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은 현재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흔한 악성 종양이며, 국내에서도 발생률이 증가하여 2009년 현재 남자에서는 2위, 여자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장암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축적되면서 발생하며,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을 거쳐 암으로 진행된다[1]. 따라서 선별검사를 통하여 진행암까지 도달되기 이전에 선종 또는 조기암의 단계에서 조기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에 발표된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에서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권유하고 있다[2].
대장암 및 그 전구병변인 선종, 즉 대장신생물은 남성 및 고령에서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며, 이외에도 흑인,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의 메타 분석들에 의하면 비만 또한 대장신생물 발생의 위험인자로 밝혀졌다. 따라서 비만 환자에서 대장암에 대한 조기 선별검사의 필요성이 지적되고는 있으나[3-5], 구체적인 방법은 확립되지 않았으며, 기타 고위험 인자를 보유한 경우의 대장암 선별 검사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체계적인 권고안은 없는 상태이다[6].
대사증후군과 대장신생물과의 연관성 또한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 중성지방, 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 혈압 및 혈당의 다섯 가지 항목 중 3개 이상에서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을 만족시키는 이상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로 정의된다. Kim 등[7]의 연구에 의하면 대사증후군이 있을 경우 대장선종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하였으며(교차비 1.44, 95% 신뢰구간 1.23-1.70), 한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대사증후군의 진단 기준들 중 고혈당 및 복부비만이 대장암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8]. 한편, 비알콜성 지방간은 흔히 대사증후군의 간에서의 발현으로 여겨지며, 지방간과 대사증후군은 내당능장애, 이상지질혈증 등의 임상양상에서 많은 부분이 겹친다[9]. 최근 지방간과 대장신생물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몇몇 연구들이 발표되었고, 상관관계가 있음이 시사되고 있다. Wong 등[10]의 연구에 의하면 단순 지방간에 비하여 비알콜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가 있을 경우 대장선종의 유병률이 더 높았으며(51.0% vs. 25.6%) 고도 이형성을 보이는 용종의 빈도 또한 더 높았다. 이에 반해, Touzin 등의 보고에 의하면 지방간이 있는 경우 없는 군에 비해 대장선종의 유병률은 차이가 없었으나(24.4% vs. 25.1%), 지방간 환자군에서 대장선종의 총 개수는 정상인에 비하여 유의하게 더 많은 결과를 보였다[9].
대사증후군 또는 지방간이 대장신생물 발생, 성장에 기여하는 기전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바 없으나, 대사증후군 및 지방간이 모두 내당능장애나 이상지질혈증 등과 연관되어 있어 이와 관련된 기전들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체내 에너지의 과잉에 의해서 체내 지방이 증가하게 되면,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하여 혈중 인슐린, IGF-1 및 다양한 adipokine이 상승한다. 이들 인자들에 의해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이 유발될 수 있어 대장신생물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지방의 증가는 지방 세포에서 분비된 렙틴 등을 통해 TNF-α의 생성을 증가시키며, 면역 세포를 불러들여서 염증이 지속되는 환경이 생성된다. 이로 인하여 세포의 증식과 생존이 증대되고 대장신생물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으로 생각된다[11]. 최근 한 동물 연구에서는 고지방식이를 하여 비만한 마우스에서 그렇지 않은 마우스에 비하여 azoxymethane 및 dextran sodium sulfate로 유발된 대장신생물의 수와 크기가 더 많았으며, infliximab을 사용하여 TNF-α를 중화시킨 결과 이러한 효과가 감소함을 보고하였다[12].
이와 같은 역학 및 실험실 연구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사증후군의 동반 여부를 통제한 상태에서 순수한 지방간의 대장신생물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관련 연구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지방간이 대사증후군에 비하여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cardiovascular event)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보고는 있으나[13], 대사증후군의 구성 요소들과 비교하여 지방간이 더 강력한 대장신생물에 대한 위험인자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대사증후군과 지방간은 많게는 90%까지 병발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다중공선성(multicollinearity)에 의하여 다인자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각각의 변수를 서로 통제한 상태에서 대장신생물에 대한 효과를 보기보다는 대사증후군과 지방간이 같이 있을 때 대장신생물 발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분석이 발표된 바 있다. Hwang 등의 연구에서 이러한 분석 결과가 보고되었고, 대장선종에 대한 교차비는 대사증후군만 있을 때는 1.17 (95% 신뢰구간 0.74-1.86), 지방간만 있을 때는 1.30 (95% 신뢰구간 1.02-1.66)이었으며, 대사증후군 및 지방간이 동반될 경우는 1.48 (95% 신뢰구간 1.07-2.04)로 대장선종의 이환에 대하여 상가효과 (additive effect)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14]. 이 연구에서 대사증후군만 있을 경우는 지방간의 대장선종에 대한 교차비에 비하여 작았으며 유의하지도 않았던 사실이 흥미롭다. 또한 지방간이 있을 경우 근위부 대장에 용종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나[10,14], 확실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
이번 호에 게재된 Lee 등[15]의 연구는 이와 같이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간의 대장신생물 발생에 대한 위험도를 대사증후군의 다섯 가지 인자들 및 연령, 성별에 대하여 다인자 보정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증상 대장내시경 선별검사를 받은 1,938명의(494명의 선종, 1,444명의 정상 대조군) 건강 검진 수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대사증후군 각각의 진단 기준 항목들은 그 연관성이 유의하지 않았던데 비해, 지방간은 유의한 대장신생물과의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위험인자로서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지방간 유무가 대장신생물 발생을 예측하는 데 어느 정도의 예측력을 지니는지 민감도 및 특이도, 양성 및 음성예측치 등의 추가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일부 연구에서 비만 및 대사증후군과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톱니샘종(serrated adenoma)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었던 데 반해[16,17], Lee 등[15]의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분석이 없어 아쉽다. 또한 선종군에서 남자의 분율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높았는데(82.4% vs. 64.7%), 이로 인한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배제하기 위해 성별에 따른 층화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선택 편향을 없애는 동시에 성별에 따른 지방간의 대장신생물에의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건강검진 등을 통해 흔히 진단되고 있는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이 발생률 증가로 인해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대장신생물의 위험인자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그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Lee 등[15]의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보유한 환자들에 있어 선별검사로서 대장내시경의 적응증 및 적절한 검사 시작 연령의 수립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