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은 1902년 Nicholls에 의해 처음으로 기술된 종양으로 췌장에서 발생한 종양 중 1-2%를 차지하는 드문 종양이다. 이 종양은 위장관 호르몬을 분비하여 신생물딸림증후군을 보이는 기능성 종양과 신생물딸림증후군을 보이지 않는 비기능성 종양으로 분류된다. 기능성 종양은 분비하는 물질에 따라 인슐린종, 가스트린종, 글루카곤종, 소마토스타틴종 등으로 분류되는데[1], 이 가운데 글루카곤종은 전체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글루카곤종은 매년 100,000,000명 중에 2-4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매우 드문 종양으로, 특징적으로 체중감소, 괴사성 유주성 홍반증, 당뇨, 빈혈, 정맥 혈전증,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글루카곤종 증후군을 야기한다[2]. 글루카곤종의 대부분은 악성 종양으로 췌장 체부 및 미부에서 발생하여 림프절, 간, 골수에 전이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진단 당시 70% 이상에서 전이소견을 보인다[2]. 저자들은 45세 여자 환자의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 octreotide scan을 통해 췌장의 종양 및 다발성 간 전이를 발견하고, 병리학적으로 이 종양들이 신경내분비종양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홍반, 체중감소, 식욕부진 증상과 새로 발견된 당뇨 등의 임상 증상을 고려하여 글루카곤종 증후군으로 진단하고 sunitinib 치료를 시작하였다. Sunitinib 투약 4일 후부터 grade 3의 중성구 감소증이 발생하였고 sunitinib의 용량 감량 및 투약 중단에도 중성구 감소증의 중증도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grade 3 이상의 재발을 반복하며 중성구 감소증이 결국 회복되지 않아 치료 중단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환자: 45/여성
주소: 14개월 전부터 시작된 설염으로 인한 식사량 감소와 지속된 오심과 구토
과거력 및 현병력: 환자는 내원 11년 전, 설암 1기로 진단 받아 종양 절제술을 받았고, 1개월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3년 전 혀에 결절이 발견되었으나 조직검사 결과 편평 유두종으로 진단되어, 2010년 12월 본원 이비인후과에서 유두종 절제술을 받았다. 내원 1년 전부터 설염으로 인한 구강 내 통증이 지속되었고 13 kg의 체중 감소가 진행되어 45.5 kg까지 체중이 줄어들었다. 내원 1개월 전부터 체중감소 및 구토 증상이 심해졌으며 내원 8일 전부터 발목 부위의 과다색소침착성 홍반과 하지 소양증을 호소하였다. 이에, 본원 내과에 입원하여 복부 초음파와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 및 병리 검사를 시행하였고, 간으로 전이된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되었다.
가족력: 특이 사항 없음.
신체검진 소견: 내원 당시 환자는 신장 168.1 cm, 체중 45.5 kg이었고, 활력 징후는 혈압이 96/65 mmHg, 맥박수는 81회, 호흡수는 20회였으며 체온은 36.6℃로 만성 병색이었다. 신체검진 결과 양쪽 발목의 홍반이 관찰되었으며, 양 손에 부종 소견을 보였다. 혀의 압통을 호소하였으며 설염 소견이 지속되었다. 인후 발적, 구개편도 비대는 없었고 경부 림프절은 촉지되지 않았다. 심음은 규칙적이고 심잡음은 들리지 않았으며 흉부팽창은 대칭적이고 호흡음은 깨끗하였다. 복부는 부드럽고 편평하였고, 장음은 감소하였으나, 압통이나 반발통은 없었다. 간, 비장, 신장은 촉지되지 않았다. 호흡음은 선명하였고 천명음이나 악설음 등은 청진되지 않았다. 기타 신체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 검사에서 글루카곤 234 pg/mL (정상범위, 59-177 pg/mL), 가스트린 30.9 pg/mL (정상범위, 0-110 pg/mL), 총 빌리루빈 0.6 IU/L, alkaline phosphatase 61 IU/L, AST/ALT 15/25 IU/L, K 3.5 mmol/L, WBC 3,970/μL, RBC 3.32 × 10⁶/μL, Hb 9.7 g/dL, ANC 2,231/mm3, CA-19-9 (Serum) 10 μ/mL, CEA 3 ng/mL, C-Peptide 3.6 ng/mL의 수치를 보였다.
방사선학적 소견 및 핵의학적 소견: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술 결과 췌장에서 국소 종괴와 간에서 조영 증강되는 다발성 종괴와 낭종이 관찰되었다(Fig. 1A). 양성자방출 단층촬영검사 결과 췌장 꼬리 부분에서 FDG 섭취가 증가된 소견을 보였고, 간에서는 다발적인 FDG 섭취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 1B). Octreotide scan에서도 췌장 미부에서 높은 octreotide 섭취와 간에서 다발적으로 높은 octreotide 섭취 소견을 보였다(Fig. 1C).
병리 및 면역조직화학염색 검사: 췌장 미엽 종괴에 대하여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인검사를 시행하였고 병리학적 검사를 통해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확인되었다. 면역조직화학염색 결과 synaptophysin, cytokeratin, CD56, chromogranin에 대하여 양성으로 확인되었고, Ki-67은 2%의 종양 세포에서 양성으로 관찰되었다(Fig. 1D). 간에서 전이병소로 판단되는 종괴에서 시행한 조직 생검 결과, 췌장에서 유래한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되었고, 면역조직화학염색 시행 결과는 췌장에서와 동일하였다.
치료 및 경과: 하지 피부 발적, 체중감소, 빈혈 및 설사, 설염, 당뇨의 임상증상을 보여, 신경내분비종양의 아형인 글루카곤종으로 인한 글루카곤종 증후군으로 진단하여 증상 완화를 위해 2011년 4월 19일부터 11일간 octreotide 0.3 mg을 투약하였으나 이후 증상 호전이 명확하지 않았고, 오심, 구토의 부작용을 보여 투약을 중단하였다. 이후 2011년 5월 13일부터 13일간 sunitinib 37.5 mg을 투약하였는데, 초기에는 전반적인 상태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투약 4일 후 부터 grade 3의 중성구 감소증을 보였고 투약 9일째부터 혀의 통증을 다시 호소하였다. 이에 투약 13일 만에 sunitinib 37.5 mg 투약을 중단하고, 투약 26일째 G-CSF 300 mcg을 1회 투여하였고 절대 중성구 수치가 651에서 2811로 회복되었다. 투약 27일부터 같은 용량의 sunitinib을 다시 투약하였으나 절대 중성구 수치가 310으로 낮아지면서 중성구 감소증이 grade 4로 악화되어 G-CSF 300 mcg을 1회 더 투여하였고, 이에 절대 중성구 수치가 2,478로 상승하였다. 이후 sunitinib 용량을 25 mg으로 감량하여 투약 시작 후 34, 35, 39, 40, 41일째에 각각 투약하였으나 투약 후 3일 만에 grade 3의 중성구 감소증이 다시 발생하였고, 중성구 감소증이 회복되지 않아 투약을 중단하였다(Fig. 2).
이에 글루카곤종에서 sunitinib 투약 후 지속되는 중성구 감소증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서 글루카곤종의 골수 침범 가능성이 의심되었고, 원인 감별 및 골수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2011년 8월 25일에 골수 검사를 시행하였다. 골수 검사 결과상 과립백혈구형성 세포 수는 감소하였으나, 다른 혈액학적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글루카곤종에서 sunitinib 투약 후 grade 1에서 grade 4까지 고점과 저점 변동하는 다양한 정도의 중성구 감소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그 기간 동안 감염증을 의심할 만한 임상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글루카곤종의 진단 및 sunitinib 투약 후 중성구 감소증이 지속되는 동안 환자는 입원을 유지하였고 이를 일으킬 만한 다른 약물은 투약되지 않았다.
Sunitinib 투약 후 용량 감량 이후에도 중성구 감소증이 회복되지 않아 신경내분비종양의 간 전이 치료에 있어 경동맥화학색전술 시행이 치료 효과가 있음이 보고된 바, 이에 중성구 감소증으로 sunitinib 치료 중단 36일째에 췌장에서 발생한 신경내분비종양의 다발성 간 전이에 대한 치료로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다(Fig. 3) [3]. 간과 췌장 종양의 크기는 종양 발견 후 6개월 뒤에 시행한 복부 전산화 단층영상에서 유의한 변화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조직학적 검사상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받은 후 2개월 만에 혈중 글루카곤의 수치가 629.9 pg/mL로 급격히 상승하였고, 이후에도 500 pg/mL 이상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으며(Fig. 4), 진단 8개월 후부터 혈중 chromogranin A 수치가 770 ng/mL 이상으로 상승하였다. 중성구 감소증의 지속 및 호르몬 수치의 상승으로 현재 sunitinib 치료는 중단되었고 everolimus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다.
고 찰
글루카곤종의 증례는 1942년 Becker 등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되었으며, 동반되는 임상양상은 괴사성 유주성 홍반증, 저아미노산혈증, 당불내성 및 당뇨병, 체중 감소, 빈혈, 설사, 혈소판 감소증, 설염 등이다. 매년 100,000,000명당 2-4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적으로 250여 증례가 보고된 희귀한 질병이다. 분류상으로 신경내분비종양의 기능성 종양군에 속해 있으며 전체 신경내분비종양의 1.6%를 차지한다[1].
본 증례의 경우 방사선 및 핵의학적 검사를 통해 췌장과 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고, 췌장에서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인검사를 시행한 결과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되었고, 간에서 시행한 생검 결과를 통해 췌장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되었다. 환자는 임상적으로 내원 1년 전부터 시작된 13 kg의 체중 감소(내원 당시 BMI 16.1), 내원 8일 전부터 발생한 발목 부위의 과다색소침착성 홍반과 하지 소양증, 빈혈 및 설사, 설염 등의 증상과 함께 입원 경과 중 혈중 글루카곤 수치가 500 pg/mL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당뇨 진단을 받는 등의 글루카곤종 증후군에 합당한 증상을 보여 글루카곤종으로 진단되었다.
신경내분비종양의 우선적 치료 방침은 외과적 절제로, 외과적 근치는 그 크기가 작은 원발성 종양이거나 국소화된 경우에 한정된다[3]. 글루카곤종 증후군에서 종양크기는 진단 당시에 약 75%에서 직경이 5 cm 이상 크기로 발견되며 약 70% 정도가 간 실질이나 근처의 림프절로 전이되어 진단 당시 수술적 절제가 어렵다[4]. 유럽신경내분비종양학회의 권고에 따르면 종양이 수술적으로 절제가 가능하고 한 쪽 엽에 국한된 경우 간 절제술이 추천되며, 양쪽 엽에 있는 경우에는 절제 가능한 부위를 절제 또는 병합 고주파 열치료를 시행하고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을 권유하고 있다[4]. 본 증례에서는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 양성자방출 단층촬영검사상 다발성 간 전이가 확인되었고, sunitinib 투약 후 중성구 감소증이 지속되어 sunitinib 투약이 중단된 바, 다발성 간 전이에 대해서 sunitinib 투약 중단 36일째에 adriamycin을 이용하여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으며, 색전술 시행 3개월 후에 시행한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 추적관찰에서 간 종양 크기에 유의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나 인터페론 알파와 같은 약물치료를 하거나, streptozocin, fluorouracil 또는 doxorubicin 등을 사용한 화학요법이 대표적인데, 본 증례에서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인 octreotide를 투약하였으나 오심, 복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였고 임상증상의 호전이 명확하지 않아 투약 중단하였다.
신경내분비종양의 치료에 있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sunitinib malate는 작동 기전상 tyrosine kinase inhibitor (TKI)에 속하며, VEGF 수용체와 PDGFR, c-kit의 인산화를 저해하여 항암효과를 보이는 약제이다. 임상 시험 결과 sunitinib에 반응하여 종양의 크기가 감소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9.3%이었으며, 병이 진행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11.4개월로, 5.5개월인 placebo군에 비교하여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반적인 생존율이 증가한다고 밝혀져 미국과 유럽에서는 진행된 PNET의 치료제로 승인이 되었다[5].
글루카곤종 치료에 있어 sunitinib 투약 후 심한 골수 억제가 보고된 바는 없으나, 신세포암과 위장관 기질 종양에서 sunitinib의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골수 억제가 여러 부작용 중 하나로 나타난다[6,7]. 이러한 부작용은 TKI가 조혈모세포에서 발현되는 VEGFR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Flt-3, c-kit receptor와 같은 tyrosine kinase 역시 억제하며, GM-CSF와 같은 다른 사이토카인의 작용도 억제하여 골수억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Grade 3 이상의 중성구 감소증의 발생 빈도는 sunitinib 12%, pazopanib 1%, sorafenib 5%로 다른 약제보다 sunitinib 투약 시 두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다른 TKI보다 sunitinib 사용시 더 심각한 중성구 감소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c-kit와 Flt-3에 대한 sunitinib의 결합력이 가장 높고, sunitinib이 억제할 수 있는 kinase 종류가 가장 다양하기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6].
글루카곤종의 치료에서 sunitinib 사용 후 발생하는 인종 간 혈액학적 독성의 차이는 밝혀진 바 없으나, 신세포암 환자에서 있어 sunitinib 투약 시 아시아 인종과 서양 인종에서도 독성 발현의 차이가 관찰된 바 있다[7]. 이러한 sunitinib 투약 후 발생하는 동서양의 혈액학적 독성의 차이는 TKI를 대사하는 효소나 세포에 존재하는 efflux transporter 등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8].
글루카곤종에서 sunitinib 투약 후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할 경우 그 경과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가 전혀 없으나, 신세포암 환자에서 sunitinib 사용 후 중성구 감소증이 발생할 경우 sunitinib을 감량할 것을 권하고, 심할 경우 투약을 중단하면 2주 이내에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다[9]. 본 증례의 글루카곤종에서는 sunitinib 투약 4일 후 grade 3의 중성구 감소증이 발생하였고 이후 용량을 감량 후에도 중성구 감소증이 호전되지 않았다. Sunitinib 투약을 중단하였으나 중성구 감소증은 지속되어 투약 5개월 후 다시 grade 3로 악화되었고 중성구 수치가 고점과 저점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변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본 환자에서 중성구 감소증의 변동 폭이 심하였으나 그 기간 동안 감염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비발열성 중성구 감소증의 양상을 보였다. 본 증례에서는 글루카곤종 증후군의 진단 및 이후 중성구 감소증이 지속되는 동안 환자는 퇴원하지 않고 입원을 유지하였으며, 중성구 감소증을 일으킬 만한 다른 약물은 투약된 바 없었다.
글루카곤종 증후군은 그 진단에 있어 정확한 진단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발생빈도가 매우 낮아 임상의사가 이를 의심하지 않는 경우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또한, 글루카곤종의 치료에 있어 여러 치료법이 제시되고 있으나, 글루카곤종의 발생 자체가 매우 드물어 최근 소개된 sunitinib의 투약 후 그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본 증례에서는 글루카곤종의 치료를 위해 시행한 기존의 알려진 치료법으로는 종양이 효과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sunitinib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이후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하였고 이는 기존의 항암제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호중구 감소증과는 다른 임상양상으로 중증도의 변화 및 재발의 반복, 비발열성 임상양상으로 결국 호중구 감소증이 회복되지 않아 치료 중단된 예로서, 글루카곤종의 진단 및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에서 sunitinib 투약 후 심각한 중성구 감소증이 지속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국내 보고가 없기에 증례보고를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