산구성 폐렴의 재발 또는 천식 때문에 장기적인 glucocorticoid 치료가 필요하다[22]. 만성 호산구성 폐렴 때문에 장기적인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prednisone 20 mg/day 이하를 투여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10 mg/day로 가능할 수 있다.
만성 호산구성 폐렴과 천식의 관련성
만성 호산구성 폐렴환자의 약 3/4에서 천식을 경험한다. 만성 호산구성 폐렴 진단 당시 천식을 동반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이전에 천식의 병력이 있거나 만성 호산구성 폐렴으로 치료 중 천식이 발생할 수 있다.
Marchand 등[26]의 연구에 의하면 만성 호산구성 폐렴에서 천식 병력이 있는 환자와 천식이 없는 환자를 비교했을 때 IgE 수치를 제외한 혈중 호산구, 기관지 폐포 세척액 호산구, FEV1, 흉부 방사선 소견 등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추적관찰 기간 동안 재발 비율은 천식이 없거나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서 높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천식 환자에서는 장기적인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발이 적은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천식 환자는 추적기간 동안 유의하게 악화되는 것으로 관찰되어 만성 호산구성 폐렴과 중증 천식 발생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천식과 만성 호산구성 폐렴은 상당한 유사점이 관찰된다. 천식이 없는 만성 호산구성 폐렴 환자에서 기관지 조직검사를 한 결과 천식에서 보이는 점막하 호산구 침윤이 관찰되었다[27]. 두 질환 모두 Th2림프구와 호산구가 염증반응에 관여하며 같은 Chemokine들이 이들 염증세포의 활성과 모집에 작용한다. 따라서 만성 호산구성 폐렴은 특정 질환이 아닐 수도 있으며 천식과 같은 스펙트럼을 가지는 호산구 질환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천식이 발생하는 데 있어서 호산구는 가장 중요한 세포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근거로는 첫째, 천식 환자에서 항 IL-5 단일 클론항체를 투여했을 때 기도 내의 호산구가 감소하였으나 기도과민반응은 호전되지 않았다[28]. 둘째, 호산구성 기관지염 환자에서는 호산구 침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식의 특징인 기도과민성과 기도폐쇄가 존재하지 않는다[29]. 따라서 기도 또는 폐포 호산구 증가가 있는 경우 천식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포의 작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만성 호산구성 폐렴의 일부 환자에서 천식이 동반하지 않는 것은 이런 세포의 작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만세포가 이런 세포의 후보로 고려되고 있다[30].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