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간세포암은 세계적으로 다섯 번째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암이면서 암 관련 사망 빈도가 세 번째로 높은 암이다[1]. 최근 간세포암에 대한 진단 및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생존율도 향상되었고 간외 전이의 발견도 이전에 비하여 늘어났다[2,3]. 간세포암의 골 전이는 비교적 흔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간세포암이 손이나 발로 전이된 말단 전이에 대한 보고는 매우 드물다. 국내에서는 손에 전이된 경우가 1예 보고 되었으나[4], 발에 전이된 예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었다. 이에 저자들은 오른쪽 첫 번째 중족골에 전이가 의심되어 수술 시행 후 병리 검사에서 간세포암으로 확인된 증례를 보고 한다.
증 례
70세 남자 환자가 내원 2달 전 시작된 오른쪽 엄지 발가락의 통증으로 내원하였다. 과거력에서 22년 전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되었으며 5년 전부터 라미부딘 투약 시작하였고 3년 전부터 라미부딘 내성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아데포비어를 병합 투여하였다. 추적관찰 중 5년 전 간세포암으로 진단되어 9차례에 걸쳐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시행 받았다. 내원 3년 전 시행한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폐전이가 발견되었으며 간내 간세포암이 경동맥화학색전술로 조절되고 있어 폐전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항암 치료를 시행 받았다.
당뇨병으로 인슐린을 투약 중이었고, 흡연력 및 가족력에는 특이소견이 없었다. 내원 당시 생체 징후는 안정적이었으며 문진 소견에서는 기침, 우상복부의 통증, 오른쪽 엄지 발가락의 통증을 호소하였다. 신체 검사에서 만성 병색을 띠었으나 공막에 황달은 없었다. 복부에 압통과 반발통은 없었다. 오른쪽 첫 번째 중족골 부위에 부종 및 압통 소견 관찰되었다. 내원 시 시행한 일반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3,100/uL, 혈색소 12.8 g/dL, 혈소판 327,000/uL였다. 일반 화학 검사에서 총 단백질 6.9 g/dL, 알부민 3.0 g/dL, AST/ALT 102/107 IU/L, 총 빌리루빈 1.7 mg/dL, 알칼리성 인산 분해효소 198 IU/L, 감마-글루타밀 트랜스펩티다제 200 IU/L였다. 프로트롬빈 시간 INR 1.10, 알파 태아단백 101,700 ng/mL, 간염바이러스 표지자 검사에서 HBsAg/Ab (+/-), HBeAg/Ab (+/-) HBV DNA 64 IU/mL, anti-HCV (-)였다.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간내 간세포암의 재발 소견 및 폐 전이의 악화가 관찰되었고, 발의 단순 촬영에서 오른쪽 첫 번째 중족골의 골절 소견이 관찰되었다. 자기 공명 영상에서 오른쪽 첫 번째 중족골에 T1과 T2 강조 영상에서 고신호를 보이며 골막을 파손하고 주변 연부 조직까지 침범하는 3.3 × 2.8 cm 크기의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1). 간세포암의 뼈 전이가 의심되었으며 통증을 동반하고 보행에 장애를 주고 있어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종괴를 제거하고 시멘트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하였다(Fig. 2).
수술 검체의 조직검사 결과 종양세포는 풍부한 호산성의 세포질과 과염색상의 핵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둥(trabecular) 혹은 세엽(acinar) 형태로 배열되어 있었다(Fig. 3A). 항-간세포 항체(anti-hepatocyte antibody) (Fig. 3B)와 glypican-3 (Fig. 3C)를 이용한 면역 조직 화학 염색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오른쪽 첫 번째 중족골의 종괴는 조직학적 소견 및 면역조직화학 염색 결과를 종합하여 간세포암의 골 전이로 진단하였다.
환자는 수술 이후 통증이 감소되고 보행이 가능하여 간내 간세포암에 대하여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고 이후 폐 전이에 대하여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뒤 퇴원하였다. 이후 외래에서 추적관찰하던 중 간세포암의 간 내 재발 및 폐 전이 악화가 관찰되었으며 고식적 치료 위해 타병원으로 전원 하였다.
고 찰
간세포암의 간외 전이의 가장 흔한 부위는 폐, 주위 림프절, 근 골격계, 부신이다[5]. 이 중 간세포암의 골전이는 척추, 골반, 늑골, 장골과 같은 중축 골격에 주로 발생하는데[6], 그 기전으로는 간세포암의 골전이가 주로 간문맥-척추정맥 복합체를 통한 혈행성 전파에 의하여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7]. 손과 발의 골이 전체 몸의 골 206개 중 106개로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것에 비하여 말단 전이는 전체 골전이 중 0.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8], 본 증례와 같이 손이나 발과 같은 말단 부위로 악성 종양이 전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폐암, 대장암, 신장암 등에서 일부 보고된 바 있다[9]. 임상적으로 손이나 발 말단에 전이되는 경우 동통을 동반하는 붉은 색의 종괴가 만져지며 뼈를 침범한 경우에는 말단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다. 궤양이 동반될 경우 분비물이 있거나 이차 감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감별 진단으로 손 발톱 주위염과 골수염, 결핵, 혈종, 양성 종괴와 감별이 필요하다. 간세포암이 손이나 발과 같은 말단 부위의 뼈로 전이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특히 발로 전이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고된 바가 없다. 임상적으로 골전이는 통증, 골절, 척수신경 압박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손이나 발 말단에 전이되는 경우 통증을 동반하는 종괴가 만져지고 뼈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말단의 변형이 유발됨으로써 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단은 뼈스캔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단순엑스선촬영, 컴퓨터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 등이 도움이 된다. 간세포암이 뼈에 전이된 경우 치료는 통증이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본 증례에서와 같이 통증이 심하여 기능적인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진행된 간세포암 환자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방사선 치료 혹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10].
최근 영상 진단법과 치료의 발전으로 간세포암의 예후가 향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역설적으로 간외 전이의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2,3]. 간세포암의 예후는 간외 전이 여부보다는 간내 간세포암의 조절과 관련이 있는데, 대부분의 환자는 간세포암의 진행이나 동반된 간기능 부전으로 사망하며 간외 간세포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전체 간암 관련 사망 환자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 따라서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간내 간세포암에 대해서 경동맥 화학색전술과 같은 국소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동시에 간 외 전이의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행된 병기의 간세포암 환자에서는 간외 전이가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간외 전이의 치료는 주로 증상이 있는 간외 전이에 대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완화 목적의 치료가 이루어진다[3]. 본 증례에서는 진행된 간세포암 환자에서 보행에 장래를 초래하는 골 전이에 대하여 수술 치료를 통하여 통증 호전 및 보행 기능을 보존할 수 있었다.