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2009년 멕시코, 미국에서 시작된 신종플루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WHO는 신종인플루엔자 A (H1N1)의 세계적 유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1].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 백신의 투약이 이루어졌으며, 그 후 백신 접종과 관련된 부작용들로서 두통, 고열, 콧물, 근육통, 길랑-바레 증후군 등이 보고된 바 있었지만 신종플루 백신 투약과 관련된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이하 루푸스) 발생에 대하여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저자들은 루푸스의 증상 및 징후가 전혀 없었던 사람에서 신종플루 백신 접종 후 루푸스가 발생한 1예를 경험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최○○, 17세, 여자
주 소: 발열, 전신근육통
현병력: 내원 2주 전 학교에서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시행 받은 다음 날부터 전신의 근육통이 발생하였으며 그 뒤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보여오다가, 내원 당일 열감을 동반한 전신 근육통, 양 손목 및 발목의 관절통 호소하여 본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였다.
과거력: 특정 질환에 이환되었던 병력은 없었으며, 음주력이나 흡연력, 약제 복용력도 없었다. 뺨의 발진(malar rash)이나 원판상 발진(discoid rash), 광과민성(photosensitivity)의 기왕력도 없었다.
가족력 및 사회력: 특이 사항 없었다.
진찰 소견: 환자는 발열, 오한, 근육통, 광과민성을 호소하고 있었다. 내원 당시 급성 병색을 보였으며 이학적 검사상 혈압은 90/60 mmHg, 맥박은 110회/분, 호흡수는 20회/분, 체온은 37.6℃였다. 의식은 명료하였고, 뺨의 발진, 원판상 발진은 관찰되지 않았다. 두경부 소견상 공막의 황달 소견은 없었고, 결막은 약간 창백해 보였다.
흉부 청진에서 양쪽 폐하부에서 폐음 감소 소견 보였으며, 심음은 규칙적이고 심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복부 촉진상 특이소견 없었으며, 척추 늑골각 압통도 없었다. 양쪽 하지에서 함요 부종도 관찰되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 혈액 검사상 백혈구 감소증 및 빈혈 소견 보였고 혈청 알부민과 총단백은 감소되어 있었다.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3,070/mm3, 혈색소 11.3 g/dL, 혈소판 183,000/mm3이었고,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혈중요소질소 14 mg/dL, 크레아티닌 0.8 mg/dL, AST 36 IU/L, ALT 24 IU/L였으며, 단백질은 6.3 g/dL, 알부민 3.3 g/dL, 칼슘 7.8 mg/dL, 인 3.2 mg/dL, 적혈구 침강속도 13 mm/hr, C-반응단백은 4.05 mg/dL였다. 간염 표지자 검사는 HBsAg 음성, anti-HBs 음성, anti-HCV 음성이었다.
소변 검사상 단백뇨가 2+로 발견되어 추가로 시행한 24시간 소변 검사상 551 mg의 단백뇨 확인되었다.
항핵항체 양성으로 역가는 1:1280이었고, 항이중가닥 DNA항체는 200 IU/mL 이상으로 증가되어 있었다. 항히스톤 항체는 양성(109)이었다. 혈청 C3, C4는 각각 41.9 mg/dL, 11.3 mg/dL으로 감소되어 있었다.
단순 흉부 방사선 검사상 양측으로 흉수 소견 관찰되었고(Fig. 1), 경흉부 심장초음파상 소량의 심장막 삼출 소견 관찰되었다.
신장조직검사 소견: 총 19개의 사구체가 관찰되었고 메산지움 세포와 혈관내피세포의 증식과 염증반응이 있었으며 사구체 경화소견 및 반월(Crescent) 형성은 보이지 않았다(Fig. 2).
전자 현미경상에서 메산지움, 내피하, 외피하에 전자 고밀도 물질의 침착이 관찰되었고, 면역형광검사에서는 IgG, IgM, IgA, C1q, C3, C4 등의 침착이 관찰되어 루프스 신장염에 합당한 소견이었다.
치료 및 경과: 입원 8일째부터 methyl prednisolone 1 g을 3일간 정주하였고, hydroxychloroquine 400 mg을 경구투여하였다. 이후 스테로이드는 경구 약제(prednisolone 60 mg)로 변경하여 사용하였고, hydroxychloroquine은 유지하며 경과관찰하였다. 입원 10일째부터 증상(발열, 근육통, 관절통) 호전되었으며, C-반응단백은 0.56 mg/dL으로 감소되어 입원 18일째 퇴원하였다. 퇴원 후 외래에서 시행한 검사상 항이중가닥 DNA항체 75.43 IU/mL으로 감소되었고, C3, C4 각각 109.83 mg/dL, 35.5 mg/dL으로 증가되었으며, 소변 검사상 단백뇨 소실이 관찰되었다. 스테로이드는 점진적으로 감량하여, prednisolone 10 mg, hydroxychloroquine 400 mg 유지하며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루푸스는 자가 항체 및 면역 복합체에 의한 조직 및 세포 손상에 의해 피부, 관절, 심장, 신장, 신경계 등의 전신적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이다[2]. 루푸스의 병인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으로 취약한 개체에 감염, 자외선조사, 약제 혹은 화학물질에의 노출 등의 환경적 유발요인이 동반될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3]. 백신 접종이 루푸스를 포함한 자가면역 질환의 환경적 유발요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그간 많은 논쟁이 있어 왔으며[4], 분자모방(molecular mimicry), 다클론성 활성화(polyclonal activation), 선천면역(innate immunity)등의 기전을 근거로 그 가능성이 설명되고 있다[5]. 백신접종에 의해 자가면역 질환이 유발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강아지) 실험 결과, 백신 접종 후 다양한 자가면역항체(특히 SLE, rheumatoid arthritis, vasculitis 등을 포함한 여러 자가면역질환에서 관찰되는 fibronectin과 laminin에 대한 자가면역항체)의 titer가 많이 상승된 것이 확인되었으나 명백한 자가면역질환의 발생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3]. 결국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임상연구나 역학조사만이 백신에 의해 유발된 자가면역 질환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시행되기 어려우며, 위와 같은 연구 없이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임상적 기준도 없는 실정이므로, 결국 백신과 자가면역 질환 발생의 연관성은 개개의 사례별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4].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 후 생기는 부작용 중 약 85%는 미열, 접종부위 부종, 발적, 관절통, 근육통 등의 경한 증상이다. 하지만 약 15%에서는 경련, 고열, 중증의 전신증세, 사망 등의 심한 증상 발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2009년 신종플루 백신의 부작용을 확인하고 최적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성인 240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계절독감 백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작용(주사부위 통증, 발적, 근육통, 두통, 쇠약감)만 보고된 바 있다[7].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이 백신 접종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보고한 증례로서는 rabies 백신에 의한 acute disseminated encephalomyelitis의 발생, 1976-7년 돼지 인플루엔자 백신에 의한 길랑-바레 증후군의 발생, MMR 백신에 의한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의 발생 등이 있다[4].
그중 루푸스의 경우, 파상풍(tetanus) 예방접종 후 루푸스가 발생한 17세 환자에 대한 1943년 Fox [8]의 보고, 각각 다른 백신 접종을 받은 간호대학 학생 750명을 15년간 관찰한 후 디프테리아균독소(diphtherin), 사슬알균독소, 장티푸스-파라티푸스 독소를 접종한 3명의 학생에게서 루푸스가 발생한 사례에 대한 1948년 Ayvazian 등[9]의 보고,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받은 후 15일 뒤 하지 부종을 동반한 루푸스 신장염으로 발현된 43세 여성에 대한 1992년 Tudela 등[10]의 보고 등이 있으며, 이후에도 B형 간염 백신 접종과 관련한 루푸스의 증상 발현에 대해 4개의 증례가 더 보고된 바 있으나[3], 신종플루 백신 접종에 의한 루푸스 발생의 증례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다.
본 증례의 환자는 평소 루푸스를 의심할 만한 증상이나 소견이 없었고, 약제 복용력 또한 없었던 자로,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 받은 다음 날부터 전신의 근육통이 발생하여 약 2주간 지속된 후, 내원 당일 발열, 양 손목 및 발목의 관절통 등 증상 호소하며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검사상 양측성 흉수, 항핵항체 양성, 항이중가닥 DNA 항체 증가, 혈청 C3, C4 감소, 단백뇨 소견 보여 루푸스 신장염 의심하에 신장조직검사 시행하였으며, 조직검사 결과 루푸스 신장염에 합당한 조직소견 보여, steroid pulse therapy와 hydroxychloroquine 치료로 호전되어 퇴원 후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위와 같이 질병 발생 전후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 환자에게 있어서 루푸스 발생의 원인으로 신종플루 백신의 접종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신종플루 백신과 연관된 루푸스의 첫 증례로서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